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하지 않은 사람이면 좋겠어요. 방송에 나와서 불쾌감을 준다거나 방송 부적격자 취급을 받지 않으려는 노력을 신인 때부터 해왔습니다. 박장대소는 선사하지 못할지언정 보고 있으면 기분 좋아지고 왠지 유쾌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항상 유치해지지 말자, 대신 일찍 철들지도 말자, 그게 제 철학이라면 철학이랄까? 그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지녔으면 좋겠고요. 진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지,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누군지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판단력 또한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 KBS <승승장구> 신동엽의 한 마디

[엔터미디어=정석희의 그 장면 그 대사] 데뷔 21년 차 연예인으로서의 방송 철학을 묻는 <승승장구> MC 김승우의 질문에 신동엽이 이런 답을 했다. 연차에 걸맞은 소신 있는 답변이었지만 1,2부에 걸쳐 회자된 ‘사업 실패’가 떠올라서일까? 그중 ‘진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지,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누군지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대목이 특히나 마음에 와 닿았다. 비단 실패를 경험한 신동엽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되새겨야 옳을 말이지 싶다. 내 주위의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누가 진정으로 나를 아껴줄 사람인지 제대로 알아볼 혜안을 지니고 있다면 그 보다 좋은 일은 없을 테니까.

한때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 인기가 있었던, 그리고 그에 버금갈 두 차례의 시련도 겪은 신동엽. 시련이 올 적마다 가깝게 여기던 이들의 배신이나 무관심으로 크나큰 상처를 입었었나 보다. 자신을 진심으로 응원해줄 누군가의 필요성 또한 통절히 느꼈던 모양이고. 그러나 첫 번째 시련인 대마초 사건 당시, 본의 아닌 1년간의 칩거로 아버지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그 덕에 아버지가 겪고 계시던 고초를 눈치 챌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잃는 것이 있으면 그 반면 얻어지는 것도 반드시 있는 법, 침체기였지만 대신 아버지를 지켜낼 수 있어서, 가족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어서 고마웠다는 그에게서 어느 때보다도 진심이 느껴졌다.



또한 두 번째 시련인 사업 실패를 두고도 모든 게 자신의 욕심에서 비롯되었다며 스스로의 과오를 솔직 담백하게 인정했다. 어디 그뿐인가. 리얼리티에 적응키 어려워하는 자신의 약점이라든지, 지난날의 스캔들, 자잘한 가족사까지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그는 이제 여유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한 사람의 인격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여러 해 동안 그의 언행을 예의 주시해야 옳다고 했던가? 21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를 지켜봐온 시청자 입장에서는 실패를 한탄만 하는 게 아니라 즐거이 그 실패를 회복할 방법을 찾아 나선 그가 부럽기만 하다.

“동엽이 형의 가장 큰 장점은 빨리 깨닫는다는 거예요. 무슨 큰일이 있든 천재지변으로 여기고, 수업료를 냈다고 생각하고, 그 깨달음을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은 곳으로 오르리란 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몰래온 손님’ 김생민이 신뢰해마지 않는 선배를 위해 한 마디를 보탰다. MC 김승우의 마무리 멘트마따나 최고의 등반은 정상에 서는 것이 아니라 정상에 서기까지의 여정이 아니겠나. 시련을 딛고 찬란한 미래를 향해 차근차근 나아가기 시작한 신동엽, 이젠 누가 가장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인지 알게 됐지 싶은 그에게 칭찬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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