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무극 <소서노> 배우 박영수, 최정수, 김백현, 조풍래

[엔터미디어=공연전문기자 정다훈] 오는 2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오르는 2014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소서노>(작가 이희준, 작곡 김길려, 연출 정혜진, 협력연출 이곤)는 고구려와 백제 두 나라를 사실상 건국한 여제 ‘소서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서울예술단과 천안문화재단이 공동 제작하는 가무극 <소서노>의 주인공은 남편 주몽과 고구려를, 아들 온조와 백제를 세운 세계사에서도 유례가 없는 두 나라를 건국한 여성이다. 이번 작품의 소서노 역에는 <미녀와 야수>, <조로>, <레미제라블>, <맨 오브 라만차>등에서 호평 받은 서울예술단 출신의 배우 조정은이 맡았다.

새 시대를 여는 새로운 여왕 <소서노>의 관전 포인트를 말하면, 우선 신화적 시대 1막과 역사적 시대 2막의 전혀 다른 반전스토리에 있다. 두 번째로는 불의 남자 연무발과 주몽은 어떻게 같으면서도 다른가? 주몽의 친구들인 오이, 마리, 협보의 활약, 아버지를 찾으러 왔다며 나타난 유리의 등장은 어떤 비밀 열쇠를 지닐 것인가도 주의 깊게 볼 것. 마지막으로 검투, 군사훈련, 추격, 전쟁장면의 조직화된 예술군무가 스펙타클한 재미를 선사한다.

주몽과 친구들인 배우 박영수, 최정수, 김백현, 조풍래 배우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주몽과 친구들의 유쾌한 만남

-서울예술단에 들어온 지는 얼마나 됐나. <소서노>에서 각자의 역할도 말해 달라.
김백현: 주몽의 친구들 중 오이 역을 맡았어요. 서울예술단에 입단한지는 14년 차입니다. 최정수와 동갑이에요. 제가 더 어려보이죠? 정수와 제 나이를 합치면 80이 됩니다.
최정수: 서울예술단에 들어온 지 13년 됐어요. 저에겐 백현 선배죠. 막내 협보 역을 맡았어요.
박영수: 6년차 됐고 주몽 역을 맡았어요.
조풍래: 5년차로 전체 막내입니다. 주몽 친구들 중 마리 역을 맡았어요.

-최정수 배우는 <푸른 눈 박연>에서 ‘금은동’의 ‘금’으로 나와 코믹한 연기를 선 보였다. 관객들이 궁금해 하는 배우 중 한 명이었다.
최정수: 다른 분들은 뮤지컬 배우인데, 전 무용을 전공해서 그 쪽으로 먼저 시작했어요. 그래서 더 처음 본다고 느꼈을 수 있어요.
김백현: 정수는 지금까지 제일 많이 춤을 췄을 겁니다. 고생도 많이 하고요. 예술단 내에서 오디션을 할 때 무용은 물론 연기를 잘했어요.

-최정수 배우는 상당히 저음의 목소리를 지녔다. 김백현 배우는 목소리에서부터 활발함이 느껴진다. 실제 성격도 목소리와 닮았나?
조풍래: 정수 형은 목소리처럼 가라앉아 있어요.
박영수: 백현 형은 열정이 넘쳐요. 배우로서 좋은 방향성을 지녔죠. 고등학교 때부터 연기를 해 20년이 넘게 배우로 살아왔으면 지칠 법도 한데 매번 치밀하게 준비해요. 게다가 서울예술단은 창작을 계속 해오고 있어 더 많이 준비해야 하는 게 있죠. 그래도 사람은 조금 쉬면서 해야 하는데, 지친 걸 본 적이 없어요. 본인은 안 지치는데 옆에 사람이 지치는 경우는 있어요.(웃음)

조풍래: 창작 작품을 하다보면, 중간에 바뀌는 경우도 많아서 개개인의 노래 외우기도 바빠요. 그런데 예술단 배우들이 백현 선배 노래는 다들 알고 있어요. 연습실에서 계속 부르니까요.
최정수: 열심히 해요. 지치지 않으니까.

김백현: 나이 40으로 꺾이면서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여유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요.
조풍래: 여유로워졌다고 해도 남들에겐 세발의 피라 크게 차이는 못 느껴요.

