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틋한 사랑과 불같은 사랑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라보엠>
[인터뷰] 오페라 <라보엠> 주역 오은경·강민성·김동원·박태환

[엔터미디어=공연전문기자 정다훈] 노블아트오페라단이 오는 5일부터 7일까지 사흘 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이는 <라보엠>은 원작의 사실주의적 성향을 표현하기 위해 작품의 시대와 건축양식 등을 최대한 고증하고 해석한 정통 오페라이다. 1830년대 당시의 프랑스 파리를 경험할 수 있는 완벽한 2층집의 입체적 회전 무대를 통해 빠른 전개와 흐름을 이끌어 낼 예정이다.

소프라노 김인혜·오은경·박명숙(미미)을 비롯해 테너 이승묵·김동원·강훈(로돌포), 바리톤 정승기·박태환(마르첼로), 소프라노 김은경·강민성·김순영(무젯타), 바리톤 성승민·임희성(쇼나르), 베이스 박준혁∙임철민(콜리네), 베이스바리톤 장철유∙주영규(알친도르/베누아) 테너 심요셉(파르피놀) 등이 출연한다.

<라보엠>의 주역 소프라노 오은경 강민성, 테너 김동원, 바리톤 박태환을 만났다.

■ 보헤미안들의 사랑과 우정, 오페라 <라보엠>

-많은 성악가들이 <라보엠>이란 작품을 특별하게 생각한다. 미국(오은경), 이태리(박태환), 독일(김동원,강민성) 각자 유학 한 곳이 다른 데 그 시절을 떠오르게 해서 그렇나

김동원 : 가난한 유학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죠. 유학 가서 춥고 외롭고 그러면 로돌포가 된 느낌이 들기도 해요. 타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게 되면, 한정된 돈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와 닿는 게 있어요. 성악가들이라면 공감 하는 부분이 있을 겁니다. 음식값은 물론 돈 아낀다고 보일러를 약하게 틀고 지내기도 했거든요.

강민성 : 대단하시다. 진정한 로돌포세요.

김동원 : 집에서 지원을 못 받고 유학을 가서 그래요. 받을 수 있을 때 받을 걸 그랬나 봐요.

오은경 : 유럽은 난방시설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아 더 그랬을 것 같아요. 저도 넉넉하게 지냈다기 보다는,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해서 그것 보다는 따뜻하게 지낸 것 같아요.

김동원 : 겨울엔 정말 춥고 으스스 하게 지냈어요

강민성 : 유럽 물가가 만만치 않아서 마음껏 쓰기가 쉽지 않죠.

박태환 : 이태리에서 11년 정도 있었는데, 저도 <라보엠>에 나오는 친구들처럼 힘든 환경이지만 예술에 대한 갈망을 보이는 그 부분이 공감이 돼요.

-<라보엠>은 겨울에 자주 찾아 오는데 이번엔 봄에 올라간다. 라보엠의 진짜 계절은 언제라고 생각하나?

강민성 :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 그 즈음 겨울이면 떠오르는 작품이죠.

김동원 : 겨울에 만나는 것도 좋은 데, 봄이 시작 되는 이맘 때 만나도 좋은 작품입니다. 로돌포와 미미가 다시 만나는 계절을 생각해보면 그렇죠.

-<라보엠>엔 시인 로돌포, 화가 마르첼로, 음악가 쇼나르, 철학자 콜리네 이렇게 젊은 예술가들이 등장한다. 반면 여자 주인공인 미미와 무제타는 예술가가 아니다.

김동원: <라보엠>이 보헤미안의 삶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그 안에 젊은이들의 사랑도 함께 담겨 있어요. 결국 초점은 미미와 로돌포의 사랑에 맞춰져있어요. 2막은 무제타 마르첼로의 사랑장면이 나와요. 1.2막은 연인들이 만나고 3.4막은 헤어지고 이렇게 정리가 된다고 볼 수 있죠.

-넓은 의미에서 미미와 무제타도 예술가로 볼 수 있을까?

