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음악 르네상스? 록 음악 부활의 이유는?

[엔터미디어=노준영의 오드아이] 언제부터인가 록 음악이 힘을 못 쓰는 현상이 눈에 보였다. 가요 차트를 봐도 빌보드 차트를 봐도, 록 음악이 득세하는 순간은 정말 찾아보기 어려웠다. 흑인음악과 일렉트로닉 팝 계열의 음악들이 주도권을 탈환한 이후 록 음악은 좀처럼 과거의 영광을 되찾지 못했다. 묵직한 한방을 원하지 않은 대중들과 음악적 분위기도 한 몫을 담당했다. 음악이 점점 가벼운 소비재화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고민보다는 가벼운 즐김에 반응하는 게 익숙해져 버렸다.

그런데 요즘 음원 차트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음원 차트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가요계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예전보다 록 음악을 시도하는 아티스트들이 많아졌고, 메인급 아티스트들도 록 음악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물론 중간에 정통록 보다는 ‘어쿠스틱 록’ 열풍이 불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순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주제를 확인하고 넘어가야 하는 이유는 가요계를 지배할 새로운 트렌드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작은 록 페스티벌이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록 페스티벌은 무조건적으로 흥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회의적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가요계에서 록 음악이 차지하는 지분을 늘리는 데 기여했다. 지난 여름 ‘지산 월드 록 페스티벌’ 과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 ‘시티브레이크’ 등이 록 뮤직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궜다. 음악 페스티벌을 표방했던 ‘슈퍼소닉’ 도 많은 록 뮤지션들이 라인업을 빛냈고, 특히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였던 가왕 조용필은 ‘팝-록’ 으로 록 음악의 부활을 이끌기도 했다. 최근에 펼쳐졌던 ‘렛츠락 페스티벌’ 에 이르기 까지 페스티벌 문화를 선도한 아이콘은 단연 록 음악이었다. 음악 청취자들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음악을 즐기고 느낄 수 있는 이벤트가 바로 공연이라는 사실을 감안해 볼 때, 이 시장을 이끄는 힘이 ‘록’ 이라는 건 충분히 고무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음원 차트 최강자로 군림한 버스커버스커 역시 시작은 록이다. 어쿠스틱 록을 기반으로 자신들의 음악을 풀어가는 버스커버스커는 이번에도 역시 음원 차트 줄세우기에 성공하며 변함없는 인기를 과시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바뀌는 음원 차트에서 장기 집권이라는 이정표를 만들어 내며 록 음악의 대중성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환기시기도 했다.

최근 앨범을 발매하고 공식적인 발걸음을 내딛은 정준영도 마찬가지다. 그가 <슈퍼스타 K> 출신이라는 점과 압도적인 비주얼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좀 더 쉬운 방법을 택하지 않을까 예상했다. 소속사로 택한 곳이 그의 강점을 두루두루 알고 있는 CJ E&M 이라는 것도, <우결>에 출연하면서 예능으로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사실도 아티스트 보단 엔터테이너 쪽 방향성을 택할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은 보기 좋게 빛나갔다. 정준영이 <슈퍼스타 K> 때부터 보여준 록 음악에 대한 열정을 그대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콘셉트 자체가 록에 맞춰져 있었다. 정통 록 넘버부터 록 발라드에 이르기 까지, 메인스트림 시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록 음악이 중심에 선 앨범이었다. 그는 훌륭한 차트 성적을 손에 넣었다. 정공법이 제대로 통한 것이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동안 가요 시장이 지나치게 말랑말랑 해져 있었다는 점에서 원인을 찾고 싶다. 음악으로 ‘포효’ 할 수 있는 수단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음악이란 조용한 게 있으면 시끄러운 것도 있어야 하고, 말랑말랑한 음악이 있으면 강렬한 음악도 있어야 균형이 맞는 법이다. 하지만 아이돌 열풍이 불면서 이런 균형감은 완전히 깨져 있었다. 강렬한 일렉트로닉 팝 계열의 음악들이 대세를 형성하긴 했지만, 말초신경에 작용하는 강렬함이었다. 음악 자체가 묵직하게 청자를 공략하는 진중함은 없었다는 뜻이다. 가벼움에 지친 반작용으로 음악적 정통성을 가지고 있는 록 음악 장르를 찾게 되는 게 아닐까 라는 예상이 가능해 진다.

틈새시장에 대한 요구도 무시할 수 없다. 그동안 록 음악이 활발하게 이뤄진 공간이 인디씬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장르적 정체성을 갖춘 음악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지지 못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양한 장르를 듣고 선택을 해야 할 건 대중들의 몫이다. 하지만 알 수 없는 기준에 의해 필터링 된 음악들은 사람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했다. 물론 다원화된 사회에서 모두의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기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다양성을 더 진하게 만드는 시도와 기준들이 존재만 해도 훈훈해 지는 공간이 바로 여기였지만, 지금껏 가요계는 지나치게 한 트렌드에만 집착하고 있었던 것이다.

고인 물은 상할 수밖에 없다. 가요계를 지배하는 커다란 대세는 어쩌면 고인 물 같은 느낌일 수도 있다. 새로운 물이 들어오고 양이 줄었다가 늘어 나기도 하면서 이어져야 하는 게 당연한 이치였지만 딱히 이런 변화의 과정이 존재하지 않았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록 음악은 이런 판도에 발을 내민 ‘새로운 물’ 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반강제적으로 잠시 잊고 있었던 물이라고나 할까. 새로운 에너지도 되고 있지만, 그동안 지쳐있었던 음악 청취자들의 마음이 따뜻한 힐링의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좋은 일이다.

정준영은 데뷔 쇼케이스에서 자신의 음악을 기억해 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사실 록 음악은 ‘기억’의 음악이었는지도 모른다. 계속 이어지고는 있지만, 딱히 메인스트림에서 매일 같이 울려 퍼지는 음악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록 음악은 기억의 한 페이지를 넘어 새로운 기억들을 창조하고 있다. 이 느낌을 기다렸다. 발전하는 대세로 가요계의 다양성을 넓혀주길 기대해 본다.

칼럼니스트 노준영 nohy@naver.com

[사진=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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