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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가정부’ 묻지마 판권 수입이 낳은 비극
기사입력 :[ 2013-10-07 13:00 ]


‘수상한 가정부’ 판권 사들인 저의가 수상하다

[엔터미디어=황진미의 편파평론] ▲이 드라마 반(反)▲. <수상한 가정부>는 SBS월화드라마로 20부작 중 현재 4회까지 방송됐다. <황금의 제국> 후속드라마로 편성돼, 첫 회 시청률은 나쁘지 않았으나 갈수록 시청률이 하락 중이다. <수상한 가정부>는 남편의 외도로 아내가 자살하고, 아버지와 네 남매가 남은 집에 의문의 가정부가 들어와 가족들의 문제에 개입하는 사건들을 담는다.

◆ <직장의 신><여왕의 교실>과는 차이점이 크다

최지우 주연의 <수상한 가정부>는 흔히 김혜수 주연의 <직장의 신>, 고현정 주연의 <여왕의 교실>과 비교된다. 세 드라마에는 공통점이 있다. 일본 드라마의 리메이크 작으로, 비현실적으로 유능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고, 이들은 숨겨진 과거의 사연을 지닌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세 작품은 겉으로 보이는 공통점만큼 차이점이 크다.

KBS 드라마 <직장의 신>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2007년 일본에서 <파견의 품격>이 나왔던 사회적 배경에 비해 현재 한국의 고용사정이 더 악화된 상태로, 비정규직 확산이라는 사회적 문제가 체감되는 현실에서, ‘자발적 비정규직 미스 김’이라는 파격적인 캐릭터는 신자유주의 고용시장의 모순을 풍자하는 동시에, 역발상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사고하게 만드는 대안적인 힘을 지닌다. 더욱이 한국에서 리메이크 되면서 원작의 코미디적 요소가 더욱 강화되고 한국적인 특색을 가미한 각색에, 김혜수가 지닌 밝고 건강한 이미지가 ‘만능 히로인’이라는 콘셉트에 잘 맞아 떨어진데다, 실로 처음 접하는 만화적 캐릭터의 신선함이 더해져 시청자나 언론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MBC 드라마 <여왕의 교실>은 신자유주의 경쟁논리가 지배하는 초등학교 교실을 보여주면서, 이를 고발함과 동시에 더욱 극단적인 상황으로 아이들들 몰아 놓고 스스로 문제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하지만 이 과정 자체가 고문에 가까운데다가, 비록 선의에 의한 것이요 결과가 좋다 할지라도 아이들을 상대로 사회실험적인 행위를 하는 것을 지지하기가 어렵다. 마지막에 이 모든 것이 교사가 교직수행 과정에서 얻은 외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교사가 아이들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었다는 설명은 억지스러운 데다, 모든 드라마에서 기이할 정도로 교훈을 얻으려는 일본드라마의 분위기를 이해하지 않는 한 납득하기 힘들다. 게다가 원작의 배경이 되었던 2005년의 일본 교육현실에서 아이들에게 전하려던 교육의 내용이 지금 한국의 학생들에게 꼭 들어맞는지도 의문이다. 이러한 난맥상으로 인해 고현정을 비롯한 아역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여왕의 교실> 리메이크 작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수상한 가정부>는 2011년 일본에서 방송되어 기록적인 시청률을 보였던 <가정부 미타>의 리메이크 작이다. <수상한 가정부>의 제작발표회에서 이현직 EP는 “코믹도 멜로도 아닌데, 40%의 시청률이 나온 건 드라마 속에 뭔가가 있다는 것으로, 한국에서도 분명히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말은 일본에서 성공한 드라마이니 국내에서도 성공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드러낼 뿐, 일본에서 왜 드라마가 성공하였는지에 대한 분석을 거치지 않은 채, 무턱대고 들여왔다는 솔직한 고백에 가까워보인다.

<가정부 미타>(카세이후노 미타)의 제목은 1983년에서 2008년까지 꾸준히 만들어진 드라마 시리즈<가정부는 보았다!>(카세이후와 미타)의 교묘한 변주로, 오마주적 성격을 띤다. <가정부는 보았다!>는 가정부가 엘리트가정을 돌아다니며, 그 가정에 감추어진 추문이나 위선을 알게 되고, 그에 개입하거나 자기 식대로 해결하는 것을 그린 미스터리 형식의 드라마로 가정 붕괴라는 비극적 결말을 지닌다. 일본에는 <가정부는 보았다!> 이외에도 가정부 시리즈가 굉장히 많은데, 이러한 전통 하에 <가정부 미타>가 놓여있다. 즉 오래된 가정부 미스터리 장르에, <여왕의 교실><파견의 품격> 등에서 새롭게 주조된 차갑고 기계적이고 만능의 여성 캐릭터가 접목된 드라마가 <가정부 미타>이다.



