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극 <인디아 블로그> 배우 김다흰 임승범

[엔터미디어=공연전문기자 정다훈] 2011년 초연 돼 많은 사랑을 받은 청춘들의 본격 로드 씨어터 <인디아 블로그>는 블로그에 포스팅하듯 인도여행의 다양한 여정과 상황을 경험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연극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청춘과 사랑, 여행의 기억을 담은 작품인 셈. 지난 해 12월에 연우소극장에서 개막한 재공연은 ‘여행을 다녀온 지 일년 후에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인터뷰의 시작부터 확연히 다른 두 배우의 질감이 느껴졌다.

다흰 : (명함을 건네받고 천천히 이름을 읽더니) 다훈, 다흰. 저와 이름이 비슷하네요.
승범 : 비슷하진 않아.

한 템포 곱씹어보면서 의견을 말하는 배우 김다흰, 망설임 없이 명확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 하는 배우 임승범과의 첫 대화는 그렇게 시작됐다.

■ 진짜 청춘들의 이야기 <인디아 블로그>

-공연 시작 전 객석을 보며 무대 위에서 둘이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대체적으로 무슨 이야기를 하나?
다흰 : 아 그거요. 공연 중에 관객과 하는 거 있잖아요. 그거 ‘누구 시킬까?’에 대한 이야기를 해요. 최대한 어울릴 것 같고 인상 좋아 보이고, 저희들 말을 잘 받아줄 것 같은 사람들을 정하는 거죠. 장소 별 에어리어가 정해져 있는데, 그 에어리어 안에서 즐겁게 공연 보실 것 같은 분들을 정하는 경우가 많아요.

-장면 별 관객 이벤트 석은 고정으로 좌석이 정해진건가
다흰: 사막 장면에서 (관객 지정하는) 양 낙타 사슴 좌석은 비슷해서 그 구역을 점유 하려는 관객 분들도 있으시더라구요. 그 좌석에 앉으려고 서로 서로 정보 공유도 하면서요.

-지난 시즌과 내용이 많이 달라졌다. 배우들 스스로도 이전 시즌과 달라졌다고 생각하는가
다흰: 단연컨대 완벽히 다른 공연이 라고 생각해요. 전에 했던 것과 캐릭터가 완벽하게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일단 내용이 달라지고 캐릭터가 분명해지고 여행 장소에서 하는 일들과 거기서 하는 감정 베이스가 달라졌어요. 예를 들면, ‘디우’가 바닷가라 (이전 시즌 공연 중)그 장면에서 놀았다고 했었는데, 이번엔 ‘디우’에서 놀지 않아요. 놀지 않고 이야기만 해요. 실제로도 그랬어요. 여행 중반이라 치여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거든요. 승범이도 마찬가지였구요. 이번엔 가감 없이 진짜 우리 이야기를 해 보자고 마음 먹었어요. 저희들이 진짜 이야기를 했을 때 관객들이 받아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거든요. 그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든, 굳이 바다라고 해서 재미있게 안 놀아도 관객 분들은 이해를 해 주지 않을까. 제가 진짜 인도 여행을 한 제 자신 같아요.

-승범 배우도 그렇게 생각하나
승범: 지난 오렌지 팀 공연을 했을 땐, 관객들도 그렇고 제작진들도 그렇고 시즌1 <인디아 블로그>를 원하는 느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 개인적으로 느낌일 수도 있는데 시즌 1의 연장선에서 공연을 올린다는 압박감이 저는 있었어요. 이번엔 ‘정말 마지막이다’란 생각을 했어요. 형이랑 둘이 작품을 만들어가고 박선희 연출님이 붙어서 마무리 작업을 했는데, 작년보다 이번 시즌 <인디아 블로그>가 저희 것이 된 느낌입니다. 그러면서 저희 의견이나 생각이 들어가서 개인적으로 이야기 코스가 맞춰지는 것 같아서 좋아요.

전 이 작품이 청춘 이야기인 것 같아요. 사실 어른들이 너희 때가 좋을 때라고 그러시잖아요. 그런데 그 시절을 지내는 사람은 그렇지만은 않잖아요. 지나고 나면 좋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그 시절로 돌아가라고 하면 절대 안 돌아가죠. 이번 시즌 공연이 관객들과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 살아있고 현실적인 이야기라 좋아요. 새로운 버전으로 완벽히 달라진 공연이죠. 지금 이야기가 좋아요.



■ 컨버스 신발 포스터에 대해 궁금한 것들

-그래서 포스터도 새롭게 바뀌었나. 포스터 전면을 컨버스 화가 차지하고 있다. 어떤 의미가 있나
승범: 포스터요? 우연치 않게 저희 피디 형(최상윤)이 여기 (인터뷰가 진행 된) 얼반소울 까페에 전시 돼 있는 그림들을 봤어요. 까페에 작가들 그림을 전시한다고 하더라구요. 여기 까페를 왔다가 어떤 외국 풍경의 그림을 봤는데 그게 운동화 안에 그려져 있었대요. 그래서 그 작가님(김혜련)이랑 연락을 해서 <인디아블로그> 포스터로 쓰게 된 거죠. 처음엔 운동화, 배낭, 코끼리, 사진기 그림까지 있었는데 그 중에서 운동화 그림으로 결정하게 됐어요.

다흰: 사실, 저희가 이전 포스터를 쓸 수가 없었어요. 왜냐면 그 때 같이 하던 다른 팀 배우들까지 네 명(김경일, 설상엽, 김다흰, 임승범) 모두가 포스터에 들어가 있었거든요. 그 두 친구는 사정 때문에 빠지면서 저희가 원 캐스트로 가게 돼 그 포스터를 쓸 수 없는 상황이 된 거죠. 기획 친구가 고심 고심하다가 얼반소울 까페를 왔는데 ‘이거다’ 싶었던거죠. 보자마자 전화해서 저희 것 좀 해 달라고 말했대요. 그런데 그 분이 또 기분 좋게 수락을 해주셔서 운동화 포스터가 만들어지게 됐어요.

