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노준영의 오드아이] 지난 여름부터 가을까지 국내 공연계를 수놓은 이슈는 역시 페스티벌에 대한 것이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손에 꼽을 수 있었던 페스티벌들이 이제는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상황이고, 어쩌다 한번 오는 기회가 아니라 골라서 갈 수 있을 정도로 종류와 숫자가 많아졌다. 이러다 보니 이제는 잘되는 페스티벌과 안 되는 페스티벌이 명확하게 갈릴 정도다. 이런 페스티벌 이슈에 가려져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했던 또 다른 공연 관련 이슈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인기 가수들을 모아서 기획해 잇따르고 있는 한류 케이팝 공연들이다. 워낙 화려한 면모의 가수들과 수많은 팬들이 운집하다 보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다.

페스티벌과 마찬가지로, 인기 가수들을 한 자리에 모은 공연은 과거엔 그다지 수가 많지 않았다. 드림콘서트 정도가 대표적 케이스였고, 대형 기획사들이나 방송을 연계한 기획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일반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선다. GS, 이디야, 이랜드 등등 회사의 종류와 수도 다양하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탓에 팬들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필자는 최근 이런 공연의 대명사로 자리 잡게 된 G마켓의 Stay G6 공연에 다녀왔다. 현장 분위기와 방향성을 본 후 케이팝 공연 기획의 긍정적 측면과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이번 라인업은 역대 가장 화려한 면모를 뽐냈고, 지금까지의 공연 중 가장 많은 관객들이 모여 케이팝 스타들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에일리, 걸스데이, EXO, 승리, G드래곤까지 모인 라인업은 어딜 가도 부족함이 없을 탄탄한 수준이라는데 모두가 동의하는 것 같았고, 전반적인 무대 구성도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현장에서는 상당 수 외국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만큼 해외에서도 케이팝 스타들을 만날 수 있는 국내 공연에 많은 관심이 쏠려 있다는 뜻일 것이다. 사실 개별 아티스트들이 역량에 대한 말은 따로 하고 싶지 않다. 라인업에 포함된 아티스트가 모두 자신들만의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케이팝을 상징하는 아이콘들이었으니 말이다. 따로 미주알 고주알하지 않아도 의심의 여지가 없는 부분이다.

이런 공연들이 많아지는 건 접근성 향상이라는 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공연의 대부분은 응모와 추첨을 통한 초대로 이뤄진다. 따로 큰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참여를 위한 과정에 함께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는 비공식적인 거래는 제외하기로 한다. 이런 부분들은 지불과 결제 시스템에 대해 상대적으로 정보가 떨어지는 해외팬들에게도 용이한 형태가 되고, 10대와 20대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지점이 존재한다.

대중문화의 콘텐츠란 접근성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한다. 사실 ‘대중’ 이라는 말이 붙었기에 상업적 수익을 무시할 순 없겠지만,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대중적 소통의 과정 역시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공연들은 대중들과의 대화를 염두에 둔 모습이다. 이런 방식을 통한 접근성 향상은 케이팝 열풍을 이끄는 주체들에게 케이팝의 강점을 다시 돌려주는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이미지 개선과 케이팝에 기여한다는 긍정적 인식 또한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기획적 측면에서 볼 때도 충분히 긍정적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간에 기획을 통해 만들어 놓은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무대가 많아지는 건 좋은 일이다. 이 부분에서도 어쩔 수 없는 빈부의 격차, 혹은 기회의 불균등은 발생할 수밖에 없겠지만 차차 개선해 나가면 되는 부분이니 일단은 무대의 중요성을 먼저 생각할 수 있다. 음원 홍수 속에서 점차 눈에 들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고 있는 이런 시점에서, 많은 대중들이 함께 하는 이벤트가 많아지는 건 자연스런 홍보의 장을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아도르노는 대중음악을 즐기는 행위의 주체를 전문가, 청취자, 교양 청취자, 감성적 청취자, 질투 청취자, 오락 청취자 등으로 구분했다. 케이팝 공연의 중심은 대부분 흥분의 원천이 되며 주타겟 층이라고 할 수 있는 ‘오락 청취자’ 에 맞춰져 있다. 다른 대중음악 행위의 주체들이 충분히 자신들의 부분을 할당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다소 안타까운 측면이 있다. 공연 주제가 많은 주체들을 포용할 순 없는 게 사실이지만, 방향성 면에서 좀 더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품에 안고 위에서 언급한 주체들이 모두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들었으면 하는 게 가장 큰 바람이다.

공연의 질적인 측면도 좀 더 높일 필요가 있다. 현장에서 지켜본 결과로는 MR이 다른 게 나온다거나, 가수의 멘트와 다음 곡 진행 시간이 맞지 않은 등 공연 진행 면에서 다소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존재했다. 좀 더 전문적인 브랜딩화를 시키려면 프로가 되는 건 필수다. 공연 자체가 ‘케이팝 콘서트’ 에서 끝나지 않고 브랜드 파워를 지닌 느낌으로 성장시키려면 작은 것부터 챙기는 지혜로 완성도 높은 공연 기획을 할 필요가 있다. 공연이 가진 힘이라는 건 책임감에서 나온다. 아티스트들이 무대에서 책임감을 보여주는 만큼, 공연을 기획한 주체에서도 좀 더 높은 수준의 책임감을 보여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공연이라는 건 늘 대중들을 즐겁게 만드는 요소다. 특히나 요즘같이 다양한 콘셉트의 공연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케이팝 발전을 위한 작은 노력들이 큰 결실을 맺어 자체로 브랜딩화가 되고, 케이팝 홍보의 첨병 역할을 수행하길 기대해 본다. 이미 중심적 무대는 갖춰진 상태다. 완성도를 위한 작은 손길들이 지금 케이팝의 이미지를 좌우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노준영 noh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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