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뮤지컬 <디스라이프> 배우 윤승욱

[엔터미디어=공연전문기자 정다훈] “그 누구도 앙상블이 되려고 ‘배우’의 세계에 뛰어들지 않아요. 내일을 위해서 새벽이 있는 거겠죠. 앙상블 같은 메인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산을 올라가도 꼭대기만 바라보며 올라가는 배우가 아니라, 꽃도 보고 주변도 보고 올라가는 그런 배우요. 정상에 올라가면서는 한 쪽만 보일지 몰라도, 올라가면 그 반대쪽도 보이잖아요. 그 반대쪽도 볼 수 있는 배우가 좋아요. 그 배우 삶을 좋아하면 좋은 노래가 들리고 좋은 배우로 느껴져요. 더 깊이 느낄 수 있는 사람, 배려를 잘 해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2014년 예그린 씨어터 개막작 뮤지컬 <디스라이프 : 주그리우스리>에서 로맨스 할아버지 ‘정구’ 역을 맡은 배우 윤승욱을 만났다. <디스라이프>는 인간의 목숨을 거두기 위해 인간세상으로 내려간 저승차사가 인간세상에서 겪는 좌충우돌 이야기와 장수마을에 사는 노인들의 인간적인 정과 즐거운 인생을 담은 작품.

■ 때 묻지 않은 정을 느낄 수 있는 <디스라이프>

-<디스 라이프> 제의가 왔을 때 흔쾌히 수락했나?
“이지수 연출과 <엘리자벳>에 같이 출연했어요. 지수 형을 통해 이 작품이 서울 뮤지컬 페스티벌 예그린 앙코르에 이어 다시 한번 올라가는지 알게 됐고요. ‘정구’란 캐릭터가 있는데 오디션 한번 봐 볼래? 라는 제의가 와서 오디션을 보고 합류하게 됐어요.”

-‘정구’ 역에 대해 좀 더 말 해달라
“작품 속 인물을 크게 저승차사인 태을과 호경, 거북 할매, 그리고 마을 사람들 무리 이렇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정구는 소피 누님과 노년의 로맨스를 보여주는 역입니다. 인생의 즐거움을 놓지 않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삶을 보여주기 위해서 나오는 인물이죠. 제 주요 배역은 ‘정구’인데 저승차사 역이랑 사기꾼 과장 역도 함께 맡고 있어요.

재미있는 게 제가 소피 누님에게 하는 대사인 ‘누나 뽀뽀 한번 해도 돼요?’가 고등학생 때 제가 현재 와이프에게 했던 말이라는 점입니다. 와이프를 교회에서 고1 때 만났어요. 실제로도 저보다 한 살 위인 연상인데 소피와 정구의 나이 차랑 같죠. 어느 날은 교회 공부방에서 같이 있었는데, 친구들이 다 가고 둘만 남았어요. 그래서 제가 그 말을 했어요.(웃음) 정구와 다른 점이라면 전 사랑의 결실을 이룬거죠. 정구는 어려서부터 소피를 짝사랑했지만 이루어지지 못해요. 물론 세월이 흐른 후 사랑을 이루게 되긴 하지만요.”

-소극장 창작 뮤지컬 공연은 처음인가
“이 전에 삼성 홀에서 창작 뮤지컬 <친정엄마>에서 김수미 선생님의 사위 역을 한 적이 있어요. 소극장 공연은 처음이죠. 배우가 짓는 표정이 관객들에게 다 보이는 거리와 공간에서 연기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관객의 반응이 태풍처럼 몰려온 다는 점에서 느낌이 달랐어요. 관객이 가까이 있어서 그런지 한번 웃어도 상당히 크게 느껴지던데요. 소극장의 깨알 같은 재미를 느끼면서 하고 있어요. 대극장은 맨 앞 자리 관객이라고 해도 오케스트라 피트 공간이 있어서 이 정도로 가깝게 느껴지지 않거든요. <디스라이프> 처음 공연을 했을 땐, 앞 자리 관객들과 눈이 마주치면 쑥 쓰러워서 5.6열 뒤 쪽으로 시선을 뒀어요. 아이컨택을 처음 할 땐 민망한 게 있더라구요. 1인 다역을 해서 저승차자인 제가 손 들고 혼 나는 장면도 있거든요.”

