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문나이트’는 하나의 클럽이 아니라 문화의 아이콘”
[인터뷰] 뮤지컬 <문나이트> 연출가 이상훈

[엔터미디어=공연전문기자 정다훈] “춤은 쇼가 아니다, 춤은 영혼이다. 영혼과 마음이 담기지 않은 춤은 춤이 아니다. 어떤 묘기적인 춤이 아니라 감정표현을 할 수 있는 춤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 춤추는 배우들에게도 표정이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진짜 눈물을 흘리면서 감정을 춤으로 표현 할 수 있길 원했다. 엠블랙 천둥이랑 승호, 민수 등 젊은 아이들이 연습하는 걸 보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다 날아간다. <문나이트>는 춤으로 스토리텔링을 한다는 새로움이 있고, 재미가 있고 볼거리가 있고, 감동이 있는 공연이다.”

오는 21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하는 쥬크박스 뮤지컬 <문나이트>는 1990년대 대중문화 전성기에 춤꾼들의 아지트이자 춤의 메카였던 서울 이태원의 나이트클럽 ‘문나이트’를 배경으로 당시 유행하던 음악과 춤을 재연한 작품. 작품을 직접 쓰고 연출한 이상훈 감독을 만났다.

■ 문화의 아이콘 ‘문나이트’를 뮤지컬로 이야기하다.

-‘문나이트’를 배경으로 뮤지컬을 만든 이유는 뭔가
“음악과 춤으로 마음을 흔들었던 이태원의 전설적인 나이트클럽이 ‘문나이트’다. 1990년대 별천지 같은 곳이기도 하지만 케이팝 문화를 상징하는 곳이기도 하다. 흔히들 7080 세시봉을 이야기하는데, 90년대 한류의 시작은 ‘문나이트’와 함께 시작됐다. 그냥 단순히 하나의 클럽이 아니라 문화의 아이콘이었던 셈이다. 거기에 가면 대한민국의 유명한 춤꾼들을 다 만날 수 있었다. ‘문나이트’를 소재로 한 굉장히 상징성 있는 공연이다. 케이팝의 원류를 건드린 첫 뮤지컬, 춤을 통한 스토리텔링 등 확실한 차별화를 통한 킬러콘텐츠로 뮤지컬을 만들고 싶었다.”

-세종문화회관 서울시 뮤지컬단 창작공모사업 '힘내라 우리 뮤지컬'의 당선작이다 지난 해 5월 트라이 아웃 공연에서 전석 매진 인기를 얻었다. 그 때 공연화 가능성을 확실히 본건가?
“관객반응이 워낙 좋았다. 러닝타임이 85분이었는데 본 사람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봤다는 말을 많이 했다. 1990년대 유행했던 황규영 <나는 문제없어>, 넥스트 <도시인>, 듀스 <나를 돌아봐>, 현진영 <흐린 기억 속의 그대>, 김완선 <리듬속의 그 춤을>, 룰라 <날개 잃은 천사>, 뱅크 <가질 수 없는 너> 등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노래들이 나와 친근하다. 또 그 때 음악들은 지금 들어도 절대 뒤떨어지지 않다.”

-지금의 10대 20대 관객들도 그 시절 노래들을 잘 알고 있나
“요새는 아이돌이라고 해도 젊은이들만 그들의 노래를 잘 알지 어른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20년 전 그 시대엔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 따라 부르는 국민가요가 많았다. 서태지와 아이들, HOT 이전 세대 이야기다. 많은 작곡가들이 인정하듯 음악 수준도 최고였다. 이 때가 케이팝이 시작되던 때가 아니었나. <클론>의 구준엽도 이 때 중국으로 진출했다. KBS 예능국에 오래 있으면서 이 시대의 음악들을 다 접해 왔다.”

-이 작품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 사람이라면?
“그 시절 ‘문나이트’ 출신 구준엽과 개인적으로 친해 많은 아이템을 얻었다. 그룹 소방차의 정원관도 마찬가지다. 그 시절의 친구들이 자료를 줘 스토리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주영훈 음악감독과는 함께 음악선정을 해 나갔다.”

-‘문나이트’의 산 증인이니 구준엽씨나 정원관씨도 직접 출연했다면 더 의미있었을 것 같다.
“우리 팀 댄서와 배우들 평균 연령이 25~26세인데다 매일 밤 10시까지 연습해야 한다. 젊은 아이들이 하는 걸 다 소화할 수 있다면 당연히 환영한다.(웃음) 깜짝 게스트로는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현진영, 엄정화, 룰라, 클론, 심신, 김원준, 솔리드, DJ,DOC 등 음악들이 나오는데 이들이 깜짝 출연할 확률이 높아지는건가?) 자기 노래가 나오는 작품이라 가수들이 다들 관심이 많다. 페이스북 에서도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 누가 나온다고 구체적으로는 말할 수 없지만 VIP객석에서 그들 중 누군가를 갑자기 불러내려고 생각 중이다.”



