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media 주요뉴스

‘세결여’ 김수현 작가 입담이 버거운 배우들
기사입력 :[ 2013-12-09 15:05 ]


‘세결여’의 젊은이들에게 영혼이 없는 이유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90년대에 작가 김수현은 홈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와 <목욕탕집 남자들>로 어마어마한 시청률을 기록한다. 그리고 그 이후 지금까지 김수현 홈드라마에는 언제나 특유의 법칙이 존재한다. 말썽을 피운들 결코 부모의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가지 않는 젊은 자식들이 등장한다는 법칙이다.

우선 언제나 결혼을 거부하거나 결혼을 못하는 큰딸 혹은 둘째딸이 등장한다. 물론 결혼 문제 등등으로 엄마와의 입씨름이 몇 번쯤은 붙어줘야 한다. 또한 막내아들들은 효심은 깊으나 어딘지 살짝 나사 풀린 녀석이라 누나들이나 부모에게 종종 지청구를 듣는다.

이후 홈드라마에서 이 방식들은 조금씩 변주가 되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녀의 최근 히트작이었던 JTBC의 <무자식 상팔자>에서도 마찬가지다. 딸들은 여전히 엄마를 사랑하면서도 무시하고, 아들들은 밖에서 종종 사고를 칠지언정 부모에게는 늘 깍듯하다.

물론 자식들이 평온한 가정에 불러오는 비바람이란 90년대에 비해 훨씬 더 어마어마해졌다. 90년대 홈드라마에서 미혼모가 되겠다는 큰딸의 선언이나 장남의 커밍아웃 같은 사건은 등장할 수 없었을 터였다. 그리고 작가는 이러한 큰 사건들을 예전과 다름없이 가족의 사랑이란 울타리 안에서 해결한다.

그런 까닭에 김수현 작가의 홈드라마 속 되바라진 젊은이들은 겉보기와 달리 어떤 안전장치의 기능을 한다. 세상이 아무리 삭막해지고 젊은이들이 버릇없거나 큰 고민을 안고 있은들 알고 보면 효자효녀고 결국 가족의 사랑 안에서는 모두 해결될 문제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방식. JTBC의 <무자식 상팔자>가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그 드라마는 백발이 성성해지는 이들의 축 처진 어깨를 다독여주기에 퍽 좋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안전장치가 아니라 드라마를 이끄는 기폭제가 되는 순간 상황은 달라진다. 슬프게도 김수현 작가는 어린아이의 마음과 노인의 마음은 잘 꿰뚫고 있지만 젊은 사람들의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은 예전 같지 않다. 그녀의 작품 치고 큰 사랑을 받지 못했던 <천일의 약속>을 지나 최근 방영되는 SBS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까지 젊은이들은 지극히 표피적으로 다가온다.

<세결여>에 등장하는 이십대 중반에서 삼십대 중반에 이르는 인물들에게 매력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들은 예식장에서 신부를 두고 도망칠 만큼 대책 없고, 때로는 딸을 친정집에 맡기고 재혼할 만큼 당당하고, 사랑하는 아내에게 늘 달콤한 말을 속삭일 만큼 멋있다. 하지만 이들의 태도는 어딘가 지금의 젊은이들의 방식과 괴리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대사나 사고방식이 아무리 쿨해도 쿨하다기보다 억지로 쿨한 척하는 90년대의 인물들로 보인다.

그들의 직업군이 과거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쇼호스트나 애완동물 의상 디자이너, 아담하고 예쁜 동물병원의 수의사인들 그 괴리감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지금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는 사고방식과 가치관, 고민, 심지어 꿈꾸는 연애방식과도 몇 다리 건너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세결여>에서는 작가의 화려한 입담으로 존재감만은 뚜렷하나 영혼은 없는 젊은이들이 탄생한다. 이 영혼 없는 젊은 인물들이 드라마를 끌고갈 때 <세결여>는 힘을 잃는다.



더구나 이러한 등장인물들을 연기하는 젊은 배우들 역시 자신의 입말이나 감각과 잘 맞지 않는 작가의 대사를 읊느라 버거워하는 것에 눈에 보인다. 주연배우란 무게감에 각성한 듯한 이지아나 전작에서 작가의 드라마와 호흡이 잘 맞았던 엄지원의 경우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다른 젊은 배우들의 경우 대사의 의미는 작가의 의도와 다르게 비틀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 하석진의 사랑 대사는 멋있는 것이 아니라 느끼해지고, 서영희의 푸념 대사는 너무 연극적으로 변하며, 조한선의 위트 있는 대사는 종종 뜬금없게 들린다.

반대로 <세결여>가 활기를 띠는 순간은 노역 인물들이 등장할 때다. 김용림이 연기하는 최여사의 패악은 얄밉지만 귀엽다. 강부자가 연기하는 손보살은 이 드라마의 무게감을 실어준다. 또한 이 노년의 인물들을 그리는 작가의 솜씨 또한 여전히 빼어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세결여>의 전체적인 재미가 살아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드라마에서 세 번 결혼하는 여자가 최여사나 손보살은 아니니까 말이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S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뒤로가기 인쇄하기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