-실제로도 포스터 속의 컨버스화를 여행 중에 신은건가
승범: 신발이요? 그 신발 그림 자체가 여기 까페에 걸려있었어요. 그 작가 분은 인도, 프랑스, 스페인 여행을 담아낸 운동화 코끼리 배낭 사진기 그림을 네 개를 만드셨더라구요. 그걸 피디 형이 보고 조금 변형시켜서 포스터를 만들어보자고 한 거죠.

다흰: 컨버스 신발이라면 포스터 속 신발을 말 하는 건가요? 여행 중에 신었던 신발은 지금 공연 중에 신었던 신발이에요. 전 신발 포스터와 우연히 맞아 떨어진건 죠. 컨버스화는 전에도 신었었고 이후에도 신었었고, 여행 갈 땐 항상 신었어요.

컨버스 신발을 신고 여행하는 로망이 있어요. 어디서 들었는데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면 전깃줄에 신발이 다 걸려있대요. 순례길에서 컨버스를 신고 걸은 다음에 맨 마지막에 다 헐어진 신발을 벗어 던진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여기가 산티아고 순례길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어요. 어쨌든 순례길과 관련해서 이런 이야기가 있다고 했어요. 엄청 오래 걸어가야 하는 데 마지막에 신발을 전깃줄 위에 던지고 맨발로 돌아온다는 이야기였어요. 어렸을 때 그 이야기를 듣고 이거 되게 멋지다 란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여행 땐 컨버스를 신어야지란 생각을 했어요. 신으면 편하기도 하고. 저도 사실 인도에서 그 신발 버리고 오려고 했는데 못 버리고 오겠더라구요. 내 발걸음이 담겨있는거라 가지고 와서 결국 소품으로 쓰게 됐어요.

(연우무대의 <산티아고 가는 길>에 출연해도 좋을 것 같다) 제가 그 작품을 너무 보고 싶어했는데 결국 못 봤어요. 여행 이야기라고 해서 보고 싶기도 했고, (김)소진 누나 나온다고 해서 정말 보고 싶었는데 매진이어서 못 봤죠. 못 봐서 더 궁금한 작품이긴 해요.

승범: 전 공연 중엔 새로 산 나이키 신발을 신어요. 여행 땐 파란색 나이키 신발을 신었는데 그걸 잊어버렸어요.



■ 배우 임승범은 왜 SB가 되었나

-연극 속에서 다흰은 자기 이름을 그대로 쓰는데, 승범은 SB라고 말한다. 승범은 왜 이렇게 불리길 원했나? 처음에 들었을 땐 비슷한 이니셜이 떠올라 정치적인 의도가 있나? 란 생각이 아주 잠깐 들기도 했다
승범: 하하하. 정치적 성향은 전혀 없었고요. 상상하지도 못한 반응인데요. 작년에 했던 <인디아 블로그>가 배우로서 첫 연극이었는데 실명을 쓴다고 해서 전 반대를 했었어요. 좀 싫었어요. 느낌이 와 닿지 않고 마음이 가지 않았어요. 배우가 아니라 제 개인이 까발려 지는 게 무섭기도 하구요. 그러다 연출님이 열 받으셔서 ‘그럼 넌 SB로 해라’고 말 하셨어요. 장난처럼 이야기하다 정말 그렇게 된 거죠.

이번에 새로 만든 공연에서는 (승범이)아버지의 허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결국 아들도 허세가 있고, 여행의 허세란 맥락, 또 다른 의미의 로망이란 측면에서도 이해될 수 있겠더라구요. 은연중에 인물에 대해 볼 수 있는 도구로 쓰이게 됐어요. 물론 처음엔 우연치 않게 이니셜을 쓰게 됐는데 하다보니 그런 의미도 담게 된 거죠. 그렇게 SB가 됐어요. 개인적으론 그게 재미있는 것 같아요. 다흰 형이 SB로 부르다 막판에 승범이라 부르거든요. 그게 조금 뭔가 다른 의미도 있고, 그래서 SB로 쓰고 있습니다.

-다흰 배우가 그렇게 마지막에 호칭을 다르게 부르는 이유는 뭔가
다흰 : ‘친근함’의 이유로 ‘승범아’라고 불러요. 사실 예전엔 그게 더 컸어요. 저도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승범이가 소위 말해 ‘많이 컸다’고 느꼈어요. 예전엔 공연 안에서 자기 이름을 쓰는 걸 싫어했어요. 그래서 이니셜로 썼는데 그게 결국 ‘신의 한수’가 됐어요. 먹혔어요. 작년에 그걸 보며 ‘재미있다’란 생각도 들고 SB가 극 안의 좋은 소스가 됐어요. 작년에는 계속 SB라고 말 하다 마지막에 승범이라고 말해요.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초반에 ‘제 이름은 승범인데 그냥 SB로 불러주세요’ 라고 말해요.

작년엔 SB가 공연 끝날 때까지 이름을 말 하지 않아요. 그렇게 이름을 숨긴 채 가다가 바라나시에서 다흰에게 ‘잘 가’ 라고 말 하며 각자의 길을 떠날 때, ‘형님 사실 내 이름 승범이야’ 라고 말 하거든요. 거의 공연 막판, 1시간 50분 후에 말 하는데 그 장면에서 관객들이 ‘빵’ 터지더라구요. 재미도 있었구요. 이번 시즌 오면서 그런 면들이 더 ‘우리’스럽게 바뀐 것 같아요.

이번 시즌에서 승범이가 ‘이번에 자기 이름 쓰는 거 문제 되지 않는다’고 했거든요 그런 면에서 ‘승범이도 변화했구나’ 란 걸 느꼈어요. 그래도 SB란 칭호는 재미 있으니 가져가자고 합의를 봤어요. 또 승범이가 아까 말 했던 ‘허세’적인 부분과도 맞을 것 같고요.

승범 : 이 아인 ‘허세’를 부정하면서 허세가 있는거죠.

다흰: 다흰이란 인물이 여행을 하면서 이 아이가 어떤 인물인지 아니까 맨 마지막에 승범이란 이름을 부르고 싶지 않았을까. 맨 마지막 인도에서 헤어질 때 이름을 불러요. 조금이라도 승범이를 알게 됐다고 생각해서 부르죠.

