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직뱅크>, "관심만큼 고충도 큽니다"[대담1]
- <청춘불패>에 이어 <뮤직뱅크>를 이끄는 김호상 PD

[엔터미디어=TV남녀공감백서] 요즘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져 있다. 이유는 역시 K-pop이다. 아이돌들이 만들어낸 이 새로운 트렌드는 이제 한갓 대중문화 현상이 아니라 국가적인 브랜드로 자리하고 있을 정도. 그래서일까. 과열된 관심은 그만큼 과열된 반응을 동반한다. 본래 뜻과는 상관없이 논란에 휩싸이는 건 어쩌면 그래서 관심의 표명이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청춘불패>에 이어 <뮤직뱅크>를 이끌고 있는 김호상 PD를 만났다. (대담 참여 : 김호상 PD,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덕현 칼럼니스트)

정덕현 : <청춘불패> PD셨죠? 종영 후 지금은 <뮤직뱅크>를 하고 계신데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김호상 : 장소만 스튜디오로 바뀐 셈이에요.(웃음) 소녀시대나 카라, 포미닛, 시크릿, F(x) 등등 그 때 함께 했던 친구들을 스튜디오에서 다시 만나게 됐는데 다들 반가워하더라고요. 저도 물론 반가웠죠. 남다르게 느껴지는 건 사실입니다. 특히 시크릿의 선화 같은 경우는 <청춘불패>를 통해 주목을 받은 케이스잖아요. 얼마 전 <뮤직뱅크>에서 1위를 했는데 사무실로 찾아와 울먹울먹 하더군요.

정석희 : <청춘불패> 팬들도 대형기획사 소속 걸 그룹에만 국한 된 게 아니라 다양한 걸 그룹들이 어우러져 좋아했었던 것 같아요.

김호상 : 인기 순으로 캐스팅한 게 아니었죠. 소녀시대의 유리나 써니는 당연히 <청춘불패> 초기부터 유명했지만 사실 선화나 효민, 나르샤 같은 친구들은 당시만 해도 무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보면 제일 바쁜 친구들이 바로 이 친구들이더라고요. 마치 연예 사관학교처럼 단련시켜 놨다는 얘기들도 하시던데요. 그런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정덕현 : <청춘불패>는 뜰만하니 접은 것 같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김호상 : 그래도 지금은 그 때 잘 접었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갈 수 없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그 첫 번째가 대부분의 멤버들이 일본 활동으로 바빠졌다는 점이에요. 카라가 연말부터 일본에 <우라카라>라는 드라마를 찍기 시작했고 다른 팀들도 일본 진출을 준비 중이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자꾸 멤버를 바꾼다는 건 무리라고 생각됐습니다. 게다가 그 때 마침 구제역이 터졌어요. 만일 계속했다면 아마 촬영 자체가 불가능했을 겁니다.

정석희 : <뮤직뱅크>는 사실 연령대가 높은 시청자들에게는 출연하는 가수들이 낯설고 생소합니다. 이름 모르는 아이돌들이 대부분이니까요.

김호상 : KBS 같은 경우, 음악 프로그램이 연령대별로 다 있습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은 가창력 있는 가수들이 나오고, <콘서트 7080>은 그야말로 7080 세대가 좋아할만한 중견가수가 나오고, <열린 음악회>는 또 큰 무대에 설 수 있는 가수들이 나오죠. 그밖에도 <가요무대>, <전국노래자랑> 이렇게 쭉 나열되어 있는데, 그중 <뮤직뱅크>는 가장 신세대 젊은 가수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요즘은 K-pop이 주목을 받고 있어서 아무래도 신인들은 일단 먼저 해외에도 송출되는 이 무대를 통해 선을 보이고 싶어 하죠.



정석희 : 요즘 아이돌들은 팀도 많지만 각 팀마다 인원도 많아서 사실 누가 누군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PD님은 구별이 다 가시나요?

김호상 : 솔직히 저도 다 알지는 못합니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종종 얼굴을 보인 친구들은 그나마 눈에 익지만 얼굴이 낯설 경우는 카메라 파트를 나눠서 촬영할 때 큐 사인을 보내기 힘든 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카메라 감독님들은 전부 구별하니 다행이죠. 얼핏 보면 다 비슷비슷하게 보이는지라 이름과 얼굴 매칭이 정말 어렵습니다.

정덕현 : 사실 <청춘불패> 이후에 아이돌들이 음악 활동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죠. K-pop이 주목되는 시기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예능 활동이 뜸해지다 보니까 눈에 잘 안 띄게 되는 것 같습니다.

김호상 : 사실 <청춘불패>를 통해 알려진 친구들이 많았죠. 그 전에는 선화가 누군지 효민이 누군지 잘 몰랐잖아요? 저도 콜 넘길 때 이름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제작진에게 안무를 짤 때 최대한 노래하는 친구는 가운데로 오게 안무를 짜라. 그렇게 주문해요. 왜냐하면 그러면 적어도 센터에 있는 카메라는 놓치지 않거든요.

정석희 : 생방송이라 가끔 방송사고가 벌어지기도 할 텐데 불안하지는 않으신가요?

정덕현 : 방송 사고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이 예전하고는 좀 달라졌더라고요. 심지어 넘어져도 요즘은 화제가 되던데.