-최정수 배우는 후배들이 보기에 어떤가
조풍래: 본인이 연기적인 부분, 또 노래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계속 질문해주고 같이 공유해주세요. 저희가 부족한 움직임 부분은 서로 도와주는 작업을 함께 할 수 있어 좋아요. 선배가 후배에게 자기가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기가 쉽지 않은데 보기 좋죠.

박영수: 정수 형이 무용을 전공했다는 게 안 느껴질 정도로 발전하는 모습이 후배들에게도 자극이 되고 있어요. 정수 형 뿐 아니라 저희 예술단 배우들이 계속 발전하고 있어요. 서로 피드백을 주면서 함께 상승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이시후 형, 김도빈 모두 좋은 시기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좋아요. 저는 누구나 물러서지 않으면 정체되지 않고 발전한다고 생각해요.

■ 주몽이 나라를 세우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친구들 ‘오마협’

-서울예술단 배우들은 작품을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는 느낌을 더 많이 받을 것 같다.
박영수: <박연>도 사랑스러운 작품이었죠. 캐릭터 하나하나가 자기 것이거든요. 기본적인 건 대본에 적혀있지만 항상 뭘 찾아오면 같이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요. 개인적으로 즐거워하는 시간이 점심시간입니다. 저희는 1시간 30분~2시간동안 점심시간을 줘요. 그 때 서로 관심사를 하나씩 꺼내놔요. 이 곳(인터뷰 장소)이 저희 집같이 이용하는 카페입니다. 어떻게 보면 밥 벅고 커피 먹고, 수다 떨고 흘려보내는 시간일 수 있는데, 저희에겐 이 시간이 작품을 만드는 시간이에요. 자료들을 하나씩 공유하다가 갑자기 합을 맞추기도 하죠.

-이번 <소서노> 작업을 하면서는 어떤 이야기들을 공유했나?
박영수: 말도 못해요. 자기가 나오는 장면에 대해 다들 연출을 해봐요. 이번엔 화려한 판타지 물이라 각자의 아이디어를 내 놨어요. 또 그 아이디어를 연출님에게 말씀드려요. 큰 그림은 정혜진 예술감독이자 연출님이 그리죠. 저희는 작품을 하는 배우의 입장에서 정당성을 찾다보니 더 구체적이고 디테일한 것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요. 회의도 정말 많이 하죠.

-<소서노>에서 오이 마리 협보(오마협)는 어떤 존재로 나오나
김백현: 처음 대본에선 소서노가 주인공이라 소서노의 비중이 컸어요. 그런데 소서노만 계속 노래를 부르게 하니 오히려 소서노가 안 보인다는 의견이 나왔어요. 주인공만 계속 노래 하면 지루해서 누가 봐요? 주변 인물이 보여야 주인공이 살아날 수 있죠. 주몽도 보이고 옆 조력자들도 보여야 소서노도 살 수 있어요. 대본이 바뀌면서 오마협 비중이 조금씩 불어났어요. 특별히 하는 건 없는데 장면마다 계속 나와요. 길이로 하면 처음부터 쭉 나와요. 저희들 넘버도 2곡이나 생겼어요.

-<박연>의 금은동과 배우진이 겹치는 부분도 있어서 그런지 비슷한 역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박영수: 도빈이가 기뻐하면서 금은동 무리에서 빠졌어요. 유리왕이 됐죠. 그리고 인조대왕(김백현)이 갑자기 신분이 떨어져서 천민이 됐어요.
최정수: <박연>에서 금은동 중 금으로 첫째였는데, 이번엔 오마협 중 막내죠. 협보 역이 역할적으로 막내에요.
조풍래: (박연)바보 덕구가 대장이 되고(이 말이 떨어지자 마자 박영수 배우가 바로 순박한 덕구 표정으로 돌아갔다)

김백현: 금은동은 대 놓고 웃겨요. 반면 오마협은 대 놓고 웃기는 게 아니라 역할적으로 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 어려워요. 재미있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캐릭터가 살면서 요구되는 게 많은 역할은 하려고 하면 할수록 힘들어져요.

조풍래: <박연>처럼 재미있겠다 싶은 부분도 있긴 한데, 무겁게 가다 재미가 들어오면 생뚱맞다는 반응도 나올 것 같아 앞 뒤 연결 지점을 녹이려고 해요.