-공연 속에서 알게 된 것 말고 실제 승범이란 친구를 더 오래 알아서 그런 반응이 나오게 되는 것도 있는가?
다흰 : 그죠. 안지 2년이 됐으니까, 그 때 여행했을 때 보단 훨씬 알게 된 건 있죠.
다 알진 못하지만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요. 그게 또 극에 반영이 되는 것 같고. 2인극이다 보니 둘 밖에 없잖아요. 나는 승범 밖에 못 보고 승범인 또 저 밖에 못 보고.

-2인극이라고 했는데 제 3의 남자 영등포 형이란 인물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다흰: 아 (전)승훈이요? 그 친구는 엄밀히 따지면 오퍼 겸 조연출이에요. 연출님이 그 친구에게 항상 말씀하시는 게 ‘연기하지 말라’ 거든요. 라이트하게 연출의 눈으로 봐라. 사실 그 친구가 엄청 고생 해요. 해야 될 일도 많고 연출이 안 오는 날엔 더 많아지고, 그래서 저희도 그 친구를 연기자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다른 의미로 많이 생각하게 돼요.

-매번 그렇게 3의 인물이 나와서 소소한 재미도 있고, 극 중에서 하는 일도 많긴 하는데 두 배우만 나와서는 할 수 없는 극인가
다흰: 둘이서 할 수도 있는데 제가 느꼈을 때는 그 친구가 (무대 위에서) ‘연출’인 것 같아요. 연출님이 항상 조정자 한명을 두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제 생각이요. 연출님의 마스터로서 ‘ 난 항상 너희를 내려다보고 있어’ 이런 느낌. 무대 위에선 연출님이 있을 수 없으니 ‘너네 맘대로 하지 마’ 연출님이 코멘트 하는 거 보면 이런 약간 조정자의 느낌을 받았어요.

-승범 배우는 재 공연하면서 배우로서 마음이 더 열린건가
승범 : 공연 속에서 이름 써도 된다고 한 건 작년에 6개월 공연 하고, <터키블루스>도 같이 하고, 지방공연도 같이하면서 생각하게 된 거죠. 부담감도 없어지고 ‘작은 게 중요한 게 아니구나’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번에 들어갈 땐 각오를 단단히 했어요. 소위 말해서, 그런데 이런 것 이야기해도 되나? ‘시즌1 엿먹이기’ 이런 타이틀을 가지고 연습에 임했어요. 왜냐하면 후회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게 <인디아 블로그> 마지막일수도 있겠다 싶어서요. 어쨌든 우리 껄 많이 넣고 싶었거든요. 명확해 질 것들, 좋은 거 다 넣으면서 가릴 게 없어졌어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저도 몰랐는데 제 인간 자체가 벽이 좀 많았나 봐요. 형들과 지내면서 그 벽이 완전히 허물어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은 열어지지 않았나. 제 치부가 들어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좋아요. 그게 더 마음이 편하고. 저희 팀이 다 그래요. 거쳐야 하는 관문처럼 안 변할 수가 없더라구요. 조명 담당하는 (김)현식이도 이번에 들어왔는데 그 과정을 서서히 거친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좋은 것을 만들어주는 조건을 주지 팀이지 않나.

-다른 시각으로 보면, 공연 속에선 그 인물만이 보이는 게 아니라 배우가 살아 온 세월이나 성격이 보이기도 한다.
승범 : 그 때 당시에는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극중에 들어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 까발려지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안 되는데, 사소한 것에 집착한 것일 수도 있는데...임승범으로 까발려지는 건 확실히 두렵고 무섭더라구요. 난 연기를 하고 싶은건데. 이것도 뭔지 모를 허세인데. 연기하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마치 고해성사나 고백 같은.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당시에 작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하다보니 SB 자체가 완전히 제가 아니고. 완전히 아닌 것도 아니고 그러다보니 요것도 매력이 있겠다 싶었어요. 이게 더 솔직한 연기를 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란 생각까지 하게 됐어요. (배우 경력이 많지 않아) 어설프게 다른 캐릭터의 삶을 살면서 연기를 하는 것도 도전해보고 싶기도 하지만 이렇게 내 연기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더라구요. 그러면서 무대 위에서 더 솔직해질 수 있는 연기의 중요함을 알게 됐어요.



■ 김다흰은 왜 무대 위에서 빛나보였는가

-다흰 배우는 무대 위에서 느낌이 확실히 달라졌다. 배우로서 여유가 많이 생겼다고 할까.
다흰 : 이전 시즌 보다는 확실히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더 내 이야기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기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지만 ‘거짓말 하지 말자’란 생각은 갖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 땐 거짓말이라기 보다는, 어쨌든 이게 여행연극이고, 내가 여행한 걸 기반으로 가는데 ‘이게 내 이야기가 맞나?’란 의심을 스스로 조금씩 했었던 것 같아요. 그땐 작품을 만드는 일에만 매진했기 때문에 좋은 작품을 만들려고 하다보니 솔직하지 못했다는 생각이요. 관객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우리가 진짜 여행에서 놀았던 그대로 가보자. 이런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어 나간 게 그 이유 아닐까요.

-흔히 그런 말을 한다. 무대 위 조명을 받더니 저 배우가 멋있어 보이고 빛나 보인다고. 외모적인 것도 포함 될 수 있고 달라진 배우의 기운 같은 거 말이다.
다흰 : 아. 네. 말하기 부끄럽긴 한데요.
승범: (형을 보며 칭찬하니) 되게 좋아한다.

다흰 : 사실 <터키블루스>란 작품을 하면서 즐거웠어요. 그렇게 연극을 하면서 저란 배우 자체에 대해 관심을 가져 준 적이 많지 않거든요. 거의 처음이었죠. (이전 시즌 인디아블로그 땐 관심 받았지 않나) 그 땐 SB판이었죠.(웃음) 관심을 가져주셔서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재미있더라구요. 그렇게 하면서 제 스스로는 들락날락 하는 슬럼프 같은 게 조금씩 오기도 했어요. 계속된 결론은 ‘더 열심히 보여드리는 게 그런 분들에게 보답하는 길이겠구나’ 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옛날엔 이런 생각을 해 본적도 없어요.

