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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배우’ 박철민이 통속적인 세상을 사는 법
기사입력 :[ 2014-03-29 15:00 ]


박철민 “‘또 하나의 약속’ 100만원이라도 수익 났으면”
[인터뷰]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 배우 박철민

[엔터미디어=공연전문기자 정다훈] 사랑과 이별, 갈등과 화해가 하나로 얽힌 남녀탐구 보고서 <그와 그녀의 목요일>이 배우 조재현이 건립한 공연장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 중이다.

2012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객석 점유율 99%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초연을 마친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은 결혼 빼곤 다해본 ‘그(정민)와 ‘그녀(연옥)’의 이야기다. 친구와 연인 사이를 오가는 50대 중년 남녀가 겪는 사랑과 이별, 갈등과 화해를 통해 남과 여, 그들이 영원히 풀지 못할 사랑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논한다.

해박한 지식과 화려한 입담을 자랑하는 역사학자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비겁하고 이기적인 남자 정민 역을 맡은 배우 박철민을 만났다.

■ “관객이랑 희노애락을 주고받아 후련해요”

-지난 해 대학로 문화공간필링1에 이어 DCF대명 문화공장 수현재씨어터로 극장이 바뀌었는데 배우로서 체감도가 다를 것 같다.
“이 곳이 중극장인데 소극장 느낌이 나요. 배우로선 관객이 훨씬 가깝게 느껴지고요. 이 공연을 좋아해서 시간만 된다면 계속 하고 싶어요. (왜 그렇게 좋은가?) 글쎄요. 하고 나면 너무 좋아요. 연옥이랑 그리고 관객이랑 희노애락을 주고 받는다고 할까요. 후련하다고 해야 하나. 신나게 웃고, 안쓰러운 연옥이를 보며 아파하고, 실컷 못 안아준 이경이 때문에 힘들기도 한 여러 감정들이 들어있죠. 이 커다란 감정들을 한꺼번에 응축해서 쏟아내기 때문에 뭔가 후련하고 만족감도 있고 좋아요. ‘관객분들이 정민이에게 연옥이에게 따라와 주고 있구나’ 란 느낌을 주는 주고받는 눈빛과 호흡들이 살아 있는 공연입니다. 거기서 짜릿함을 느끼기도 하죠.”

-초연에 이어 3차 공연인데 내용적으로도 조금씩 달라진 게 보이기도 한다.
“제가 참여하지 않은 1차 공연 땐, 정민이가 ‘신혼여행을 미루기로 했습니다’라고 말했다면, 이번엔 그대로 신혼여행을 가버려요. 작가 겸 연출(황재헌)이 밀고 나가는 대사이긴 한데, 관객들이 받아들이든지 안 받아들이든지 쿨한 정서가 담겨있죠. 우리에게도 필하면 쿨한 정서이죠.”

-준수한 외모와 해박한 지식, 화려한 입담의 역사학자이자 교수 ‘정민’이란 인물과 닮지 않은 듯 닮아있다.
“정민이란 인물이 내 기본 성격과는 안 맞아요. 정민이 분석적이고 철학적이고 논리적이라고 한다면, 전 논리적인 것과 반대지점에 있는 사람이죠. 즉흥적이고 즉발적이고 감정적인 성향이 많거든요. 이런 생각도 들기도 해요. 내 안에 정민이 같은 부분들이 숨어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교차되는 지점들을 찾아내고 있어요.

이기적이고 비겁한 부분은 저랑 닮아있기도 해요. 정민은 모든 걸 다 해줄 것 같다가도, 사랑에 지치면 비겁한 변명을 내 놓거나 물러서기도 하는 친구죠. 그래서 제 모습과 더 섞여 있어요. 내 모습이 들어있어 귀엽기도 하고, 이쁘기도 하고 너무 싫기도 하고 그렇네요. 정민이가 순간의 진실 이야기하는 거 보면 좀 착한 남자잖아요. 저도 좀 착해요. 이기적이긴 하지만요.”

-지적인 캐릭터는 처음 맡아 본 건가?
“대학교수 역 자체를 처음 맡아봤어요. 체육학과 교수도 아니고, 지적인 역사학자인데 저에겐 새로운 역이긴 해요. 이쪽 제작자들도 처음엔 교수 역할과 제가 안 어울린다고 생각할 수 있었을텐데 피디가 ‘철민 배우가 잘 어울릴 수 있다’라고 제안을 했다는 말을 들었어요. 역설적인 생각을 해 낸 영특한 친구입니다.”

-정민과 연옥은 목요일마다 주제를 정해 지적인 대화를 나눈다. 세 번째 목요일에 만나 이야기 하는 ‘역사’ 섹션에서 정민과 연옥의 역사는 어떻게 해석을 했나?
“역사는 기억을 왜곡해서 기록하는 것으로 상상력이나 욕망을 투영하는 게 아니라 일정한 형식미를 추구한다고 하는데, 뭘 왜곡해요? 전 ‘역사’를 정의하는 부분에 크게 동의하지도 거부하지도 않아요. 정민이란 캐릭터가 ‘역사’가 자신의 전공분야 이니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한 것일 수도, 학자처럼 떠들어대는 껍데기로도 볼 수도 있어요. 대신 기록의 형식미를 추구하는 야구에 대한 해석은 상당히 공감하고 있어요. 격이 있는 답이 나와야 하는데, 전 솔직하게 대답을 하고 있죠. 박철민의 정민은 이렇답니다.”

