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탄’, 이은미의 세 가지 패착

[서병기의 프리즘] MBC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의 차별점은 멘토 시스템이다. 하지만 멘토가 멘토링뿐만 아니라 심사까지 담당하고 갈수록 경쟁이 더해지면서 자신의 멘티와 타인의 멘티와 관계없이 초연한 심사를 내리기가 힘들어졌다. 이런 상황은 당락의 70%를 쥐고 있는 문자투표 표심(票心)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은미는 이러한 흐름에서 자신이 오랜 기간 쌓아온 뮤지션적인 이미지까지 흔들렸다. 노지훈과 데이비드 오에게 후한 점수를 준 반면 김태원의 멘티인 백청강에게 지드래곤의 모창 냄새가 난다며 7.2점을 주었던 게 결정적 화근이었다. 이은미는 멘토링 시스템의 과열이 야기할 문제점들을 미리 알았더라면 몇 가지 점에서 대비를 했어야 했다.

우선 이은미는 멘티들에게 너무 자신의 스타일로 끌고가려는 욕심을 부렸다. 멘티들의 개성과 특성을 살리는 방식이 아닌 자신이 믿는 바를 강하게 주입시키려고 했다. 차라리 멘티들을 방목(放牧)하는 시스템이 훨씬 나을뻔 했다. 1급수 김혜리는 주눅이 들어 발전 가능성과 개발 여지가 차단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은미의 멘티들에게서 음악을 즐기는 모습을 보기는 힘들었다.
 
이은미는 심사할 때도 유독 노래할 때 명심해야 할 기능적 방식에 집착하는 것 처럼 보였다. 두성을 사용하지 못한다, 목소리가 입앞에서만 맴돈다, 그렇게 부르다가는 성대 망친다, 좋은 악기를 지니고도 활용을 못한다는 등 줄곧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해 고쳐야 될 사항들을 강조했지만 얼마만큼 효력을 발휘했는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이은미가 지난 6일 TOP5 대결에서 “멘토들의 가르침으로 멘티가 나날이 발전하고 성장하고 있다”고 말한 것은 상황을 잘못 판단한 것이다.

물론 이은미에게 김태원처럼 “그대의 도전이 아름답지 않습니까”라는 식으로 멘티들에게 용기만 북돋아주라는 말은 아니다. 두 사람은 양 극단이다. 김태원은 심사를 안하고 이은미는 심사만 한다. 그러니 김태원과 멘티들에게는 스토리텔링과 드라마가 풍성하게 만들어진다.


 
이은미에게 두 번째로 아쉬운 점은 멘티를 잘못 뽑았다는 점이다. 권리세는 방시혁에게 양보해야 했다. 자신의 스타일을 주입시킬 요량이면 자신의 스타일과 어울리는 ‘원석’을 뽑았어야 했다. 평소 비주얼 위주, 퍼포먼스형 가수를 가수로 보지 않을 만큼 개념있는 뮤지션으로 인정받아온 이은미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멘티였다. 이은미의 멘티 박원미는 노래 실력과 무대적응력이 떨어져 탈락함으로써 안타까움을 남겼고 권리세는 이은미와 어울리는 멘티가 아니라서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으로 이은미가 이미지 타격을 입은 것은 멘토 시스템 자체 때문이다. 멘토가 심사하는 ‘위탄’에서 멘토는 자기 새끼를 감싸는 심사를 할 수밖에 없다. 멘티와 멘토 관계는 운동선수와 코치관계나 똑같다. 기량이 떨어지는 멘티(선수)를 자신은 훈계할 수 있어도 남이 혼내는 건 봐줄 수 없다. 이은미는 자신의 성향과는 전혀 다른 멘티를 과보호해야 하는 시스템에서 고전했던 것이다.

갈수록 출연자의 피로도가 드러나는 ‘위탄’은 현재 이태권, 백청강, 손진영, 셰인 4명만이 남았다. 신승훈 멘티 셰인에 김태원 멘티들이 3명이나 돼 오히려 보는 재미가 반감됐다. 이은미에게는 멘티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주에는 최고점을 남발했던 이은미가 앞으로는 공감 가는 심사로 유종의 미를 맺어줬으면 한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기자 > wp@heraldm.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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