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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진 칼럼] ‘시크릿 가든’의 대사
기사입력 :[ 2011-01-27 14:44 ]
[백우진 칼럼]“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이 추리닝(운동복)은 댁이 생각하는 그런 추리닝이 아니야. 이태리에서 40년 동안 추리닝만 만든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든 작품이야.”

“나한테는 이 여자가 김태희고 전도연이야.”

“길라임 씨, 내일은 어디가 예쁠 건가?”

시청자의 귀에 쏙쏙 꽂힌 뒤 여러 패러디를 낳으면서 회자된 ‘시크릿 가든’의 대사입니다. 시크릿 가든 잘 보셨는지요. 저는 몇 장면밖에 접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이전부터 드라마는 잘 보지 않았습니다. 집에서 TV를 없앤 뒤에는 드라마와 더욱 멀어졌습니다. 제 처는 주요 드라마를 휴대전화로 봅니다.



저는 셋째 책 재료를 인터넷에서 찾다가 다음과 같은 시크릿 가든의 대사 중 하나와 마주쳤습니다.

“왜 내 전화 안 받어. 내가 오늘 그쪽 때문에 무슨 짓까지 했는 줄 알어?”

이 말 중 무언가 어색하다고 여기지 않으세요? 이 말에서도 나온 ‘했는’은 요즘 우리말을 쓰는 사람 주 상당수가 어미 변화를 충분히 익히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일본에선 관객들이 잘 대해주셔서 맘이 편했어요. 특히 클럽 사장님들이 너무 잘해줘서 제 생일 파티만 서너번 했는 걸요.

- 한편 호스피스 간호사역으로 나오는 강예원은 월래 여주인공은 깡마르고 아름다운 목소리의 소유자였는데 강예원이 실제로 볼륨감 있는 몸매를 가지고 있어서 컴퓨터 그래픽(CG)으로 수정을 하려고 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답은 간단합니다. ‘했는’을 모두 ‘한’으로 고쳐야 합니다. ‘했는’ 다음에 나오는 ‘줄’은 의존명사입니다. ‘했다’는 동사를 명사 앞에 두려면 ‘했’에 ‘는’을 붙이는 게 아니라 다음 두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우선 ‘한다’는 기본형으로 돌아갑니다. 그 다음 이 단어의 어근에 ‘ㄴ’을 붙입니다.

다른 동사도 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꽃이 피었다’에서 ‘피었다’는 ‘피다’로 돌아간 다음 어근에 ‘ㄴ’을 붙여 ‘핀’이 됩니다. ‘올라가다’를 ‘올라간’으로 바꾸는 과정도 같습니다.

이런 반문이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교열을 거친 신문에서도 숱하게 ‘~했는’이 나오지 않느냐?”

- 기출 문제를 풀어 보는 것이 최적의 시험 대비 요령인 것처럼 자신이 지원할 대학이 2009학년도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무엇을 주로 평가했는지 파악해 둬야 한다.

- 참가자들은 ‘나라마다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일지 이번엔 꼭 정하자’고 다짐하며 모였지만 합의엔 실패했어요. 특히 개발도상국들이 많이 반발했지요. 온실가스를 줄이면 선진국들이 돈을 모아 2020년까지 1000억 달러 이상을 지원하겠다고 했는데도 개도국들은 거절했어요. 왜 그랬을까요.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이 경제에 큰 타격을 주기 때문이에요.

이 두 곳에서 ‘~했는’은 명사 앞이 아니라 어미 앞에 놓였습니다. 어미 ‘지’는 의문이나 여부를 표시하는 데 쓰입니다 ‘데’는 ‘그런데’를 줄여 붙인 걸로 이해되며, ‘아이디어는 좋은데 실행하긴 좀 어렵겠다’처럼 쓰입니다. 이들 어미 앞에서는 동사의 변형이, 명사 앞에서와 달리, 상당 부분 유지됩니다. 예를 몇 가지 더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 서류가 그쪽으로 넘어갔는지 알아봤다.

- 전세 버스는 정시에 왔는데 관광 가이드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 학생 한 명이 사라졌는데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저는 기자 초년병 시절 어디에선가 혹은 누구로부터인가 “기자는 기획과 취재, 기사작성에 이르는 업무의 단계 중 마지막에서는 우리말을 갈고 다듬고 지키는 역할도 해야 한다”는 ‘사명’을 접했습니다. 그 이후 바른 표현에 대한 집착이 시작됐습니다. 함께 일하는 기자의 글을 고치면서는 그 고질이 더욱 심해졌습니다.

몇 달 전, 기사에서 반복되는 오류를 저만 고치고 잊어버리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실수를 모아 『글은 논리다』(가제)라는 책을 쓰기로 했습니다. 초고는 거의 마무리했습니다. 얄팍하지만 꼭 필요한 책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칼럼니스트 백우진 cobal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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