-오마협 각자에게는 어떤 캐릭터가 요구되는가
최정수: 오이는 브레인, 협보는 힘이요. 잘생긴 외모는 마리죠.
김백현: 주몽이 나라를 세운 역사적인 인물인데 우리가 왜 존재할까?를 생각 해 봤어요. 주몽이 나라를 세우는데 필요한 친구들이라면 주몽의 머리가 되지 않았을까요? 오이랑 협보는 ‘형님 따르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무조건 주몽을 믿어요. 마리는 티는 안 내면서 시크하게 가슴으로 우는 캐릭터구요.
박영수: (장난스럽게)마리는 가슴에 땀이 많아.
조풍래: 마리 가슴은 다 땀으로 젖어있어(웃음)

■ 주몽과 친구들의 불꽃 튀는 토론 현장

질문을 던지면 답을 하는 다소 격식 있는 인터뷰 현장이 어느 순간 불꽃 튀는 토론장으로 바뀌었다. 주몽과 친구들 사이엔 무슨 일이 있었는가.

-내용적으로 1,2막을 나누면, 1막이 신화적 시대고 2막이 역사적 시대다. 캐릭터적으로도 막 별로 많이 달라지나?
박영수: 1막과 2막이 확연한 대비를 이루는데, 이게 저희 작품이 가지고 있는 커다란 매력이라고 봐요. 저 역시도 주몽이란 인물을 만들어낼 때 1막과 2막이 완전 다르게 만들어내요. 물론 1막에서 연관점을 심어주기 위해 신경을 쓰고 있어요. 두 시간이란 시간 동안 2개의 작품을 본 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어요.

조풍래: ‘뭐지?’ 이럴 수도 있어.

박영수: 예술감독님과 작품 회의 하면서 나왔던 게, 1막과 2막은 남자가 결혼하기 전과 후의 모습일 수도 있다. 1막은 꿈 가득한 아이의 모습인데, 2막에선 열등감으로 세상을 파괴하고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여요. 소서노는 주어진 운명에 의해 나라를 세우기 위한 꿈을 꾼다면, 주몽은 개척해나가는 꿈을 꿔요. 같은 나라인데 상반된 꿈을 꾸죠. 그 안에서 너무 다른 내용이 펼쳐지는 건데 내용적으로 만나요. 1막과 2막 사이에 십 몇 년의 시간이 흘러 농도가 짙어지게 돼요. 중간 이야기를 건너뛰고 처음과 끝 부분 이야기만 남게 돼요. 막 별로 감정 자체도 너무 다르고, 소서노와 주몽의 의견대립도 일어나게 되고요. 1막이 희망에 차 있다면 2막은 갈등과 절망으로 떨어져요. 중간 인터미션 15분 동안 15년의 시간이 흘러가게 되죠.

최정수: 1분이 1년이네. ‘지금부터 15년간 휴식이 있겠습니다. 15년 후에 만나겠습니다.’란 안내 멘트도 좋을 것 같은데.

김백현: LG 아트센터 안내 멘트가 인기인 것처럼, <박연>에 이어 이번에도 재미있는 멘트 하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2막 오마협의 노선이 갑작스럽다고 느낄 수 있다.
조풍래: 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주몽은 저희의 대장이면서 친구예요. 저희가 죽을 뻔 했던 순간에 구해준 건 소서노이구요. 주몽과 소서노 둘이 결혼을 했고, 또 부부싸움을 해요. 그 뒤 오마협은 결국 주몽을 따르게 돼요. 그렇다면 우리를 구해준 소서노는 어떻게 되는가?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배우 개인적으로는 정당성을 찾기가 되게 힘들어요. 시대적으로 그랬을까? 환타지라 그랬을까? 생각을 많이 했는데... 실제적인 사랑보다는 우정을 택한 걸까?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 먼저 아닌가? 등 생각이 많아지는데 답은 못 내렸어요.

김백현: 시간이지. 주몽과 오마협이 동부여에서 함께한 시간 동안 쌓인 정이 있지.
조풍래: 그건 알겠는데, 소서노는 은인이잖아.
최정수: 주몽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소서노이기 때문에, 주몽이 미쳐있으니까. 제일 측근인 우리가 할 수 밖에 없었던거야. 그 선택을 한 우리로선 괴로운 거지.

