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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후 “‘박연’, 내 옷에 맞게 박음질 할 것”
기사입력 :[ 2013-11-04 17:26 ]


[인터뷰] ‘푸른 눈 박연’ 배우 이시후

[엔터미디어=공연전문기자 정다훈] “배우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꿈이었다’는 거창한 말 다 빼고 ‘좋으니까 하고 싶었다’. 노래와 연기 외모 모두 타고난 배우들도 많은데 왜 그렇게 하고 싶었냐? 모든 걸 갖춘 채 꿈을 쉽게 이루고 살아가는 사람은 극히 소수이다. 나머진 다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난 우직하게 노력하는 달란트를 지니고 태어난 배우이다.”

■ <푸른 눈 박연>의 약속과 우정

서울예술단의 <푸른 눈 박연>(극본 작사 김효진, 작곡 김경육, 연출 이란영, 안무 손미정 박경수)이 오는 10일부터 17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오른다. 박연이라는 조선이름을 부여받고 조선여인과 결혼해 조선인으로 죽었던 조선 최초의 귀화 서양인인 ‘벨테브레’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이번 작품은 하멜보다 먼저 조선에 도착한 박연이 ‘왜 조선을 떠나지 않았는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조선인보다 더 조선을 사랑한’ 벨테브레 박연을 통해 위인이 아닌 진솔한 인간, 가난하지만 정 많은 조선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는 것.

-<푸른 눈 박연>이란 작품을 접하고 어떤 단어가 먼저 떠올랐나
“한 단어로 표현하면, ‘약속’이다. 연리, 덕구, 인조, 그리고 같이 표류된 남이산 남북산과의 지켜야 할 약속과 믿음, 의리가 크게 다가왔다. 이 점은 개인적으로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날 정신적으로 지원해주고, 도움 주신 분들과의 약속은 철두철미하게 지키는 성격이다. 그들과의 인연을 절대 끊지 않고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문장으로 말한다면, 벨테브레가 하멜에게 하는 말인 ‘살다보니 살아지게 되더라’란 문장이다. 정확한 사료인지는 모르겠지만, 벨테브레가 자신보다 26년 후 조선에 온 하멜을 붙잡고 그렇게 울었다고 하더라. 여러 가지 감정이 확 와 닿았다.”

-‘벨테브레는 왜 본국인 네덜란드로 돌아가지 않았을까?’에 대한 생각을 먼저 했을 것 같다.
“벨테브레란 인물은 불가피한 상황에서 조선에 표류하게 된다. 피부색도 다르고 언어도 다른 조선인들을 만나 같이 살게 된다. 한마디로 조선인들과 어우러지게 되는 건데, 왜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아마도 자기를 보살펴준 마을 사람들과의 정, 결혼까지 이어진 한 여인과의 사랑, 인조, 덕구와의 우정 등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덕구는 허구의 인물이긴 하지만, 작품 속에선 덕구의 사고로 인해 조선에 남기로 결심한다. 덕구는 박연이 조선에 완벽하게 남게 된 계기를 제공하는 인물이다.”

-1막에선 네덜란드어를 선보인다고 들었다.
“1막 초반은 네덜란드어로 말 한 뒤 연리와 덕구와 함께 지내면서 조선말을 몇 마디씩 하게 된다. 2막에선 조선 사람이 되가는 모습을 담아냈다. 네덜란드어가 독일어와 비슷한 거 같으면서도 조금씩 다르다. 생각보다 발음이 어렵다. 고미경 선배가 네덜란드 대사관에 아시는 분이 있어서 1막 대사를 네덜란드어로 번역할 수 있었다. 네덜란드어 인토네이션은 번역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했다. 대사가 잘 외워지지 않았지만 일단 열심히 외웠다. 그 다음에 최대한 네덜란드 대사 위에 의미를 실어보내려고 노력 중이다.”



