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그대’ 당신은 어떤 결말을 기대하십니까?

[엔터미디어=정덕현]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엔딩은 과연 어떻게 될까. 물론 그 결과는 작가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흘러온 흐름을 통해 들여다보면 조심스럽게 그 결과의 가능성들을 유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질적인 존재들의 사랑. <별에서 온 그대>가 그린 것은 궁극적으로 그것이었다. 물론 자신의 친형을 죽이고 모든 것을 빼앗은 소시오패스 이재경(신성록) 같은 인물이 들어있어 스릴러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었고, 또 그의 위협을 받는 천송이(전지현)를 초능력으로 보호해주는 도민준(김수현)이 있어 슈퍼히어로물의 판타지가 섞여 있었지만 그래도 어디까지나 이 드라마의 궁극적인 장르는 멜로, 그것도 로맨틱 코미디다.

천송이와 도민준의 밀고 당기는 감정 놀이가 그 중심에 있고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판타지적인 즐거움을 목표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새드엔딩은 이 작품이 흐름 상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것이 지금껏 이 작품에 몰입해온 시청자들의 흥취를 깨버릴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피엔딩일 가능성이 높은데, 여기에는 또한 두 사람의 행복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이 존재한다. 이재경 같은 소시오패스의 위협이나 이휘경(박해진) 같은 애정의 라이벌은 겉으로 드러난 장애물일 뿐 근본적인 장애물은 다른 곳에 있다. 그것이 이 두 사람이 외계인과 인간이라는 다른 존재라는 것이다.

과거 영화 ‘ET’ 같은 외계인과 소년의 우정을 그린 작품이 있었지만, 최근 들어 이질적인 존재들의 우정이나 사랑을 다루는 작품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많아지고 있다. 뱀파이어와 소년의 사랑을 그린 <렛미인>이나,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그리고 인간 같은 여러 종족이 뒤엉킨 사랑이야기를 다룬 <트와일라잇> 시리즈도 같은 부류.

과거 제거되어야 할 공포의 대상이었던 뱀파이어나 늑대인간 같은 이질적인 존재들이 사랑의 대상으로 고민되는 것은 지금이 다양성을 인정하는 시대에 돌입해 있다는 징후다. 다른 존재들은 배척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그 다양성으로 존중된다. 그러니 ‘X맨’ 같은 존재들도 어떻게 그 다름을 서로 인정하며 공존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별에서 온 그대>는 궁극적으로 이 이질적인 존재들이 어떻게 사랑하고 또 장애를 극복하거나 혹은 감수하는가를 보여준다. 인간과의 신체접촉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는 도민준이 천송이와 키스를 하고, 또 지구를 떠나지 않으면 죽게 될 위험에도 떠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 사랑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도민준은 그래서 이질적인 존재들의 사랑이 결국은 희생을 전제한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외계인과 인간으로 극화되어 있지만 사실 이건 우리네 인간들의 사랑이야기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 결국 우리 각각의 인간들은 다른 존재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러니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의 일정부분을 희생하는 것과 다른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사랑하기 때문에 함께 살아내는 것일 테니 말이다.

도민준은 이미 그 희생을 보였고 그 희생의 대가로서 일어날 수 있는 징후들을 복선으로 깔아놓았다. 그는 점점 능력을 상실해간다.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고 일어난 천송이가 도민준에게 자신을 다시 초능력으로 띄워달라고 요구하지만 도민준은 그녀를 띄우는 걸 오래 버텨내지 못한다. 물론 그 장면은 마치 남자의 성적 능력 상실을 패러디한 것처럼 코믹하게 그려졌지만 사실 이 이야기는 우리네 삶의 사랑이 가진 한 단면이기도 하다.

그렇게 함께 나이 들어가고 늙어 간다는 것. 그리고 어느 날 눈을 감는다는 것. 그것이 우리네 삶이고 사랑이다. 도민준이 살아온 4백년의 시간과 아무 일도 없었다면 앞으로도 계속 살아낼 무한한 시간들 속에서 그와 그녀가 만난 그 짧디 짧지만 강렬했던 순간이 없었다면 그 삶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시간은 실로 양적으로는 별 의미가 없는 질적인 개념이다.

그러니 도민준이 ET처럼 천송이와의 이별을 고하고 제 별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또 <렛미인>처럼 훗날 어떤 비극이 있어도 지금 그 순간을 함께 하는 걸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결코 비극이 되지만은 않을 것이다. 해피엔딩 속에 담겨진 비극적인 요소는 그래서 그들의 행복을 방해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강렬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에 더더욱 삶이 누군가의 사랑이 간절해지는 것처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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