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그대’ 전지현·김수현, 왜 역사상 최강 커플인가

[엔터미디어=황진미의 편파평론] △이 드라마 찬(贊)△.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전지현, 김수현 주연에,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박지은 작가와 <뿌리 깊은 나무>의 장태유 감독이 만나 만든 드라마이다. 최고의 드림팀이 만나 만든 작품답게 <별그대>는 20%가 넘는 시청률에 매회 화제와 패러디가 쏟아져 나오는 등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낳고 있다.

<별그대>는 대단히 세련된 만듦새를 지닌다. 일단 복합장르로 다양한 재미를 품고 있는데, 로맨스, 코미디, 스릴러, SF, 사극 등 여러 장르가 과하지 않게 뒤섞이며 조화를 이룬다. 게다가 드라마가 연예계와 톱스타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대중문화를 둘러싼 현실을 비추며 일종의 풍자물로서의 재미를 갖는다. 여기에 간간이 인터넷 유머나 다른 영화나 드라마 장면의 패러디까지 익살스럽게 버무려 소소한 재미를 더한다. 최고급 아파트 인테리어와 선상 파티 장면 등 초호화 볼거리를 제공하며 패션 등 참조사항이 많은 것도 화제성 기사를 쏟아내는데 한몫을 한다. 한마디로 <별그대>는 대중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혼종적인 재미가 가득한 텍스트로, ‘캐미 아니 재미 덩어리’라 할 수 있다.

◆ 전지현과 김수현이라는 환상의 캐스팅

뭐니 뭐니 해도 <별그대>에서 최고의 볼거리이자 재미를 선사하는 요소는 역시 배우이다. 천송이라는 톱스타 역할을 맡고 있는 전지현은 최고의 매력을 뿜어낸다. 천송이는 엄청난 미인으로 도도한 여신급의 외모를 뽐내지만, 성격은 내숭 없이 솔직한데다 좀 무식하긴 하지만 잘난 척하지 않는 대중적인 매력을 지닌다. 이런 캐릭터를 다른 사람이 아닌 전지현이 연기한다는 건 가히 캐스팅의 승리이다. 전지현은 몸에 꼭 맞는 옷처럼, 아니 바로 그 사람인양 천송이 캐릭터를 표현해낸다. <엽기적인 그녀>에서 보여주었던 화면을 뚫고 나갈 것 같던 역동적인 에너지와 <도둑들>에서 보여주었던 섹시함과 코믹함이 <별그대>안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CF스타 전지현의 ‘스풰셜’한 외모야 워낙 유명하지만, 전지현이 매우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전지현은 표정이 매우 많고 입체적이며, 감성이 풍부하고 표현력이 섬세한 배우이다. 전지현은 과장되고 코믹한 표정 연기도 압권이지만, 간간이 감정이 스치며 순간적으로 변하는 표정 연기가 일품이다. 라이벌인 여배우가 죽은 것이 자기 때문이 아니라고 소리치다가 “정말로 나 때문이면 어떡하지?” 하며 불안한 마음이 스치는 순간을 표현하거나, 정신과 진료를 받으러 가서 조심조심 이야기를 이어나가다가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거죠?” 하며 눈을 치켜뜨는 장면 등은 전지현이 얼마나 표정이 많은 배우인지를 보여준다. 천송이는 만인의 사랑을 받는 톱스타에서 한순간에 국민 밉상이 된 인물이지만, 보고 있으면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이다.



김수현이 연기하는 도민준은 400년 전 UFO를 타고 지구에 온 외계인으로, 늙지 않는 외모로 10년마다 신분세탁을 해가며 사람들 사이에서 살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인간보다 감각이 7배나 예민하고 시간을 멈추거나 순간이동을 하는 등의 초능력을 지니고 있다. 추위를 타지 않으며, 인간들과 체액이 섞이면 이상반응을 일으키는 특징을 지니기도 한다. 그의 이런 특징은 할리우드 장르 안에서 형성되어 온 슈퍼맨과 뱀파이어를 연상시킨다.

과연 그는 슈퍼맨처럼 맨손으로 차를 세워 천송이를 구하고 뱀파이어처럼 자신의 성에서 오랜 고독을 즐긴다. 그는 400년 전 지구에 왔을 때 처음 만난 소녀과부를 위기에서 구하지만 결국 그녀의 죽음을 보게 된다. 이후 사랑도 없는 무미건조한 삶을 400년간 이어 오다가, 지구에서 떠날 날을 목전에 두고 소녀과부의 환생으로 여겨지는 천송이를 만나, 위기에서 빠진 천송이를 구한다.

그는 여느 로맨틱 코미디의 남자 주인공과 달리, 결이 복잡한 인물이다. 외계인이라는 신비감, 400년을 산 사람이 지닐 법한 진중함, 인간 세계에서 한발 떨어진 듯 한 냉소적인 풍모, 해박한 전문지식과 교양 등을 갖춘 그는 분명 특별한 존재이다. 김수현은 그런 특별한 캐릭터를 상당히 설득력 있게 표현해낸다. 외모는 어리지만, 점잖고 예스러운데다 신비한 카리스마까지 겸비한 인물을 적정농도로 뽑아낸다.

그는 사극과 SF 액션을 넘나드는 가하면, 일반적인 현대극의 장면에서는 천송이를 잘 받쳐주는 리액션 연기를 기막히게 소화한다. 현대극 장면에서 도민준은 ‘츤데레’ 캐릭터이다. 즉 무심한 듯 차갑게 굴지만, 결국 거절하지 못하고 상대의 부탁을 다 들어주는 자상한 남자이다. 김수현은 반듯한 외모와 절제된 태도로 일관하지만, 미묘한 표정으로 시청자들을 몰입시키고 눈빛 하나로 자상함을 드러내는 섬세한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 가장 이상적인 남자는?

