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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이 무대 돌아오니 절대악으로 여기는데..”
기사입력 :[ 2014-03-08 15:57 ]


김관 “유인촌은 대한민국에서 배우로 보호받아야” [인터뷰]

[엔터미디어=공연전문기자 정다훈] 러시아 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중편소설 '어느 말 이야기'를 각색한 마르크 로조프스키의 <홀스또메르>는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함께 어떻게 늙을 것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다.

1997년 초연부터 이 작품과 함께 해온 배우 유인촌은 “‘근본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공연이다”며 “삶에는 고통이 있고 상처가 있는데, 고통은 사라지지만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다. 상처를 들여다보면 과거의 고통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이 연극을 보면 자신이 잃어버린 과거, 현재, 그리고 닥쳐올 미래까지 모든 걸 상처처럼 되새겨볼 수 있는 작품이다”고 전했다.

오랜 시간 유인촌 배우와 함께 <홀스또메르> 작업을 해온 김관 연출가를 만났다. 김 연출가는 유인촌 전 정관에 대한 세간의 날선 평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밝히고, ‘비우자’는 개념으로 접근한 러시아 스타일 마당극 <홀스또메르>에서 중요한 건 코러스임을 강조했다.

■ 모든 것을 버리고 비운 유인촌의 <홀스또메르>

-<홀스또메르>는 한때 촉망받는 경주마였으나 지금은 늙고 병든 말의 입을 빌려 인생의 희로애락을 이야기한다. 사흘 간의 프리뷰 공연이 올라갔는데 소감이 어떤가
“<홀스또메르> 작품 자체 이야기도 유인촌 선생님의 인생과 살짝 겹치는 부분이 있긴 해요. 개막 첫 월요일만 빼고 쉬는 날 없이 월요일에도 계속 공연을 해요. 유 선생님이 매일 공연을 하시겠다는 말을 했거든요. 그 말을 듣고는, ‘고행을 선택하겠다는 건가?’란 생각이 들었어요. 2005년 공연 이후 복귀 작품인데 10년 전에 볼 때도 숨 차 죽을 것 같다. 진짜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공연이거든요.

프리뷰 날은 고열에 시달려서 목이 안 나오는 상태였는데도 공연을 진행 하셨어요.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으라고 권했는데, 그렇게 되면 몽롱해져서 정신 줄을 놓게 된다는 이유로 완강히 거부하셨어요. 그날 1막 끝나고 분장실로 내려갔는데,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 얼음 주머니를 대고 있었어요. 괜찮겠냐고 물어보니, ‘2막은 1막보다 쉬어갈 수 있으니 괜찮다’고 하셨어요. 힘드셨을텐데 잘 이겨내셨어요. 오늘 외부 사람들에게 ‘작품이 잘 나왔다’고 들었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주요 다른 배역은 더블캐스팅인데 ‘홀스또메르’ 역은 원캐스트로 간다. 유인촌 배우가 원했나
“‘홀스또메르’ 역도 더블 배우를 찾아보려고 했는데 결국 찾지 못했어요. 쉽지 않은 배역이라 배우가 선뜻 하겠다고 덤빌 수 있는 작품이 아니죠. 유인촌이 할 수 있는 작품, 유인촌스런 작품인 점도 분명 있어요. 현재는 세 명의 배우가 언더스터디로 있어요. 인터뷰 오기 전에도 연습실에 잠깐 들렸다 왔는데, 젊은 단원들이 장난을 치면서 연습하고 있었어요. 유 선생이 ‘너네 3명만 가지고 해도 되겠다. 몇몇 장면을 간추린 홀스또메르를 해도 좋겠다. 내 것도 연습 해 놔봐’ 라고 말 하는 걸 들었어요. 이전에 유 선생을 보면서는, ‘난 아직 정력적이야’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면, 이젠 본인이 늙으셨다는 걸 인정하시는 것 같아요. 농담처럼 ‘늙은 거 맞아’란 말을 하시긴 하는데, 뭔가를 많이 내려놓은 느낌을 받았어요.”

-김관 연출은 연극 <홀스또메르> 작업을 몇 번째 하고 있는 건가?
“2002년도 유씨어터 공연, 2005년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공연에 이어 2014년 영등포타임스퀘어 내 CGV신한카드아트홀에서 세 번째 작업을 하고 있어요. 1997년 초연은 이병훈 연출이 했는데 러시아에 가져온 그대로 빈 무대를 환하게 켜놓고 하셨어요. 그 뒤 2000년 박승걸(박 툴) 연출이 유씨어터에서 다시 해보자고 했을 땐, 유씨어터 안에 마굿간을 만들어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여줬어요. 저도 극단 유에 5년 만에 들어와서 작업하는 건데 ‘비우자’는 생각으로 연출 했어요.”