◆ SF 휴머노이드, 혹은 사이보그 메이드(하녀)

기계적이고 무한한 능력이 있는 캐릭터가 회사나 학교 등 전문직업의 세계가 아니라, 하필 감정노동과 돌봄 노동이 가장 많이 요구되는 가사도우미로 등장하는 것은 기묘한 무의식적 환기를 일으킨다. 기계적이고 무한한 능력이 있으며, 어떤 명령에도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며 스스로는 아무것도 판단하지 않는(“그것은 당신이 결정할 문제입니다.”) 극단적인 수동성을 보이는 이 존재는 흡사 ‘로봇’에 가깝다. 이를테면 미타는 ‘로봇 가정부’로서, 일본이 <철완아톰> 이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발전시켰던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혹은 기계인간(사이보그)에 대한 판타지를 품고 있다. 즉 미타는 ‘가정용 휴머노이드’의 완벽한 사양을 갖추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일본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무수히 변주되었던 여성사이보그 에로물의 특징을 지닌다.

예컨대 미타는 주인의 소원을 그대로 이루어주어 주인 스스로 모순을 발견하여 성장하게 하는 서사를 지니는데, 이는 <도라에몽>의 서사와 다를 바 없다. (무엇이든 나오는 그녀의 가방도 도라에몽의 도구주머니를 연상시킨다.) 또한 미타가 기계인간의 특성을 지닌 채 가사도우미 일을 하고 주인과 유대를 맺어나간다는 설정은 <쵸비츠>, <사이보그 그녀>, <메이드로이드 에리카> <핸드 메이드 메이> 등 사이보그 메이드 물들을 연상시킨다. (게다가 별반 매력이 없는 아버지 캐릭터를 아내, 내연녀, 처제, 가정부 등 많은 여성들이 애정을 주며 둘러싸고 있다는 점 역시 일본 애니메이션의 장르인 ‘하렘’메이드물의 분위기를 풍긴다.) 요컨대 ‘가정부 미타’의 캐릭터는 오래된 가정부 미스터리물의 전통에 수년간 형성되어 온 만능직장여성캐릭터를 더한 것인데, 그 결과 로봇 SF물과 사이보그 메이드의 포르노그라피적 상상이 어른거리는 변칙캐릭터가 탄생된 것이다.



<가정부 미타>는 불륜이나 왕따 등 온갖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모든 사회문제를 가정극 안으로 버무리면서, 모든 사회문제는 결국 개인의 문제이자 가정의 문제로 귀결시키는 대단히 퇴행적인 사회의식을 드러낸다. 마지막에 공개되는 미타의 사연도 <여왕의 교실>이나 <파견의 품격>의 주인공이 직업의 세계에서 부딪힌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대안적으로 채택한 캐릭터가 아니라, 기구하고 박복하며(한국판의 주인공 이름은 박복녀다) 심히 막장스러운 개인의 운명에서 비롯된 문제이자, 시어머니의 독설이라는 매우 봉건적인 관계에서 비롯된 외상이라는 점도 역시 퇴행적이다.

즉 <가정부 미타>는 일본대중문화의 전통과 무의식이 뒤엉킨 판타지의 종합판이자, 기괴한 퇴행성이 결합된 텍스트인데,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방사능누출이라는 최악의 재난을 맞은 일본인들이 감당할 수 없는 사회문제를 앞에 두고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고 “로봇 가정부가 우리를 구원하리라”는 퇴행적 판타지 속으로 함몰해 들어갔던 것이, <가정부 미타>의 경이적인 시청률을 낳은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가정부 미타>가 일본에서 흥행한 것은 텍스트가 보편적으로 훌륭해서가 아니라, 일본 내부의 특수성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가정부 미타>의 일본 내 성공요인에 대한 분석 없이 막연한 기대감으로 들여와, 한국적인 정서에 걸맞게 각색하는 작업도 거의 없이 한국판이 아닌 ‘한국어판’을 만들고 있다. 일본으로의 역수출을 의식한 캐스팅으로 보이는 최지우는 무표정으로 일관하지만, 원작의 마츠시마 나나코가 풍기는 음산하고 집중된 분위기를 내지 못하고, 초점 없는 도자기 인형 같은 맹한 느낌을 줄 뿐이며, 속사포 같은 대사를 긴장감 있게 전달하기에는 발성이 부족하다.

더욱이 올 한해에 <직장의 신>, <여왕의 교실>을 몰아서 본 국내관객의 입장에서 <수상한 가정부>의 기계적인 캐릭터가 신선하게 다가올 리 없다. 문화적 낙차나 작품외적 흥행요인 등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저 높은 시청률에 혹해서 판권을 사들이고, 한국적인 각색에도 게으르기 짝이 없는 물색없는 제작진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칼럼니스트 황진미 chingmee@naver.com

[사진=SBS, MBC,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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