-<디스라이프>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화려하지 않은 수수한 공연이란 점이 매력입니다. 유쾌한 우스리 노인들의 때묻지 않은 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죠. 남녀노소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공연이기도 해요. 작품 속 캐릭터도 그렇고 실제 배우들 중에 혼자만 튀어 보이려고 하는 사람이 없어요. 황건, 고상호, 김시권, 고훈정, 박주희, 서태영, 유승국, 나세나, 서정식, 한규정, 서미정, 허은미, 서예림 배우 모두가 같이 어우러져서 가는 점이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으샤 으샤’ 같이 힘을 모아주는 팀이죠. 같은 역 더블 배우들이 서로 잘 보여야 한다는 경쟁심이 생기기 마련인데, 전 (유)승국이가 잘 하면 같이 좋아요.”



■ 10년을 돌아 온 뮤지컬 배우의 꿈

2형제 중 막내인 윤승욱은 놀기 좋아하는 아이였다. 고등학교 땐 ‘에쿠우스’란 중창단 활동을 할 정도로 음악에 관심이 있었지만 특별한 꿈이 없었다. 윤승욱은 삼수 끝에 신학대 교회음악과에 입학하게 된다. 그의 20대는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어왔다. 교회음악과에 들어간 점, 그리고 이른 결혼은 그의 삶에 터닝 포인트가 됐다.

-대학시절이 인간 윤승욱에게 많은 변화의 시기였나
“신학 대학교를 들어간 게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아요. 그 전엔 신앙적으로 망나니였죠. 학교 들어가서 사람된 거죠. 고등학교 땐 놀았지만 대학교 들어가서 교회음악인으로서 담배랑 술도 안했어요. 물론 뮤지컬 하면서 술을 다시 먹게 되긴 했지만요. 동료들과 술을 안 먹을 수 없잖아요.(웃음)

제가 대학교 3학년 때 결혼을 했어요. 결혼보다 임신을 먼저 한 거죠. 27세에 결혼을 했는데 지금보기엔 빠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 땐 적당한 나이였어요. 그 시기가 가족 형편이 좋지 않았어요. ‘학교도 다녀야 하고, 결혼해서 살 집도 있어야 하는데 어디서 어떻게 살아?’ 란 문제에 부딪친거죠. 그런데 해야 하니까 또 하게 되더라구요. 그게 첫째 주영인데, 감사해요. ‘그 녀석 아니면 어떻게 됐을지?’ 란 생각도 들고. 그렇게 결혼하고 아이도 생기니 이게 사는거구나! 라고 느끼게 됐어요.”

-특별한 꿈이 없었다고 했는데, 언제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었던건가?
“음악을 좋아하긴 했지만 뮤지컬에 대해선 잘 몰랐어요. 결혼하고 그 때까지 몰랐는데, 안산시립 합창단에 들어가 정보를 접하게 됐어요. ‘형이랑 잘 어울릴 것 같다’란 말을 들었죠. 그래서 2년 뒤 합창단을 나가서 서울예술단 시험을 봤어요. 5명을 뽑았는데 턱걸이로 붙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예술단을 그만둔 걸로 안다. 그 이유를 물어봐도 되나?
“2002년 서울예술단에 들어갔는데 약 한달 보름만에 그만 둔 거죠. 집이 안산인데, 서울에 있는 예술단 연습실로 오전 10시까지 출근하려면 집에서 7시 30분에는 나가야 해요. 퇴근하고 집에 오면 밤 10시가 다 돼요. 그 때 집엔 갓난아이만 둘이었는데 아내가 힘들어했어요. 아이 키우는 게 쉽지 않잖아요. 또 주말에 공연이 있으면 교회 지휘를 할 수 없어요. 지휘를 사명으로 생각하던 그 때는 더 그런 점이 마음에 걸렸어요. 세 번째는 처음으로 하게 된 작품이 불심으로 나라를 지켜야 하는<고려의 아침>란 공연이란 점이요. 종교적으로 다른 작품이었죠. 결국 작품은 하지 못하고 한국무용이랑 장구만 배우다 왔어요.”