-비우고 작업한다는 구체적인 의미는?
“서울 공연을 올리기 전에, 해남에서 먼저 공연을 하고 올라왔어요. 저는 서울 공연부터 참여했고요. 해남 공연 영상을 봤는데, 정말 무대를 비우고 극장을 열어놓고 했더라고요. 그걸 보고 ‘이 분의 심리가 뭘까?’란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공직에서 내려 온 뒤 머리엔 하얗게 세월이 앉아있고, 인생무상을 경험하셨던 것도 같아요. 모든 것을 많이 버리고 비우고 싶어하는 심리가 읽혀졌어요. 예전의 <홀스또메르>는 모든 것을 채우고 재연해내는 것에 주안점이 둔 면이 있었거든요.”

-다시 <홀스또메르>에 합류하게 된 계기가 그 점도 분명 포함 됐을 것 같다. 또 다른 합류 이유를 말한다면?
“김현재 제작감독을 상갓집에서 우연치 않게 만나, ‘해남 공연이 잘 됐냐?’라고 안부 인사를 던졌어요. 서울 공연도 유 선생이 직접 연출을 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연출이 홀스또메르 역 배우로 무대에 서면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안 보이는 면이 있어요. 특히 1막은 앞으로 나와서 하는 게 많거든요. 배우가 연출을 함께 하면 힘든 면이 있어요.

그래서 전 ‘배우로서 돌아오는 거라면 도와드리겠다’고 말했어요. 이제 배우로서 돌아오는구나 정말 이걸 환영했죠. 장관 유인촌이 아닌 배우 유인촌이 복귀하는 건 환영하는 입장입니다. 다른 연출가가 와서 헤매는 것보다 이미 여러 번 작업했던 내가 교통정리를 해주는 게 맞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무대 미술가 김정란 씨를 만나, 예전 <홀스또메르> 리플렛을 보며 이야기도 나누고, 봉평도 같이 답사를 가서 무대 콘셉트에 대해 의논했어요. 배우들은 제가 합류하기 이전부터 6개월 이상을 연습 했어요. 이번 작업을 하면서는 앙상블 균형을 잡는 데 중점을 뒀어요. 에너지 맞춰야 하는 것, 앙상블 연기를 제 스타일대로 맞추는 것 등 3주간의 연습 기간이 필요했어요. 그 전부터 오랜 기간 천천히 연습해 왔던 건 남겨뒀고요.”



■ “유인촌을 바라보는 시각을 선과 악의 싸움으로 보지 않았으면”

-이전 유인촌 배우의 <홀스또메르>와 2014년 <홀스또메르>가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면?
“예전엔 파워풀한 힘이 느껴졌다면, 이젠 담담함이 느껴져요. 어찌보면 홀스또메르의 패턴이 바뀐 것 같아요. 유 선생이 다섯 번째 공연을 하고 있는데, 처음부터 네 번째까진 비슷한 홀스또메르가 나왔어요. 그런데 이번엔 차분하고 가라앉은 홀스또메르로 다가와요. 뒤에서 반추해보는 느낌이 전해져요. 완장 찼다는 표현이 안 좋긴 한데... 내려와서 인생무상을 느낀, 초야에 묻힌 늙은이를 본다는 기분이 들어요. 제가 ‘이젠 배우만 하실거죠. 딴 거 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면 그냥 ‘씨익’ 웃으시는데, 본인에 대한 항변을 하실 생각도 없으신 것 같아요.

우연의 일치로 연습실이 마장동이었는데, 대중교통인 버스를 타고 와서 걸어 오셨어요. 마장동이 축산물 시장이 있어서 피비린내가 진동을 하잖아요. 거기를 지나야 연습실 안으로 들어올 수 있어요. 농담 반으로 ‘우리는 마장동에서 말 도축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냐?’란 말도 하셨어요. 젊은 배우들에게 ‘대학로 혜화역을 가려면, 동대문역에서 갈아타야 하냐. 서울역에서 갈아타야 하냐’는 질문을 하는 걸 보기도 했어요. (차를 몰고 다니지 않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셨는데, 자전거 사고가 나 팔이 부러지셨어요. 갑자기 끼어든 사람을 피하다 본인이 굴러버렸다고 해요. 지금도 통증이 약간씩 있으신 것 같아요.“

