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미국의 남성 4인조 그룹 '포 시즌스' 멤버 프랭키가 고백한다. 원년 멤버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고 홀로 마이크 앞에 서 있는 상황이다.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은 1억7,000만장의 앨범이 팔려 성공과 명예가 함께 했을 때가 아닌,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 만으로 노래했던 그 순간이다”

지난 17일 블루스퀘어 삼성카드 홀에서 개막한 <저지보이스>(JERSEY BOY’S)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다. 누구나 가슴 속에 품고 있지만 잊고 있었던 ‘꿈과 열정’을 떠오르게 했다. 그렇게 별 기대 없이 극장에 들어선 이들의 가슴까지 뜨겁게 덥혀 줘 공감대를 넓혔다.

<저지보이스>는 1960년대를 주름잡은 ‘포 시즌스’의 음악을 바탕으로 한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밴드의 노래와 실제 이야기가 결합 해 34개의 히트곡과 함께 펼쳐진다. 뮤지컬 제작진은 실제 멤버들을 심층 인터뷰해서 그 과정을 작품에 제대로 녹여냈다. 캐스팅된 배우들의 이미지도 원년 멤버들과 닮아있다.

당시 영국 비틀스에 맞서는 미국의 대표그룹 ‘포 시즌즈’는 프랭키 밸리 (Frankie Valli), 토미 드비토 (Tommy DeVito), 밥 고디오 (Bob Gaudio), 닉 매시 (Nick Massi)로 구성됐다. 1960년대를 풍미했던 팝 밴드다. 1962년 첫 싱글 '셰리(Sherry)'로 빌보드 차트 진입과 동시에 차트 1위를 기록했다. 그 이후의 발표곡들도 대히트를 치면서 승승장구했지만 1965년부터 팀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포 시즌스’의 네 멤버가 풀어놓는 우정과 사랑, 성공과 해체, 갈등과 화해 등 40년 간의 우정이 작품 안에 녹아있다. 너무 진지하다는 이유로 여러 음반사들로부터 퇴짜를 맞은 '캔 테이크 마이 아이즈 오프 유(Can't take my eyes off you)'의 사연 및 여러 히트곡들의 탄생과정도 엿볼 수 있다.



콘서트장의 뜨거운 열기와 인간적인 다큐멘터리의 결합이라고 할까. 쥬크박스 뮤지컬의 한계로 지적되곤 했던 드라마적 완성도도 뛰어나다. 아이돌 팝 밴드의 성공 스토리를 그럴 듯 하게 그려내기 보단 가난한 촌뜨기 청년들이었던 네 사람이 어떻게 서로를 만나 인기스타로 부상했는지, 이후 어떤 갈등을 겪고 각자의 삶을 살게 되었는지를 보다 현실적으로 그려냈기 때문이다.

작품은 그룹 ‘포시즌스’의 이름과 마찬가지로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같은 인생사를 기승전결로 풀어냈다. 각 장마다 네 멤버의 내레이션이 나와 각자의 입장을 보다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했다. 그룹의 결성(봄), 상업적인 성공시대(여름). 각자 결혼과 삶의 방향에 대해 이견이 생기며 해체하게 되는 무대 뒤 이야기(가을), 삶의 고단함과 슬픔을 거친 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선 그 날(겨울)까지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차례로 진행된다.

‘쏜 살 같이 지나가는’ 우리네 인생과 닮아있는 뮤지컬이다. 여타 주크 박스 뮤지컬보다 많은 넘버와 대사등이 치밀하게 운용됐다. 스펙타클한 무대 장치보다는 상징적인 무대로 각 장면 전환을 꾀했으며,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그림을 떠오르게 하는 미국적인 팝아트 화면은 흑백과 컬러를 오가며 시대적인 분위기를 표현해냈다.



<저지보이스>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은 ‘포 시즌스’의 히트곡들로 가득 찬 155분이라는 점이다. ‘셰리(Sherry)’, ‘워크 라이크 어 맨(Walk Like a Man)’ ‘빅 걸스 돈 크라이(Big girls don't cry)', 등 익숙한 음악은 남녀노소 또 국적에 관계없이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흥겨운 커튼콜 무대까지 놓치지 말 것.

국내 첫 내한 공연이다. <저지보이스>는 2005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래 토니어워즈 최고 뮤지컬상,영국 올리비에 어워즈 최고 뮤지컬상, 라스베가스 최고의 쇼 등 수많은 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초연 개막 이후 1년간 티켓을 구하지 못해 대기하는 사람들이 생길 만큼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8년이 지난 지금도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꾸준히 롱런 중이며 <위키드>, <라이언 킹>과 더불어 브로드웨이 흥행순위 TOP3를 차지해온 메가히트 뮤지컬로 꼽힌다. 설 연휴기간 뮤지컬을 관람하는 4인 가족 관객들을 위한 30% 할인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3월 23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공연전문 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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