오은경: <라보엠>은 예술가 남자들과 파리 서민층 여자들 이야기입니다. 미미는 수를 놓기도 하고 꽃을 팔기도 하는 여자예요. 무제타도 그렇고, 미미도 그렇고, 파리에서 남자에게 의존하면서 살아가요. 그런 점에서 미미를 예술가로 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김동원: 1830년대 그 때 당시에 예술가들은 남자들이 많았어요. 여자들은 거의 직업이 없거나, 남자에게 기생하면서 살아갔어요. 로돌포 역시 미미와 어떻게든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 했을 것 같아요. 무제타 같은 경우는 보헤미안이라고는 언급 하긴 어렵고, 그 때 당시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가 상류층 사교계의 여자였다면, 무제타는 언더그라운드에서 아주 화려하게 지낸 여자라고 볼 수 있겠죠.

강민성 : 무제타가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는 그런 모습을 봤을 땐 이 무리에 섞이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들어요.



■ 로돌포와 미미의 사랑과 마르첼로와 무제타의 사랑을 재조명하다

-미미는 어떤 인물인가

오은경 : 미미가 청순가련형으로 비춰지는 면이 있긴 하지만, 원작 소설을 보면, 열정은 끓는데 내숭을 떠는 모습을 보여줘요. 미미가 우연히 로돌포를 만나서 사랑에 빠진 게 아니라, 로돌포가 마음에 들어 2층 다락방에 올라간거죠. 여기서 ‘내숭’ 이라는 게 사랑하는 것 자체가 진실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라 무제타에 비해 대 놓고 드러내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 자체의 의미는 경감되지 않아요.

강민성: 그런 의도로 미미가 촛불을 끄는 장면을 일부러 보여주는 오페라도 봤어요.

-로돌포는 어떤 시인인가? 인간 김동원과도 닮아있나

김동원 : 제가 외향적이라기보다는 생각이 많아 감수성이 예민한데 그 점에서 닮았어요. 로돌포가 원래 파리에서 살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그 점에서도 그래요. 로돌포가 파리의 지붕을 보면서 사색에 잠기는데, 저도 도시 사람이 아니라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항상 있어요.

오은경 : 비대한 테너들이 많은데, 딱 시인 같은 체구와 감성의 테너죠. 메트 오페라에서 소프라노 스트라타스, 테너 호세 까레라스가 나온 <라보엠>을 봤는데 두 주역 모두 초췌해서 지금까지 본 <라보엠> 중 제일 그림이 잘 어울렸어요. 미미는 정말 폐병 걸린 사람처럼 느껴졌거든요.

강민성 : 오은경 선생님도 미미 역에 잘 어울리세요.

박태환 : 1막 미미가 촛불 들고 등장하는 장면, 2막 카페에서 미미가 들어오는 장면에서 오은경 선생님은 소녀보다 더 소녀 같은 표정이 나와요.

오은경 : 미미에게 맞는 리릭 소프라노 컬러를 내 주려면 등치가 있어야 해요. 레제로 소프라노인 저에겐 딱 경계선인 것 같아요. 더 리릭한 역은 못해요.

김동원 : 오은경 선생님과 함께 하게 되서 반가웠어요. 테너는 여자주인공과 같이 가기 때문에 여자 주인공 음역 파트에 따라 많이 달라져요. 리릭 레제로 파트로 같이 가면 금상첨화거든요.

오은경 : 요새는 소리는 물론 그림도 돼야 해요. 우리는 환상의 궁합이네.

김동원 : 환상의 커플이죠.

-<라보엠> 안에서 미미와 로돌포의 사랑, 마르첼로와 무제타의 사랑이 다르게 표현되고 있다.

강민성 : 마르첼로와 무제타 이쪽이 강한 포인트가 있다면, 저쪽은 순수함이 느껴져두 커플의 사랑이 대비되는 면이 있긴 하지만, 비슷한 점도 많아요. 여자 남자가 만나 사랑을 하면, 트러블도 있고 화해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니 다 비슷하지 않나요?

오은경 : 미미와 로돌포 커플은, 미미가 아파서 죽을 걸 전제하고 만나고 헤어진다면, 저 쪽은 죽음을 전제하지 않은 커플이니 어둡지는 않죠.

김동원 : 애초에 로돌포는 미미가 아픈 걸 이미 알고 있어요. 그걸 전제로 만나요. 아주 애틋한 마음이 포함 된 사랑인거죠. 그런데 마르첼로 와 무제타는 몇 번을 헤어지고 다시 만나요. 작품 안에서는 2막에서 재회에서 만나고 또 헤어지는 것으로 그려지지만, 1막이 시작되기 전, 이미 몇 번을 만나고 헤어졌던 커플 이었겠죠. 그래서 불같은 사랑이긴 해요. 질풍노도의 사랑, 20대의 사랑이요. 결국 둘은 해피엔딩을 맞이해요.

