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에 이끌리는 듯한 매혹적인 모던 발레 ‘디스이즈모던’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웃음과 감탄을 연달아 내 뱉었다. 매혹적인 몸의 에너지와 언어로 전달되는 것 이상의 위트를 느꼈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예술의전당에서 막을 내린 유니버설 발레단의 <디스 이즈 모던>은 ‘해피 바이러스로 가득한 몸의 에너지란 어떤 것’인이 확실히 보여 준 무대였다.

<디스 이즈 모던>에서는 메시지와 분위기가 완연히 다른 4편의 발레가 소개됐다.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Relationship)’에 초점을 맞춘 한스 반 마넨의 <블랙 케이크>, 무용수들의 조각 같은 형상미가 드뷔시의 음악과 조화된 나초 두아토의 <두엔데>, ‘기품과 유머’가 특색인 이어린 칼리안의 <프티 모르>, <젝스 탄체> 모두 관능미와 절제미가 강렬한 작품이었다.

첫 무대에 오른 <블랙 케이크>는 상류층의 와인파티에 초대받은 커플들이 점점 만취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술기운에 따라 드러나게 되는 솔직한 감정 변화가 톡톡 튀는 안무와 몸짓으로 채워졌다. 우아한 몸짓을 보이는가 싶더니 곧 인간의 몸이 하나의 오브제가 되어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동작들이 이어져 웃음을 유발했다. 무용수 엄재용 이용정 후왕젠의 유연한 몸짓이 작품의 성격과 잘 어울렸다.

나초 두아토의 안무적 기량을 최대로 보여주는 <두엔데>는 제목 그대로 마술에 이끌리듯 매혹적인 에너지를 선사했다. 출연자 모두가 솔리스트 이상의 탄탄한 기량을 발휘하는 모던 발레이지만, 쉽지 않은 두아토의 안무를 훌륭히 소화한 무용수 강미선 이동탁 이승현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이어리 킬리안 작품의 특징은 ‘클래식과 모던의 절충’, ‘음악성’, ‘상징성’이다. 펜싱칼을 휘두를 때 나는 '휙휙' 소리로 시작된 <프티 모르>는 최소한의 의상만 입은 채 남자 무용수와 여자무용수가 팔과 다리로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몸의 곡선이 강렬함을 선사한다. 커다란 천이 무용수들의 육체를 휘감을 때 내는 울림, 에너지등이 모차르트 음악과 맞물리며 감동을 자아냈다.

실제 무용수의 파트너 역할을 한 바퀴달린 단단한 재질의 거대 치마 모형을 입고 휙휙 마법처럼 걸어 나오는 무용수들의 동작은 마술처럼 빨려 들어가게 만든다. 침묵과 에너지, 그리고 나약함 등이 유머와 어우러지는 후반 동작에선 웃음보가 터졌다.

넌센스한 6개의 극 속의 숨은 삶의 의미를 무용으로 표현해낸 <젝스 탄체>는 독일어로 ‘여섯 개의 춤’을 의미한다. 모차르트의 6개의 독일무곡에 맞춘 팔과 다리의 유쾌한 움직임이 어려운 세상을 역설적으로 풍자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고전 발레의 드라마적 요소보다는 인간의 의미와 인식을 강조한 상징적인 주제가 담겨있지만 장면 하나 하나는 열정과 유머가 가득하다. ‘각 장면의 의미가 뭘까’를 고민하게 하기 보다는 전체적인 그림과 이미지가 자꾸 무용 속에 빠져들게 했다.

무엇보다 <디스이즈 모던> 네 작품의 구성이 절묘했다.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며 행복한 몸의 기운을 전달 받았으니 말이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유니버설 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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