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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속 터진 ‘결혼’, 배우들은 오죽했을꼬
기사입력 :[ 2013-10-28 16:18 ]


‘결혼의 여신’, 이건 ‘우연의 여신’이 아닌가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그간 ‘TV를 보고 글을 쓰는 사람’의 소임을 다하고자 모든 드라마를 시청하려고 애를 써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차마 볼 수 없어서 포기하게 되는 드라마들이 있다. SBS <결혼의 여신>은 중도 작파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좋아하는 연기자들이 많아서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끝까지 붙들고 있었던 드라마다. 그러나 마지막 회를 보고난 심정은 더도 덜도 아닌 유행어 “넌 내게 ‘모모’감을 줬어.”, 기대가 컸으니 실망도 더 클밖에, MBC <불의 여신 정이> 마지막 회가 가져다 준 실망감까지 더해져 한 주 사이에 연타를 당한 셈이지 뭔가.

각설하고 <결혼의 여신>, 이 드라마는 대체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한 사람의 잘못된 선택이며 집착이 주변인들의 삶까지 엉망진창으로 만들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인지, 아니면 악질과 속물들은 끝내 개화가 안 된다는 걸 입증하고 싶었던 건지, 돈과 권력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걸 깨우쳐주겠다는 건지, 그도 아니면 어떤 결혼이든 장단점은 다 있는 법이란 걸 얘기하려고? 이루어질 인연은 결국 이루어지 마련이라는 로맨스 차원에서? 진심으로 작가를 붙들고 묻고 싶다. ‘왜’죠?

이 마당에 가장 안타까운 건 그 좋은 연기자들을 죄다 모아놓고도 마음에 와 닿는 캐릭터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살다 살다 이렇게 매력 있는 인물을 찾아보기 어려운 드라마도 처음이니까. 그나마 강태욱 역의 김지훈은 천만다행, 막바지에 이르러 겨우 매력 발휘를 할 수 있었지만 김현우(이상우 분)와 송지혜(남상미 분)는 시종일관 우울하고 애매모호한 태도로 시청자를 속 터지게 했다.

주인공들이 이 지경이면 다른 배역이라도 뒷받침되어야 할 텐데 매회 불쾌지수나 높인 중견배우들은 물론이고 하다못해 아역까지 비현실적이었으니 무슨 말을 더하랴. MBC <최고의 사랑>에서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는 아역배우 양한열조차 별 활약을 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 아쉬운 건 조민수, 장현성, 장영남 등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에게 평면적인 연기만 주문했다는 사실이다. 특히나 송지선(조민수 분)의 경우 초반에는 워킹맘의 애로점이 집중 다뤄지며 관심을 받나 했으나 무슨 까닭인지 이내 이도저도 아닌 역할로 밀려나고 말았다. 시청자인 필자도 속상한데 배우는 오죽이나 답답했을꼬.



이처럼 속 터졌던 걸 늘어놓자면 한도 끝도 없다. 속물의 극을 달리는 예비 장모가 보라는 듯이 휴대폰을 탁자에 내려놓고 자리를 뜨는 사위, 이런 작위적인 설정들이 어디 한 둘이었어야지. 또한 부모 잃은 고아에 능력까지 두루 갖춘, 하늘이 내린 것 같은 연하남(곽희성)을 마다하고 폭언과 불륜을 일삼았던 남편과 재결합하는 권은희(장영남)의 답답함에 대해서도 다시금 얘기할 필요가 없지 싶다. 하지만 결혼이 주제이고 가족의 얘기라면 마땅히 있어야 할 ‘어른’의 부재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옳지 않을까?

그렇다고 사이코에 가까운 시어머니들(윤소정, 성병숙 분)과 예비 장모(박준금 분)의 개념 상실을 거론하자는 건 아니다. 그럴 가치도 없는 인물들이니까. 어이없었던 건 괜찮은 어른인 줄 알았던 지혜의 부친(백일섭)이 시댁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친정으로 요양을 온 딸에게 당장에 시집으로 돌아가라고 종용하는 장면이었다. 이 친정아버지는 급기야 이혼을 한 딸에게 가재도구를 던지며 대노하기까지 했다. 이 무슨 60년대 같은 설정인지 원. 그리고 사리에 밝은 어른이려니 믿어 의심치 않았던 김예솔(김준구 분)의 할머니(반효정)가 가져다 준 반전도 만만치 않다. 허영 끼는 있지만 그래도 제 딴에는 성의껏 아침상을 준비를 했을 손자며느리 노민정(이세영)에게 못 배우고 시집을 왔느니 마느니 하는 폭언이라니. ‘시’자 붙으면 너나 할 것 없이 똑 같다는 걸 알려주자는 의도였을까? 환상이 깨진 노민정의 결혼은 과연 계속 지속될 수 있을는지.

어쨌거나 <결혼의 여신>보다는 <우연의 여신>이 더 어울릴 법한 이 드라마는 많은 이의 예상대로 지혜와 현우의 극적인 조우로 열린 결말을 맞았다. 먼발치에서 바라본 그들이 손을 잡고 걷는 갈대숲은 참으로 아름다웠으나 이 드라마를 통틀어 머릿속에 남은 한 장면은 김태욱의 눈물뿐이다. 그 좋은 연기자들이 제대로 매력을 보여주질 못해서, 그래서 이 드라마가 안타깝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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