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의 속물근성, 갈수록 불편해지는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이번 주 MBC TV <황금어장-라디오스타> 방송 이후 김구라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김신영, 케이윌, 이봉원, 한재권 박사가 각자 빠져 있는 것을 이야기하는 키덜트 특집이었는데, 문제는 만지지 말아달라는 케이윌의 말을 무시한 김구라가 그가 애지중지하던 아이언맨 피규어를 떨어뜨린 것이다.

케이윌은 진짜 얼굴이 붉어졌고 김구라는 즉시 사과했다. 하지만 곧이어 상대적으로 싼 거 떨어뜨렸으니 ‘잘 떨어뜨렸다’거나 ‘100만원도 안 되는데 화나서 카메라 끄려고?’ ‘이런 걸로 유세를 떤다’는 발언이 이어진 게 문제가 됐다. 게스트를 대하는 태도부터 타인이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가격으로 재단하는 속물주의적 가치관까지 불편함을 산 것이다. 여기다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는 김신영을 별나게 보는 것과 계단을 올라가는 최첨단 이족 보행로봇을 보고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대하는 태도까지 겹쳐졌다.

이 논란은 명실상부 최고의 MC자리에 오른 김구라에 대한 현재 대중의 호감도를 보여준다. 김구라는 변하지 않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음이 감지되는 것이다.

그의 개그 스타일이 불편해지는 이유는 그가 진짜로 거만해져서가 아니다. 첫째는 그가 가진 포지셔닝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이 노출되면서 발생한 피로가 있고, 둘째는 그의 입지가 변했기 때문이다. 독설과 속물주의는 그가 (본인도 바라지 않겠지만) 유재석이 될 수 없는 한계인 동시에 사람들이 김구라를 재밌어하는 이유다. 문제는 별로 잃을 게 없다는 태도로 방송했던 때와 지금 그 느낌이 달라졌다는 데 있다. 속물주의에 바탕으로 두고 있는 김구라 코미디의 정서와 높아진 김구라의 입지 사이의 충돌이다. 쉽게 말해 이른바 B급 정서를 품고 있었을 때는 그의 속물주의나 독설에 애잔함이 있었지만, 오늘날 최고의 MC로 성장한 김구라가 그런 모습을 보이면 안하무인의 거만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지금의 그는 알이 큰 시계를 차고 다니지만 한때는 잃을 게 없는 파이터였다. 그는 록키가 그랬듯 맞으면서도 전진했다. 아무도 못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그가 독설가로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명쾌했고, 금기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방송스러운 방송을 거부하고, 게스트를 소위 띄워주는 멘트를 삼갔다. 강원래가 눈물을 보이며 토크쇼라면 으레 그래야 한다는 듯 감동코드로 전환되려는 찰나에 됐다고 손사래를 칠 수 있는 지금도 유일한 방송인이다. 매니저가 검토한 대본이나 질문지 따위는 고려치 않고 민감한 질문을 뜸들이지 않고 그냥 툭 내던졌다.

카운터펀치를 피할 생각할 때 생각지도 못한 잽에 정신을 잃게 만들었다. 그리고 솔직했다. 모두가 궁금해 하고 하고 싶은 말을 긁어주었다. 이는 마치 아무도 원치 않는 회식자리에서 혼자 신난 상사에게 무표정한 얼굴로 이제 됐으니 그만 가자고 말하고 일어나는 멋진 선배와 같았다. 쉽게 말해 우리 편이었다. 이런 그가 드러내는 속물근성이나 타인을 하대하는 태도는 솔직함이었고 맥락을 비트는 유머로 다가왔다.

그런데 JTBC <썰전>의 경우처럼 김구라가 함께 방송하는 멤버들의 경력과 인기를 압도하는 상황이 왔다. <더 지니어스>에서는 이런 독선적이고 꼰대스러운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가 달라진 건 없었지만 하대하는 말투와 표정, 대놓고 무시하거나 명령하고 이끄는 진행 스타일은 김구라의 입지가 변함에 따라 콘셉트가 아니라 실제로 느껴졌다. 높아진 자리에서 똑같이 행동하니 불편해 보이는 것이다.



이처럼 프로그램 내에 김구라를 견제할 수 있는 이가 없어지면서 그의 부정적인 모습은 더욱 부각됐다. 특히 그의 안마당인 <라디오스타>에서 균형이 무너진 것은 크게 다가온다. 설정 자체가 원톱이었던 타 프로그램과 달리 <라스>에서 김구라는 네 가지 색깔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제 그를 제어할 MC는 없고, 당연히 MC간의 수다도 사라졌다. 대화는 사전 인터뷰를 통한 에피소드식 토크로 흘러간다.

이런 토크쇼는 당연히 진행을 맡을 MC가 필요할 수밖에 없고 어찌 보면 김구라가 장난으로 말한 것처럼 나머지 MC들은 이제 동등한 입장이 아니라 ‘그의 똘마니’라고도 볼 수 있을 정도로 김구라발 낙수효과를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여기서 또 하나의 큰 문제가 생겨났다. 삐딱하게 앉아서 찡그려 붙인 (그전까진 코미디 요소였던) 김구라의 불용과 안하무인의 표정은 나이를 먹은 <라디오스타>안에서 훨씬 꼰대스럽게 다가오는 것이다.

이번 주 ‘키덜트 문화’를 보자. 이봉원은 철없는 모습을, 김신영과 케이윌은 동심과 수집욕구라는 키덜트의 전형적인 특성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 모든 건 로봇 공학자 한재권 박사를 위한 들러리일 뿐이었다. 키덜트 문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가 이런 열정이 로봇공학처럼 크고 의미 있는 일로 발전될 수 있다는 논리로 연결이 된다. 하지만 이는 키덜트에 대한 의미 파악 부재이자 이상해 보이는 일이라면 굳이 긍정적인 면을 찾아야만 하는 꼰대의식의 발로다.



키덜트는 혼자만의 취미다. 김신영처럼 6~7살 꼬마처럼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케이윌처럼 수집하면서 자기만족을 하는 걸로 족한 거지 이걸 로봇공학으로 이어붙이고 확장하는 건 너무 강박적인 꼰대스런 발상이다. 이러니 계속해서 아는 척을 하려 들고, 케이윌에게 그냥 사주겠다는 말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바로 이런 지점이 불편한 것이다. 이는 지난주 마술사 최현우에게 건 온갖 딴죽과 깐족도 이런 프로그램의 논리구조 위에서 두드러진 상황인 것이다.

김구라는 우리나라 정서에서 혼자서 가기는 힘든 타입이다. 옆에서 이리저리 잡아주고 놀려주면서 그의 태도와 속물주의 정서를 끊임없이 희화화하는 물타기를 해줘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은 그게 코미디이고, 맥락을 뒤트는 유머라고 생각하고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지금처럼 가장 높은 곳에서 내리찍듯 다가온다면 불쾌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다. 달은 차면 기울기 마련이다. 김구라는 지금 정점에 올랐다. 이제 다시 내려오든, 유한 이미지로 전환하든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주어야 할 때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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