<별그대>에서 서사의 갈등을 이끌어가는 것은 천송이이고, 특별한 설정을 지닌 존재는 도민준이다. 즉 시청자의 입장에서 천송이에게 감정이입이 일어나고, 신비한 존재인 도민준을 만나는 구조이다. <별그대>가 SF와 사극을 넘나들고 화려한 연예계의 이면을 다루면서,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결국 사랑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그것은 일상적으로 흘러가는 긴 시간 속에서 1초가 영원처럼 느껴지는 순간의 어떤 것이고, 그 순간에 수백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어떤 운명적인 느낌을 절감하는 것이며, 한방에 ‘훅 들어오는’ 것이다.

도민준은 대학에서 사랑에 대한 사회심리학을 강의하고 있지만, 결국 사랑은 윤회와 같은 운명적인 것이고, 신비의 영역이다. 그는 사랑을 부인하고 고독한 섬처럼 살아왔지만, 막상 운명 같은 사랑을 느끼게 되었을 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도 없고, 체액을 교환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다.

<별그대>가 사랑에 대해 풀어놓은 이야기는 아름답지만 그리 새롭지는 않다. 그보다 드라마가 지니는 진정한 가치는 도민준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여자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남성상을 보여준다는 점에 있다. 도민준은 여성들이 품고 있던 판타지 로망의 결집체로, 흔히 단골로 등장하던 재벌 2세들과는 다르다. 드라마는 그 차이를 대비시키기 위해 재벌2세를 등장시키기도 한다. 그는 청소년기 때부터 자신이 재벌 2세라고 떠벌이며 우월적 위치에서 천송이에게 접근하여 계속 따라다니지만 천송이에게 번번이 까인다. 자존감이 높은 천송이는 배우로서 성공하고 싶지 신데렐라 따위가 되고 싶지 않았다. 재벌 2세라는 것만 빼면 자기세계도 없는 남자는 성에 차지 않는다. 그가 시월드의 응석받이인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반면 도민준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동안에, 재벌은 아닐지라도 400년간 상류층으로 살아온 유서 깊은 부(富)를 지녔고, 지성과 교양과 예술적 감수성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권위적인 시월드도 없이 혼자 사는 남자인데다, ‘옆집남자’라는 수평적인 관계로 만났다. 그만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그의 멋진 집에 제집처럼 드나들 수 있는 것도 참 좋다. 성격이 까칠해서 여자를 밝히지도 않고 아무에게나 잘해주지도 않는데, 오직 나한테만은 ‘츤데레’이다. ‘귀가 밝은’ 그는 천송이의 앓는 소리를 듣고 병원에 데려다 주고, 위기의 순간에는 혜성같이 나타나 구해준다.



여기서 중요한 건 초능력이 아니라, 겉보기엔 화려해도 속으론 외로운 여자의 내면을 면밀하게 살펴서 기민하게 움직이는 남자라는 뜻이다. 여자들이 어떤 남자를 증오하는지 알고 싶은가? 도민준 캐릭터를 반대로 하면 답이 나온다. 늙고 못생긴 남자, 가난한 남자, 집 없는 남자, 천박한 남자, 멍청한 남자, 껄떡대는 남자, 마마보이, 말 많은 남자, 둔한 남자 등이다. 이를테면 도민준은 <개그 콘서트>의 <놈놈놈> 코너에 나오는 남자들의 결합체이다. 키 크고 잘생긴데다, 부유하고, “여잔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여자의 마음에 민감하고, 과묵하면서 카리스마 있는 남자 등.

대체 그런 남자가 어디 있냐고? 맞다. 전통이 단절된 한국 사회에서 천박한 졸부는 있어도 기품 있는 부자는 찾기 힘들다. 잘생긴 남자는 있어도 고상하고 교양 있는 남자는 드물다. 가진 것 내세우며 졸라대는 재벌2세는 있어도 무심한 듯 자상한 남자 찾기 힘들다. 그러니 외계인이다. 오죽하면 외계인이란 설정이 필요했을까. 어차피 꿈이고, 그 정도 남자를 꿈꾸는 마당에, 나는 아예 톱스타 여배우라 한들 뭐 어떠랴. 톱스타 아니어도 다이어트로 배고프기는 마찬가지이고, 인터넷 보면서 빈정 상하기는 마찬가지인데. 어차피 배우처럼 두 얼굴로 살고, 나르시시즘으로 하루하루 버티며, 살벌한 경쟁사회에서 번번이 까이면서도 ‘내가 깠어!’ 정신승리하며 살기는 마찬가지인데.

<별그대>는 이것이 허구적인 감정이입을 통한 환상극장이라는 인식을 텍스트 안에 이미 내장하고 있다. 만화방에서 환상의 헛소리를 하는 두 잉여가 그 인식의 얼룩이다. 아무렴 어떠한가. <별그대>는 여성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천송이에게 감정이입을 하며 도민준이라는 완벽한 이상형의 남자에 빠져드는 환상을 선사하고, 남성 시청자 입장에서는 도민준이라는 남자는 어차피 외계인이니까 질투를 느낄 것도 없고, 그저 전지현의 친근하면서도 섹시한 아름다움에나 원 없이 빠져들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텍스트이다. 남녀 모두에게 이토록 은혜로운 드라마라니, 대박이 나지 않을 리 없지 않은가!

칼럼니스트 황진미 chingmee@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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