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발레단 30주년 스페셜 갈라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검은 남성 양복에 중절모를 쓴 수십 명의 남녀 무용수들이 즉흥 막춤을 춘 뒤 객석의 관객을 무대로 끌어들였다. 모던 발레의 거장 오하드 나하린의 <마이너스7>중 관객을 무대 위로 초대하는 유쾌한 난장 ‘자차차(Zachacha)’가 벌어진 것. 이 작품은 유니버설발레단의 인기 레퍼토리로 지난해 <디스 이즈 모던> 공연에선 박칼린 음악감독이 즉흥 춤을 춰 인기를 모은 바 있다.

지난 2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유니버설발레단 30주년 스페셜 갈라>의 커튼콜 무대의 숨은 주인공은 가죽의상을 입은 중년의 어머니였다. <마이너스7>은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무용임엔 틀림 없지만 그날 공연의 인상은 좀 더 특별했다. 한번 쯤 스테이지에서 신나게 춤을 추고 싶지만,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평범한 이들의 로망을 실현해줘서 일까. 그녀에 대한 박수는 뜨거웠다. 그녀는 뛰어난 테크닉을 갖췄다기보다는 음악과 몸의 리듬에 맞춰 즐겁게 율동을 하는 수준에 가까웠지만 프로 무용수 이상의 감동을 안겨줬다.

<30주년 스페셜 갈라>의 의미를 가장 잘 보여 준 특별한 공연이었다. 그 어떤 화려하고 멋있는 공연보다 감사하고 행복한 기운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유니버설 발레단의 문훈숙 단장은 “UBC 창단 <30주년 스페셜 갈라>는 유니버설발레단을 있게 해 준 무용수와 스태프, 그리고 관객 모든 분들에 대한 ‘감사’의 의미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30주년의 대표 슬로건인 ‘Thank You’ 또한 그런 의미가 담겨 있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의 총연출은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을 23년간 이끌어 온 명장이자 유니버설발레단 전 예술감독인 올레그 비노그라도프(Oleg Vinogradov)가 맡았다. 1부는 '라 바야데르',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오네긴' ,'해적' 등 클래식발레로, 2부는 창작발레 ‘춘향’, 심청과 모던발레 ‘팡파르 LX’, ‘두엔데’, ‘인 더 미들, 썸왓 엘레베이티드’의 주요 장면으로 배치해 유니버설발레단의 현재와 미래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했다.



세계적인 발레스타 서희와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수석무용수 강효정,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 이고르 콜브, 전 로열 발레단 수석무용수 이반 푸트로프 등이 무대에 올랐다. 강효정은 2011년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에서 첫 선을 보인 ‘팡파르 LX’ 무대에 올랐다. ‘팡파르 LX’은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전 상임 안무가 더글라스 리의 컨템포러리 발레로 유럽 여러 곳에서 공연되고 있는 인기 작품이다. 케네스 맥밀란의 <로미오와 줄리엣> 중 ‘발코니 파드되’를 선보이기로 했던 서희와 이반 푸트로프는 이반의 부상으로 프로그램을 변경해 <녹턴>솔로를 선보였다.

1부의 문을 연 공연은 블록버스터 발레 <라 바야데르> 중 3막의 '망령들의 왕국' 장면이었다. 32명의 발레리나들이 하늘로부터 지상으로 끊임없이 내려오는 순간은 숨이 막힐 듯한 숭고함을 자아낸다. 유니버설 발레단의 비전인 '예천미지‘(천상의 예술로 세상을 아름답게)와도 일맥 상통하는 순간이었다. 최고의 테크니션 수석무용수 강미선은 ‘윌리엄 포사이드’의 <인 더 미들>에서 수석무용수 이승현과 2인무를 선보여 많은 박수를 받았다. 유연한 호흡과 팽팽한 긴장감의 하모니가 절묘했다.



지난 해 겨울 <호두까기인형> 커튼콜의 깜작 프러포즈 주인공인 실제 연인 수석무용수 콘스탄틴 노보셀로프·강미선 커플이 호흡을 맞춘 희극 발레 <돈키호테> 중 '결혼식 파드되'는 두 무용수의 사랑스런 호흡이 긴밀하게 맞아 떨어진 섹션이었다. 황혜민 엄재용 커플은 드라마 발레 <오네긴> 중 ‘타티아나와 오네긴의 회한의 파드되’를 선보여 한국발레 최고의 파트너쉽을 자랑하며 여운을 남겼다.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테크닉이 강점인 이동탁은 발레 <춘향>에서 주인공 몽룡이 과거 시험을 치르는 장면 중 하나인 ‘일필휘지’ 솔로 춤을 기품 있게 선보였다.

1부 마지막 순서는 낭만 발레 <해적> 중 남녀 무용수 3인이 펼치는 파 드 트루아(Pas de trois)였다. 지난 1월 일본 갈라 공연에서 성공적인 무대를 마친 바 있는 수석무용수 이동탁과 솔리스트 이용정, 강민우의 신선하고 젊은 에너지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차세대 주역 솔리스트 강민우는 이승현과 함께 ‘발레 한류’의 주역으로 일찌감치 일본과 국내 언론이 주목한 무용수이다. 중력을 거스르며 ‘통통’ 뛰어오르는 점프 실력은 청량한 기운을 선사했다. 강민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2막 후반 나초 두아토의 <두엔데> 섹션에서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진헌재 와 함께 어우러져 춤을 추는 ‘3men’ 장면을 하이라이트로 선보였다. 세 명의 무용수 모두 신비한 몸의 곡선과 에너지를 유감없이 느낄 수 있게 했다. 유니버설 발레단이 올 4월 LG아트센터에서 선보일 안무가 나초 두아토의 <멀티플리시티>에서 이들 무용수들을 모두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공연전문 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유니버설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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