박태환 : 마지막에 로돌포가 슬프니 친구인 마르첼로도 해피할 수 만은 없을 것 같아요. 사랑만 놓고 봤을 땐 새로운 해석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어떤 선생님에게 들었던 이야기인데 로돌포와 미미 보다는 오히려 마르첼로와 무제타의 사랑이 진실 하지 않냐. 현대 시각에서 보면 견해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로돌포와 미미는 그날 하루 만나 사랑이 이뤄졌기 때문에 빨리 끓어오르고 빨리 식을 수 있는 사랑으로 볼 수도 있죠. 그런데 마르첼로와 무제타는 또 만나고 또 만나는 그 끈이 있어요. 지속되는 사랑을 한다는 거죠.

오은경 : 사랑이 지속 되지 않아야 애틋한 마음이 더 크지 않나.

박태환 : 공감이 안 되는 게 로돌포는 미미가 아픈데 다른 사람에게 보내주잖아요. 나는 너무 가난해 지켜줄 수 없다는 마음으로요. 저 같으면 사랑하는 사람을 절대 놓지 않고, 어떻게든 아픈 애인을 살리기 위한 방법을 찾았을 것 같아요.

김동원 : 로돌포가 시인이라 너무 시적인 생각을 한 것이겠죠.

오은경 : 그 친구들이 현실적이지 않은 면이 있지.

김동원 : 콜리네만 봐도 죽음을 다 알고 있고 인생을 다 산 사람처럼 이야기 하는 장면이 있긴 해요.

-미미는 로돌포의 다락방에서 마지막 숨을 거둔다. 로돌포는 그 뒤에 어떤 삶을 살까

김동원 : 미미가 죽고 나서 미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시를 쓰고 소설을 썼겠죠.

■ 오페라의 중심축은 오케스트라

-김숙영 연출은 ‘격동의 시대, 사실적이고 치열했던 사랑과 희망을 담아 내 원작이 가진 작품적 재미와 감동을 모두 살려내겠다’고 했다. 이번 <라보엠> 콘셉트는 무엇인가

김동원 : 1830년 그 때 시대적 배경에 집중한다고 했어요. 로돌포의 다락방을 가운데 두고 거리의 풍경, 즉 길거리 가로등이라든가 그 곳을 지나가는 사람들도 신경을 썼어요. 그 때 당시엔 구걸하는 아이들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거기에 착안한 장면들도 있어요. 항상 똑같은 오페라가 아닌 한편의 영화 같은 장면을 연출 하고 싶어하세요.

오은경 : 프랑스혁명 전 장면부터 마임(mime)예술가를 등장 시켜 그 때 서민층이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를 보여줘요.

박태환: 라보엠은 멜로 드라마가 아니라 그 당시 시대극이라고 했어요. 지금까지 <라보엠>과는 조금은 다른 의미로 접근해 가고 있어요. 과장된 오페라적인 움직임 보다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가가야 한다는 말을 하세요.

강민성 : 제가 맡은 무제타에 대한 캐릭터에 대해 언급 할 때도 시대적 상황을 많이 이야기 해주셨어요. 시대 상황을 고려했을 때 무제타는 남자 하나만 잘 잡으면 뜰 수 있다고 생각하는 누드 모델이지 않았을까? 란 말도 했어요.

-비엔나를 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장윤성 지휘자와 서울필하모닉이 함께한다. 지휘자가 강조한 것은 무엇인가

강민성 : 지휘자 선생님은 오케스트라가 오페라의 반주가 아니다 란 말씀을 하세요.
오케스트라를 성악가들의 반주자로 생각 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으세요. 저 역시 오케스트라가 오페라의 중심축이고 베이스라 생각해요. 어느 오페라를 보든지 기억에 오래 남고 박수도 더 많이 받는 건 오케스트라죠. 성악가가 장면이 끝나면 하고 들어가지만 오케스트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무대를 지켜야해요. 그렇기 때문에 오케스트라는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드라마를 책임지면서 작품을 이끌어가야 하는 존재입니다.

