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간자체가 살아있는 연극이자 무대게임”
[인터뷰] ‘무대 게임’ 연출가 카티 라팽, 드라마투르그 임혜경

[엔터미디어=공연전문기자 정다훈] 지난 11일 대학로 게릴라 극장에서 개막한 극단 프랑코포니의 2014년 신작 연극 <무대게임>은 ‘몰리에르 프랑스어권최고극작가상’(2003)을 수상한 극작가 빅토르아임의 작품으로 여배우와 연출가를 연기하는 단 두 명의 배우가 등장하여 진행되는 단막극이다.

세계적으로 유명 여성작가이자 연출가인 제르트뤼드와 멋진 재기를 꿈꾸는 여배우 오르탕스가 공연 연습을 위하여 한 극장의 빈 무대에서 만나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그들의 입을 통해 배우의 나약함, 작가나 연출가가 갖는 두려움 외에도 표현의 자유, 검열, 기자나 평론가들의 권력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뤄 가며 우리를 무대 뒤로 초대한다.

창단 이후 꾸준히 국내에 우수한 프랑스어 희곡을 소개해온 극단 프랑코포니가 제작하는 이번 무대는 불문학자 김보경이 번역하고 불문학자이자 연출가인 까띠 라뺑이 연출한다. 극단 대표이기도 한 임혜경이 드라마투르그로 참여하여 프랑스 희곡 특유의 정서와 빅터 아임의 희곡이 지닌 신랄한 풍자, 희비극의 묘미를 국내 연극 팬들에게 최대한 전달하고자 한다. 2013년 제34회 서울연극제 연기상, 제6회 대한민국연극대상 인기상을 수상한 김시영과 임선희가 각각 배우와 작가 역으로 출연한다.

<무대게임>의 연출가 카티 라팽과 드라마투르그 임혜경을 만났다.

■ “무대게임 자체가 시소게임”

-이번 작품은 ‘연출가와 배우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란 타이틀이 붙었다.
임혜경: <무대게임>이란 작품을 좀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큰 의미로 그 타이틀을 붙였는데, 싸우면 누가 이겨고 지는 이런 싸움의 의미는 아닙니다. 연극이란 게 어느 한 명이 이기는 싸움이 아니죠. 게임 자체가 연극이니 시소게임이라고 할까요.

-한국어 제목 <무대게임>으로 결정하기 까지 여러 제목이 거론 됐을 것 같다. 어떤 제목들이 나왔나?
임혜경: ‘무대유희’란 단어를 쓸까도 생각했지만, 책도 <무대게임>이란 제목으로 번역 돼 있어서 그렇게 결정됐어요. 그런데 ‘게임’이란 단어가 제목에 들어있다 보니, 협회 문자 보낼 때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어요. ‘게임’이란 단어 때문에 스팸 문자로 걸러졌거든요. 그래서 불어 제목으로 문자를 보내야했죠. 앞으로는 게임이란 단어를 제목에 붙일 때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작품을 어떻게 발굴했고, 작품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
임혜경: 희곡 낭독을 10년 째 하면서 좋은 프랑스 작품을 발굴하고 있어요. 이 작품도 지난 해 11월 말, 우석레퍼토리극장에서 낭독 공연을 하면서 준비 해 온 작품입니다. 낭독을 하고 공연을 올리는 수순을 밟는 게 좋은 과정이라고 봐요. 국내에도 이제 이렇게 낭독을 먼저 올리는 경우가 많아지긴 했죠.