-배우라면 주목 받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다들 있지 않나. 그게 주 목적은 아니라 할지라도.
다흰 : 그런데 저는 ...모르겠어요. 배우로서 욕심 보단 작품으로서 욕심이 더 컸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요. 솔직히 말하면 지금은 배우로서 욕심이 조금은 생긴 것 같아요. 옛날엔 ‘역할에서 내가 어떻게 보일까’는 사실 잘 안 보였어요. 그것보다는 ‘이 작품 안에서 내가 해야 할 게 어떤 거고, 그렇게 함으로써 이 작품이 어떻게 가겠구나’를 먼저 봤는데. 물론 지금도 그게 중요해요. 하지만 그게 중요하지만 ‘내가 배우로서 내 역할을 더 멋지게 했을 때 작품이 클 수도 있구나’ 란 생각도 하게 됐어요. 처음 하게 된 생각이죠. 이전엔 ‘내가 어느 선을 지켰을 때 작품이 잘 나오겠구나’ 란 느낌이었다면, ‘만약에 내가 더 세게 가면 상대 배우도 더 세게 가면 작품이 더 잘 나올 수도 있구나’ 이런 생각. 뭔가를 더 했을 때 나오는 에너지도 있구나란 생각이요. 뭔가 ‘기만’한 생각일 수도 있는데. 그런 생각이 조금 드는 것 같아요.

-다흰 배우의 달라진 점에 대해 <터키블루스> 리뷰에도 언급을 하긴 했는데 혹시 평도 자주 보나
다흰: 글들에 익숙하지 않아서 기사 리뷰를 보지 못했어요. 찾아봐야겠네요. 사실 연우무대에 오면서 달라진 점이 내 작품 기사가 나오고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였어요. 그런데 재미있긴 해요. 이젠 주변에서 알려 준 것도 있고 몰래 읽어 보는 경우도 있어요.(웃음) 저에 대해 뭐라고 말할까 떨리는 것도 있는데 배우들보다 더 많이 분석하더라구요. 저희가 못 찾은 것도 찾아내시는 분도 있고 무섭지만 재미있게 평도 보고 있어요.

승범: 재미있는 글들도 많다고 하더라구요. (반면에 무섭게 평하는 글들도 많을텐데)욕하는 글도 있다고 하던데 그럴거면 직접 보고 말하지. 하하

■ 영화 <비포선라이즈>처럼 기차에서 만난 두 남자(?)의 속사정

-시즌1에서 인도행 비행기에서 두 친구가 만났는데 시즌 2 작년 공연 부턴 기차에서 만난다
다흰 : 작년 공연에선 기차 역에서 만난다고 했어요.
승범: 우연치 않게 기차 역에서 만나는 걸로 결정 됐어요. 같은 비행기를 탔었는데 그땐 몰랐고 기차에서 다시 만나 SB가 들이대는 걸로 가죠.

-비행기에서 기차 만남으로 바뀐 특별한 이유가 있나. 실제 에피소드를 살리기 위해서 그런건가
다흰 : 우린 연우무대에서 뽑혀서 이미 만나서 여행을 가는 거라 처음 만나는 건 어떻게든 허구가 가미 돼야 해요. ‘어떻게 만나는 게 가장 자연스러울까?’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어요. 비행기도 생각할 수 있고, 델리에서 많이 가는 숙소가 모여있는 여행자 거리인 빠르간지가 있는데 거기도 생각했어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 해 봤는데, 기차 안에서 만나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특별한 이유라기 보다는 여행 초반에는 만나야 극이 진행되니까요. 그 다음에 만나면 이유가 복잡해지거든요.

저희가 여행 초반에 델리에서 자이살메르로 가요. 아. 저희가 처음 갔던 델리를 둘다 안 좋아했어요. 저도 인도는 너무 좋아하는데 ‘델리’에 대한 기억이 안 좋아요. 다시 간다면 델리는 안 갈 생각이에요.(왜 기억이 안 좋나) 되게 위험하고 제일 더러워요. 델리 빠르간지 도착했을 때 제일 인도 같았어요. 다른 곳은 생각보다 깨끗했거든요. (바라나시도 더럽지 않나) 이미 여행이 익숙해져서 그러나. 더럽긴 하지만 그걸 덮을 수 있는 성스러운 게 있어요. 델리는 성스럽지도 않으면서 더럽다는 생각만.

승범: 결정적으로 델리는 숙소가 너무 더러웠어요. 인도 도착해서 첫 숙소가 델리였어요. 아휴, 화장실에서 바퀴벌레가 나와서 도저히 못 씻겠드라구요. 그 기억 때문에 델리가 확실히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빠르간지 빼곤 다른 곳은 인도스럽지 않았어요. 인도가 유럽 따라하는 것 처럼 시끄럽기만 하고. 그런데 다시 오니 델리도 깨끗해요. 이제 적응이 돼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인도 떠날 때 되니 깨끗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숙소는 너무 더러워서 다시 생각하기 싫어요.

다흰: 그래서 저희 둘이 첫 만남을 숙소에서 만나는 것도 연습 해 봤어요. 그런데 델리에서 만나는 것을 해 보니 장면이 너무 칙칙한거에요. 둘다 짜증만 내고 있어요. 그러면 델리에서 이틀만에 자이살메르로 갔으니 기차에서 만나는 거로 해볼까?전 기차에 대한 기억이 좋거든요. 인도 기차 정말 좋았어요. 오래 가면서도 누워서. 갈 수 있는 기다란 좌석 슬리퍼클래스라고 있어요. 끝도 없이 바뀌는 풍경들이 똑같지만 다르다는 게 좋았어요. 또 기차에서 만나면 특별하잖아요. 제가 영화 <비포선라이즈>에 대한 로망이 있는데, 여자가 아닌 남자를 만났네요.

승범: 기차에서 남자를 만났지. 왜 우린 여자 배우가 없을까요? (<인디아블로그> 출연이 마지막이 될 거라고 하는데, 여자 배우가 들어온다고 하면 다시 할 생각이 있나) 뭘 망설여요. 무조건 해야죠 하하. 그리고 기차가 그런 면도 있잖아요. 기차 안에 있으니까 딴 데 갈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처음 만나는 사람을 조금 접근하기도 쉽고 이야기 하기도 좋은 것 같아요. SB란 아이가 처음 여행을 왔고, 두렵고 그런데 여유 있어 보이는 사람이 보이니까 이야기 하기 좋잖아요. 그런 게 ‘기차 안 만남’이 좋은 조건이지 않을까. 그런 이야기도 했던 것 같아요.



