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공연전문기자 정다훈] 11월, 대사 없이 노래로만 극을 이끌어가는 송스루 (Song-Through) 뮤지컬 3편이 개막한다. 지난 5일 롯데카드 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머더 발라드>는 한국 초연작이고, <요셉 어메이징>과 <벽을 뚫는 남자>는 이미 한 차례 이상 공연 돼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시대가 지나도 변치 않는 유쾌한 매력과 즐거움을 지닌 브로드웨이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은 새로운 배우들과 함께 보다 현대적인 모습으로 찾아온다.

<위키드>, <고스트>, <카르멘>과 함께 하반기 최고 기대작 중 하나인 창작 뮤지컬 <디셈버: 끝나지 않은 노래>는 뮤지컬계의 블루칩 김준수와 청춘, 낭만, 사랑 그리고 그리움이 담겨있는 故 김광석의 음악, 시대의 이야기꾼 장진 연출이 만났다는 사실 만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작품이다. 올 연말 기대작들이 프레스 콜 및 간담회를 열어 숨겨진 속살들을 공개했다. ‘끝나지 않는 뮤지컬 전쟁의 최강자는 누가 될 것인가’를 미리 점쳐보길 바란다.

■ 내 안에 잠재된 본능을 일깨우는 뮤지컬 <머더 발라드>

뮤지컬 <머더 발라드>는 2012년 뉴욕 브로드웨이 맨하튼 씨어터 클럽에서 초연 당시 오프 브로드웨이 공연으로서는 드물게 연장 공연과 함께 초연 캐스트 레코딩까지 발매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몰고 온 작품이다.

◇ 강점
김수로 프로듀서, ‘탐’역의 네 배우 최재웅 강태을 한지상 성두섭이 모두 입을 모아 말하는 <머더 발라드>의 매력 포인트는 ‘새로운 뮤지컬’이란 점이다. 우선 눈길을 끄는 점은 무대 위에 객석과 무대가 동시에 존재하는 블랙박스 극장을 활용한 무대라는 점. 무대에서 감상하는 스테이지석(Bar석)이 마련됐다. 그 결과 출연 배우와의 심리적, 물리적 거리감을 좁혀 인물들의 숨소리와 라이브 밴드 음악의 진동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배우들은 테이블 위에 올라가 연기를 하고, 바에 착석한 관객들과 객석에 자리한 관객들 사이로 배우들이 오가며 노래를 한다.

이성을 잠재우는 음악, 본능에 충실한 작품이다. 7년 만에 재회해 돌이킬 수 없는 사랑을 하게 된 남녀 탐과 사라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공간은 탐이 새로 오픈한 바이다. 자유롭고 파워풀한 락 음악이 함께한다. 원미솔 음악감독은 “대사가 없는 송스루 뮤지컬이다보니, 음악이 작품의 점, 선 면 모두를 담당하게 된다”며 “무엇보다 ‘흐름과 여백’을 잘 보여줄 수 있도록 중점을 뒀다”고 음악 포인트를 전했다.

◇ 숨겨진 재미는?
무대 위 네 남녀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가운데 관객과 함께 그들을 바라보는 이가 있다. 바로 나레이터이다. 어찌보면 남 이야기 하듯 자기 이야기에 빠져드는 인물이다. 문진아, 홍륜희는 "나레이터가 어느 시점에 개입하고, 또 빠지는지 지켜보면 재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역을 맡은 배우 홍경수는 “<머더 발라드>는 나 뿐만이 아닌 최재웅, 김신의 득남 득녀와 성두섭의 결혼 등을 돌아볼 때 복덩이 같은 작품이다”고 전했다. 탐 역의 최재웅은 "<머더 발라드>의 남자 배우들은 모두 같은 파마를 할 정도로 팀워크가 좋다“는 깜짝 발언을 하기도 했다.



■ 관객의 마음을 제대로 넘나들 <벽을 뚫는 남자>

1940년대 프랑스 몽마르뜨를 배경으로 어느 날 벽을 통과해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 한 평범한 남자 ‘듀티율’의 아름다운 사랑과 인생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

◇ 강점
KBS 일일드라마 <힘내요, 미스터김>의 총각아빠에서 다정한 연인 ‘듀티율’로 변신한 김동완, MBC <아빠 어디가>의 친구 같은 아빠에서 몽마르뜨의 신사 ‘듀티율’로 다시 돌아온 이종혁, 사랑스러운 ‘보통 남자’에 생기를 불어넣어 줄 뮤지컬 씬의 슈퍼스타 마이클 리가 포진됐다. 또한 최고의 웃음 폭탄 ‘듀블’ 고창석이 이번에도 함께한다.