박영수: 오마협은 주몽의 분신들이지. 뻗어나가는 불 같은 세력을 가지고 있는 주몽이 소서노와 부딪치는거지.
최정수: 인터미션 동안 (건너 띈 15년 동안)부딪친 거지.
조풍래: 1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는 걸 우리만 알 수도 있지.

박영수: 1막 마지막이 희망으로 끝나. 2막에선 분장도 의상도 다 달라져. 그걸 설명해주고 싶진 않아. 관객들이 ‘왜 저래?’ 여길 정도로 변한 결정체만 보여줘. 2막에선 아예 꿈에 대한 응집을 보여주는거지. 비틀어진 모습만 던지고 싶어. 장면이 없는데 설명해주다 보면 말 그대로 설명이 되버리니까.

최정수: (두 손이 맞붙는 포즈를 취하며)처음엔 잘 붙어서 갔는데 이렇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는거지. 미세하게 금이 가 있는 모습이 더 위태로워 보이는 게 있지. 마지막에 빗겨가는 게 클라이막스도 있고.

박영수: 중간을 15년으로 밀어놓고 간다면, 접착력이 떨어진 장면을 2막에서 보여주는거지. ‘주몽과 친구들이 누구에게 어떤 영향력을 주는가’를 생각 하다보면, 너무 답답한 부분이 있지만 영웅 ‘소서노’을 위한 장치로 영향을 줘야 해. 우리는 어떤 위치에 있어야 할까? 그걸 생각해.

김백현: 제목이 <주몽>이었다면 거기에 대한 솔로가 나와 정당성을 주겠지. 우리 작품은 <소서노>이니 소서노의 입장에서 노래를 부르고, 주몽의 아픔은 관객의 상상으로 가져가는거지.

최경수: 주몽은 눈빛 연기, 잘해줘야 해.
박영수: (장난스럽게)눈을 이렇게 크게 그려야지.
최정수: 음악적으로도 드라마도 여러 가지 수정을 하고 새로운 걸 시도하지만, 송스루 작품이라 전체적인 흐름 자체가 빨리 정착돼야 돼. 음악감독 겸 작곡가 분이 제일 고생하고 있지.

박영수: <소서노>의 일등공신은 작곡가이자 음악감독인 김길려 선생님이지. 정말 존경해요. 예술감독님은 저희를 짊어지고 가는 게 있지만, 작곡가 선생님은 외부 객원으로서 거의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요. 음악이 좋아요. <잃어버린 얼굴> 때도 그랬지만 연출 못지 않게 무대 흐름을 다 알고 있어요. 극을 다 알고 있어서 거기에 맞게 음악을 써줘서 저희도 하기 편해요.



■ “서울예술단은 믿고 봐 줄 수록 잘 뛰는 단원들이 모여 있는 곳”

-소서노는 역사적으로 아들 둘을 둔 여제로 알려졌는데, 이번 가무극에선 비류(김혜원)를 딸로 설정했다.
최정수: 팩션(Fact+Fiction)으로 섞은 것도 있겠지만, ‘소서노가 여성 영웅이다’는 점이 부각되려면 딸이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줘요. 이 안에서 여자 역할로 들어온 것일 수도 있죠.
김백현: 알려진 역사라고 하지만 다 설이니까, 비류가 여자였을 수도 있다는 거죠.
최정수: 소서노가 지향하는 것 또한 남자도 여자도 아닌 유니섹스한 평화인데 그 부분도 이유가 됐을 것 같아요.

박영수: 겹치는 건 연무발의 불의 힘이 주몽에게도 이어진다는거요. 1막에선 연무발의 불의 힘, 2막에선 주몽의 불의 힘이 물 소서노와 부딪치게 돼요. 1막 큰 장면들이 2막의 소소한 부분들로 채워져요. 그게 연관 돼 순환되고 있어요. 역사가 순환 하듯이요.

-2014년, <소서노>란 작품이 왜 올려진다고 생각하나
박영수: 연출님은 정치적인 건 없다고 말씀 하셨어요. 다만 대한민국에 최초 여성 대통령이 나왔는데, 조금은 그런 관계성도 있지 않을까요. 소서노의 현명함이 우리 시대의 지도자에게 필요한 덕목이니까요. 박 대통령이 (현재 출연 중인)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보러왔는데 이 작품도 보러 오셨으면 해요.