-가장으로서도 고민이 됐을 거 같다. 그 뒤 다시 안산시립합창단에 들어갔나
“2000년에 합창단에 들어가 2년 딱 채웠어요. 서울 예술단 2개월 활동으로 텀이 생기게 됐는데, 그 뒤 다시 들어가 2009년 12월 31일까지 계속 합창단에 있었어요. 집과의 거리도 가까웠고, 오전 10시에 출근에 오후 1시 퇴근이란 점이 장점이기도 했어요.”

-그런데 2010년을 앞 두고 큰 마음을 먹게 됐나
“‘더 이상 늦으면 안 되겠다’ 란 생각이 들어 2010년 큰 마음을 먹게 된 거죠. 뮤지컬이 주인공 위주로 부각되듯 합창단은 지휘자가 주목 받아요. 합창단을 조정하는 지휘자, 단원들은 꼭두각시가 되는 경우가 생겼어요. 그렇게 점점 불만이 쌓여가니 해소 방법이 없더라구요. 뮤지컬 배우에 대한 꿈,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있어선 안 되겠다’란 생각에 나오게 됐어요.”

-본격적으로 오디션을 보러 다니게 된 건가
“제 나이 39세인 2010년도에 도전하게 됐어요. 합창단 시절에도 오디션을 간간히 보긴 했어요. 뮤지컬 <카르멘>도 합격하기도 했는데 시간적인 할애가 안 되니까 할 수 없었어요. 본격적으로 오디션을 본 뒤 <모차르트!>로 무대에 서게 됐어요. 그 전에도 오페라 뮤지컬 윤동주, 페스티벌 메시아, 오페라 테이크 아웃, 아이다, 토스카 등을 공연하긴 했어요.”



■ 정상에서 바라 본 그 반대편엔 뭐가 있을까?

-늦게 시작해서 더 조급함이 생길 수 있고 어려울 수도 있다
“우리 나이로 43세이고 만으론 41세입니다. 72년생 동갑 뮤지컬 배우론 이석준 오성원 이건명이 있어요. 앙상블 하기엔 나이가 많고 캐릭터가 강하지도 않고 여러 가지 고민이 있어요. 작품이 안 끊기고 갔으면 좋겠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죠. 최소 대극장 공연을 1년에 3작품 정도 하면, 먹고는 살아요.”

-그렇다고 배우로서 오는 작품을 덥석 덥석 받다보면, 배우로서 마이너스가 되기도 한다.
“가장이다 보니, 배우로서 충전이다 뭐다 하는 이유로 쉬면 생활이 안 돼요. 육체적으로 힘든 건 괜찮은데 마음이 힘든 게 제일 힘들잖아요. 내 삶을 통해 변화 받고 저 사람처럼 살아야겠다는 롤 모델이 되는 배우가 되면 정말 좋겠지만, 이게 잘 안 돼요.”

-SBS <스타킹>에서 장난스럽게 ‘딸은 유명해졌으니까 이제 제가 유명해졌으면 한다’는 말을 했다.
“뮤지컬 하면서 ‘경쟁’이란 단어를 밟고 올라가야 하는 경우가 생겨요. 오디션 장에서 보면,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돼 있어요. 그런 걸 생각하면, 굳이 경쟁하면서 치열하게 살아야 하나. 더불어서 살아가면 안 되나? 란 질문을 던지게 돼요. 배우가 돼서 욕심을 버렸다고 보는 분도 있겠지만요.