-배우 유인촌에 대한 경계의 시선이 있다.
“이 사람이 돌아온다고 하니 절대 악으로 여기고 날이 서 있는 분들이 많다는 걸 저 역시 느끼고 있어요. 실제로 주변에서 그런 말을 듣기도 했고요. 배우 유인촌을 경계의 시선으로만 보는데 직접 극장에 와서 봤으면 해요. 어떻게 됐는지 직접 직시를 했으면 해요.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스타니슬랍스키시스템으로 유명한 러시아 연출가이자 배우인 스타니슬랍스키는 지주의 아들로 부르주아였어요. 그러면 소련화가 되었을 당시 숙청당해야 하는데, 레닌이 예술가로 보호해줘 소비에트 연방 인민예술가 칭호를 받았어요. 그것처럼 예술가로 돌아왔을 때는 예술가로 바라봤으면 해요. 유인촌은 대한민국에서 배우로 보호받아야 할 것 같아요.

배우의 연기에는 기만성이 있어요. 무대에서 벌어지는 일은 실제로 벌어지지 않죠. 배우라는 존재가 어떤 이야기를 했을 때 이게 진짜로 받아들여지고, 배우도 진짜로 믿으려고 해요. 이게 역설이죠. 마찬가지로 평생 연기만 한 사람에게 장관은 역할일 수 있어요. 일상의 연극학에서 바라보면, 당시 수행을 했을 뿐이죠. 주변에서 역할을 줬어요. 정치색이 없는 분이고 환경 운동도 열심히 했지만, 현재 사람들은 이명박 정부에 있었던 유인촌만 기억해요. 현재 유인촌을 바라보는 시각을 정치권을 개입해 뭔가 선과 악의 싸움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요.”

-유인촌 배우와 같이 작업하는 연출가 역시 그런 시선을 함께 감당해내야 한다.
“‘다시 도와드리겠다’고 말씀 드리고, 선뜻 ‘하겠다’ 나선 이유는 어릴 때 만났던 예전 동료들이 있었던 이유도 있어요. 소위 말해 초짜 연출을 만나 내 친구들이 쪽 팔리는 게 싫었어요. 망신당하는 게 싫었던 마음도 한 켠에 있었어요. 유 선생이 연극계 복귀하는 이번 작업이 실패하게 되면 치명타가 될 수도 있겠죠. 되든 안 되든 무리수가 될 소지도 크고요. 그런데 전 꽃봉오리가 피려고 할 때 굳건하게 피었으면 했어요. 이분 한명만 아니라. 젊은 앙상블들이 같이 피어났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 철저하게 사람 냄새나는 작품 <홀스또메르>

-연출자 입장에서도 이번 작품이 남 다르게 다가올 것 같다.
“저 역시 예전에는 뭔가를 채워보려고, 안달복달하면서 작업을 했던 것 같아요. 이번에는 기존에 연습 시켰던 것과 조화를 시켜 조율하는 작업을 했어요. ‘화려하게 만들기보다 단순하고 간략하게 만들자’란 생각으로 조명도 아주 단순하게 만들었어요. 과용이 아닌 절제를 해야 한다는 마인드요. 빈 무대가 공연이 시작되면 꽉 채워지는 느낌을 주도록요. 처음에 할 때부터 지키고 있는 콘셉트는 ‘대비, 우화, 회상’입니다. 전 이 코드만 지키면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인물 구성이든, 배열이든 동선이든 간에요. 특히 늙음과 젊음의 대비, 지위 고하의 대비가 동선의 포지션에 제대로 나타나게 해야 해요.

CGV신한카드아트홀이 500석 규모의 중극장인데, 말 그대로 영화관이다보니 막판은 음향 싸움이었어요. 사람이 기본적으로 육성을 낼 수 있는 거리가 아니라, 흡입이 되는 시스템이거든요. 처음엔 ‘이거 벽보고 이야기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지금까지 음향 작업 하는 것 중에 최고로 어려웠어요. 뮤지컬 <미스 사이공> 성남 초반 공연을 봤는데, 진짜 기가 막히게 음향을 잡아냈어요. 최소의 증폭만 해줘 몰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거든요. 그것처럼 관객이 몰입을 할 수 있는 음향이 나올 수 있도록 작업했어요. 배우들 동선에 맞춰 음향이 최대한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시스템을 잡았어요.

어쿠스틱이면서 최대 기계음 소리가 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이 있어요. 저희는 제가 직접 발품을 팔아 구해 온 소품 철판을 이용 해 극중 칼 가는 소리도 직접 내고, 새소리도 배우들이 직접 내요. 이 작품의 일관성은 철저하게 사람 냄새나는 소리와 작품이라는데 있죠.”