■ 진지하지만 웃긴 한 편의 시트콤 같은 두 남자의 대화

-연극 속 다흰은 혼자 여행하는 걸 즐긴다. 인간 김다흰도 그런가
다흰: ‘여행’에 대한 생각은 저희 이야기가 반영 된 겁니다. 전 항상 혼자 여행을 했어요. 여자 친구 있을 때도요.
승범 : (장난스럽게)또라이 또라이
다흰 : (웃지만 진지하게)뭔 또라이야? (자기만의 바운더리를 두는 성격이라서 그런건가) 바운더리? 지금 보면 바운더리가 맞는 것도 같은데 옛날에는 그런 생각을 하기 보단 단순하게 ‘나 여행 가고 싶은데 여자 친구에게 시간 돼? 안 돼? 그럼 나 갔다올께’ 그런 식으로 갔다면 지금은 마음이 바뀌었어요. 공연에도 언급이 되는데 ‘사랑해 주는 사람이 생겨서 여행을 꼭 같이 가고 싶다’ 그런 식으로 실제 제 마음이 바뀐 것 같아요.
승범 : 형이 그렇게 노력해도 안 바뀌더니 여자 친구 생기니 바뀌었어요. 완전 바뀌었어요. 사람이 확 열렸어요.

-아! 다흰 배우가 빛나보였던 게 사랑에 빠져서인 걸 몰랐다. (여기서부터의 인터뷰는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듯 진행됐다)

다흰: 하하하하하
승범: 아 진짜 그런가?

-승범 배우는 여자 친구 없나?
승범 : 얼마 전에 헤어졌어요.
다흰 : (깜짝 놀라서) 너 헤어졌어? 진짜?

-매일 같이 공연했는데 몰랐나
다흰 : (톤이 높아져서) 너 왜 헤어졌어?
승범: (인터뷰 하고 있는 중이니) 나중에 이야기하자
다흰 : (지금 이 순간엔 인터뷰 보다 너 헤어진 이유가 너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진짜로?

-왜 승범 배우는 형한테 말 안 했나
승범 : 진짜 헤어진 지 얼마 안 됐어요. 일단은 확실히 정리 된 게 아니라 애매해서요.
다흰 : 아. 아직. (안도의 표정으로) 그럼 잘 해봐
승범 : 왜 그래. 내가 헤어지자고 했어
다흰 : (왜 그런 어리석은 생각을 했냐는 표정으로 동생 승범을 한참 바라봤다)

-다흰 배우는 동생 승범의 여자친구에 대한 믿음이 컸나보다
다흰 : 아는 사이여서 제가 소개시켜준거든요. 제가 직접적으로 아는 건 아니고 지인 친구여서 저도 알게 되고, 이 친구가 승범이랑 잘 어울리겠단 생각이 들어서 소개 시켜 주게 된 겁니다.

승범 : (형을 보며)시간을 갖자고 한 거야
다흰 : 아아 그래 그래. 깜짝 놀랐네. 그래 그럼 시간을 좀 가져.
승범 : 어떻게 우리 이렇게 시트콤 같냐.
다흰 : (승범의 농담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그 여차 친구 괜찮다. 미래를 생각해

-누군가에게 여자를 소개시켜줬다는 건 동생 승범이를 신뢰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 아닌가
다흰 : 승범이가 애 어른이거든요. 그 친구의 모습을 보고 승범이랑 잘 맞겠다 싶은거죠. 어 이런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인터뷰에서 하하. 승범이는 결혼하면 좋은 남자에요. 결혼하면 완전 잘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의 남자요. 그래서 믿고 소개 시켜줄 만한 친구죠.
승범 : (갑자기 시즌 1 배우 박동욱 전석호가 까페에 나타났다) 저희 팀의 목표는 시즌 1의 엿먹이기 였어요. 하하.

-그렇다면 다흰 배우는 결혼하면 좋은 남자가 아닌가?
승범: (다흰 배우가 잠시 생각 후 말을 하려는 순간 아무렇지 않게 승범 배우가 답을 하기 시작했다)그쵸. 하하하. 예전에는 그랬어요. 그런데 이제는 좋은 남자가 된 것 같아요.
다흰: (조용 조용 동생의 말을 저지하며) 예전에도 좋은 남자였어.
승범: (단호하게) 아니야. 예전엔 아니었어. (그런 판단을 내린 이유는?)형이 자유로운 걸 굉장히 좋아해요. 자기 개인 시간도 많이 필요하고. 이젠 없어졌드라구요. 저번에 술 먹고 저한테 그랬어요. ‘승범아 내가 변했어’ 하하하

-변한 거 보니 결혼할 때가 된 거 아닌가
다흰 승범: 결혼이요? 하하하하

■ 대배우 김다흰 & 새내기 임승범은 만나야 할 운명

-승범 배우가 애 어른 같다고 했는데, 많이들 그렇게 말하나
다흰: 아마 많이 들을꺼에요.
승범: 학교 다닐 때 부터 그런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실제로 철은 못 들고 그러고 있어요.

-두 배우가 나이 차이도 있지만 성격적으로 많이 다른건가
다흰 : 그쵸. 많이 다르죠.

-공연으로 만나지 않았으면 친해지기 어려운 성격인 건가
다흰 : 하하하하
승범 : 그럴수도 있어요. 우선 나이차가 많이 나니까. 연결 될 고리가 많이 없더라구요. 제가 예전에 아르코 극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거기서 <등신과 머저리>공연을 봤는데 어떤 배우(유명상)가 너무 잘 하는 거예요. 개인적으로 대배우라 생각했는데, 그 배우를 알고 보니 다흰 형이랑 동기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뭔지 되게 멀어보였어요. 어떻게 보면 대 선배죠. 생각해보면 만날 수 없었을 수도 있겠더라구요.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이렇게 (다섯살 나이 많은) 선배 형이 없거든요.