■ 낭만 젠틀맨 <푸른 눈 박연>

-처음으로 여인과 사랑에 빠지는 역할을 맡았다. 연리와의 사랑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연리와 사랑에 빠지는 단계를 나누어서 접근해가는 중이다.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게 뻔한 수순으로 보여질 수 있다. 박연이 연리를 바라보는 입장은 귀엽다, 혹은 좋다의 느낌에서 시작된 관계가 연민을 거쳐 연모, 흠모의 단계로 나아간다. 연리가 몰락한 양반집으로 시집을 간다고 했을 때 잡아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데, 본인의 속마음을 확인하고 내 여자로 만들어야겠다고 확신하게 된다고 그림을 그렸다.

-더블 캐스팅 된 김수용 배우와 이시후 배우 둘 중 누가 더 로맨틱 박연인가
“수용 배우가 경력이 많아 잘할 것 같다. 멜로 연기는 해 본 적이 없다(웃음), 누가 더 로맨틱하게 보이는지는 보고 나서 결정해 달라.”

-‘곱다’란 단어가 특별해 보인다.
“덕구(박영수)의 넘버에도 있지만, 박연이 처음으로 내 뱉은 조선말이기도 하다. 고운 사랑과 고운 형제애를 느낄 수 있다. 바보 덕구, 그 친구가 바라보는 세상과 사물이 참 곱다. 가사들이 예뻐서 마치 초등학교 동요 같다. 그 고운 마음이 연리와 박연의 사랑을 연결시켜주기도 한다.”

-박연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고민했을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 덕구의 형 덕만은 조선 사람이지만 청의 사신으로 가게 되고, 박연은 네덜란드 사람이지만 조선에 남게 된다. 게다가 박연은 조선에 오기 전엔 납치와 강도짓을 일삼는 해적이었다. 그렇게 해적으로 살아오던 사람이 조선 사람 무리와 섞이면서 따뜻한 사랑과 우정을 경험하고, 가정도 꾸리고 된다. 조선 사람이 돼서 이 나라를 지키고 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다.

작품 속에선 본인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장면이 강렬한 안무와 함께 펼쳐진다. 즐거운 덕구의 결혼식 날 청나라가 공격을 해 와 괴로워하는 장면이다. 극단적으로 몰아간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계기가 명확하게 관객들에게 보여지지 않았을 것이다. 작품 속엔 ‘박연’의 전사와 안 나와 있어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 박연은 조선 사람의 정에도 분명 끌렸을거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궁금한 점이 많이 생겼을 것 같다.
“박연과 연리의 사랑을 보면서, ‘왜 외국인들이 동양 사람을 좋아할까?’ 궁금해졌다. 유명 배우인 니콜라스 케이지와 유명 감독인 우디알렌의 부인 모두 한국 사람이다. 인터넷에서 여러 가지 대답을 찾아봤더니, 서구 여인들에 비해 아시아 여자들 전체적인 이미지가 아기자기 하면서도 밋밋한 인상이다. 그리고 서구 여인들과 달리 어느 순간부터는 순정적인 여인이 된다는 답이 있었다. 박연도 연리를 그런 시선으로 보고 있지 않았을까. 연리 역을 맡은 김혜원 배우 이미지가 조선 여자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점도 캐릭터를 잡아가기 좋게 만든다.”

-반대로 연리는 왜 푸른 눈의 이방인 ‘벨테브레’에게 끌렸을까
“연리는 박연을 처음 봤을 때, 눈도 파랗고 머리색도 예쁘게 노랗고, 얼굴도 하얀 걸 보고 예쁘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호기심이 더 컸을 것 같다. 그러다 이 남자가 여자 짐도 들어주고, 꽃도 선물하는 것을 보고 호감이 생긴다. 조선여자에게 꽃을 준다? 그 꽃을 받는 조선여자 입장에서 보면, 그 남자가 분명 다르게 보였을 것이다. 그 시대 조선 남자와는 달랐던 것이다.