메인배우를 보면 부럽죠. 제작자들이 불러주는데 얼마나 행복할까?란 마음도 들지만 무엇보다 많은 이들이 그들을 인정을 해주는거잖아요. 실력 있는 배우도 중요하지만, 사람들한테 인정받는 그런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그런 말이 있죠. ‘최선을 다하지 말고 잘해!’ 제가 잘 해야겠죠.“

-메인 배우로 유명해지고 싶나
“앙상블 같은 메인 배우가 되고 싶어요. 메인인데 메인 같지 않은 배우요. 같이 함께 발 맞춰 나가는 배우 있잖아요. 칭찬하고 독려하고 존중하는 배려를 잘 해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산을 올라가도 꼭대기만 바라보고 올라가는 배우가 아니라, 꽃도 보고 주변도 보고 올라가는 그런 배우요. 정상에 올라가면서는 한 쪽만 보이지만, 올라가면 그 반대쪽도 보이잖아요. 그 반대쪽엔 뭐가 있을까? 그들이 느끼는 건 뭘까? ‘올라가면 할 일도 많을텐데. 베풀면서 살아야지’란 생각도 들어요.”

-작은 역이라도 열심히 하고 싶다는 말은 배우들의 거짓말인가
“그 누구도 앙상블이 되려고 ‘배우’의 세계에 뛰어들지 않아요. 솔직한 본 마음을 말 하라고 하면, 다들 메인이 되려고 하죠. 갓 대학 졸업한 젊은 배우들이 그렇게 말 했다면 이해 할 수 있지만, 배우 경력이 지날수록 다들 주인공이 되고 싶어해요. 페이의 차이, 연습 분량 차이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일 큰 이유는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거죠. 다들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어해요. 누가 주인공의 병풍처럼 서 있고 싶겠어요? 앙상블도 배우인데, 한 마디라도 해야 관객들이 볼 거 아닙니까. 같은 앙상블이라도 노래 하나라도 있는 앙상블 역을 원하고, 앙상블보다는 조연을 원하고, 조연보다는 주연을 원하겠죠.”

-주조연들과 앙상블은 분장실도 다르다.
“앙상블들은 한 방에 몰아 놔요. 간혹 나이 있는 앙상블은 따로 방을 주기도 하는 데 그 방법도 그리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아예 나이 상관없이 모든 앙상블이같이 방을 쓰게 하면 좋은데, 방이 나눠지니 그 친구들과 이야기 할 시간이 없어요. 어린 배우들도 저희 방으로 내려오기 뭐하고 공연만 하고 가게 되죠. 확실히 눈에 보여야 이야기도 하고 그렇죠. 정동효 장대웅 배우들과 친해요. 뭔가를 얻을려는 사심이 없는 인간적인 친구들을 좋아해요.”



■ 유명 배우 플러스 좋은 배우는?

-주인공들이랑 조연 및 앙상블들은 친해질 시간이 별로 없겠다.
“메인들이랑 저도 같은 방을 쓰면 친해졌겠죠. 그런데 그 이유 말고도 제가 그렇게 일부러 더 누군가를 챙겨주고 이런 성격은 아니라서...문자나 전화 같은 걸 자주 하는 편이 아니거든요. 성격적으로 이렇게 자주 챙기는 배우들은 역할에 관계없이 친해지는 경우도 있어요. 얼마 전엔 뮤지컬 <디셈버>의 ‘너무 아픈 사랑 사랑이 아니었음을’ 영상을 보고 감동을 받아 (김)준수에게 문자를 보냈어요. 정말 너무 좋았거든요. 그랬더니 ‘형 맞아요?’란 답이 왔어요. 제가 이래요.(웃음)”