제가 철이 없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열심히 배우려고 해요. 형이 이야기했던 거 어떤 거였지?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구요. 형은 전체를 보고 이야기 하는 편인데 저는 그 눈이 부족해요. 그래서 형이 이야기 하는 걸 잘 이해 못할 때도 있어요. 이야기 중에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생기면 물어봐요. 작년 같았으면 못 물어봤을건데. 그때는 서로의 영역이 있었던거 같아요. 지금은 더 편하게 물어봐요. 그게 대화가 더 잘 되는 것 같고. 그 점이 참 좋아진 것 같아요.

다흰: 공연으로 만나지 않았더라도 승범이랑 만났을 수도 있죠. 어차피 대학로에서 많은 공연이 올라가고, 같은 배우를 하는 입장이고. 그런데 어떻게 만났을지는 글쎄요. 이런 공연이 아니었으면 둘이 어떤 식으로 호흡이 맞았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희 공연은 두 배우가 완전히 부딪쳐야 하는 부분이 많잖아요. 그래서 조금 더 (인간적인 유대가) 빨리 진행된 건 있었던 것 같아요. 공연이 아니었다면? 또 다른 통로로 친해졌을 수 있죠. 모르는거니까.

-다흰 배우는 연출의 시각으로 공연을 보는 느낌도 든다
다흰: 그렇진 않아요. 그렇게 공연을 잘 보진 않지만 그냥...
승범 : 보통 배우보단 극을 잘 보는 그게 있는 것 같아요.
다흰: (조심스럽게) 그런가
승범: (단칼에)몰라. 내 판단엔 그랬어.

-연출에 대한 꿈을 가진 적이 있나
다흰: 연출에 대한 생각을 가진 적이 있긴 해요. 대학교 때 해 보기도 했었고. 요즘은 배우로서 욕심이 생기고, 배우로서 더 열심히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어요.



■ 다흰의 ‘사람’ 이야기, 승범의 ‘청춘’ 이야기

-<인디아블로그>는 논픽션과 픽션이 섞여있다. 그게 이 작품의 매력이기도 하는데
꿈 이야기나 아이스크림 가게 이야기에 대해 좀 더 말한다면
승범 : 아이스크림 가게 내는 거 꿈이었다고 말하는 부분이요?
다흰 : 제 스토리가 들어오면서 그렇게 가게 된 거죠.
승범: (인정하기 싫다는 표정으로)제가 더위 사냥 아이스크림을 좋아해요. 사실 하나 정도는 겨우 먹는데. SB캐릭터가 그 쪽으로 가서 별 문제되지 않는다 생각했어요. 먹는 건 다 좋아해요. 밥도 두 그릇 세 그릇 먹고.

-승범 배우의 어릴 때 꿈은 뭐였나
승범: 초등학교 6학년 때 까진 꿈이 축구선수였어요. 브라질로 유학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중학교 때 입학 할 때 보내 준다고 했는데 안 됐어요. 그러다 중학교 땐 카피라이터가 한 때 꿈이었어요. 사람들끼리 모여 아이디어를 내서 광고를 만드는 게 재미있겠더라구요. 고등학교 때 부턴 배우가 꿈이 됐어요.

-다흰 배우는 아이스크림과 관련된 이야기가 실제로 있는건가
다흰 : 전 실제로 아이스크림을 좋아해요. 까페 이야기는 극 전체와 연결시켜서 만들어 본 거죠. (잃어버린 기타 이야기도 실제 일어난 사건에 이야기를 부여한 게 있나)기타를 잃어버린 건 진짜에요. 그 사건이 우리 극에 들어갔을 때 이런 의미도 나올 수 있겠구나란 생각까지 가게 된 거죠.

-잃어버린 줄 알았다가 결국 기타를 찾게 되는 그 장면에서 대사로도 나오지만 배우가 아닌 개인으로서 그렇게 소중한 것은 무엇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나
다흰: 관객이 마음에 드는 대사를 써 달라고 했던 게 떠오르는데 그 때 당시 바로 생각나는 게 없었어요. 터키블루스 공연 땐 ‘내 인생에 가장 빛났던 순간’이란 구절을 바로 썼어요. 그 땐 작가가 붙어서 캐릭터 화를 시킨 것, 연구 한 것 도 있었구요. 그런데 <인디아 블로그>는 내 이야기를 풀어 낸 거라 다 내 이야기 같아서 어느 한 부분이 탁 찝히는 부분이 없드라구요. 그래서 뭘 써드려야지 전 계속 고민하다 그 분이 한 5분정도 기다리셨어요.

그 때 머릿 속에 떠 오른 게 ‘왜 사람에 대해선 이런 생각을 안해봐을까?’ 그 대사였어요. 그 대사가 이번 <인디아블로그>란 작품, <인디아블로그>를 하고 있는 김다흰을 관통하고 있는 대사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 더 사람을 귀하게 생각하는 법을 이 작업을 하면서 느끼게 되고, 그리고 내가 이렇게 살면서 변화하게 된 부분 같아요. 사실 그 대사가 너무 어려워요. 관객들에게 잘 전해드리고 싶은데 또 의미를 담아서 한다치면 힘이 들어가 대사가 날라가버릴 수도 있고. 그렇다고 소중하지 않게 하자니 의미가 약해지고. 한 마디지만 그 대사가 저에겐 숙제입니다. 아. 뭐가 가장 소중한가라는 질문이었죠.? 네 가장 소중한 건 ‘사람’ 아닐까요. 극 안에서도 그렇고 제 자신에게도 그렇고요.

-승범 배우를 관통하는 대사가 있다면
승범: 관통하는 대사는 잘 모르겠구요. 문득 생각난 건 ‘세상에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게 있다’ 란 대사요. 또 개인적으론 콘서트 때 첫 대사가 좋더라구요. 속 시원하고. “지금 여기요, 갠지즈 강이 흘러요. 지금 이시간도 흐르고 있는 거거든요, 여러분과 나 같이 있는 이 시간이 다시는 안 돌아온다구요. 우리의 청춘이 그래요.” 그 대사가 SB 캐릭터로서 전달해주는 게 많다고 생각했어요. 마지막 아버지 이야기까지 놓고 봤을 때요. 그 대사가 와 닿아요. ‘마지막에 운다’라는 걸 간접체험 하면 어떨까?란 느낌도 그렇고. 저도 그 대사를 잘 하고 싶어요. 그 대사를 하면 조절이 안 돼서 막 분위기에 취해 목이 가요. 연출님이 써준 대사인데 너무 와 닿더라구요.