김호상 : 요새는 신인일지라도 다들 준비가 잘 되어 있어요. 그래서 큰 걱정은 없습니다. 가끔 자잘한 해프닝이 벌어지지만 때론 그런 것들이 이슈가 되기도 하죠. 그러나 어쨌든 사고가 있어서는 절대 안 되죠. 얼마 전에도 사전 리허설 때 애프터스쿨이 탭댄스를 추다가 사고가 생겼어요. 바닥재인 강화유리 두 장이 안으로 들어가 버린 거예요. 강화 유리라서 다칠 위험은 없다지만 그게 워낙 강한 재질인데도 모서리나 이런 쪽을 맞게 되면 깨지기도 한다고 하더군요. 바닥을 교체하고 다시 촬영을 재개하긴 했지만 사실 방송사고가 일어날 상황들은 도처에 널려 있습니다. 가끔 부조종실로 단체 견학을 오기도 하는데 언젠가는 생방송 중에 선배가 등을 두드려서 깜짝 놀랐습니다. 방송국에서 생활하는 분들도 이런 생방송에 대한 걸 잘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석희 : 음악순위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턴가 1위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어요. 1위를 했다는데 나는 생전 처음 들어봤다, 이런 경우가 꽤 있으니까요.

김호상 : 저도 <뮤직뱅크>를 맡기 전에는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예전 음반사서 듣던 시대의 '가요 톱 텐'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죠. 지금은 음원이 가장 부각되는 시대니까 젊은 층들은 어떤 노래라는 걸 잘 알지만 온라인 음악 차트를 찾아듣지 않는 중년층은 혼란스러울 수 있어요.



정덕현 : 뭔가 빅 히트곡이 없는 것도 문제고, 인기곡이 바뀌는 속도가 빨라진 것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정석희 : 그런 부분도 있지만 솔직히 특정 팬덤이 순위를 만들어가는 상황 때문이 아닌가요? 가요시장 구도 상 어느 정도 허용이 불가피 하겠지만 그래도 팬덤을 절제시킬 필요도 있지 싶은데요.

김호상 : 저희는 그래도 방송 순위 프로그램 중 데이터를 공개하는 유일한 프로그램이잖아요. 음원점수가 몇 점이고, 음반점수가 몇 점이고, 방송점수가 몇 점이고, 시청자 선호도 점수가 몇 점이고, 이런 식으로 공개하고 있는데요. 일단 점수화하다 보니까 팬들이 음반을 공동구매를 한다든지 음원을 산다든지 뭐 이런 것들이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음반점수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렇다고 음반점수 10%를 거기서 더 낮춰버리면 음반업계가 힘들어질 수 있어요. 그나마 10%를 유지하고 있기에 음반업계가 어느 정도 유지된다는 제작자들 얘기도 있거든요. 항상 그 점이 딜레마이긴 한데 업계 전반을 위해서 이 정도 포션은 있어야 되는 게 아니냐는 거죠. 만약 음원으로만 순위를 매겨버리면 음반이 어려워지거든요. 또 음원이라는 건 너무 빨리 변하기 때문에 그 속도를 프로그램이 그대로 반영하는 것도 문제가 있죠.

정석희 : <뮤직뱅크>라는 프로그램 하나에 참 많은 사람들의 사활과 많은 조직의 이해타산이 걸려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작진 입장에서 여러모로 고민이 많지 싶어요.

김호상 : 사실 지금이 제일 괴로운 시기인데 4월하고 5월에 음반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습니다. 해외로 진출하려다가 일본 대지진 여파로 유턴하는 그룹도 많아졌죠. 우리가 소화할 수 있는 팀이 스물 한 두 팀인데 나와 있는 팀은 오십 팀이 넘는 거예요. 사무실 앉아 있으면 여기저기서 제작자들이 찾아와 절박한 심정을 토로하곤 하죠. 그럴 때마다 오히려 제가 하소연을 합니다. 결국 못 들어가는 팀이 더 많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정석희 : 한 곡을 부르냐 아니면 두 곡을 부르냐, 또 엔딩은 누가 하냐, 이런 것도 꽤 민감한 부분이죠?

김호상 : 순서는 별로 논란이 되지 않는데 일단 그 안에 들어오느냐 아니냐, 그게 사활을 건 문제가 됩니다.

정덕현 : 말도 많고 탈도 많아 참 곤란할 것 같네요. 하지만 반응이 없으면 더 안 좋은 거죠. 관심이 있으니 말도 많은 겁니다.

김호상 : 그렇습니다. 시장 자체가 2009년 걸 그룹, 아이돌 붐이 불면서 다시 활성화된 거거든요. 90년대 중반에 굉장히 음반이 잘 되다가 90년대 후반이 되면서 침체기가 왔죠. 그러다가 2009년 <청춘불패>를 기획할 즈음, 갑자기 음악프로그램에서 시청률 10%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이 친구들을 데리고 버라이어티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건데 그 때부터 아이돌이 주류를 이루게 되면서 일본이나 해외에서 붐이 일어났고 K-pop으로 이어졌죠.
(다음 회에 김호상 PD가 밝히는 K-pop에 대한 솔직한 두 번째 이야기가 게재됩니다.)

대담 : 칼럼니스트 정덕현, 정석희, 정리 : 정덕현

[사진 = 전성환 기자 shjeon0877@enter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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