카티 라팽: 첫 번째 흥미로운 부분은, 극 중에서 조명 디자이너란 인물이 등장하지 않으면서 극이 진행 된다는 점이었어요. 배우들의 연기를 더욱 빛나게 해 주는 조명 디자이너를 보이지 않게 무대로 불러내고 있어요. 방백을 통해 역할을 드러내는 방법들이 재미있어요. 연극이란 것 자체가 조명이 없으면 안 되는 것도 있지만, 그 보이지 않는 존재가 여러 가지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두 번째로, 등퇴장 없이 굉장히 긴 다이얼로그로 극이 진행 돼요. 게다가 희극입니다. 그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이번 무대에서는 유명 조명디자이너 김철희가 직접 극중 조명디자이너 바티스트 역할을 맡았다. 극 안에서 조명이 상징하는 의미나 연출 방향을 좀 더 말한다면?
카티 라팽: 조명에 대한 의미는 여기서 다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아요. 관객들이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싶거든요. 바티스트는 부재하는 인물입니다. 극장이라는 곳이, 또 무대라는 공간이 죽어있는 게 아니라 발언할 수 있는 공간이죠. 동시에 이 공간은 바깥에서 들어오는 에코를 전달하는 공간이 되어야 해요. 우리 인간의 역사 등 모든 게 들어있는 공간이라 생각 하거든요. 우리의 모든 불안, 고통, 더 나아가 모든 희망까지 다 담고 있는 공간이라 생각해요. 이 모든 것을 반영하는 리프레시한 곳이요. 극 안에서 ‘벽들이 말을 할 수 있는데 말을 하지 않는다’란 대사가 나와요. 역설적으로 온갖 작품이 공연 됐던 극장 안에, 지금까지 했던 공연 포스터가 아무 말 없이 다 붙어있다는 거죠.

-극단 프랑코포니는 그 동안 긴 독백체가 특징이던 장-뤽 라갸르스의 <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단지 세상의 끝> 등으로 관객과 만났다. 이번엔 대화체가 중심이 되는 연극으로 이 전보다는 좀 더 무게감이 덜어진 것 같다. 대중들에게도 흥미롭게 다가올 것 같나?
임혜경: 쉽게 말해, 이전엔 모놀로그가 몇 페이지가 나오니 어렵다는 말을 듣긴 했어요. 우리나라 연극 스타일에서는 보기 힘든 새로운 스타일이니까요. 하지만 시적인 것 좋아하는 사람은 좋다는 반응을 보였어요. 일단 <무대게임>은 코미디적인 부분이 있으니 점 더 쉽게 다가올 것 같아요. 그런데 일반 코미디 코드와는 다르니, 단순히 쉽게 만 생각하지 않을 것 같아요.

카티 라팽: 프랑스에서 희비극, 신랄한 풍자 코미디극으로 소개되기도 했어요. 흔히 볼 수 있는 가벼운 코미디는 아니죠. 개그적인 코미디 아니라 계속 웃게 하기보다는 ‘흥, 흥’ 이런 느낌의 코미디죠. 활짝 웃게 만드는 코미디도 아니고 생각하게 하는 코미디요. 이 작품 같은 경우는 듣고 바로 나오는 웃음이 아니라 조금 생각 한 뒤에 나오는 웃음 포인트들이 있어요.

-코미디가 더 어렵다는 말도 들었다.
카티 라팽: 모국어가 아니라 번역을 한번 통해 대사가 나온 거라, 같은 순간에 웃음이 터지지 않는다는 점이 어려워요. 문화적인 코드가 다른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죠. 그래서 원 텍스트 버전을 버리고 번역본을 가지고 한국 텍스트를 만들었어요. 코미디 희곡 텍스트는 다른 작품들보다 훨씬 예민해요. 코미디 연출가들이 정말 존경스러워요. 코미디는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남을 웃게 만든다는 게 쉽지 않아요. 사람들을 웃게 만든다는 건 아름다운 일 인 것 같아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어떤 식의 코메디가 될 수 있느냐. 그 지점을 잘 찾아내야 할 것 같아요.

임혜경: 우리 극단의 장점이 번역하는 사람이 같이 작업을 한다는 점입니다. 번역 텍스트로 작업을 하다보면, 배우나 스태프 중 누군가 이 부분이 이상하다거나 질문이 들어오면 토론하면서 같이 해결해 나갈 수 있죠. 텍스트가 왕인 것처럼, 설명도 안 해 주는 게 아니라 같이 가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게릴라 극장은 소극장인데도 불어 자막을 띄운다.
임혜경: 대학로에서는 커다란 공연 축제가 아닌 경우 외국어 자막을 보기 힘들어요. 우리는 창단 때부터 직접 불어 자막을 띄우고 있어요. 서울에 있는 불어권 외국인들이 대학로에서 와서 연극도 보고, 한국 문화에 대해 많이들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객석에 외국인이 한명도 없어도 계속 올라가요. 불어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들도 와서 볼 수도 있고.. 하나의 캠페인 차원으로 볼 수 있어요.