관객들에게 한 폭의 그림과 같은 몽마르뜨 언덕을 산책하는 기분을 안겨줄 감미로운 선율 <쉘부르의 우산>, <아카데미 음악상과 그래미상을 수상한 영화 음악가 미셸 르그랑이 작곡한 음악을 변희석 음악감독이 지휘하는 라이브 밴드 음악으로 들을 수 있다는 점.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객석 앞 쪽 양 옆에 연주자들의 단을 만들어 객석에서 바로 연주하는 모습을 관람할 수 있게 함으로써 관객이 스스로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 그 배우의 한마디
"잠깐 쉬는 타임에도 마이클 리 형은 혼자 항상 열심히 연습한다. 마이클 리의 기록 노트를 보면, 그가 왜 뮤지컬 배우로 추앙받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우리 말 언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기 위한 노력이 노트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듀티율 역 신화 김동완



■ 겨울이면 찾아오는 힐링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는 뮤지컬의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라이언킹’, ‘아이다’ 등을 작사한 팀 라이스 콤비가 성경 속의 인물인 ‘요셉’의 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세련되게 재해석한 작품

◇ 강점
지난 2월 초연 시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갖고 꿈을 꾸는 요셉의 이야기는 모든 관객층이 즐길 수 있는 ‘힐링 뮤지컬’의 대명사가 될 만큼 뜨거운 사랑과 공감을 얻었다. 요셉이 부르는 발라드풍의 “Any Dream will do"과 엘비스 프레슬리를 연상시키는 파라오왕의 록큰롤, 요셉형들의 익살스런 컨트리 앤 웨스턴 풍의 노래, 칼립소와 샹송, 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이 선보이며,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뮤지컬의 스토리를 설명하는 나레이터와 어린이들의 합창, 앙상블의 합은 공연의 완성도와 감동을 더한다.

특히, 이번 앙코르 공연은 ‘무대’가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초연 당시 다채로운 배경을 선 보였던 LED 스크린을 과감하게 없애고 각각의 장면들을 사실적이고 현대감각에 맞게 아이디어 넘치는 세트들로 제작한 것. 4인 4색 요셉 정동하, 김승대, 박영수, 양요섭는 물론 주인공 요셉 이상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나레이터 역에는 막강 가창력의 소유자인 리사, 김경선 이혜경이 트리플 캐스팅 되어 신뢰감을 준다.

◇ 양요섭 요셉의 꿈과 비밀은?
"노래를 할 수 있는 무대들이 계속 있기를, 비스트 멤버 모두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그리고 비스트를 사랑하는 팬 분들이 계속 행복하기를 바란다. 조금 광대하지만 요즘 많이 느끼는 ‘꿈’이다. <요셉> 무대에서 특별히 뮤지컬 적 발성을 쓰려고 했다기 보다는, 배우는 물론 가수는 목소리로 표현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넓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그렇게 보인 것 같다. 정동하와 김승대 선배님들 모두 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잘 하신다. 다만 제가 조금 더 잘 하는 게 있다면 동선을 잘 외운다는 점이다. 형들이 ‘이 장면에서 어떻게 어디로 움직여야 하냐’고 물어 봐 동선을 가르쳐 준 적이 있다"-요셉 역 배우 양요섭



■ 김준수의 진심을 알고 싶은 뮤지컬 <디셈버>
故김광석 탄생 50주년 기념 창작 뮤지컬 <디셈버: 끝나지 않은 노래>는 국내 최초로 미발표곡(2곡)을 포함한 김광석의 자작곡(4곡)과 가창곡(18곡)을 들을 수 있는 주크박스 뮤지컬로, ‘기억 속 가장 찬란한 러브스토리’를 테마로 하고 있다.

◇ 강점
노래로 인생을 말했던 영원한 청춘 김광석의 음악은 이미 지난해 선보인 창작 뮤지컬 <그날들>,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 쓰였다. 영화배급사 NEW가 처음으로 제작하고 제작비 50억 원이 투입된 뮤지컬 <디셈버>에선 넘버 ‘그날들’ ‘바람이 불어오는 곳’ 모두를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 발표곡을 티켓파워의 1인자에서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김준수의 보이스로 들을 수 있다. 김준수의 연기 변신도 주목 할 만하다. 시와 음악, 낭만을 즐기는 20대 청년부터 공연 연출가가 된 40대의 모습까지 다 만나볼 수 있다. 시대의 이야기꾼 ‘장진’과 가객 ‘김광석’의 만남, 홀로그램과 미디어파사드로 만들어질 입체감 있는 무대 역시 기대감을 키우게 한다.

◇ 그 배우의 한 마디
“김광석 선생님의 노래가 담긴 CD 중 ‘미 발표곡’이라고 적힌 곡이 가장 끌렸다. 마치 보물함에서 보물을 꺼내듯 열어서 들어봤는데, 놓치면 후회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미 발표곡 2곡(다시 돌아온 그대, 12월) 중 ‘12월’이라는 곡이 더 끌렸는데, 뮤지컬 제목도 ‘디셈버’였다. 운명 같은 만남으로 다가왔다. 나에게 김광석은 알고 싶은 사람이다. <디셈버>는 내 진심을 담아낼 작품이다.”



■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11월 1일 BBC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은 1929년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네 명의 청춘 남녀가 사랑과 명예, 꿈을 걸고 벌이는 인생 승부를 화려하면서도 유쾌하게 그린 작품.