내 개인적 경험을 떠올려봐도, 가족 모두가 시장을 보러가면, 엄마랑 나는 짐 보따리를 낑낑대면서 들고 가면, 아빠는 저만치서 뒷짐 지고 가던 모습이 생각난다. 한국 남자들에겐 아직도 가부장적인 모습이 많이 남아있다. 그런데 레이디퍼스트를 손수 실천하는 박연이란 남자를 봤다. 멋있지 않았을까. 상대배우와 친해서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 두 인물의 감정선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 의견을 주고 받고 있다.”

- 박연이란 남자는 낭만 꽃미남이었나.
“대본은 계속 바뀌는 부분이 많다. 글쎄. 낭만 꽃미남이란 이미지보다는 살짝 살짝 섬세하고 낭만적인 남자의 모습이 비춰진다. 1800년대 당대 사진만 봐도 조선 남자들의 모습은 꾀죄죄한 모습이다. 그런 무리들 사이에서 기골이 장대하고, 멋있는 남자가 나타난 것이다. 특별히 박연이란 남자가 잘생기고 멋있다는 의미보다는, 우리가 외국인들을 보면 키도 크고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잘 생겨보이기는 그런 느낌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아주 이상하게 못 생기지 않는 한, 대부분 외국인들은 못 생겼다는 느낌을 주지 않지 않나.”



■ 이시후가 제대로 박음질 해 낼 ‘박연’이 궁금하다

-뚜렷한 얼굴선도 그렇고, 이번에 박연을 준비하며 머리도 노랗게 염색해서 외국인처럼 보인다.
“그 전엔 외국인처럼 보인다는 말은 들은 적 없다. 그런데 이번에 염색을 하면서 조금은 다른 경험을 했다. 거리를 지나가면, 외국인들이 약 2초 정도 쳐다본다. 짐작해보기엔 ‘어느 나라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동양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참 동양인처럼 생겼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처음으로 타이틀 롤을 맡았다. 느낌이 어떤가
“내가 이번 주연을 맡을 줄 몰랐다. 물론 배우로서 ‘주인공을 하고 싶다’는 욕심은 있었지만, 실제로 될 지는 몰랐다. 연습 초반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 얼마 전 포스터 촬영을 하면서 어깨가 무거워지는 걸 느꼈다. 의욕만 앞서면 욕심을 부르게 된다. 타이틀 롤에 대한 욕심 보다는 역할에 맞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 박연은 1막에서 대사가 많지 않다. 조선 땅에 와서 적응해 가는 그의 내면이 잘 비춰질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다.”

-박연이란 인물 옷을 입은 이시후 배우가 멋있어 보일 것 같다
“혜원 선배가 ”박연과 인조의 듀엣 장면이 멋있다“고 말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멋있어 보인다는 건 내 옷이 아닌 것 같다. 그 동안 강한 남자 역이나 악역을 많이 맡아왔는데, ‘박연’이란 인물은 강인함과 낭만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다. 거친 남자다운 선장의 모습도 있지만,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는 젠틀한 남자로 다가간다. 그 두가지를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멋있어 보인다는 시각적인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표현 할 박연이란 인물을 제대로 알고 내 옷에 맞게 박음질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서울예술단의 F4가 있다고 말할 정도로 이시후 박영수 김도빈 조풍래 배우의 활약이 눈에 띈다. 서울예술단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기량 외에도 외모적인 부분도 우월해야 하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예술단의 젊은 피를 만들어야 된다’는 말은 들은 적 있다. 나보단 다른 배우들이 팀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주고 있다. 특히 (박)영수가 들어오면서 분위기가 더 너그러워지고 밝아졌다. 예술단 작업을 우선으로 생각하면서 외부작업도 잘 해내고 있는 친구다. 그 친구가 그렇게 잘 해내니 다른 친구들이 외부 작업을 하는 것에 대해 ‘으싸, 으쌰 응원해주는 분위기다. (김)도빈이는 <블랙메리포핀스> 작업을 했고, (조)풍래도 <풍월주>작업을 하고 있다. 믿고 보는 서울예술단 공연이란 말도 있지만, 이 친구들의 인기로 서울예술단 공연의 티켓이 잘 팔린다는 말도 있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서울예술단 오디션을 볼 때, 무용파트, 뮤지컬파트, 타악파트로 나눠서 본다. 그렇다고 꼭 전공자에 국한된 것이 아닌 여러 가지 요소를 같이 평가한다. 무용극이 아닌 춤 노래 연기가 다 같이 어우러지는 극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서울예술단 배우들이 몸을 잘 쓴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번에도 역시 노래 한 곡 안에 엄청난 춤과 무용이 들어있다. 화려한 군무들이 펼쳐 질 것이다.“