-주연 배우들도 각자의 스트레스가 있지 않나
“보이지 않는 경쟁과 스트레스는 분명 있겠죠. 제작자와 관객들이 인정해 준 주연들이지만 또 언제 까일지 모르니까요. 전 메인이 돼 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은데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 상황도 발생 해 메인이 되면 고통을 겪는 걸 봤어요. 또 그렇게 되면, 잘 보여야 계속 메인으로 남을 수 있는거고, 다들 고민들이 있을거라고 봐요. 별은 멀리서 봐야 반짝이는건데... 알면 알수록 조심해야 겠죠. 그래도 그 욕심이 과한 것들은 좋아 보이지 않아요. 공연 속에서 주연으로 자기만 잘 보여야 한다는 얄팍한 수를 보이는 경우엔 같은 배우가 봐도 기분이 좋지 않죠.”

-유명 배우들의 인성은 같이 공연을 한 동료 배우들이 확실히 안다.
“유명 배우라고 해서 연예인이라고 해서 더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 배우가 착하다, 아니다’에 대한 평가는 ‘자기 위주로만 동선을 맞추는가 아닌가’로 나눌 수 있어요. 자기 동선에서 걸리는 게 있으면 자기 시선에서만 모든 걸 맞춰줘야 한다고 주장 하는 유명 배우가 있어요. 그게 안 됐을 때 까탈을 부리게 되는거죠. 조연출과 상대 배우와 좀 더 의견을 조율할 수도 있는데, 오로지 자신만 잘 보여야 한다고 내세우게 되면 안 좋은 배우로 생각하게 되는거죠.”

-<엘리자벳>이랑 <모차르트!>를 함께 한 김준수는 어땠나?
“준수는 까탈을 부리지 않아요. 유명하고 착하고 좋은 배우입니다. 무대 위에 섰을 때 객석을 끌어들이는 마력도 있구요.”

-배우 생활하면서 힘든 점이라면?
“금전적인 것도 물론 있어요. 저도 아빠로서 저희 자녀들 잘 먹이고 좋은 거 시켜주고 싶은데 안 될 때 힘들죠. 두 번째는 고된 연습이요. 텐투텐 연습 끝나고 집에 들어가면 새벽 1시에요. 내가 뭐 하고 있는거지? 내가 앙상블을 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몰라보는데... 정체성의 상실도 느껴요. 전철도 막차, 버스도 막차를 타고 귀가하면서는 막차 인생의 비애감도 느껴져요. 그러면서도 열심히 해야지. 내일을 위해서 새벽이 있는거다란 생각도 하고요.

무엇보다 제일 힘든 건 사람들과의 관계죠. 마음과 마음이 부딪쳤을 때 그게 제일 힘든 거 같아요. 공연 시 배우와 다른 배우 팬 사이에 문제가 생겼는데, 당사자 배우들에게만 충격 인 게 아니라 그 여파가 앙상블들에게도 있었어요. 커튼콜 때 특정 배우가 나오면 객석이 조용해져요. ‘박수를 먹고 사는 배우들을 노골적으로 죽이는 게 이런거구나’ 란 걸 느꼈으니까요. 서로 조금 더 존중해주고 사랑해주면 좋겠어요.”

-배우라는 직함 외에도 대학교 강의도 한다.
“명지대 대학원 영화뮤지컬과에 다니면서 강의를 하고 있어요. 배우 민영기 김준수, 구민경 음악감독 등이 동기들입니다. 이정열 유준상 선배도 있어요.”