-마지막 곡이 브라보 마이 라이프이다.
다흰: 승범이가 추천한 곡이에요. 다흰이가 음악하는 사람이고, 마지막에 음악을 들려주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어요. 원래 다른 작곡 곡이었는데 노래를 바꿔보자고 해서요. 또 노래 자체의 메시지가 너무 좋잖아요. 여행 그리고 인생하고 잘 맞는 노래라는 생각이 들어 가져오자마자 전격 픽스가 됐어요. 그 곡이 마지막 곡이 돼서 좋은 것 같아요.

■ 노래와 연기가 하나가 되는 뮤지컬 배우에 대한 꿈

-다흰 배우는 연기 전공을 했는데 노래에 대한 애정이 많은 것 같다.
다흰: 노래 자체를 좋아해요. 기타 치는 것도 좋아하고 음악 자체도 좋아해서 꿈이 가수였어요. 전문적으로 배우진 않고 '난 노래 하는 걸 좋아하니까 가수 하고 싶다‘ 이 정도 마음이 항상 있었죠. 지금도 노래 부르는 거 좋아하고 연출님이 배우들의 개인적 재료를 그대로 쓰시는 분이라, 좋아하면 그냥 해 그러셔서.

-그러면 연극배우보다 뮤지컬 배우를 더 하고 싶었던건가
다흰: 뮤지컬 작업을 한번 했었거든요. 김성녀 선생님과 <엄마를 부탁해>란 작품을 했는데 엄마의 남편의 동생인 ‘균’ 역할로 나왔어요. 혹시 보셨나요? 너무 못했어요. 뮤지컬을 하고 싶어했어요. 대학교 들어오기 전에는 뮤지컬 장르를 몰랐어요. 그런데 노래와 연기를 함께 할 수 있는 뮤지컬이란 장르를 알게 되고 배우고 되고, 그러면 한번 해보고 싶다. 정말 쉽게 생각한거죠. 그러다 1년 정도 보컬 레슨도 받고 했어요. 그런데 오디션에서 많이 떨어졌어요. 서류까지 치면 50개 정도 떨어졌어요. <엄마를 부탁해>오디션이 붙어서 재미있겠다 생각했는데 너무 어려웠어요. 노래를 연기로 풀어내는 게 생각 이상으로 어려웠어요. 지금도 하고 싶은 건 맞는데 쉽게...물론 연극도 마찬가지지만 정말 단련이 돼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춤도 노래도 연기도 모두요.

-혹시 오디션에서 왜 떨어졌다고 생각했나
다흰 : 음 부족했던 거 같아요. 노래도 연기도. 사실 극중에서 나온 것처럼 뮤지컬 <원스> 오디션에서 최종까지 갔어요. 오디션을 항상 혼자 준비했는데 이번엔 저희 팀 음악감독(정한나)이 도와줬어요.그 친구랑 오디션을 준비하며 ‘지금까지 뮤지컬 오디션 준비를 너무 쉽게 했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 친구가 코치해주는 걸 하나 하나 들어보면 노래와 연기가 하나 되는 ‘노래 연기’를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난 노래만 했구나란 생각이 들어요. ‘노래 연기’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승범 배우도 뮤지컬 배우에 대한 꿈이 있나
승범 : 학교에서 워크샵 개념으로 공연을 해 봤고, 제 성향과 안 맞은 것도 있는데 뮤지컬 배우는 내가 가야 할 길이 아니구다란 생각을 했어요. <스프링 어웨이크닝> 오디션을 본 적이 있어요. 김무열 선배 공연 다음 차수 뽑는다고 할 때요. 전 못하겠더라구요. 노래 하면서 연기를 하는 게 과장되게 느껴졌어요. 제가 느끼기엔 그랬어요. 그런데 그런 꿈은 있어요. 황정민 배우 공연을 보면서 죽기 전에 뮤지컬 <맨오브라만차>는 해 보고 싶다. 나중에 나이 들어서 꼭 한번은. 배우로서 노래 연습은 필요한 것 같고. 음 전 연극 열심히 할라구요. 제가 좋은 배우 되면, 또 연이 닿으면 언젠가 할 수 있겠죠. 단순히 꿈입니다.



■임승범,“좋은 배우는 ‘와! 저 사람 진짜다’ 생각이 드는 배우”

-좋은 배우란 어떤 배우를 말하는 건가
다흰: 막 떠오른 배우는 송강호 전도연 씨요. 최근 송강호 전도연이 나오는 영화 <변호인>과 <집으로 가는 길>을 봤어요. 그 두 배우가 나온다고 하면 믿고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배우란 감동을 주고 믿음을 주는 게 좋은 배우 아닐까요. 연극 배우 중엔 윤상화 박지일 김소진 배우가 나온다고 하면 대부분 보러 가려고 해요. 제 공연 기간과 겹치지 않으면 보러가요. 요즘 윤상화 배우 보면서 놀라요. ‘어떻게 저렇게 연기를 할 수 있지’라면서요. 대단한 배우죠.

승범: 전 송강호 배우요. (간단 명료하게 좋은 배우는 송강호 란 정의인가) 전 모르겠어요. 어설픈 신념일 수도 있는데, 씬을 보고 ‘와! 저 사람 진짜다’ 생각 드는 사람을 좋아해요. 전 단순해요. 작품이 주는 힘 안에서 배우가 잘 어울려졌을 때도 물론 좋은 배우 인 것 같은 데, 개인적으론 ‘저 사람 미쳤다 싶은 사람’ 있잖아요. 예전부터 송강호 배우를 좋아했어요. 다들 공유 배우가 멋있다고 할 때 전 송강호 배우가 멋있다고 하니 애 늙은이 같다는 말도 하더라구요. 전 그 사람이 가진 힘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다니는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 분위기를 보면 모델급 배우들이 많아요. 제가 학교 들어가자 제 연기를 보지도 않고 (모델 급이 아니다고 판단했는지)생긴 것 보고 연기파라고 했어요. ‘보지도 않고 연기파는 뭐지?’ 그 반응에 기분이 안 좋았어요.

