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국립발레단의 올해 첫 공연인 <라 바야데르>가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됐다. 지난해 국립발레단이 18년 만에 무대에 올리면서 15억 원을 들였던 '블록버스터' 작품이 강수진 국립발레단 제7대 단장(예술감독)이 취임 이후 다시 한 번 무대에 오른 것.

외형적으로 지난 해 공연과 크게 달라진 것 없었으나, 무용수들의 기량이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음을 알게 한 공연이었다. 김지영(니키아)과 이동훈(솔로르)의 안정적인 테크닉과 감정의 깊이감은 더 없이 빛났으며, 이은원 박슬기(니키아·감자티)와 김기완(솔로르)의 힘차게 뻗어나가는 발전 속도는 발레 애호가들의 무한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특히 주인공 니키아의 죽음 뒤 흰 튀튀를 입은 무용수 32명이 등장하는 '망령의 왕국' 장면에서 경험한 발레 블랑(백색 발레)의 환상적인 군무는 미세한 발전이 모여 완성도가 더욱 높아졌음을 알게 했다. 인도 궁중 무희들의 부채춤과 물동이춤, 앵무새춤, 전사들의 북춤, 남성 솔로 춤인 황금신상의 춤 장면은 관객들의 리드미컬한 박수를 유도하며 봄날의 행복을 만끽하게 했다.

무엇보다 이번 <라 바야데르>는 국립발레단 공연 사상 첫 여성 지휘자인 주디스 얀(캐나다 겔프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지휘한 코리아심포니오케스트라의 음악적 완성도에 대한 이야기를 빼 놓을 수 없다. 무용수들의 뛰어난 기량을 돋보이게 하는 배려심 가득한 주디스 안의 지휘, 음악과 혼연 일체가 된 무용수들의 탁월한 감각이 <라 바야데르>를 더욱 아름다운 발레로 재탄생시켰다.

'인도의 무희'를 뜻하는 <라 바야데르>는 아름다운 무희 니키아와 용맹한 전사 솔로르, 간교한 공주 감자티 사이에 벌어지는 배신과 복수, 용서와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고대 인도를 배경으로 화려한 무대와 120여명의 무용수, 200여벌의 의상이 동원돼 '발레의 블록버스터'로도 불린다. 무대와 의상은 2011<지젤> 의상을 담당했던 이태리 최고의 무대 의상 디자이너 루이자 스피나 텔리가 이탈리아 현지에서 제작, 공수해 왔다. 16일 마지막 공연엔 최태지 전 단장이 객석에 자리해 국립발레단에 대한 애정 가득한 박수를 보냈다.



한편, 강수진 단장은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수석발레리나 로서 인스부르크발레단 공연인 <나비부인>을 마지막으로 당분간 해외활동은 접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미 예정 돼 있던 <나비부인>을 오는 7월에 선보이고, 2015년 11월 <오네긴> 그리고 2016년에 은퇴공연을 올리겠다는 행보를 전했다. 국립발레단의 2014 라인업 다음 작품은 <백조의 호수>와 <돈키호테>이다. 신작 공연으로 기대가 높은 작품은 하반기에 만나는 컨템포러리 발레 우베 숄츠<교향곡 7번>&글렌 테틀리<봄의 제전>이다.

1991년 4월26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 초연한 <교향곡 7번>은 ‘소리처럼 움직이는 안무가 -에두아르트 한슬릭 라는 평을 받은 우베 숄츠의 안무작이다. 우베 숄츠의 작품답게 큰 내용 없이 베토벤 교향곡 7번의 음악적인 요소가 부각되는 작품이다. 고난이도의 리프트와 무용수간의 조화로움이 특징으로 우베 숄츠가 타계한지 10년이 되는 올해 2014년, 국내 초연으로 만날 수 있다.

이 작품 뒤에 이어지는 2막 <봄의 제전>은 ‘글렌 테틀리 버전’이다. 안무가 글렌 테들리는 니진스키의 안무를 고스란히 복원하려고 하는 대신 20세기의 이정표적인 음악을 위한 새로운 의미와 육체적인 언어를 찾고자 했다. 그래서 그는 중력감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했으며, 봄의 반복적인 주기와 '대지가 죽고 다시 재탄생하는 삶과 죽음의 곡선'에 초점을 맞추었다. 새로운 수장을 맞이한 국립발레단의 2014년 힘찬 행보를 꾸준히 지켜보게 하는 작품 리스트임이 분명하다.

공연전문 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허영옥, 국립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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