■ “엠블랙 천둥과 승호의 열정은 아무도 못 말려”

-<문나이트>는 춤으로 스토리텔링을 전달하는 작품이다.
“춤이 80%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춤 분량이 많다. 그렇다고 단순히 볼거리만을 위한 작품이 아니다. 춤 속에 스토리가 있고, 가사와 영상이 스토리를 연결하고 있다. 스토리는 가급적이면 단순화시켰다. 짧게 말하자면, ‘문나이트’에서 일어났던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 춤을 향한 꿈을 담아낸 작품이다. 춤에 대한 꿈을 품고 서울로 상경한 시골 출신 민수의 성장기이다. 민수(엠블랙 천둥, 박재민, 이동욱), 우혁(엠블랙 승호, 하완영, 박민수), 혜리(장미, 투엑스 지유) 삼각 관계 이야기도 들어 있다. 디제이(임기홍 심현섭)는 나래이터 역할도 하면서 극의 양념 같은 재미를 담당한다. 어찌 보면 단순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과한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했다. 초반엔 영화 같은 드라마로 가져가자고 마음먹어, 반전 같은 걸 넣기도 했는데 그렇게 되면 고난이도의 춤이 제대로 보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수정했다.”

-엠블랙 천둥과 승호가 배우로 출연한다. 가수가 아닌 배우로서 천둥과 승호의 매력을 말하자면?
“정말 열심히 한다. 안무 감독님한테 따로 부탁해서 트레이닝을 받을 정도다. 본인이 더 욕심이 나서 그렇게 열심히 하니 연출로서도 보기 좋다. 승호는 가수 뿐 아니라 댄서 출신으로 고등학교 때부터 고난이도 춤을 췄다고 들었다. 어제께도 늦게까지 연습을 하던데 굉장히 욕심이 많다. 소속사(제이튠 캠프)는 잘못하다간 다칠까봐 싫어할 것 같은데 내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다. 아무래도 같이 출연하는 다른 비보이 팀들과 연습하면서 욕심이 나는 것 같다.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대한민국 최고 춤꾼들이 함께 출연한다. 천둥이가 맡은 ‘민호’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는 역으로 드라마의 순정남이라고 할 수 있다. 민수는 배신자 우혁(엠블랙 승호)이랑 갈등을 겪게 된다. 천둥이랑 승호 꼭 만나서 이야기 한번 들어보면 좋겠다. 들을 이야기들이 많이 있을 거다.”
-혹시 <문나이트>에 엠블랙의 노래가 나오진 않나. 90년대 음악은 아니지만 쇼적인 장면으로 넣어도 좋을 것 같은데
“90년대 음악만 선곡해서 엠블랙의 노래는 나오지 않는다. 대신 주제가이자 창작곡인 ‘문나이트’가 넘버로 들어간다. 이 곡을 엠블랙이 직접 불러 음원 작업을 했다. 곧 공개할 예정이다.”

-뮤지컬 보는 걸 좋아한다고 들었다.
“외국의 댄스 뮤지컬을 많이 봤는데 어느 날 유튜브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스탠 바이 미' 노래에 맞춰 춤으로 스토리텔링을 한 공연을 본 적이 있다. 춤을 통해 인생을 표현하는 영상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어떤 묘기적인 춤이 아니라 감정표현을 할 수 있는 춤 말이다. 그래서 우리 춤추는 배우들에게도 표정이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진짜 눈물 흘리면서 감정을 춤으로 표현 할 수 있길 원했다.”

-‘춤은 쇼가 아니다, 춤은 영혼이다.’란 메시지가 그래서 더 와 닿는다. 이상훈 연출가도 젊었을 때 춤추는 걸 좋아했나?
“‘문나이트’ 세대들보다 조금 앞 세대라, 직접 춤추는 걸 좋아했던 세대는 아니다. 그런데 엠블랙 천둥이랑 승호, 민수 등 젊은 아이들이 연습하는 걸 보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다 날아간다. 인터뷰 끝나고 연습실 한번 둘러보면 내 말이 이해가 갈거다.”



■ “새로운 것을 욕구하는 관객심리와 맞아 떨어지는 공연”

-얼굴에 항상 미소가 따라다닌다. <유머1번지>, <쇼비디오 쟈키> 등 코미디 프로를 연출했을 뿐 아니라 ‘코미디 피디의 웃음 만들기’,‘유머로 시작하라’는 책도 냈다. 유머를 워낙 좋아해서 배우들에게도 화를 내지 않을 것 같다.
“힘들지만 재미있게 살려고 노력한다. 재미있는 걸 좋아해서 개그맨들이 카카오톡으로 보내주는 유머도 많다. ‘더 늦기 전에 부모님의 손을 잡아드리세요’ 란 책도 냈는데, 시골 부모님들의 이야기로 따뜻한 에세이집이다. 남희석이 MC로 나온 채널 A의 <사돈 지금 만나러 갑니다>도 연출했는데 재미있고 따뜻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화를 내는 연출도 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론 배우가 뭔가 안 돼서 못하고 있는데 연출이 화를 내면 역효과가 날거라 본다. 그럴 땐 기다려주는 게 좋다.”