김백현: 잘 알려지진 않았던 영웅이지만, 소서노에겐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어요. 우리가 바라는 지도자 상이죠.

-다들 말들을 너무 잘 한다.
최정수: 매일 모여서 이야기 하다보니 수다쟁이가 됐어요. 이 곳이 만담의 장소죠.
박영수: 이 멤버들이 매일 모여 하다보니 편해졌죠. 한 장면 한 장면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여요. 계속 수정을 하고 ‘전체 틀 안에서 이 장면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에 대한 생각을 오래하죠.

-‘서울예술단 작품은 믿고 볼 수 있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이런 믿음에 대해 단원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조풍래: 창작 과정이고 저희들은 직접 무대에서 뛰고 있다 보니, 밖에서 보는 관객들보다는 객관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봐요. <박연> 작품 이전엔 어느 정도 추측이 됐는데. <박연> 이후로는 추측이 안 돼요. <박연>은 제가 예술단에 입단하고 나서 최초 코믹을 도입한 작품이었어요. 소극장도 어닌 성남아트센터 대극장 3천석 규모에서 웃음 포인트들이 잘 보일까?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막상 무대에 오르니 할 때마다 ‘뻥뻥’ 터져 주니 하는 입장에서도 즐거웠어요. 그 뒤론 공연이 어떻게 될 꺼라 추측하기가 힘들어요.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죠.

최정수: 예술단은 오랜 시간 동안 같이 작업 해온 배우들이 많아요. 외부에서 온 분들이 조금 힘들어할 정도로 강한 기운을 가지고 있어요. 창작에 대한 열의가 대단해서 믿고 본다는 말이 들려오는 것으로도 볼 수 있어요. 물론 저희가 보는 시각에선 객관성이 떨어져요. 오히려 안 좋은 이야기들, 예를 들면 ‘억지 아니야? 별로였어?’ 그런 거친 반응들이 나오면 좀 더 발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도움이 돼요. 믿고 봐 주고, 칭찬 해주면 잘 뛰는 애들이 모여 있어요. 그 모든 게 열심히 뛸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무릎이 아파요(웃음)<바람의 나라> 공연 하고 무릎 수술을 받기도 했어요. 5월에<바람이 나라>가 돌아온다고 해서 설레는 마음이 있어요. 공연을 올리면 무용수로서 매해 누적되는 데미지가 있기도 하지만요. 무용수들의 동작이 상당히 역동적이거든요. 그 동작을 하루에 2회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면 힘들죠.

박영수: <박연>에서 덕구가 엄청 뛰어 다녔잖아요. 특히 하루에 2회 공연이 있는 날은 결혼식 혼례 장면이 너무 힘들었어요. 저희가 그렇게 만들어 놔 안 뛸 수도 없었고요.

최정수: 공연 초반엔 덕구가 순식간에 막걸리를 가져가서 없어지는 순간이 안 보였는데, 점점 막걸리가 없어지는 그 순간이 보였어요.

■ “작품에 따라 사람들이 모이는 게 아닌, 사람들 안에 작품이 들어 온다”
-서울예술단의 매력을 말한다면?
박영수: 매일 보는 게 좋아요. 미우나 고우나 매일 보니 작업하기에 좋은 단체인 것 같아요. 외국의 유명 극단, 그 중에도 영국의 셰익스피어 극단만 봐도 체호프의 <갈매기> 속 니나로 시작해서 아르까지나로 끝난다고 하잖아요. 한 배우가 젊었을 때부터 나이 들 때까지 한 단체에 있으면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요. 서울 예술단도 그런 느낌의 단체로 물들어가지 않나. 배우들이 한 역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다른 역을 메울 수 있어요. 매일 보는 게 중요하죠. 함께 보내는 시간이 그만큼 오래 되고, 각자의 믿음이 알게 모르게 엉켜있어요. 그 힘이 가장 커요.

김백현: <로미오 줄리엣> 앙상블로 시작 해 로미오도 해보고 벤볼리오, 티볼트 역도 다 했어요. 배우들이 각자의 바이오리듬이 있어 하기 싫을 때가 있는데, 예술단은 내가 싫어도 해야 하는 곳이에요. 그게 강제적으로 해야 한다기보다는, 하기 싫어져 퍼져있고 싶을 때 조차 해야만 하는 뭔가가 있다는 겁니다. 그게 쌓여 오다보니 힘이 되고, 힘든 것들을 극복하게 되요.

