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방송인들이여 ‘개그계의 홍수환’ 김영희에게 배워라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며칠 전 Mnet <비틀즈코드 3D>에서 샤이니의 키가 KBS <개그 콘서트> ‘끝사랑’을 통해 사랑을 받고 있는 김영희의 ‘앙대요!’를 선보였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것이 요즘 TV를 틀어놓고 있으면 하루에도 몇 차례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앙대요!’가 아닌가. 원조 느낌을 고스란히 살리는 이도 있고 키처럼 개성을 담아 재해석하는 이도 있고, 각양각색의 ‘앙대요!’가 도처에서 터져 나오는 중이다. 지난해에 김지민의 ‘느낌 아니까~’가 있었다면 확실히 올해에는 ‘앙대요!’가 대세인 모양이다. 유행의 흐름을 가장 많이 타는 CF에까지 등장했으니 더 이상 무슨 군말이 필요하랴.

사실 ‘끝사랑’은 김영희가 지난 12월 중순 어머님과 동반 출연했던 <맘마미아>를 통해 ‘중년의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시청자와 동료들에게 ‘숙제 검사’를 맡았던 에피소드다. 시간 관계상 지금 같은 아기자기함은 갖추지 못했지만 웃음 포인트가 분명해서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당시 파트너 노릇을 해준 동료 개그맨 허경환의 말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영희는 개그계의 홍수환이에요. 절대 쓰러지지 않아요.”

‘두 분 토론’의 ‘여당당 김영희’로 2010년 KBS 연예대상 코미디부문 여자 신인상을 수상하는 등 쾌거를 올렸지만 코너 폐지 후 하루아침에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났던 그녀. 허경환, 김지민과 함께 ‘거지의 품격’으로 무대에 올랐어도 행사 요청 시 번번이 그녀만 제외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고. 그러다 급기야 설 자리조차 없어졌으나 그럼에도 출근부 도장을 찍듯 ‘개콘’ 회의실을 찾았었다나?

흔히들 잘 되면 내 탓이요 못 되면 조상 탓이라고 운이 다했다며 자조하거나 남이 알아주지 않음을 한탄만 할 법도 한데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매일매일 최선을 다해온 그녀, 참으로 대견하지 뭔가. 언제부턴가 회의실 테이블마다 코너 이름표가 붙어 있는 통에 앉을 자리가 없었다고 하니 오죽이나 마음고생이 심했을지 짐작이 가고 남는다. 매주 검사와 탈락을 반복했을 터, 대충 어림잡아도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기가 수십 번인 셈이다.



그러한 꾸준한 노력이 결실을 얻어 ‘끝사랑’으로 <개콘> 무대에 서게 된 것이다. 그리고 뜨거운 박수와 관심이 다시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토록 오매불망 바라던 자리로 당당히 돌아온 그녀에게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를 보내고 싶은 건 그녀가 자신의 본업인 ‘개그’를 천직으로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다. 일을 잡으려 들자 치면 명색이 개그맨이거늘 소소한 일거리가 왜 없었겠는가. 아이디어를 짜내고, 동료들과 합을 맞추고, 마음 조려가며 제작진에게 숙제 검사를 맡고, 그러다 내쳐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흔들림은 또 왜 없었겠나. 하지만 그녀는 다른 일에 한눈을 팔다 보면 개그 무대로 영영 돌아가지 못할까봐, 오직 그 한 가지가 두려웠다고 했다. 실로 감탄이 절로 나오는 대목이다.

자, 이쯤에서 그녀가 속해있는 방송계를 한번 돌아보자. 그녀의 개그맨 선배들만이 아니라 연기자, 가수, 아나운서, 하다못해 의사며 변호사까지, 본래의 전공은 온데간데없고 ‘방송인’만 수두룩한 세상이 아닌가. 이름표와는 달리 수년 째 자신의 본업에는 도무지 얼굴을 비추지 않는 토크쇼 패널들, 본업은 아예 뒷전인 채 홈쇼핑 채널에서 판매에 열을 올리는 이들, 특히나 법정이나 병원보다는 연예인들의 뒷말이 단골 소재인 프로그램에서 더 자주 만나게 되는 일명 ‘전문가’들을 보면 뭔가 어긋나도 단단히 어긋났다는 생각이 들밖에.

그러니 이런 주변 분위기에 물들지 않고 올바른 판단과 선택을 한 그녀를 어찌 칭찬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이러다가 모든 직업이 ‘방송인’으로 통일되는 건 아닌가 걱정스러울 지경인데 대부분 ‘달리 설 자리가 없어서’라고 하소연들을 하지만 과연 김영희와 같은 노력을, 시도와 도전을 해보기는 했는지 묻고 싶다.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나 역시 예외는 아닌 바, 한 살이라도 나이를 더 먹은 사람으로서 그녀 보기가 부끄럽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사진=Mnet, MBC, K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