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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료 자진 삭감’ 이금희의 특이한 속사정
기사입력 :[ 2013-10-15 15:05 ]


이금희 출연료 자진 삭감, 애사심은 인정하지만

[서병기의 대중문화 프리즘] 최근 이금희가 KBS 1TV <아침마당>의 출연료를 자진삭감했다. 올해 수백억의 적자가 예상되면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KBS와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이라고 한다. 수많은 언론에서도 보도했듯이 이금희의 출연료 자진삭감 결정은 훈훈함을 안기고 있다. 여기까지가 전체의 맥락이라면 얼마나 미담이겠는가.
 
하지만 이금희의 출연료 자진삭감에는 간단치 않은 정서와 맥락이 존재한다. 이는 이금희의 출연료 자진삭감 의도를 의심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 아니라 이금희가 ‘특이한 프리랜서 MC’이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이금희는 프리랜서 MC이면서도 KBS에서만 일을 하고 있다. 교육방송 등에서 목소리 출연(내레이션) 등은 하고 있지만 본격 진행자로 활동하는 곳은 KBS뿐이다.

프리랜서 아나운서 또는 MC란 한 방송국에 묶여있는 상황을 스스로 깨트려 자신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다양한 매체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특정 방송사에 소속되면 그 조직의 흐름에 맞춰 프로그램을 맡는 반면 고용이 보장된다. 프리랜서로 나서면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에 도전해볼 수 있지만 영원한 비정규직 신분을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바람직한 프리랜서는 자신의 역량이 발휘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다양한 방송국에서 일을 하는 게 좋다. 그래서 개편 때 경질이 되어도 얼마든지 다른 프로그램을 맡으면 된다.

전현무는 KBS 퇴사 후 유예기간에 걸려 원래 소속사인 아직 KBS에서 프로그램을 맡지 못하고 있지만 다른 지상파와 케이블, 종편 할 것 없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맡아 한 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바뀌어도 별 상관이 없다.
 
이금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KBS는 제게 친정 같은 존재”라며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지만 한번도 KBS 밖으로 나가 프로그램을 한 적은 없다. 소속만 KBS 소속이 아닐 뿐 심정적으로는 늘 KBS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사심이 좋은 것은 인정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금희는 프리랜서 아나운서로서는 유일하게 KBS에서만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때문에 KBS 이미지가 너무 강해졌다. 그래서 MBC나 SBS에서 이금희를 안 쓰는 것인지, 본인이 제의를 거절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금희가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맡지 않는 것을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한 개를 맡아도 특정 방송사의 이미지를 강하게 지니고 있다 보면 프리랜서로 자유롭게 활동하는 데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이금희는 지난 2005년 MBC에서 <퀴즈의 힘>을 진행한 적이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얼마 안가 막을 내리는 바람에 프리랜서로 폭넓게 활동할 수 있는 어려운 기회를 이어가지는 못했다.
 
이금희가 KBS 프로그램만 맡고 있는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제작진(연출진)이나 후배 아나운서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존재가 될 수 있다. KBS의 후배아나운서들의 입장에서는 선배가 자신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프리랜서가 됐는데도 자신들과 똑 같은 일을 하면서 출연료는 훨씬 더 많이 받아가기 때문에 정서적으로도 서로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어렵다.
 
프리랜서란 시장의 논리건, 문화적 논리건 자유경쟁체제에서 들어감과 나감이 자유롭게 이뤄져야 하는데, <아침마당> 하나를 10년 넘게 진행해오고 있는 사람에게 프로그램을 그만두라고 하는 것은 해고 이상의 충격을 동반할 수 있다.
 
KBS 관계자는 “이금희 씨의 출연료 삭감은 (진행을 계속 맡는데 있어) 위험하다는 신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말의 사실여부는 아직 확인할 단계가 아니지만, 이미 출연료를 자진삭감함으로써 교체를 못하게 선수를 치고, 그런 여론을 형성하게 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프리랜서 아나운서가 꼭 다양한 프로그램을 맡을 필요는 없다. 자신이 잘하는 프로그램을 특화해서 맡는 것도 좋다. 이금희에게 특기는 <아침마당> 같은 생활 정보성 프로그램이다. 다른 방송국의 정보 프로그램도 맡았다면 별로 표시가 나지 않는데, 유독 KBS 이미지가 강해져 다른 방송국으로 가기가 힘들어졌다. 그래서인지 이금희는 2000년에 KBS를 퇴사했음에도 아직 KBS 직원으로 아는 사람도 있다. 이금희는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진행으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KBS 프로그램 고수’가 그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이건 이금희의 개인적인 문제만은 아니다. 어떤 프리랜서 MC도 원래 근무하던 방송사에서만 계속 일한다면 ‘건강한 공존’ 관계가 힘들어진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wp@heraldcorp.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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