■ “<무대게임>은 연극과 인생 이야기가 같이 섞여있는 점이 매력적”

-작가 겸 연출가와, 여배우와 공연 연습을 하기 위해 만났지만, 두 사람의 다정했던 대화가 유머로 무장한 전투가 되면서 결국 연습을 하지 못한다.
카티 라팽: 두 여성들이 공연 준비를 하기 위해 만나, ‘자 우리 공연하지, 시작하자’ 이렇게 네 번 정도 이야기하는데 결코 시작이 안 돼요. 무대 위에선 연습이 시작 안 된 것 처럼 하다 (관객이 보기에)이미 끝이 나는 작품이죠. 결국 서로간의 감정, 싸움, 다툼 등이 합쳐져서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진 거라고 볼 수 있어요. 배우나 연출에게 있어 연극이란 것이, 서로 만나면서부터 이미 ‘연극’이 시작 된거죠. 공연이 끝이 날 때까지 모든 과정 자체가 연극이잖아요. 작업자들을 만나 준비하고, 공연을 올리기까지 이 과정이 누에가 고치를 짓고 번데기가 되고, 이 껍데기를 깨고 밖으로 나오는 것과 비슷해요.

-배우와 연출이 이렇게 팽팽하게 맞서는 경우와 비슷한 사건이 실제 무대 뒤에서 많이 일어나는 편인가?
카티 라팽: 한국에서 연출 할 때, 직접 본 것도 있고 주변에서 들은 거도 있어요. 여러 연출가들이 이야기하는 걸 들으면서 느끼기도 했거든요. 연출가가 파워,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배우와 연출 사이에 텐션이 있어요. 이런 부분 자체가,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라 다 있는 이야기라 생각해요. 연극을 만드는 작업을 하면, 사회 전반적인 문제가 들어오게 돼요. 그렇게 되면 파워게임이 당연이 들어오고, 이 파워게임을 통해서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을 같이 보게 되죠.

이러한 이유가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였기도 해요. 한국에서 연출과 배우의 파워게임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작품은 못 봤어요. 있긴 있었을텐데 제가 접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죠. <무대게임>이 연출가와 배우들 모두에게 풍자나 아이러니를 줘 즐거움을 줄 수 있다고 봤어요. 그 다음에 연출가와 배우만의 이야기로만 보는 게 아닌 두 여성끼리의 이야기로도 볼 수 있어요. 만약에 연출가와 배우이야기로만 비춰진다면, 일반 대중은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을수도 있잖아요. 연극 이야기와 인생 이야기가 같이 섞여있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임혜경 평론가는 이런 파워게임을 어떻게 생각하나?
임혜경: 아무래도 20세기는 연출가의 시기 아닌가요. 특정 나라만 그런 게 아니라 연극계 전반적으로 그런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그 전까지는 배우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연출가들의 파워가 대단해요. 연출가가 왕이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죠. 그런데 그걸 일반화 시켜서 이야기 할 순 없어요. 극단마다 연출마다 다 다르니까요.

다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연출가와 배우를 수직적인 관계로 보는 시각이 큰 거 같아요. 연출이 모든 것을 리드해야 하고 다 만들어야 하고, 배우는 그 것을 따라야 한다는 생각요. 프랑스나 다른 나랑 역시 선생과 학생 같은 관계가 있긴 한데, 거긴 예술가 차원으로 동지의식이 더 커요. 대화들이 동등하게 오고가거든요.

카티 라팽: 그 다음에 문화적인 문제도 무시하지 못할 것 같아요. 제가 한국 배우들과 작업을 할 때 보면, 한국 배우들은 배우들끼리도 꼭 나이를 먼저 물어봐요. 선배인지 후배인지 서열을 정리한 다음 작업을 시작해요. 그게 첫 번째 문제인 것 같아요. 전 연극 작업 하는 동안 같은 창작자로서,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고 같아야 한다고 보는 입장인데, 작업 전부터 이미 나이 서열이 존재하죠. 포스터에 출연자 이름 쓰는 것 조차, 주인공이 앞으로 오는 게 아닌 나이 순으로 쓰는 걸 보고 굉장히 한국적이다 생각했어요. 이런 태도는 반 예술적으로 보여요.