■ 뮤지컬 배우 가족의 탄생

-SBS <스타킹>프로그램에서 ‘뮤지컬 배우 가족의 탄생’ 편에 딸과 함께 출연했다. 시영이가 뮤지컬 배우가 된 게 아빠 영향이 큰 건가?
“저보단 엄마 보이스를 많이 닮았어요. 20년 전 엄마도 <별이 빛나는 밤에> 라디오 방송에 출연 할 정도로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엄마는 무대에서 떤다면 딸은 그렇지 않아요. 딸이니까 엄마 아빠 기질이 반반씩 섞인거겠죠. 첫째 주영이에 이어 둘째 시영이도 <애니>란 뮤지컬에 출연했어요. 그 작품을 보시고 엠넷 <보이스 키즈>란 프로에서 연락이 왔어요. 어린 나이에 TV 출연하는 게 걸려서, 몇 번을 안 나간다고 했는데, 바다(최성희)랑 옥주현 한테 물어보니 나가는 것도 괜찮다고 했어요. 그렇게 시영이가 유명해지고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첫째 딸도 뮤지컬 배우인가
“첫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로 데뷔했어요. 지금은 고1이라 학업에 전념하고 있어요. 주영이 시영이 우영이 세 남매 모두 이 쪽 일을 하고 싶어해요. (아역 배우를 셋이나 둬 엄마가 바쁠 것 같다)아이들 엄마가 오디션 정보를 보고 아이들 오디션 지원서 내는 경우도 있고, 그 쪽에서 먼저 연락이 올 때도 있구요. KBS <여유만만>이랑 MBC <컬투 베란다 쇼> 신동특집에도 나갔는데, 개인적으로 전 시영이는 신동이 아니라 열심히 해서 잘 하는 아이라고 생각해요. 뮤지컬 <서편제>때도 윤일상 작곡가 분이 시영이를 콜 해서 시영이 우영이 남매가 함께 출연하게 됐어요. 이지나 연출님도 시영이 보고 ‘창을 하면 잘 하겠다고’고 말 하셨어요. 그 때 영 남매로 불렸는데 둘이 붙어 있으면 그림이 예쁘다고 많이 사랑해주시더라고요.”

-인기 영화 <겨울왕국>에서 부녀가 같이 목소리 더빙을 했다.
“<스타킹> 프로를 보고 시영이를 콜 했다고 들었어요. 디즈니 아시아 총 감독이 직접 보고 와서 하자고 했어요. 그날 전 매니저 겸 같이 간 거였는데, ‘오신 김에 아버지도 뮤지컬 배우인데 오디션 한번 보시죠’ 란 제안을 받게 된 거였어요. 바로 오디션 보고 ‘한스 왕자’ 역 녹음이 들어갔어요. 주변 배우들도 어떻게 출연하게 됐냐고 물어보긴 했는데 딸로 인한 시너지 효과였던거죠. 신기했던 건, 한스 왕자 더빙을 한 성우 목소리랑 저랑 너무 비슷 한 거였어요. 저도 듣고 놀랬어요.

연초에 시작이 좋아요. 참 감사하죠. <보이스 키즈> 때 도 그렇고 <겨울왕국>도 그렇고 이게 이렇게까지 사랑 받을 줄 몰랐어요. 대박 날 영화인지 몰랐죠. 제가 계획해서 뭘 하면 안 되고,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 길이 있어요. 난 이 길이 맞다고 생각했는데, 저 길이 맞는 경우도 생기구요. 내 뜻대로 뮤지컬을 하겠다고 나와서 시련과 역경을 겪고 있지만, 다 그 분의 은혜겠죠. 계획과 뜻이 같으면 좋겠어요.“

-최근 <이석준의 이야기쇼>에 나갔다. 어떤 이야기들을 했나?
“노희찬 배우도 나오고, 윤영석 배우 부자와 저희 가족들이 출연했어요. 시영이는 2년전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한번 나간 적이 있긴 해요. 원래 이번 이야기쇼는 뮤지컬 아빠와 아들이란 콘셉트로 저와 우영이만 나가는 거였는데, 제가 시영이도 우리 가족이니 함께 나갔으면 한다고 말해서 같이 하게 됐어요. 그날 감기기운이 있어서 땀을 너무 흘렸어요. 이석준 배우가 ‘초보도 아니고 땀을 왜 그렇게 흘려?’라고 말했는데 전 거기에 말도 못하고 이 상태로 노래를 불렀어요. 여러 가지 이야기를 편하게 하면서 재미있는 시간이었어요.