-달라진 장면은 없나?
“안무가 많이 바뀌었어요. 1막 마지막은 안무가 없던 장면인데 새로 짰어요. 이번에 코러스로 나오는 박용환 배우가 안무 작업도 같이 했어요. 아름다운 동행 <잉여인간> 작업을 같이 했던 배우입니다. 극 중 노래를 불러보고 상상을 하더니 바로 안무를 만들어 일주일마다 안무를 계속 고쳤는데, 젊은 친구들이 잘 따라와 줬어요. 젊은 말떼들이 연습하는 걸 보면서 정말 신났어요. 이번 작업은 봉평의 야외 무대작업을 재현해 논 겁니다. 장소 특별형 작업이라고 할까요. CGV신한카드아트홀은 그것을 극복하는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음악극이란 타이틀이 붙었다.
“저희 작품이 화려하지 않아요. 뮤지컬도 아니고 연극도 아닌데 곡 넘버는 많아요. 음악극으로 분류를 하긴 했는데, 아름다운 거리감이 유지되는 극이라고 말 하고 싶어요. 연극무대까지 소비하는 무대, 작품을 보지 않고 화려함을 내세우려 한다면, 아이돌 가수들이 나온 콘서트를 보는 게 낫죠. 최대한 절제한 연극 그게 맞는 것 같아요.”

■ “러시아 스타일 마당극 <홀스또메르>에서 중요한 건 코러스”

-청마의 해를 맞이해서일까. 말과 관련 된 연극 <홀스또메르>,<에쿠우스>가 한꺼번에 무대에 오른다. 두 작품을 잘 모르는 분들에게 간략히 설명을 한다면?
“<에쿠우스>는 자동차 이름도 있을 정도로 유명하죠. <홀스또메르>는 제목이 생소한 느낌을 주긴 해요. 이번엔 <톨스토이의 홀스또메르>란 제목을 붙였어요. <홀스또메르>는 말이 바라본 인간들의 이야기입니다. 어른들을 위한 우화죠. 반면 <에쿠우스>는 우화성이 강하지 않아요. 코러스 개념은 비슷한 것 같아요. 굳이 구별을 하자면, <홀스또메르는> 코러스가 보다 적극적이죠. 우리 작품에선 앙상블이 더 중요해요. 커튼콜 때 만 봐도 전체 인사를 한 뒤 캐릭터 별 인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코러스와 음악 밴드 팀들이 인사해요. 유 선생님도 ‘코러스가 중요하다’고 항상 말씀하세요. 젊은 말들과 앙상블이 산만하거나 집중도가 떨어지면 작품 전체가 힘들어져요. 코러스는 춤도 춰야 하고 말 역할도 해야 하고 노래도 불러요. 게다가 무대 전환까지 해야 해서 훈련량이 어마어마해요.<에쿠우스>는 사실주의적 개념이 들어있다면, <홀스또메르>는 러시아 스타일 마당극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어요. 공간을 바라보는 개념도 그렇고, 비운다는 원칙 역시 마당극 개념과 만나요.”

-<홀스또메르>가 잘 알려지지 못한 또 다른 이유가 있나
“<에쿠우스>는 실험극장에서 75년부터 공연을 올리기 시작 해 현재까지 2~3년 주기로 계속 이어져왔어요. 그동안 연극을 본 사람도 정말 많았겠죠. <고도를 기다리며>만 봐도 60년대 초반부터 시작해서 거의 매년 산울림극단의 임영웅 선생님이 올리고 계세요. 35년 째 공연을 하고 있죠. 그래서 <임영웅의 고도를 기다리며>, <실험극장의 에쿠우스>로 기억하는 분들도 많으세요.

반면 <홀스또메르>는 97년 처음 시작해 이제 다섯 번째 공연이 올라갔어요. 20명이 넘는 배우들이 한 무대를 써야 하고 라이브 밴드가 함께 움직여야 해요. 한 번에 움직일 때 35명의 대 인원이 움직이기 때문에 제작비가 만만치 않아요. 어마어마한 출연 비용이 산출 되기 때문에 자주 올리기가 쉽지 않죠. 잘 알려지지 못한 이유가 그 점도 있을 것 같아요.”