◇ 강점
브로드웨이에서 4,886회 이상 공연된 롱런 히트 뮤지컬답게 시대가 지나도 변치 않는 유쾌한 매력과 즐거움을 갖췄다. 국내에선 1983년부터 29년간 17번 리바이벌 된 인기작품이지만 명작이 가진 스토리와 캐릭터는 최대한 살리되 기존과 다른 새로운 창작물이 되길 원하는 스태프와 배우들의 열망이 담겨 있다. 정형화된 캐릭터가 아닌 다른 사라(김지우 이하늬), 스카이(김다현 류수영 송원근)가 되길 바라는 이지나 연출은 1920년대 미국의 시대적 배경을 그대로 고증하기 보단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 2013년 비주얼로 재탄생 시켰다.

◇ 사랑에 울고 웃는 2013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레시피
주인공 '스카이', '사라', '네이슨', '아들레이드'로 대변되는 젊은 남녀의 고민과 갈등을 지금 세대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현 시대를 반영한 영리한 대사 연출과 이야기 전개가 돋보인다. 책을 읽으며 자신을 한탄하는 신영숙 ▪구원영 '아들레이드'의 <탄식의 노래>, 사랑에 빠진 '스카이'와 '사라'의 듀엣으로 아름다운 하모니가 돋보이는 <처음 느낀 감정>, 스카이와 도박꾼들의 역동적인 안무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운의 여신이여> 등을 주목할 것. 뮤지컬의 주관객층인 2030뿐만 아니라 중년 관객들에게도 어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층 높이의 무대에 브라스 밴드를 오픈 스테이지로 배치해 ‘보이는 음악’을 무대 디자인으로 연출 해 라이브 밴드의 역동적인 연주와 함께 마치 관객과 마주앉아 이야기하는 듯 한 레치타티보 형식의 노래들이 듣는 재미를 더한다.

◇ 그 배우의 한 마디
“이율은 아들레이드에게 ‘누나’라고 부른다면 나는 ‘베이비’.‘친구들’, ‘자네들’이란 호칭을 쓴다. 율이 공연한 걸 봤는데 정말 재미있게 잘 해. 내가 20년 전 했던 귀여움을 떨고 있는 걸 보고. 그날 집에서 잠을 잘 수 없었다. 세월이 흐른 뒤 내가 다시 했을 때 이런 느낌을 줄 수 있을까?란 생각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네이슨 역 박준규

“박준규 선생님이 좀 더 능수능란하게 아들레이드를 다룬다. 박 네이슨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라면 ‘존재 자체가 차별이다’.”-네이슨 역 이율



■ 스토리와 음악, 퍼포먼스의 판타지 3박자가 조화를 이룬 <카르멘>

12월 6일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카르멘>은 ‘카르멘’을 둘러싼 네 남녀의 지독하고 강렬한 사랑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

◇ 강점
드라마틱한 음악을 바탕으로 서커스, 매직, 애크러배틱, 공중 실크액트 등 기존 뮤지컬 무대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고난도 퍼포먼스, 영원히 반복되는 ‘카르멘’의 운명을 상징하는 원형의 무대와 집시풍의 이국적인 그림들, 유럽의 주술이나 전설에서 영감을 얻은 상징물들로 채워진 무대, 차지연과 바다가 분할 자유로운 영혼 ‘카르멘’, 류정한과 신성록이 분할 절제와 욕망의 기로에 선 ‘호세’에 대한 기대감이 <카르멘>의 강점이다.

◇ 음악의 힘
뮤지컬 <카르멘>은 사랑을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연인들의 갈등을 시작부터 끝까지 끊임없이 흐르는 음악으로 끌어간다. 스페인, 프랑스, 동유럽 등 다양한 나라의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프랭크 와일드혼의 <카르멘> 음악들은 관습과 규칙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멜로디와 다채로운 감성의 선율로 채워졌다. 지난 4일 청담동 클럽 엘루이에서 열린 ‘VIVA CARMEN(비바 카르멘)’ 쇼케이스에서 주요 넘버 비바(Viva), 그럴 수만 있다면(If I Could), 다른 사람이 된 나(The Man I Have Become), 단 하나의 기도(My Only Prayer), 너는 내가 가진다(You Belong to Me) 등이 공개됐다. 처음으로 넘버를 들은 관객들의 우호적인 반응만 봐도 연말 기대작으로 손꼽을만하다.

◇ 연출의 한 마디
김동연 연출은 “매뉴얼이 촘촘한 브로드웨이 작품과 달리 체코 원작의 <카르멘>은 대본, 음악, 무대 디자인 등의 부분에서 현지 크리에이터의 의견 반영에 열려있다”며, “캐릭터를 더욱 강화해 스토리와 무대 사이의 개연성을 높여 한국 관객들이 더욱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변신 중”이라고 전했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허영옥, 쇼노트, CJ E&M, 아시아브릿지컨텐츠㈜, ㈜쇼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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