기억나는 건 ‘아이들이 언제 감동적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요. 전 ‘태어났을 때, 집에 들어가 건강하게 자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 마지막으로 통장에 잔고가 제로였는데 아이가 공연하고 받은 돈이 통장에 입금 되어 있을 때 무한감동이다.’고 답했어요.(웃음)”

■ “그 배우 삶을 좋아하면, 좋은 배우의 좋은 노래가 들려요”

-‘윤승욱과 앙사모’라는 팬 까페가 있다.
“<황태자 루돌프> 공연을 하면서 만들어진 까페입니다. 팬 까페 회장님 딸이 ‘엄마 앙상블 좀 사랑해주세요’란 의견을 내면서 <윤승욱과 앙사모>가 만들어졌어요. 너무 감사하죠. 이름 괜찮지 않아요.(웃음) 메인도 보지만 앙상블도 많이 보세요. 그런 마음이 담겨있으니까.”

-끈끈한 정을 보면서 배우와 팬의 관계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됐다.
“배우와 팬의 관계에 대해 저도 상식적으로만 생각해왔어요. 누가 일방적으로만 좋아한다는 그런 생각이요. 사실 배우랑 팬은 떨어질 수 없는 관계예요. ‘팬이 없으면 배우도 없어요’ 란 말까진 안 가더라도 배우와 팬은 상생하는 관계죠. 팬클럽은 처음인데 ‘가족이 아니면 안 되겠구나’란 생각을 갖게 됐어요. 팬클럽과 하나 될 수 있었던 이유도 가족과 가족이 만나게 된 점이요. 제 자식들과 아내와도 친해요. 오히려 저보다 더 친한 것 같아요. 그러면서 되게 단단해진 느낌을 받았어요.

누가 그랬어요. ‘노래를 잘하고 인정 받으려면 그 사람을 좋아하면 된다.’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으면, 노래를 아무리 잘 해도 안 들려요. 그 사람 삶을 들여다보면 더 깊이 느낄 수 있는 게 있어요. 관객, 팬 입장에서도 더 좋은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거죠. 그 삶을 좋아하면 좋은 노래가 들리고 또 좋은 배우로 다가오겠죠. 배우로서 그 분들에게 보답하는 일은 좋은 공연을 보여드리는 건데 잘 하지 못해 미안하기도 해요.”

-희망을 노래하는 뮤지컬 배우로서 <맨 오브 라만차> 돈키호테의 ‘이룰 수 없는 꿈’을 부른 영상을 봤다.
“제 꿈도 담겨 있긴 하지만,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조승우 공연을 보면서 너무 좋았어요. 이래서 사람들이 보러오는구나. 감동이 오니까요. 배우가 끌어가는 힘이 대단한 걸 보면서 ‘뭐지?’란 생각도 들었어요. 무대 위에 서 있을 때 캐릭터 해석과 흡수력, ‘쭈욱’ 빨아들이는 마력을 보면서 그래서 배우구나! 또 팬들이 승우를 바라보는 삶 속에서 깨알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겠구나란 생각까지요.”

윤승욱은 ‘뮤지컬은 배우와 관객 모두에게 꿈을 꾸게 해준다’고 말했다. “제가 처음으로 본 뮤지컬이 서울예술단의 <바람의 나라>였어요. 흔히 별 세계란 표현을 쓰 죠. 새로운 별 세계에 있는 것처럼 놀라웠어요. ‘아 이런 세상도 있구나’. 되게 인상 깊어서 저거 해야겠다. 저 무대 위에서 꼭 하고 싶다 마음 먹었어요. 첫 느낌이 좋으면 계속 공연을 보러 오는 것 같아요. 좋은 뮤지컬을 보며 배우로서도 관객으로서도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돼요. 뮤지컬이 사람들에게 환상을 가지게 하고 꿈을 꾸게 하는 것 아닐까요.”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윤승욱, 정다훈, 스토리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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