-김효진 작가가 <푸른 눈 박연>이란 작품을 상당히 재미있게 썼다고 하던데
“덕구란 인물도 재미있지만, ‘금(최정수) 은(김도빈) 동(조풍래)’이란 인물은 거의 씬스틸러 수준으로 연습할 때마다 뻥뻥 터진다. 작가분이 캐릭터를 너무 재미있게 만들어주셨다. 최정수씨가 드라마에 합류하게 된 점도 주목해달라. 무용팀인데 노래도 연기도 다 잘하시는 분이다. 예술단 단원들이 부러워하는 목청을 가지고 있고, 예술단원들에서 찾기 힘든 저음을 지니신 분이다. 개인적으로도 그분 연기가 많이 기대된다.”

-많이들 궁금해하는 부분이 ‘서울예술단 공연 기간은 왜 이렇게 짧냐’는 거다. 일주일만 하고 막을 내려 아쉬워하는 관객들이 많다.
“(서울예술단 홍보 정지혜씨가 말을 거든다)”기본적으론 대관료에 따른 예산 때문이다. 그런데 <윤동주, 달을 쏘다>가 관객분들의 좋은 평을 받아 재 공연 된 것처럼 관객들의 애정으로 좋은 작품을 다시 만날 수 있다. <푸른 눈 박연>도 공연 기간이 길지 않지만, <윤동주, 달을 쏘다>처럼 재 공연 될 수 있길 많이 사랑해달라. “



■ 중고신인 10년차 배우 이시후

서울예술단에 입단한지 6년차 배우 이시후는 <잃어버린 얼굴 1895>, <윤동주, 달을 쏘다.> <바람의 나라>, <새벽의 천사>, <뒤돌아보는 사람 - 오르페오>, <청이야기>, <크리스마스 캐롤>, <로미오와 줄리엣>, <공길전> 등의 작품에 출연했다. 2003년부터 배우 생활을 시작했으니 10년차 배우다. 그 동안 주조역은 맡았지만 이시후란 배우를 확실히 알리진 못했다. 첫 주연을 맡게 된 <푸른 눈 박연>은 그에게 행운을 가져다 줄 작품으로 점쳐지고 있다.

-인터뷰 질문지를 사전에 부탁했다고 들었는데, 개인적으론 질문지를 미리 전달하지 않는다. 혹시 인터뷰에 부담이 있었나
“지금은 많이 그렇지는 않은데 인터뷰에 살짝 울렁증이 있다. 기자가 질문을 하며 마이크를 갖다 대면 머리속에서 병목 현상이 일어나는 식이다. 편하게 말을 못한다. (내성적인 성격인가) 20대에 처음 무대에 섰을 때 울렁증이 있었다. 배우 생활을 하며 많이 깨지면서 배웠다”

-무대에 서는 게 두려웠는데 왜 배우가 되고자 했나
“중학생 때부터 영화를 참 좋아해 배우에 대한 동경 같은 게 생겼다. 그러다 고등학생 때 <사랑은 비를 타고>란 뮤지컬을 처음 봤다. ‘뇌리에 쿵’할 정도로 강렬하고 운명 같은 만남이라기 보다는 ‘색다른 장르가 있구나’란 생각에 호감을 갖게 됐다. 그 뒤 연극이나 뮤지컬에 대한 막연한 상상력이 생겼고, 그렇게 배우가 되고 싶었다.”

