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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적 시청률 ‘예쁜 남자’를 위한 변명
기사입력 :[ 2013-12-19 13:18 ]


‘예쁜 남자’ 예쁜 드라마 비꼬는 귀여운 풍자극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낮은 시청률에 비해 KBS 2TV 수목드라마 <예쁜 남자>는 그렇게 지루한 드라마는 아니다. 혹은 <예쁜 남자>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유치한 냄새만 솔솔 풍기는 드라마도 아니다. 또한 이 드라마에 주연으로 등장하는 장근석이나 아이유, 이장우의 연기가 못 봐줄 정도인 것도 아니다. 어찌 보면 이렇게 오글거리는 캐릭터를 이렇게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것도 대단하다 싶을 만큼 젊은 주연배우들은 능청스럽다.

어쩌면 최근 막을 내린 <상속자들>보다 오히려 <예쁜 남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더 뚜렷한 드라마가 아닌가 싶다. 비록 시청률은 <상속자들>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말이다. 다만 왜 <예쁜 남자>가 시청률에서 올해 방영된 드라마 중 최저라는 굴욕에 가까운 수치를 나타내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것은 필자가 앞서 서술한 문장들의 맥락과 동일하다.

<예쁜 남자>의 경우 몇몇의 시청자들에게는 배꼽잡고 쫄깃하고 흥미로운 드라마일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반대로 대다수의 시청자들에게는 지루하고, 유치하고, 주연배우들의 연기가 오글거리고, 이야기하는 바가 아무것도 없는 드라마도 비춰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필자의 경우 첫 회부터 <예쁜 남자>의 몇몇 설정과 대사들에 터져 버리고 말았다. 그 첫 대사는 독고마테(장근석)가 진지한 목소리로 읊는 독백이었다. “누군가 그랬다.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꽃미남은 태어나면 서울 청담동으로 보내라고.” 그리고 김보통(아이유)이 남동생과 함께 나누는 다정다감한 대사에도 역시 빵 터졌다. “네가 가질 수 있는 몸이 딱 두 개가 있다고 쳐, 하나는 김종국 하나는 강동원. 너 누구 몸 가질래?” “남잔 김종국이지.” “왜? 당연히 강동원 해야지 이 븅아.” “븅아?” “그래, 이 븅아.” 그 외에도 마트에 간 김보통이 독고마테의 쇄골에서 수영하는 상상을 하다 마트의 생닭을 보고 야하게 느끼는 장면에서 생닭이 부끄러운 듯 양팔로 가슴을 가리는 CG 역시 정말 ‘븅맛’스러워서 웃겼다. 그렇다. <예쁜 남자>는 ‘븅맛’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드라마가 틀림없었다.



그렇다고 <예쁜 남자>가 줄거리 없이 끌고 가는 드라마는 아니다. <예쁜 남자>는 뼈대만 보자면 얼굴만 믿고 사는 독고마테가 여자들과 엮이고 그들의 마음을 훔치는 이야기다. 물론 지나간 시절 유행했던 성인만화 타입의 카사노바 스타일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독고마테는 여자들의 마음을 훔치는 동시에 여자들에게 삶을 배운다. 돈에 대해서, 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에 대해서, 인맥을 통해 인간을 부리는 기술에 대해서. 그리고 아마도 그런 과정을 통해서 주인공 독고마테가 얼굴만 믿는 꽃미남에서 인간을 아는 남자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리려는 게 아닐까 싶다.

한편 독고마테 옆에는 독고마테만을 바라보고 그의 아내만 될 수 있다면 모든지 할 수 있어, 라고 생각하는 김보통이란 여주인공이 있다. 여고생 사생팬의 라이프스타일을 캐릭터화한 인물 김보통은 역시 드라마 상으로 외모는 보통이나 정말 독특해서 사랑스럽다. 김보통의 맹활약은 <예쁜 남자> 초반부에 등장했던 흰 양말 낀 마네킹 다리 백팩 메고 양말 팔다 경찰들과 싸우는 장면이 최고였다.

이 외에도 <예쁜 남자>에는 다른 드라마에서는 흔히 접하지 못하는 다양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 원숭이 인형들이 심벌즈를 칠 때마다 점괘를 내리는 일렉 선녀(김예원)는 임성한의 <오로라 공주>에서도 보기 힘들 법한 인물이나 음식 참견만 할 줄 아는 오로라보다 더 내면이 깊은 인물이다. 속물적인 여인이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순수한 여인 잭희(소유진) 역시 이런 종류의 드라마가 아니면 나오기 힘든 인물이다. 더구나 그녀가 결혼을 약속했던 독고마테에게 작별을 통보하며 남긴 명대사 역시 그러하다. “나 마테를 내 목숨보다 사랑해. 하지만 돈보다 사랑하진 않아. 우리 이만 헤어지자.”



이 정도에 이르면 <예쁜 남자>는 예쁜 세상과 예쁜 사랑만 보여주는 예쁜 드라마들을 비꼬는 귀여운 풍자극에 가깝게 느껴진다. 안타깝게도 많은 이들은 기사 댓글이 아닌 드라마에선 풍자보다는 달콤함과 진지함을 더 기대한다. 그건 무조건 보기 좋게 예뻐야 어떻게든 그럴듯하게 예뻐야, 아니면 내추럴 메이크업을 한 듯 자연스럽게 예뻐야 쉽게 성공하는 드라마의 숙명이기도 하다.

<예쁜 남자>와 비슷한 류의 드라마가 없던 건 아니었다. 2007년 MBC에서 방송된 <메리대구 공방전>이 비슷한 속성을 지녔다. 드라마 속 멋있는 청춘이 아닌 어딘가 나사 하나 빠진 이웃집 청춘들의 모습을 유쾌하게 보여주었던 이 드라마 역시 시청률이 그렇게 짭짤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명대사만은 아직도 이어져 온다. “내 꿈은 충치야. 갖고 있어도 아프고 빼 버리기도 아프다.”

그리고 드라마 <메리대구 공방전> 스타일을 이어받은 <예쁜 남자>에게 혹은 <예쁜 남자>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에게 시청률이란 여전히 충치와 비슷할 것 같다. 하지만 시청률과 상관없이 이 드라마의 분위기와 통하기만 한다면 <예쁜 남자>는 오히려 예쁘지 않아 더 예쁘고 즐거운 드라마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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