-바조쁘리하 역 배우 이경미 김선경, 세르홉스끼 역 배우 김명수 서태화, 바씨까 역 배우 지대한 박원묵 등 더블 캐스팅 된 배우들의 느낌이 다를 것 같다.
“서태화 배우는 선을 되게 굵게 간다면, 김명수 배우는 굵으면서도 섬세해요. 올리브 TV ‘서태화의 누들 샵’ 진행도 한 서태화 선배는 요리사 테너죠. 성악을 전공하셔서 노래도 잘하시죠. 이경미 김선경 배우 두 분도 다 달라요. 같은 역 배우 지대한씨에 비해 박원묵 배우는 평상시에 거의 말이 없으세요. 개성이 다들 다르시죠. 물론 역할로서 배우들의 행동목적은 같아요. 타이밍에서 푸는 게 배우마다 조금씩 다르고 받아주는 배우들도 일부러 다르게 받아줘요. 동기부여를 똑같이 해 드리는 건 맞지만, 더블 배우들을 똑같이 맞추려고 하진 않았어요. 배우들 모두 최소한의 약속을 잘 지켜주고 있어요. 선배님들의 공통점이라면, 젊은 앙상블 배우들 고생한다고 곱창이든 맥주든 사 먹여야 한다고 항상 챙겨주시는 점이요.”



■ ‘치열하게, 이룰 수 없는 꿈을 꾸자’

-머리를 항상 시원하게 밀고 다닌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벌초죠. 제가 직접 밀어요. 외모를 가꾸는 것에 신경 쓰지 않으려고 머리를 짧게 밀었어요. 이런 스타일이 씻는데 시간도 안 걸리거든요. 세수하며 머리도 같이 비누칠을 해요. 그리고 나오면 금방 말라요.”

-<홀스또메르> 작품을 하면서 더욱더 ‘늙어가는 것’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 볼 것 같다.
“술을 먹고 동료들과 항상 ‘어떻게 늙어가야 할까?’라고 말해요.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40년을 살았으니 40년을 더 살거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어찌됐든 내 수명은 줄어들고 있어요.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지 않으면 안 되죠. ‘단순하게 살자. 치열하게 살자, 그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자’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해요.”

-‘치열하게 살자’는 의미를 좀 더 설명해 달라.
“후딱 흘러가는 하루하루인데, 그 중 하루라도 쉰다면 하루가 죽어가는 거죠. 역설적으로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죠. 전 자다가 죽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았음 해요. 내가 재미있어 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고, 그걸 하면서 보람을 느껴요. 그래서 작업하는 것도 즐겁게 했으면 해요. 강요하는 것이 싫어요. 연출의 일도 마찬가지죠. 연출은 배우와 스태프에게 ‘꼭 이렇게 해줘’라는 식으로 강요를 하는 게 아니라 활기를 북돋아 줘야 해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죠. 연출은 연기 지도사가 아니거든요.”

-<홀스또메르> 작업 이후 또 다른 연극 작업을 준비중이나?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모티브를 얻은 <그라찌에 빠빠>란 연극이 서울연극제 미래야 솟아라, 브릿지 페스티벌 부분에서 작품상을 받았어요. 군장대 학생들이랑 만들어 좋은 평을 받아 곧 대학로 무대에서 만날 것 같아요.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춘천 국제연극제 무대에 오를 작품이 있어요.”

-오랜 시간 극단 유에서 몸 담고 있다 나와서, 이젠 극단 소속으로는 활동하지 않는다.
“제가 원칙으로 삼고 있는 것 세 가지가 있어요. ‘내 이름으로 된 극단을 만들지 않는다. 극장을 짓지 않는다. 내 돈으로 하지 않는다.’ 극장을 갖게 되면 순수했던 마음을 버리고 운영의 문제로 인식하게 돼요. 갑자기 사람이 변했다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극장과 극단을 운영하기 위해선 개런티를 깎게 되는 거죠. 일종의 열정 노동을 착취하는 구조가 돼 버리죠. 나도 모르게 제자들, 후배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게 되는거죠. 그게 싫었어요. 기획적인 부분의 실수를 작품의 실수로 덮어씌우는 경우도 봐서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었어요.”

김관 연출은 연출가의 마지막 덕목으로 ‘이룰 수 없는 꿈을 꾸자’를 꼽았다. “꿈이라는 게 왜 ‘꿈’일까요? 쉽게 이뤄지는 거라면 ‘꿈’이 아니겠죠. 그 꿈이 이루어졌다면 삶이 정지 한 것 아닌가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 하는 자세가 그 사람을 발전하게 만들죠. 전 세상에서 연극 잘 만드는 사람 과 영화 감독, 이렇게 두 가지의 꿈이 있어요. 연극은 관객과 배우와의 만남, 이 본질을 지켜야 해요. 연출은 한 듯 안 한 듯 극이 잘 흘러가게 해야 합니다. 이 본질을 지켜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연극을 잘 만드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요. 영화 감독에 대한 꿈은 다큐멘터리를 찍든 다른 쪽이든 언젠가 해보면 되는 거잖아요.”

공연전문 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극단 광대무변, 마케팅컴퍼니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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