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아이유는 기타를 들어야 제 멋이 난다

[엔터미디어=노준영의 오드아이] 모던타임즈(Modern Times)의 리패키지 앨범인 ‘모던타임즈-에필로그(Modern Times– Epilogue)’가 발매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필자가 생각한 건 크게 두 가지였다. ‘모던타임즈’ 앨범을 가득 채웠던 다채로운 음악적 요소와 시도들을 리패키지 특성상 여러 개가 아닌 단 한 곡으로 정리해 보여 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여부, 한 마디로 정리하는 ‘모던타임즈’의 결과가 리패키지의 타이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다른 한 가지는 ‘모던타임즈’로 만났던 생각지 못한 악재를 딛고 깔끔한 아티스트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밀고 나갈 수 있느냐에 대한 여부였다. 이 역시 음악으로 결정될 사항이었다. 그런 만큼 타이틀곡이 중요했다.

그런데 아이유는 이런 필자의 두 가지 관전 포인트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리패키지 앨범의 타이틀곡 ‘금요일에 만나요’를 발매 직후 각종 음원 차트 1위에 올려놓으며 연말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주요 음원 차트 올킬이라는 훈장과 함께, 연말 시즌 막바지 차트 싸움에서 순조롭게 자신의 영역을 확보했다. 물론 그녀의 존재감을 고려해 볼 때 어느 정도 예상하지 않았던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발매 후 관련 검색어까지 싹 주워 담은 아이유의 저력은 충분히 주목할 만 했다.

일단 ‘금요일에 만나요’에서 그녀는 기타를 다시 들었다. 뮤직비디오에도 기타를 들고 나온다. 기타는 ‘노래하는 여자 아이유’를 설명해주는 가장 큰 아이템이었다. 라이브 프로그램에서 그녀의 이미지를 만들어 준 것도 어쩌면 기타였고, 데뷔 시절부터 수많은 음악적 순간을 함께 해온 벗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녀는 이번 곡을 통해 소녀와 여자의 경계를 표현했던 ‘분홍신’과는 달리 다시 과거의 아이유로 회귀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녀의 헤어스타일과 전반적인 느낌은 여전히 과거에 비해 훨씬 성숙해진 느낌이다. 하지만 중간선보다는 대중들이 생각했던 편안하고 자연스런 아이유의 모습에 조금 더 가깝다.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기타가 이런 느낌에 더 힘을 실어준 느낌이다.



결국 이질감 보다는 동질감이 먼저 다가오는 결과를 가져왔다. 접근성도 편해졌고, 아이유의 근원적인 매력이 잘 살아났다. 이런 선택이 대중들의 ‘폭풍 클릭’을 부른 건 당연한 일이다. 짧은 타이밍에 변신을 노리기보단 하던 걸 더 잘 하게 만든 기획의 방향성이 제대로 통한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 순간이다.

아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수식어인 ‘싱어송라이터’라는 타이틀에 최적화 된 콘텐츠라는 것도 긍정적이다. 그녀가 곡을 쓰고 부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걸 전면에 내세운 적은 딱히 없었다. 수록곡에서 그녀의 송라이팅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을 뿐, 메인으로 보내는 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그녀는 꽤 멋진 곡들을 써내고 있었다. 타이밍이 중요했을 뿐 완성도는 이미 담보할 수 있었던 상태였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리패키지 앨범을 통해 자신이 쓴 곡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동안 그녀가 좋아한다고 밝혔던 장르나 스타일에 가까운 곡이 나왔고, 때문에 그녀에게 가장 최적화 된 스토리텔링 구조가 만들어 졌다. 아무래도 자신이 스스로를 가장 잘 안다는 건 누구에게나 통할 법한 말이다. 아티스트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상태와 자신이 불러서 잘 통할 것 같은 곡은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싱어송라이터의 탄생을 이렇게 알렸다. 믿음이 가는 아티스트라는 이미지도 더욱 더 확고하게 만들었다. 빼놓을 게 별로 없는 알짜배기 넘버 하나가 떡 하고 나온 것이다.



장르적 정체성이 ‘모던타임즈’를 크게 벗어나지 않아서 통일감이 생겼다는 것도 그녀에게는 큰 힘이다. 스토리텔링이 부족한 시대다. 앨범 콘셉트와 수록곡, 그리고 분위기가 다 따로 뛰쳐나가며 중구난방이 되고 마는 앨범이 여기저기 널려있는 시대다. 이럴 때 아이유는 후반부 스윙 편곡을 통해 전반적인 앨범 색깔에 맞춰가는 템포로 일치감을 만들었다. 그녀가 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생겼다. 의미 없는 음악이 난무하는 지금 아이유가 튀게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연말 ‘패밀리 비즈니스’가 성행하고 있는 시점에 감각적인 넘버로 승부한 자신감이 통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을 잊어버린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어차피 기획은 우연성을 노리고 하는 일이다. 누구나 하는 것들을 또 똑같이 해내는 건 별 의미가 없다. 아티스트의 정체성, 그리고 음악적 스토리가 함께 이어지는 독자적 기획이 오히려 더 짜릿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획일성에 신음하고 있는 케이팝계에 긍정적인 신호기도 하다.

아이유의 케이스를 보며 2014년의 화두는 ‘뚝심의 기획’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본다. 생각했던 것들을 차분하게 현실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 바로 기획이 되어야 한다. 한 해가 끝나갈 시점에 오히려 우리는 새로운 시작을 보고 있다.

칼럼니스트 노준영 nohy@naver.com

[사진=로엔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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