-25년간 방송과 영화 쪽에서 일을 해 왔다. 첫 뮤지컬 작업을 해 보니 어떤가
“1986년 KBS 공채로 시작해 SBS 예능국 책임PD, 채널A 예능 본부장을 거쳤다. 영화 <돈텔파파>, <마파도2>도 감독했다. 오리지널이 뭐냐고 물어보면 내 오리지널은 방송이다. 그래서 새롭게 영화 작업을 할 때 ‘방송하던 사람이 영화판에 왔다’는 식의 텃세가 있었다. 이번에 뮤지컬 작업을 시작하니 또 비슷한 텃세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난 보여지는 장르는 다를지 몰라도 콘텐츠를 만드는 건 같다고 본다. ‘어떻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는가’ 그게 중요하지 않나. 또 이전에 88 올림픽 개막식 조연출부터 SBS개국 축하쇼 연출을 했는데 이런 경험 역시 다 연출의 연장선에 있다. <설앤컴퍼니> 대표이자 뮤지컬 협회장 설도윤도 이 작품을 보고 좋아했다. ‘내가 먼저 했어야 하는데 아쉽다’고 말 하고 갔다.”

-방송이든 영화든 뮤지컬이든 어떤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나
“재미있는 건 한번 보면 좋지만 두 번 보면 싫증난다. 볼거리가 휘황찬란하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다. 모든 콘텐츠가 재미를 넘어 감동까지 가려면 웃음을 함께 만들어 내야 한다. <문나이트>는 30~ 40대 관객을 주요 관객으로 잡았는데, 20대에서 50대까지 다 포용 가능한 작품이다. 가족들이 같이 손잡고 와서 봐도 좋다.”

-<문나이트> 역시 재미와 감동이 함께 있는 작품으로 만들었을 것 같다.
“춤으로 스토리텔링을 한다는 새로움이 있고, 재미가 있고 볼거리가 있고, 감동이 있다. 감동 포인트를 말하자면, 뱅크의 <가질 수 없는 너>와 서지원의 <내 눈물 모아>가 나오는 장면이다. 주인공 하는 아이들이 사연이 많았는지 연습할 때마다 그 장면에서 운다. 관객들도 찡한 마음이 들 것 같다.”

-무대와 영상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공연이다.
“영화적 기법과 공연적 기법을 같이 가져가는 게 우리 공연의 차별점이다. 뮤지컬 <고스트>가 150억을 들였다고 들었다. 우리 공연은 그만한 예산은 들이지 않았지만 저게 무대인지 영상인지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기발한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할 생각이다. 예를 들면 LED 샹들리에와 진짜 샹들리에가 연결 돼 어느 것이 진짜인지 구별할 수 없게 된다. 공연과 영화의 차이점이 영화는 클라이막스를 타이트하게 표정으로 잡아준다는 점이다. 하지만 공연은 다 풀샷이다. 우리 공연은 LED로 표정을 다 잡아내, 영화를 보는 듯 공연을 보는 듯 다양한 재미를 얻어갈 수 있다. 크로마키(chroma-key)기법도 사용해서 현장에선 춤을 추고 있는데 뒷 배경은 수채화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직접 와서 보면 흥미로울 것이다”

-영화나 방송과는 또 다른 공연 장르의 발전 가능성을 본 건가
“문화수준이 올라갈수록 좋은 공연을 보려고 한다. 미국의 브로드웨이 시장이 엄청 나다.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그룹인 ‘태양의 서커스’ 팀 매출은 우리나라 거대기업 ‘삼성’과 맞먹는다. 그런데 이렇게 말해도 많이들 안 믿더라. 공연시장 만 놓고 보면 중국에도 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10년 전 중국에 가서 영화감독 장예모(張藝謨, 장이머우)가 만든 수상쇼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전 세계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게 스토리텔링 수상쇼를 엄청난 규모로 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그 정도 규모의 공연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을 보며 아쉬운 게 있다면, 돈을 투자를 안 한다는 점이다. 새로운 게 계속적으로 나올 수 있었음 한다.”

이상훈 감독은 “<문나이트>는 새로운 것을 욕구하는 관객심리와 맞아 떨어지는 공연이다”고 말했다. “새로운 것을 원하는 게 관객들의 기본심리다. 그걸 잡아내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한다. 전문가가 봤을 때 ‘이게 뮤지컬이냐, 퍼포먼스냐’ 말 할 수도 있다. 장르는 애매하다. 다만 새로운 스타일의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점점 더 발전해 갈 것이다. 장기공연을 목표로 이후 제주도에서 상설공연이 올라갈 예정이다. 중국 관광객 버전에선 새롭게 안재욱 노래 등을 조금 더 추가 할 생각이다.”

공연전문 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보보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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