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공포(?), ‘무한도전’ 가요제의 정치학

[엔터미디어=노준영의 오드아이] 늘 별일 없이 살 것 같은 음원 시장에 파란을 일으키는 주인공들이 있다. 이미 발매가 예정되어 있는 아티스트들이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힘을 발휘하면,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될 만큼 말이다. 하지만 가끔씩은 사건을 넘어 ‘현상’을 만드는 주인공들이 있다. 지금 <무한도전> 가요제가 그렇다. <무한도전> 가요제가 기획되고 음원이 오픈 될 때 마다 차트를 올킬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무한도전> 가요제의 음원의 공개된 주에는 다른 아티스트들이 힘을 쓰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정도면 ‘음원 차트 올킬의 저력’과 같은 평범한 수식어로는 뭔가 부족한 면이 생긴다.

기획사를 비롯한 음반 기획자들의 입장에서는 <무한도전> 가요제의 이런 면모가 상당히 눈에 거슬릴 것이다. 그래서 주말 프라임 타임에 홍보가 가능한 프로그램의 구조를 비판했고, 이에 대해 상당히 많은 의견이 오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물론 딱히 결론이 나진 않았다. 이번 <무한도전> 자유로 가요제도 생각했던 것 만큼이나 화제를 모았고, 실시간 음원 차트는 역시나 이들의 이름으로 도배되어 있다. 방송 직후에는 ‘장미여관’, ‘무한도전 가요제 음원’, ‘I Got C’, ‘프라이머리’, ‘오빠라고 불러다오’, ‘하유두유둘’ 등 가요제 관련 단어들이 실시간 검색어를 모두 도배하기도 했다. 이정도면 프라임 타임 홍보만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수준이다. 도대체 타 아티스트들에게 남다른 공포를 조장하는 무한도전 가요제의 정치학은 무엇인가?

일단은 선택권 보장이다. 단독 출마가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후보가 여럿 존재한다. 이번 <무한도전> 가요제도 마찬가지였다. 김C, 유희열, 프라이머리, 지드래곤, 보아, 장미여관, 장기하와 얼굴들 등 청취자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라인업이 나왔다. 인디와 메인스트림이라는 두 갈래 향방은 적어도 여기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각자 자신의 음악을 하고 있는 아티스트로서의 존재감을 어필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 것이다. 덕분에 대중들은 일방적인 콘텐츠를 제공받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음악을 취사선택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어쩌면 이 음악들에 대한 열광적 반응은 여태껏 ‘대세’라는 미명하게 사라져버린 선택권에 대한 반작용인지도 모른다. 일명 대세 음악 장르만 공급되는 불균형 속에서 박탈되어 버린 대중의 권리가 여기서 피어나고 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이 말 자체가 지나치게 거창한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선택권을 보장한 건 맞다. 결론적으로 이 선택권이 <무한도전> 가요제 음원의 장르적 다양성을 보장했다는 사실도 놓칠 수 없다.

흔하게 듣던 아이돌 음악이 아니라는 점도 한번쯤 짚어보고 넘어가야 한다. 현재 가요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고 기획되는 형식은 여전히 아이돌 그룹이다. 음원 사이트를 보면 알겠지만, 여전히 신보 탭을 눌러보면 아이돌 그룹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이돌 대세가 한 풀 죽었다고들 하지만 여전히 아이돌 그룹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요 순위 프로그램이 아이돌 그룹으로 도배되는 건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무한도전> 자유로 가요제는 이런 아이돌 판국과는 달랐다.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모여 색깔 있는 음악들을 만들어 냈고, 일반적인 가요 프로그램에서는 볼 수 없는 음악적 재미를 이끌어 냈다. 가요 프로그램에서도 보여주지 못하는 음악적 재미를 예능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다는 건 시청자들에게 큰 메리트가 되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프라임 타임 홍보라는 한 마디로 이런 재미를 설명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

음악이 만들어 지는 과정을 통해 서서히 접근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무한도전>에서는 가요제를 앞두고 팀이 결성되는 때부터 작업이 이뤄지는 과정까지 전 부분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이는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또 다른 ‘과정’의 재미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남다른 인기를 자랑했던 건, 아티스트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는 특이성이 한 몫을 담당했다. 일방적으로 공급되는 음악 콘텐츠의 특성상 대중들은 최종 결과물을 손에 쥐게 된다. 하지만 때로는 결과 말고 과정도 궁금한 법,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이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무한도전>이 보여준 건 과정에 대한 색다른 해석이었다. 티격태격하는 사이에 음악이 만들어 지고, 이 부분을 센스있게 뽑아내며 시청자들이 음악에 접근할 수 있는 방향을 더욱 친근하게 만들었다.



음악에 더해진 예능적 요소도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요즘은 뭐든지 예능적 요소가 있어야 팔려나가는 시대다. 이제 대중음악은 명백한 소비재화다.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들어야 하는 음악도 필요하지만 웃음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도 필요한 시점이다. <무한도전>의 음악 자체가 예능감을 노리는 건 아니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콘셉트와 함께 음악을 따져본다면 예능적 요소가 결합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웃으며 즐기고, 혹은 웃다가 남다른 퀄리티에 깜짝 놀라게 되는 게 <무한도전> 가요제의 음원이다. 예능적 요소와 음악적인 이야기가 적절하게 결합되어 있다. 대부분의 음악들이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에서 적절한 처신을 보여준다. 어쩌면 <무한도전> 가요제의 성격 자체가 지금 사람들이 원하는 대중음악의 가치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대중들이 원하는 이야기에 대한 담론은 끊임없이 변한다. 그리고 이 요구를 맞춰갈 수 있는 콘텐츠는 결정적 순간에 대중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무한도전>은 그런 모습이다. 단순히 프로그램의 인기에 편승한 게 아니라, 이걸 넘어서는 무언가를 가지고 대중음악 시장에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사건이 아니라 현상이다. <무한도전> 가요제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논하는지에 관해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대중음악계의 문제적 현실을 타파하는 지혜가 여기서 나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

칼럼니스트 노준영 nohy@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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