-카티 연출은 창작자 그리고 예술가로서 배우와 연출은 물론 모든 스태프들이 평등하게 작업을 해 나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카티 라팽: 연출과 배우와의 관계에 대해서 좀 더 말하자면, 연출은 선생님으로 돼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연출은 선생님이 아니죠. 배우와 마찬가지로 같이 작업을 하는 예술가인거죠. 계속적인 대화를 통해 함께 만들어 가는 작업자요. 그런데 대화라는 게 평등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런 점이 조금 힘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 부분에서 연출가와 배우들의 파워 문제를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연습실 풍경만 봐도 연출가는 테이블에 앉아 있어요. 그럼 나이 어린 누군가가 커피를 갖다 줘요. 저는 그런 게 이해가 안 갔어요. 제가 직접 커피를 탈 수도 있는 건데요. 그래서 파워게임인가요? 아이러니 한 재미가 있어요.

이 작품을 쓴 작가 빅토르 아임은 연출, 극작, 배우, 어느 부분도 옹호하지 않아요. 배우는 물론 극작가, 연출가 모두를 조롱하고 있어요. 언어를 좌지우지 하고 있는 극작가, 파워를 가지고 있는 연출가까지 비판하고 있다는 거죠. 사실 배우도 파워를 갖고 싶어하죠. 무대에서 아름답게 보이고 싶어 하고, 명성을 갖고 싶어하는 것도 일종의 파워죠. 그래서 TV나 영화에서 배우가 가지고 있는 스타로서 파워를 보게 되잖아요. 한국에서 재미있다고 느낀 부분은 교수를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제 직업도 그렇고 임혜경 대표도 숙명여자대학교 불문과 교수로 있지만, 사람들이 마치 신처럼 교수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임혜경: 작가 빅토르 아임은 연극을 실제적으로 만드는 사람은 물론 관객도 비판하고 있어요. 두 파트를 다 조롱하죠. 하지만 빅토르 아임은 연출 과 배우 모두를 조롱하지만 다 사랑하고 있어요. 그 파워게임 자체가 약한 결점을 갖고 있더라고 서로 모이게 만들고, 더 좋은 작품을 만들게 해요. 그런 걸 초월해서 연극까지 도달하게 된다는 거죠. 연극 자체가 파워가 있다고 볼 수 있죠. 카타르시스를 주는 파워요. 그런 게 연극의 마법이죠. 이 작품 속엔 사회적인 비판도 있지만, 긍정적인 비판이지 부정적인 건 아니에요.



■ “우리 인간자체가 살아있는 연극”

-카티 라팽 연출가에게 연극은 어떤 존재인가
카티 라팽: 낯선 한국에 와서, 한국말도 하나도 못하고 지낼 때인데, 연극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한국말도 못하면서 배우들과 섞여 있는 게 즐거웠어요. 그렇게 그들과 연극 작업을 조금씩 해 나갔어요. 연극 덕분에 한국에서 사는 게 즐거워졌어요. 연극을 함으로서 학교 선생님(한국 외국어대 불어과 교수)이 아니라 하나의 인간으로 살고 있어요.

전 학교에서는 외국인 교수이죠. 길거리 지나가면 ‘외국인이다’ 이야기하는데, 연극하는 사람과 같이 있을 때는 가티 연출이라고 불러줘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제 자신이 되죠.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인간으로 존재하게 돼요. 그래서 저에겐 연극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한국 사회에서 온전히 살 수 있게 해 줬다고 볼 수 있죠. 연출가 이외에 전 시를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시는 연극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긴 해요. 그 다음에 최인훈 희곡을 가지고 (파리 7대학에서) 박사 논문을 쓴 사실을 놓고 보면, 연극은 저에게 전공이기도 하죠. 연극 보는 것도 좋아해서 젊은 연출가들 작품도 많이 보고, 한태숙, 박근형, 박정희 연출님 공연을 항상 보러가고 있어요.

