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안중근의 내면 목소리와 찰떡궁합 JK김동욱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한국 역사의 실존 인물인 안중근의 일대기를 완성도 있게 다룬 드라마, 영화 같은 연출력, 중독성 강한 음악, 매해 새로운 ‘영웅’의 탄생으로 주목받은 뮤지컬 <영웅>(작가 한아름 작곡 오상준 연출 윤호진 음악감독 한정림)이 개막 첫 주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2014년 뮤지컬 <영웅>은 또 다른 스타 탄생에 관심이 쏠렸다. 소울 보컬 JK김동욱, 배우 김승대와 강태을이 ‘영웅’ 안중근으로 분한 것.

2004년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유다 역에 이어 10여 년 만에 뮤지컬무대로 돌아온 JK김동욱은 기대 이상의 울림을 안겨줬다. 특히 김동욱의 신뢰감 있는 저음은 안중근의 진지한 내면 목소리와 잘 어울렸다. 뉴욕 공연 주연으로 호평을 받은 정성화와는 또 다른 매력을 창출했다고 판단할 수 있겠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누가 죄인인가’ 넘버 초반에서 노래하듯 대사를 보여줘야 하는 장면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점이다. 물론 공연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았다. 강태을이 분한 안중근은 한 어머니의 아들로서 독립운동가의 고뇌가 돋보였다. 인간적인 매력이 묻어나는 새로운 안중근임은 분명했다.

2009년 10월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거사 10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한 뮤지컬 <영웅>은 초연 당시 제4회 더 뮤지컬 어워즈와 한국뮤지컬대상에서도 주요 6개상을 거머쥐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 2011년엔 뉴욕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하며 대한민국 뮤지컬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갔다. 대한민국의 영웅 안중근 의사의 인간적인 고뇌와 아픔을 입체적이고 몰입도 있게 그려내 국내외 평단과 관객의 호평과 큰 호응을 이끌어 낸 것.

지난 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7번째 공연의 막이 올랐다. 1909년 2월의 ‘단지(斷指) 동맹’부터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뤼순감옥에 수감된 후 1910년 3월 사형집행 까지 이야기를 담아냈다. 그 안에 허구의 캐릭터인 설희와 링링의 이야기가 가미됐다.

작품의 전체적 느낌은 진지함이다. 물론 그 안에 인간미와 서정미가 함께 흘러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독립군 의병대장으로서 ‘동양평화론’을 주창한 안중근의 고뇌, 죽음을 앞둔 안중근이 ‘장부가’를 부를 때 느낄 수 있는 굳은 심지, 감옥에 수감된 안중근과 죽은 이토 히로부미의 환영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여러 각도에서 ‘영웅’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그래픽이 만들어내는 영화적 연출력, 패널을 이용해 공간의 전환은 물론 원근법의 효과까지 발현해낸 무대 장치는 극의 긴박감을 배가 시킨다. 일본 경찰과 독립군의 쫓고 쫓기는 안무와 음악은 묘한 중독성이 있다. 앙상블의 노래와 군무 어느 것 하나 빼 놓을 수 없다.

뮤지컬 <영웅>의 매력은 배고픈 청춘과 마음 붙일 곳 없는 그 시절 젊은이들의 심정을 공감도 있게 그려 낸 점. 왕웨이가 만들어준 만두를 나누어 먹으면서 허기를 달래는 청춘들의 모습, 우덕순과 조도선이 기차역에서 부르는 ‘아리랑’은 국내 관객의 정서를 여지없이 관통했다. ‘영웅’도 우리와 같이 따뜻한 피가 흐르는 인간이었다는 점.

잊고 지내던 ‘영웅’을 불러낸 점은 물론 배우들의 열연이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명성황후 시해사건 당시 살아남은 마지막 궁녀 출신으로, 명성황후의 원한을 갚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게이샤로 분해 이토의 측근에 들면서 독립군들의 정보전을 돕는 가상의 인물 설희 역을 맡은 다비치의 이해리와 오진영도 제 몫을 해 냈다.

안중근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극 중 간간히 웃음을 선사하는 감초 역할로 초연 때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우덕순과 조도선 역 황만익과 박송권 콤비는 연륜까지 더해져 믿고 배우는 배우임을 증명했다. 극 중 안중근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제국주의적 야망을 보여주는 이토 히로부미 역배우 이희정과 김도형은 안정감 있는 연기를 펼쳤다.

첫사랑의 두근거림과 슬픔을 간직한 풋풋하고 청순한 매력의 중국소녀 링링 역 배우 이수빈과 이하나, 김영철 나성호(노을) 민경옥 임용희 장기용 김덕환 정의욱 장대웅 이상훈 김영환 박형규 주홍균 김고운 등 모두 무대를 빛낸 일등공신이었다. 2월 1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공연전문 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에이콤인터내셔날, 로네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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