김동원 : 지휘자는 작품의 음악감독인데, 연습 기간이든 부수적인 것들이 한국에선 조금 힘든 것들이 있어요.

박태환 : 지휘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느낀 건 자기만의 색채가 있으면서 배려심 충분한 지휘자라는 점이요. 가수들의 템포를 맞춰 주는 부분에 있어서도 배려심이 있으세요. 정도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유연성을 보여주시죠.

김동원 : 그게 진정한 리더십이라 생각해요.

오은경 : 지휘자가 음악적인 부분에서 템포나 자기 색깔만을 강요하게 되면 성악가들이 힘든 경우가 많아요.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 지휘를 잘하는 지휘자가 오페라 지휘를 잘하는 지휘자라는 말도 있는데, 이번 지휘자분은 각자 색깔이 다른 성악가들을 기다려주는 점이 훌륭하세요.

강민성 : 연출과 지휘자가 서로 배려하면서 팀을 이끌어주셔서 좋아요. 함께 작업하는 선생님들도 훌륭하셔서 팀워크가 좋아요.

-김동원 선생님은 지난 해 국립오페라단에서 보여 준 로돌포의 모습을 상상하며 보러오시는 분도 있을 것 같다. 그 프로덕션과는 다른 로돌포를 보여주나

김동원 : 이태리 마르코 간디니 연출님은 이번 노블아트오페라단 보다는 조금 더 캐릭터에 초점을 맞추셨어요. 주제를 로돌포의 희망으로 잡아서 로돌포가 그 희망을 맨 끝까지 놓치지 않는 것으로 그림을 그리셨어요. 그래서 로돌포는 ‘미미가 끝까지 살 것이다’란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맨 마지막에 미미의 죽음과 동시에 로돌포도 희망을 잃고 쓰러지는거죠. 이번에는 그때와는 조금 다를 것 같아요. 아픈 미미의 운명을 이미 알고 있는 조금 더 침착한 로돌포입니다. 어떻게 하면, 애인이 죽기 전까지 더 편안하게 해주고 헤어질 것인가를 생각해요. 그리고 이번 <라보엠>은 주요 캐릭터에 집중하기 보단, 조금 더 시대적 배경이라든지 로돌포 친구들의 아기자기한 우정과 재미있는 놀이에 초점이 맞춰져있어요.



■ 오페라 <라보엠>에서 중요한 네 가지, 음악·연출·밀도감·호흡

-<라보엠>은 매년 자주 공연되는 오페라이다. 그런데 어떤 경우엔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적이지만, 어떤 오페라는 재미도 감동도 없는 경우가 있다. 오페라 <라보엠>에서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나?

김동원 : 오페라에서 사람을 감동 시킬 수 있는 건 음악적인 부분과 연출적인 부분인 것 같아요. 성악가 입장에서는 음악적인 뛰어난 기량은 기본이고, 작품에 대한 정확한 이해, 단어 하나 하나의 정확한 발음은 물론 호흡을 어떻게 줄 것인가에 대한 디테일이 중요하겠죠. 오페라 안에서 성악가는 배우잖아요. 음악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고 배우로서 캐릭터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하죠.

오은경 : 오페라는 총체적인 장르잖아요. 음악과 연기 모두 시너지 효과가 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파트너와 호흡이 잘 맞느냐 그렇지 않느냐 그 점 역시 중요해요. 노래는 가수 컨디션이 최악, 최고 만 아니라면 비슷해요. 하지만 연기는 그 상황이 많이 좌우해요. 똑같이 연기에 몰입 하려고 해도 상대방이 몰입 못하는 게 보이면 저도 그 기운이 느껴져요. 결국은 이런 모습이 관객에게 전달 되겠죠. 2년 전 테너 나승서 선생님과 <라보엠>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객석 몰입도가 높았어요. 관객들이 감동 받았다는 말도 들었는데, 같이 노래 부르는 사람과의 호흡을 무시할 수 없는거죠.