-<청년 장준하>란 작품에 출연했던데 그 작품을 봤다. 그 때와 이름도 다르다. 그 이후 어떤 활동을 했나
“<청년 장준하>란 작품을 26세에 했다. 10가지 이상의 역할을 맡아 엄청 뛰어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그 이후 발레단에 들어가 3~4년을 지냈다. 발레 전공이 아니라 어느 정도 한계에 부딪친 것도 있고, 뮤지컬 무대가 다시 그리워졌다. 뒤늦은 나이인 31세에 서울예술단에 들어간거다. 서울예술단에 들어오고 나서 4년차가 된 시기에 이름을 이경준에서 이시후로 바꿨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이름을 바꾸기로 한 거다.”

-20대 후반에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배우 생활을 계속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나
“내 인생에 대한 고민으로 29세에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다. 오디션은 계속 떨어지면서 배우 인생에 빛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다. 그래서 다 그만두고 시골로 내려가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때 한 친구가 날 꽉 붙들어줬다. ‘네가 배우 생활을 해 본 게 기껏해야 4~5년인데 왜 그렇게 쉽게 결정을 내리냐. 좀 더 배우로 나가본 뒤 결정해도 늦지 않다’ 고 말했다. 그러던 중 예술단 오디션 공고를 보고 합격하게 됐다. 대전행이 아니라 서울에 계속 남게 됐다.”

-6년이 지났다. 서울에 남아서 배우로 계속 남기로 한 게 잘한 결정인 것 같은가
“1~2년 차 땐 예술단 공연이 많아 정신없이 지냈다. 3년차 때부터 보컬 레슨을 받으면서 배우로서 좀 더 날 갈고 닦았다. 뭐든지 한 번에 되는 경우가 없었다. 행운이 따르는 사람이 아니다. 또 달리 생각하면 내 노력이 뒷받침 되지 않아서 그랬겠지 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길게 보고 충실히 다져가자고 생각했다.”

-배우마다 행운의 배역, 행운의 작품이 있는데, 이번 작품이 그렇게 다가갈 것 같은가
“그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여기까지 왔다. 장난처럼 난 ‘중고신인 이다’ 고 말하고 다니는데, 이번 작품이 나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이번 작품은 교통편이 그리 좋다고 할 수 없는 성남에서 한다. 나도 예전에 <미스 사이공> 공연이 올려질 때 가보고 그 뒤론 성남을 가지 못했다. 우리 작품이 유명 대작 뮤지컬도 아니고, 조승우 같이 유명 배우가 나오는 작품도 아니다. 관객들이 얼마나 찾아줄 지는 모르겠지만, 우연치 않게 이 작품을 보러 왔을 때 ‘되게 재미있다’ 라고 말 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잘 된 거라고 생각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시후는 “배우라는 직업이 좋아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배우’로 산다는 게 좋으니까 하고 싶었다. 어딘가에서 들은 슬픈 이야기인데 (바로 앞에 있던 핸드폰과 컵을 가리키며) 사실 난 핸드폰으로 태어났는데, 컵이 되고 싶어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사람들은 평생 컵 언저리에서 맴돌다 죽는다는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듣고 난 하늘에서 내려 준 달란트가 뭘까. 생각이 들더라.

주변을 보면, 노래면 노래, 연기면 연기 또 다른 무언가를 다 잘하는 친구들이 있다. 소위 말해 이 친구들은 모든 직업에서 상위 1%를 차지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친구들을 보고 타고났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세상에 더 많지 않나. 달란트라는 게 꼭 바로 눈에 띄는 어떤 자질이라기 보다는 노력하는 자세도 되지 않을까.”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서울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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