-임혜경 대표는 왜 연극이 좋았나?
임혜경: 자문합니다. 왜 힘든 이 곳에 들어와서 살고 있을까. 그동안 소설 번역도 했지만, 희곡 번역 쪽 작업을 많이 해 왔어요. 다른 건 혼자 하면 되지만 희곡 번역은 달라요. 공연 올릴 때까지 번역 본을 계속 수정해요.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될 수 있는 한 언어를 살아있게 하는 작업인데 그런 작업이 즐거워요. 문학적 대본과 공연화된 대본은 달라요. 그 작업을 했느냐 안 했느냐가 이젠 가늠이 돼요. 그래서 그런 작업을 거치지 않고 희곡 책으로 나왔을 땐 불안한 마음이 앞서요. 배우 입을 통해 공연화 됐을 때 희곡 번역 작업이 끝나거든요.

-연극을 보러 가는 사람들의 마음은 무엇일까?
카티 라팽: 프랑스에서도 아무나 연극을 보러가지는 않은 것 같아요. 우리 가족들도 만 봐도 연극을 보러 가지 않아요. 그런데 영화는 보다 쉽게 보러가요. 그런데 어두운 객석에 들어간다는 건,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느끼며, 무대 위에 살아있는 사람을 느끼는 거죠. 그들은 나에게 뭔가를 이야기해요. 난 그걸 믿어야 해요. 관객에겐 믿음이 필요해요. 내가 지금, 오늘 뭔가를 믿고 싶어 거기 참여하는 것 아닐까요. 마치 교회를 가는 심정과 비슷하죠. 기도를 하고, 십자가를 보고 예수님이라 생각 하는 것도 하나의 믿음이죠. 제가 영화관에 갈 땐 그런 믿음이 없어요. 뮤지컬을 보러가도 그런 생각은 없어요. 아니 연극이 주는 믿음과는 다르다고 말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연극은 뭔가 관객에게 또 다른 자세를 가지게 해요. 대중적인 코미디라고 할 때도 다른 사람과 같이 웃기 위해 가죠. 비극을 보러갔다면 인생에 대해, 다른 사람에 대해 같이 사색하기 위해서 간 거죠. 또 다른 세계를 찾으러 연극을 보러 가는 것 같아요. 울거나 웃으면서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이 살고 있다는 것, 이렇듯 매번 다른 관계를 맺으러 가는 거죠.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원초적인 게 ‘연극’이라고 생각해요. 매년 ‘연극은 죽을거야’ 말하지만 절대 죽지 않는다고 봐요. 매년 새롭게 나오거든요. 그 것 자체가 우리가 만드는 것인가요. 또 우리 인간자체가 연극이니까요. 매일 아침에 욕실에 들어가서 거울을 보잖아요. 화장을 하면서 ‘오늘도 괜찮지 않나’,‘이렇게 해야 해. 저렇게 해야 해’란 생각도 해요.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온갖 생각들을 만들어내요. 이 모든 게 ‘살아있는 연극’이라 생각합니다.

임혜경: 저도 카티 연출과 비슷한 생각을 해요. 현대인들은 컴퓨터다 핸드폰과 매일 함께 하며 어떻게 하면 ‘안 만날 수 있나’를 생각해요. 그런데 연극은 한 공간에서 만나 같이 이야기를 해요. 사람을 안 만나게 하고, 소외시키는 시대에 사람의 온기를 느끼게 하는 게 연극입니다. 진짜 살아있는 것을 봐요. 그 순간에 살아있는 것을 보니 매번 달라져요. 있어야만 하고 존재해야만 하는 유일한 예술이죠. 그래서 아무리 세계가 과학적으로 발달한다고 해도 연극은 귀중 하다고 생각해요.

인간의 수작업을 통해 태어나는 수공예 예술이 연극이잖아요. 이것 자체가 원초적인 인간의 예술이죠. 인간 본연의 것을 잃지 않게 만드는 예술을 많은 사람들이 귀하게 여겨줬으면 합니다. 대학로에 공연이 넘쳐난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연극을 만드는 사람들이 없다고 생각해 봐요. 세상이 얼마나 건조하고 불행 할까요. 환상이 없다면 어떻게 살겠어요.

공연전문 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극단 프랑코포니, ㈜쇼앤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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