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 신호 보여준 가요계, 2014년의 과제는?

[엔터미디어=노준영의 오드아이] 정말로 많은 일이 일어났던 2013년 가요계가 마무리됐다. 매년 다양한 이슈들이 대중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의 가요계다. 이런 이슈들이 긍정적인 신호라도, 혹은 부정적인 신호라도 2014년의 가요계가 나아갈 방향에 밑거름이 되는 건 틀림이 없다. 외부적으로는 케이팝 열풍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에 대한 담론도 끊임없이 나오는 한 해였다. 지속적인 열풍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케이팝 열풍의 흐름을 타고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해야 할 2014년의 가요계는 어떻게 흘러가야 할 것인가?

일단 2014년에는 ‘다양성’이라는 단어를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여태껏 우리는 가요계에서 다양성이라는 단어를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는 음악, 주 소비층을 제외한 다른 세대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음악들이 더 많아지는 상황으로 해석해 왔다. 하지만 이런 의미의 다양성은 이제 큰 의미가 없어졌다. 우리가 눈으로 확인했듯이 2013년 가요계에서는 지금껏 가장 큰 힘을 발휘했던 ‘아이돌’ 트렌드가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특히 어마어마한 기세로 가요계를 점령해 버린 엑소(EXO) 없이는 2013년 가요계를 말할 수 없을 정도니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긍정적 신호를 봤다. 엑소, 에프엑스, 샤이니 같이 수준급의 기획력과 음악적 완성도가 함께 따라온 아이돌 그룹들은 대중과 평단을 가리지 않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존의 아이돌 열풍과는 또 다른 의미의 아이돌 대세가 시작된 것이다. 단순하게 비주얼 우선이었던 과거의 사례들을 벗어나 완성도 높은 콘텐츠와 아티스트로 평가받을 수 있는 아이돌 그룹들이 좋은 활약을 보여준 게 바로 2013년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2014년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법은 무조건 트렌드를 배척할 게 아니라 완성도 높은 콘텐츠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기획의 단발성, 그리고 급하게 만들어 낸 조잡한 조합을 지양하고 시간을 두고 진지하게 고민한 완결성 있는 이야기로 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트렌드에 관련된 문제는 모두 가벼운 생각 속에서 일어났다. 적당히 연습시켜서 적당히 내보내고, 또 기존에 성공한 콘셉트대로 나가면 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많았다. 언론 플레이용으로 자극적 이슈만 생산하고, 결국 검색어만 들락거리다 끝나는 경우도 많았다. 2014년에는 가요계의 전반적인 무게감을 떨어뜨리는 이런 기획들보단 꾸준하고 적극적인 고민으로 만들어 낸 완성도 높은 트렌드 지향성 콘텐츠들이 더 많아져야 할 것이다.



2013년이 보낸 또 다른 긍정적 신호는 다양한 장르들이 사랑받았다는 것이다. 배치기, 범키, 긱스, 다이나믹 듀오, 자이언티 등 힙합을 기반으로 한 장르를 선보이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차트에서 선전했고, 김예림 등 새로운 얼굴들도 활약했으며 가왕 조용필의 복귀로 세대 간의 간극도 허물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 언급한 아티스트들이 트렌드와 대세 속에서 균형감을 맞춰가며 가요계를 풍성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는 한 해 동안 아이돌 주 소비층에만 편중된 음악이 공급된 건 아니라는 뜻이다.

2014년에는 이런 느낌들을 좀 더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가왕 조용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는 세대 별로 시장을 나누는 시도가 무의미해 졌다. 음원 사이트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세대 간에도 어느 정도의 공감대가 형성된 게 사실이고, 예전처럼 명확하게 시장을 가를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최근 <응답하라 1994> 열풍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제는 딱히 고개를 끄덕거릴 수 없는 과거형 콘텐츠에도 젊은 세대들이 열광한다. 납득할 수만 있는 작품성과 대중성만 확보한다면 승부를 걸어볼 수 있는 게 지금의 시점이다.

따라서 세대 별로 시장을 나누려는 시도보다 음악 콘텐츠 자체에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 노력이 더 많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획 단계부터 철저히 대중들의 요구를 분석하고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하며, 일방적인 공급자가 아니라 열린 공급자의 마인드로 차근차근 접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움직임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콘텐츠 공급자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답안을 소비자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 음원 시장도 소비자의 요구와 의견이 반영되고 있다. 과거 수동적인 위치에서 콘텐츠를 공급받았던 대중들의 위치를 고수하려 한다면 반발 작용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업계의 특성상 대중들이 원하는 이야기만을 만들어 내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질적인 측면에서 봐도 마찬가지의 결론이 나온다. 다만 세대를 넘어서는 코드가 만들어지고 있는 만큼, 이 상황을 음악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귀를 열어야 한다는 뜻이다. 꽉 닫혀있는 정신으로 기존의 히트 사례만을 답습한다면 2014년에는 더 승부를 걸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올 한 해 나왔다 사라져버린 아이돌 그룹들이 이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가요계는 매년 뜨겁게 움직이고 있다. 이 속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새로 만들어지고, 또 사라지고 있다. 중요한 건 한 해 동안 잘못된 사례로 만들어진 콘텐츠를 또 다시 시도해서는 답이 없다는 것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환경 속에서 무언가를 얻어내려는 노력만이 새로운 한 해 성공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뜨거운 2014년 가요계를 기대해 본다.

칼럼니스트 노준영 nohy@naver.com

[사진=SM엔터테인먼트, YPC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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