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과 외모 겨루던 김재원, 배우로 거듭나다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등장하기 전까지 사람들이 생각하는 꽃과 남자의 조합은 화장품 브랜드 <꽃을 든 남자>였다. <꽃을 든 남자>에는 두부처럼 하얀 살결에 가지런한 치아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 김재원이라는 꽃미남, 아니 ‘두부남’ 스타가 있었다.

2002년 당시 김재원은 드라마 <로망스>에서 얼굴은 곱상하지만 성격은 제법 터프한 고등학생 최관우로 등장한다. 삼국지의 관우처럼 듬직하지만 긴 수염 휘날리는 맹장 관우보다 환한 미소를 보여준 김재원은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다. 이 드라마로 김재원은 국어교사 김채원을 연기한 김하늘에게 “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라는 유행어까지 선물한다. 이 유행어의 분위기가 완성 되려면 콧소리를 내며 회초리를 휘두르는 김하늘 뿐만 아니라 다부진 얼굴로 묵묵히 엉덩이를 맞는 김재원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인기는 물론이고 당시 김하늘의 이 대사는 여러 가지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패러디되곤 했다.

2002년 그 해 여름 김재원은 <꽃을 든 남자> 컬러로션 CF에서 등장하면서 또 하나의 유행어의 주인공이 된다. 이번에는 여배우 김하늘이 아닌 테리우스란 별명을 지닌 축구스타와 함께였다. 당시 안정환과 <로망스>의 신인배우 김재원이 함께한 <꽃을 든 남자> 컬러로션 CF는 큰 화젯거리였다. 마초보다 꽃미남에 가까운 두 스타가 서로를 쳐다보며 “피부가 장난이 아닌데.” “로션 하나 바꿨을 뿐인데”의 라는 독백을 내뱉는 이 CF는 역시나 수많은 패러디의 대상이 되었다.



<꽃을 든 남자> 컬러로션 CF의 마지막 장면은 안정환 김재원 두 모델의 얼굴이 함께 클로즈업 되면서 끝이 난다. 재미난 점은 두 사람 모두 미남이지만 각각의 개성만은 꽤 다르다는 사실이었다. 축구선수 안정환은 선은 곱지만 전형적인 조각형의 미남이었다. 하지만 김재원의 얼굴은 어딘지 밋밋하지만 하얀 피부와 웃는 이목구비가 선해 보이는 두부형의 미남이었다. 아마 조금 심심해 보이지만 그래서 더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는 심심한 2천 년대 두부미남 스타의 출발점이 아마 김재원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두부남 김재원의 2002년의 인기는 생각보다 그렇게 길지는 않았다. 꾸준히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았지만 <로망스>의 최관우 같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그의 매력적인 미소는 여전했지만 대중들은 쉽게 그 미소에 질리고 말았다. 다만 상대 여배우들과의 호흡은 좋은 편이었고 그의 연기 역시 나쁜 평을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꽃을 든 남자> 이후 11년이 지난 지금 두부남 김재원은 드라마 <스캔들>에서 그가 더 이상 “피부가 장난이 아닌” 스타만은 아님을 증명한다. 군 제대와 결혼 이후로 김재원의 연기는 옛날보다 더 폭이 깊어진 느낌이다. 아쉽게도 드라마 <스캔들>은 초중반의 긴장감에 비해 막바지에 접어든 지금은 다소 김이 빠진 기분이다. 하긴 이 드라마의 중심사건이었던 장은중 하은중 이야기의 봉인이 풀렸으니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겠다. 더구나 유괴범과 자기 자식을 유괴 당한 여인과의 애매모호하고 훈훈한 감정의 교류는 다소 뜬금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자 중심을 이끌어가는 하은중이자 장은중을 연기하는 김재원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스캔들>에서 김재원의 진짜 매력적인 부분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포커페이스만은 아니다. <스캔들>의 첫 등장부터 거의 막바지에 다다른 지금까지 김재원은 미소와 눈물 두 가지만으로도 시선을 끄는 데에 성공했다. 김재원의 미소야 이미 예전과 다름없이 해맑고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김재원의 눈물이 이렇게 서럽고 안쓰럽게 보이는 것은 <스캔들>이 거의 처음 아닐까 한다. 멋있게 울 줄은 알아도 서럽게 울 줄 아는 젊은 남자배우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그 눈물은 의미가 있다. 이 두부남 스타의 눈물에서 어느새 세월의 짜디짜고 먹먹한 소금기가 느껴질 줄은 2002년에는 과연 그 누가 알았을까?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MBC, ‘꽃을 든 남자’ 광고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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