박태환: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성악가 와 지휘자가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 대중을 놓고 볼 때 이미 작곡 된 음악은 아주 못하거나 뛰어나지 않으면 차이는 없다고 봐요. 하지만 감동을 더 주고 덜 주고의 힘은 연출가에게서 나와요. 연출가들이 작품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얼마나 나타내느냐. 그저 그렇게 나타내느냐에 따라 달라지죠. 메트 오페라 <라보엠>에서 로돌포 역 호세 까레라스가 미미가 토시를 팔에 끼고 너무 따뜻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짓는 표정을 보면 1차적으로 눈물이 나요. 이 장면이 감동으로 이어지게 된 건 일차적으로 연출가의 시각이 반영 됐기 때문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오페라가 감동을 줄 수 있는 요소는 거기서 크게 좌우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흔히 노래를 잘해서 연주가 뛰어나기 때문에 느끼는 학구적인 감동이 아닌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그런 것 같아요.

강민성: 국내 무대에 오른 <라보엠>을 직접 보진 못하고 영상으로 봤어요. 소프라노 홍주영씨가 미미로 나온 <라보엠>을 봤는데 밀도감도 있고, 익살스런 재미 요소도 있어 좋았어요, 즐거운 요소가 많으면 나중에 밀려오는 슬픔도 더 깊게 느껴지잖아요. 그런 점에서 연출적으로 재미있었어요. 연출적인 감동을 무시할 수 없죠. 이 번 저희 작품은 세 팀으로 나눠졌는데 팀별로 발란스가 맞춰져 음악적인 감동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 양질의 클래식계 토양을 위하여

-성악가로서 각자 목표가 있다면?

김동원 : 늙어서도 노래를 계속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큰 무대보다 좋은 무대에서 계속 서고 싶어요. 그렇기 위해선 관리도 잘 하면서 존경 받을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하겠죠.

오은경 : 신인이 아니라 중진의 나이가 되니 생각이 많아져요. 젊었을 땐 기존 토양에 어떻게든 잘 적응해 볼까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이젠 남은 세월 동안 어떻게 하면 내가 조금이라도 음악계에 기여를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돼요. 예술가의 토양이 한계가 있다고 하지만, 내 제자들 그리고 후배들 세대의 토양이 안 좋다는 생각이 드니 걱정이 돼요. 대중들이 조금 더 클래식을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작은 노력이라도 해보려구요. 아직까지 오페라는 티켓값이 너무 비싸 대중들이 쉽게 접근하기엔 장벽이 있어요. 현재 K팝이라고 해서 대중가요에만 중독이 돼 있는데, 순수 음악, 좋은 음악이 들어갈 수 있는 저변확대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한국가곡이든 다른 가곡이 됐든 클래식 음악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겼으면 해요. 제가 직접 판을 만드는 그런 재능은 없지만 그런 기회가 오면 발 벗고 나서고 싶어요.

김동원 : 순수 예술인 클래식은 상업성을 바라봐선 안 된다고 봐요. 개인이나 기업적인 차원이 아닌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이 있어야 하죠. 독일만 봐도 국가에서 많은 지원을 받는 시립극장들이 있어요. 모든 단체들이 극장에 상주에 있어 티켓 값도 싸죠. <파우스트> 공연을 하면서 오지를 돌아다녔어요. 다원 예술 분야로 선정 돼 문화부에서 지원을 해줘 입장료가 천원이었어요. 시골에서 공연 할 때 마다 사람들이 너무 감동을 받는 게 느껴져서 좋았어요.

오은경: 엔터테인먼트 쪽으로 소비하는 비용은 늘고 있지만 클래식 파트는 그렇지 않아요. 미디어와 교육의 영향이 크죠. TV에서 클래식 프로그램은 다 없어지고, 학교에선 음악교육이 사라지고 있어요. 굉장히 심각한 문제죠. 한국 음악가들 다들 노래를 잘 하는데 설 무대는 없어요. 저희들 밥 그릇을 위해 토양을 바꾸자는 게 아니라, 한국 청소년들의 문화 생활이 한 쪽으로 편중 된 것에 대한 우려입니다. 클래식까지 골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봐요.

미국에선 매년 지역 도서관 내에 있는 작은 홀 5~6 군데를 돌면서 오페라를 올려요. 동네 엄마들이 애들 손잡고 와서 오페라를 보는 거죠. 그렇게 되면 아이들도 1년에 한번 이상은 볼 수 있는거죠. 그렇게 저변 확대가 됐으면 해요. 큰 오페라는 오페라대로 올리고, 작은 오페라는 오페라대로 올려졌으면 해요. 문턱을 낮춘 오페라가 많이 생겼음 합니다.

공연전문 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정다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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