최정수: 예술단의 큰 차이라면, 작품에 따라 사람들이 모이는 게 아닌 이 사람들 안에 작품이 온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와 작품이 동등한 선상에서 만들어져요. 어떤 작품이 예술단과 맞을까? 여러 가지를 고려해 작품을 선정해요. 저희 안에서 배역 오디션을 하는 건 맞지만, 밖에서 어떤 작품을 하고 싶어서 오디션을 보는 것과는 달라요. 저희에게 맞는 작품을 저희에 맞게 창작을 해 낸 거라고 볼 수 있어요. 작품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나 무게가 달라요. 이걸 해야겠다고 달려들기 보다는 천천히 흡수하려고 하죠. 그래서 항상 예술단 작업은 의견을 나누는 테이블 작업이 오래 걸려요. 예술단의 장점은 우리의 작품이 만들어진다는 거죠. 그게 같은 목표점을 가진 동료들이 있어 가능하다고 봐요. ‘이 작품이 돈을 얼마나 벌었나. 평이 얼마나 좋았나’ 이런 것에 흔들리기 보다는 ‘마음으로 작품을 하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되면 믿고 보는 예술단이 되지 않을까요.

조풍래: 사실 외부에서는 기획사의 이름 보다는 작품을 먼저 기억해요. 악어컴퍼니 작품인지 오디컴퍼니 작품인지는 모르고, <라카지>, <지킬앤하이드> 그 제목으로 기억을 해요. 그런데 <박연>을 보든 <소서노>를 보든 <잃어버린 얼굴>을 보든 저희 작품은 모두 예술단 작품을 보러 간다고 말해요. 어떤 작품이 좋지 않았을 때, ‘<소서노>가 별로야’가 아니라 ‘서울 예술단 작품 별로야’란 반응이 나오게 된다는거죠. 그렇기 때문에 자기 혼자 개인의 입장으로 가지 않고 책임감도 더 커요. 예술단의 장점은 가족보다 더 많이 보는 개개인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거죠. 2개월~ 3개월 넘게 연습하고 만든 공연을 계속적으로 올릴 수 없는 점이 아쉽기도 하지만, 8년째 9년째 하고 있는 <바람의 나라> 처럼 발전 시켜 나갈 수 있는 공연이 지속적으로 생길 수 있었음 해요. 저희들끼리 서울회의단, 서울역사단, 서울전쟁단, 서울영수단 이라고 말하면서 장난을 치기도 하는데, 전국에서 불러주는 공연을 만들고 싶어요.

-서울영수단은 단원인 영수 배우가 인기가 좋아서 그렇게 부르는 건가
박영수: 장난식으로 부르는거고, 저 인기 많지 않아요. 예전엔 서울병근단으로 불렀어요.

-관객 입장에서, 서울예술단 공연은 즐겁게 역사 공부를 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이 가장 좋다.
김백현: 저도 그래요. 저희 작품은 작품 준비하면서 역사 공부를 하게 돼요. 이렇게만 공부 했다면, 더 공부 잘 하지 않았을까? 란 생각을 할 정도로요. 학창시절엔 역사를 암기만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작품을 하다보니, 달달 외우지 않더라도 머리속에 역사를 꿰고 있게 돼요. 사극을 봐도 이래서 이렇고 저래서 저렇다는 게 흐름으로 다 이해가 된다는 거죠. 또 역사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역사적인 소재를 가지고 재미있는 작품을 만든다는 게 매력적이죠.

기억나는 일화로는 초등학교 6학년 친척 조카가 <윤동주 달을 쏘다>를 보러 와서 시험 문제를 맞췄다고 들었어요. 요새 아이들이 윤동주란 인물을 잘 모르나 봐요. 시험 문제 푼 사람이 조카랑 조카 친구 이렇게 둘만 맞혔다고 했어요. 조카는 예술단 공연을 보고 관심이 생겨 윤동주 관련 책이든 뭔가를 찾아봤겠죠. 이런 게 진짜 재미있는 역사 공부죠. <소서노> 이후에 서울예술단이 5월엔 <바람의 나라> 무휼 편을 올리고 이후엔 <뿌리깊은 나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을 극장 용 무대에 올려요.

공연전문 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서울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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