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쉽·미스틱89, 괄목할 만한 성장의 이유

[엔터미디어=노준영의 오드아이] 누구라도 1년을 결산하고픈 시기다. 특히나 프로젝트를 기획했던 사람이라면 이쯤에서 한번쯤 한해의 성과를 짚어보고 넘어가야 하는 건 필수다. 어느 때 보다도 많은 기획 프로젝트가 이뤄졌던 2013년 가요계에서는 더더욱 이런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음원 홍수 속에서 수많은 음악들이 쏟아져 나왔고, 전통의 강호들과 신진 세력들이 자웅을 겨루는 판국이 만들어졌던 2013년이다. 단순히 가수가 아니라 기획사 측면에서 봐도 이런 경향은 마찬가지였다.

물론 SM과 YG 같은 전통의 강호들은 여전히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SM은 기존 아티스트들로 더욱 탄탄한 지지 기반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대중성과 기획력을 동시에 보여준 엑소로 한 해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YG는 음악과 기획 측면으로 했던 도전들을 바탕으로 대중적인 터치를 가미하며 다양한 히트 코드들을 만들어 냈다. 그야말로 ‘하고 싶은 것들’을 하기 시작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다사다난했던 가요계를 이 두 기획사 만으로 논하는 건 무리가 있다. SM과 YG가 탄탄한 시장 장악력을 보여준 가운데 가장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둔 기획사인 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 미스틱89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가창력을 바탕으로 한 아티스트를 기획력으로 정상에 올려놓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올 한 해 음원차트에서 무서운 영향력을 보여준 씨스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형태의 걸그룹은 아니다. 브라운관에서 예쁜 이미지만 만들어내는 걸그룹도 아니고, 가창력보다 비주얼을 우선적으로 평가받으며 주객전도의 상황을 불러오는 걸그룹도 아니다. 씨스타는 그동안 철저한 기획력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고, 이를 뒷받침한 건 각자 맡은 포지션에서 최적의 역량을 보여주는 멤버들의 능력이었다. 결국 대중들의 긍정적 평가가 차곡차곡 쌓여서 음원차트 줄세우기에 성공하는 걸그룹으로 거듭났다. 보통 걸그룹이 걸어가는 길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스타쉽 사단의 또 다른 스타인 케이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익숙해져 있는 발라드 아티스트의 정공법이나 이미지 대신 지극히 ‘케이윌’스러운 이야기들을 만들어온 그다. 귀공자 스타일로 여심을 녹인 것도 아니고, 늘 달달한 모습으로 교회 오빠 같은 이미지를 보여준 것도 아니다. 대신 자신의 보이스가 가진 강점을 최대한 살린 음악들로 꾸준히 어필했고, 여기에 힘을 뺄 땐 빼고 줄 때는 확실하게 주는 기획으로 대중들과 ‘밀당’ 까지 척척 해냈다. 이런 유혹적(?)인 손길에 음원 차트가 춤을 췄다. 올해 봄과 가을, 연타석 홈런에 성공하지 않았는가? 가수의 가창력과 새로운 길을 개척해 보겠다는 의지가 모여 올해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성장이 이뤄진 거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다크호스로 떠오른 미스틱89는 정체성 면에서 뛰어나다. 소속 가수의 기를 살리는 능력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양면 전술도 적절하게 구사하는 한해를 보냈다. 일단 올해 미스틱89는 시장의 ‘큰손’이었다. 굵직한 계약을 이끌어내며 남다른 영입 전략을 펼쳤다. 흥미로운 건 이들이 모두 미스틱89라는 레이블의 정체성에 맞는 특별한 인물들이었다는 것이다. 뮤지, 김정환, 장재인 등 우리가 흔하게 생각하는 스타의 이미지 보단 자신들의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 미스틱89의 품에 안겼다.

사실 올해 최고의 신인이라고 평가받는 김예림을 만들어 낸 손길도 ‘기 살려주기’가 제대로 이뤄진 탓이었다. 박지윤의 성공적 컴백도 지나친 스타일 물들이기를 배제한 탓이었고, 조정치라는 예능 캐릭터도 그냥 그대로 이어진 그만의 이미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체성을 찾는 건 곧 가수 본인들의 기를 살려주는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공고하게 구축된 아이돌 기획 시스템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판이하게 달라지는 것 밖에 없다는 걸 온몸으로 증명해 낸 미스틱89였다.



게다가 양면 전술을 적당히 구사했다. 대중성을 고려한 시도와 음악적 시도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기획사라는 점을 효과적으로 어필한 것이다. 실제로 김예림, 박지윤 등 대중적 터치가 가미된 앨범들이 나오고 있는 와중에도 윤종신의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미스틱89의 음악적 열정은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된다는 사실을 어필한 셈이다. 덕분에 지나치게 접근하기 어려운 기획사라는 이미지도 형성되지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가벼운 기획사 이미지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적정선을 유지할 수 있게 두 가지 얼굴을 모두 사용하며 여유로운 이야기를 펼친 끝에 미스틱89만의 스토리텔링이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이다.

기획사조차도 남 따라가면 힘들어지는 시대다. 이런 와중에 나만의 방법, 나만의 이야기로 위치를 선점한 두 기획사가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둔 이유는 ‘새로움’에 대한 요구를 충분히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우후죽순이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계속되고 있는 단발성 기획과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이것저것 찔러대는 기획은 패배할 수밖에 없다. 2014년을 앞둔 가요계가 꼭 생각해봐야만 할 주제다.

이야기는 나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어야 가치가 더 커진다. 그래서 스타쉽과 미스틱89 사단의 이야기는 갈수록 커지나 보다. 그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직진’이다. 우직한 멘탈과 뚝심이 지금 성공의 신호를 말하고 있다.

칼럼니스트 노준영 nohy@naver.com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미스틱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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