연극 배우들은 감동 받은 분들이 많은데 이름을 기억을 못해요. 그 ‘바람 뭐’ 연극?(바람난 삼대 연극 말하나?)아닌데 무슨 바람 피는 메밀 꽃 뭐 있는데. 아 조재현씨 나왔던 연극인데. 아! <민들레 바람되어>요. (정보석 조재현 이한위 김상규 등 배우들이 나왔다) 그때 당시 제가 안내원을 하면서 30번을 봤는데 다 울었어요. 중년부부들이 많이 보러왔던 연극인데 처음엔 그냥 들어왔다가 다 손 잡고 돌아가셨어요.

좋은 작품 안에 들어 있는 배우들이 멋있기도 한데 캐릭터가 진심인 사람이 좋은 배우라 생각해요. 유명 영화 배우 히스레저처럼 보여지는 게 많은 것 보다 소소한 사람이지만 희한하게 녹아들어간 배우가 좋은 배우라 생각해요. 이 말이 희한한데 특정 콘셉트를 쫙 가지고 들어가는 배우보단 그 사람 자체가 캐릭터 안에 녹아 들어가는 배우가 좋아요. 또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하지요.

자기 걸로 잘 만들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송강호 배우 인터뷰를 본 적 있는데, ‘언어를 위해서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만약 내 말투가 연기에 방해가 된다면 안하거나 다른 걸 보강해야 한다’고. 전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람 마음이 들어간 다음 걸음걸이든 말투가 들어가는 배우요. 배우로서 지향점이기도 해요.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 힘든 하루 다시 ‘파이팅’ 해서 살 수 있게 해주는 공연의 힘

-사람들이 왜 공연을 본다고 생각하나?
다흰: 전 생각하려고 공연을 봐요. 좋은 작품은 왜 좋았을까 곱씹어봐요. 힘든 작품을 보면 나면 생각을 멈추죠. 어차피 제 주관적인 시선이니 ‘왜 나랑 안 맞을까?’ 생각을 해요. 질문이 되게 어렵다. 어렵네요.

승범 : 저희 관객 분들을 생각해보면, 한 작품을 많이 보는 분들은 분위기나 뉘앙스를 즐기는 것 같아요. <인디아블로그> 같은 경우엔 인도풍 무대 세트와 느낌, 이야기, 공연이 진행되는 분위기를 즐기시는 것 같아요. 제가 들은 바로는요. 그리고 제가 공연을 많이 보는 이유는 단순해요. 제 삶의 변화 혹은 자극을 받고 싶어서 봐요. 하찮게 여겨졌던 걸 귀중하게 생각하는 가치 같은 걸 느끼고 싶어서. 공연을 통해 그런 느낌을 받고 싶어해요.

그게 안 되면 그날 공연을 안 좋게 까게 돼요. ‘이런 이야기를 왜 하는거지? 그래서 어쩌자는거지?’ 그런 작품을 보는 게 배우로서, 혹은 작품을 보는 눈을 키우는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제 돈 주고 보는 공연에서 얻고 싶은 건 ‘삶의 변화’ 와 ‘가치’ 입니다. 그런 것들을 느끼면 좀 더 열심히 살고자 하는 힘이 생기드라구요. 저희가 하는 작품이 마음에 드는 이유가 ‘진짜 위로해주고 있구나’란 느낌을 줘서이기도 해요. 관객들 편지를 받으면 ‘정말 위로해주고 있구나’란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래서 이분들이 몇 번이고 보러오는구나. 내용을 다 알아도 지칠 때마다 와서 보고, 마지막엔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자기도 모르게 즐기고 있고 그것 때문에 극장에 오는 것 같아요. 그렇게 위로를 받아서 현실로 나갔을 때 다시 파이팅해서 살 수 있지 않나. 저도 그런 걸 느끼고 싶어서 공연을 찾아서 보는 입장이구요.

-<인디아 블로그> 이후 어떤 작업들이 예정 돼 있나
다흰: 3월 달에 남산예술센터에서 크리에이티브 바키(Creative VaQi) 의 <연극의 연습>작업을 해요. 시리즈로 가려고 하는데 지난 공연이 배우 편이었다면 이번엔 극장편으로 하려고 해요.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에요. 아직 만들고 있거든요. 전 이 작업 때문에 많이 참여를 못 하고 있어요. 끝나고 바로 열심히 해야죠.

-바키에서 보여주는 작업들이 일반 관객들이 보기에 쉽지만은 않다
다흰: 제가 (이)경성 연출에게 이야기 했어요. ‘이번에 관객들이 무조건 알아듣게 해야 한다’고. 제가 경성이랑 같이 바키 극단을 만들었던 사람이에요. 계속 같이 해와서 팀워크나 이런 건 문제 없는데... ‘바키 작업이 관객들에게 어떤 걸 줄 수 있을까’ 의문이 생겨서 밖으로 나왔어요. 극단에 대한 애정은 변함 없는데, 극단 작업을 조금 쉬어야겠다란 생각을 했어요. 경성이가 항상 이야기하는 메시지는 좋은데 관객들이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거기까지 생각하게 됐어요. 경성이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했구요. 개인적인 제 욕심은 ‘배우들이 저 작품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는 바키 공연이 됐으면 해요. 아직 그렇지 않거든요. 배우들도 욕심내는 공연이 돼야 바키 배우도 극단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워낙 믿는 파트너이기 때문에 충분히 그런 공연을 만들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승범: 전 <히말라야>요. (블로그 시리즈 개념인가)아니요 그렇지는 않을 것 같아요. 좀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개념이라. 아직은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어서 지금은 각자 책을 읽고 이야기 하면서 방향을 잡고 있어요. 저 박동욱 전석호 김현식 이렇게 네 명의 남자 배우가 나와요. 현식이는 뮤지컬<여신님이 보고계셔> 언더 했던 친구인데, 지금은 <인디아블로그>에서 ‘내 이름은 현식입니다.’란 대사도 하면서 오퍼하고 있는 친구요.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연우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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