-네 번째 목요일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부분은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올 것 같다.
“나이를 먹을수록 많이 생각하는 단어가 죽음이죠. 살아 갈 날이 살아 온 날보다 짧게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어 무섭고 외롭고 두렵죠. 죽음을 앞두고 연옥이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그 장면도 좋아요. 거기까지 오기까지 혼란스럽고 무서움이 앞서 저에게도 소리를 질러 되긴 하죠. 그만큼 죽음은 절대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요. 그런 말도 들었어요. 죽음의 공포가 없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람보다 치매 환자가 더 오래 살 수 있대요. 죽음 자체에 대한 공포가 우리 수명을 단축시키기도 한다는 말이죠.”



■ 삶과 죽음 그리고 인생을 이야기 하는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

-<그와 그녀의 목요일>은 한마디로 어떤 연극인가?
"(프로그램 내 자신의 프로필 사진을 보여주더니) 이 표정에 다 들어있어요. 이 표정을 보면, 지적이고 공부도 많이 한 사람 같죠. 사색도 깊이가 있는 그런 색깔을 보여주기 위해 고심하고 찍은 사진입니다. (장난스럽게) 조재현 정은표 사진을 봐요. 한심해 죽겠어요. 삶과 죽음 그리고 인생을 이야기 하는 이런 연극을 하면서 이렇게 웃고 찍어선 안 되죠. 덕수(김주영) 이놈마저도 예쁘게 사진을 찍었어요. 이 놈 참 멋있는 놈인데. 제가 이 작품의 색깔에 가장 맞게 나왔어요.(웃음)”

-상대 역인 ‘연옥’을 배종옥 정재은 유정아 배우가 번갈아 가면서 한다. 각자의 느낌이 다를 것 같다.
“정재은 배우랑은 그동안 가장 많이 무대에 서서 편해요. 유정아 배우는 아나운서라는 호칭이 더 익숙한데 각자 다른 분위기가 있어요. 배종옥 언니랑은 4월 1일 처음으로 함께 하게 되는데 기대가 됩니다. 관객으로서 첫 공연을 배종옥 언니가 나오는 공연으로 보고 이 작품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어요. 세분 다 다 다르고 매력이 있어요.”

-배종옥 언니라고 호칭을 부르는 이유가 있다면? <그와 그녀의 목요일> 초연부터 제안을 받았다는 말도 들었다.
“현장에선 선배님이라고 하는데, 나만의 친근한 표현법이라고 할까. 여자 후배가 남자 선배에게 ‘형’이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한 거죠. 초연 할 때 제의 받았는데. <또 하나의 약속> 영화를 준비 할 때라 하지 못하고 공연을 보러 갔는데 너무 좋았어요. 내가 하지 못했다는 점에 억울한 마음도 들었고요. 그래서 2차 공연부터 하게 됐어요. 종옥 언니는 2차 공연은 하지 못해서 이번 시즌에 한 무대에 서게 됐죠.”

-크라우드 펀딩과 개인투자금으로 영화의 제작비를 마련한 김태윤 감독의 <또 하나의 약속>으로 많이 바빴다.
“정말 눈물 겹고 고마웠던 사연이 담긴 개인 투자자들과 함께 제작두레로 만든 영화라서 책임감이 더 크죠. 70만 손익 분기점을 넘으면 제작 지분 10%를 받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제가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곳에 골고루 나누겠다고 선포를 했더니 포털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어요. 그런데 아직 기부금을 내 게 아니라 쪽팔린 게 있네요. 100만원이라도 수익금이 났으면 좋겠어요. 상징적일 수 있겠지만 조금이라도 수익금이 나면 거기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하나의 약속>은 삼성 반도체를 상대로 세계 최초로 산재 인정 판결을 받은 황상기 씨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영화 이전에 연극 <반도체 소녀>로 먼저 세상에 알려졌다. 연극에 대해서도 알고 있나?
“연극 <반도체 소녀>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어요. 공연은 보지 못하고 전체적인 팩트에 대해서 들었어요. 황상기 씨 딸 고(故) 황유미 씨 이야기가 들어가는 건 연극이나 영화 마찬가지인데, 영화는 황상기씨가 주인공이라 조금 다르게 이야기가 전개 된다고 들었어요.”

■ 무대 위에서 경험하는 절대고독의 시간

-‘정민’처럼 지적인 역할이 다시 들어온다면 하고 싶나?
“이 작품과 완전히 똑같은 작품은 없을 것이고, 일부러 찾아가지는 않겠지만 제안이 온다면 달려들겠죠. 사실 연극은 많이 두려워요. 나이가 많아질수록 대본에 대한 두려움이 크거든요. 이 작품은 정신없이 휘몰아치면서 현란한 말의 장기를 보여줘야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절대 고독’의 시간을 경험해요. 대사가 잘못되면, 드라마는 ‘미안하다’ 말 하면서 다시 가면 되지만, 연극은 2시간 가까이 혼자 그 순간을 감당해야 해요. 자괴감과 쪽팔림, 세상에 대한 원망 이런 게 다 교차 하고, 식은땀이 나면서 정말 무서운 죽음과도 같은 시간이 다가오게 되죠.”

-연극은 ‘다시’가 없다. 그 점에서 배우에게 더더욱 두려운 공간일 수 있다.
“연극은 ‘다시 하겠습니다’ 라고 하면 굉장히 격을 떨어뜨리게 돼요. 덜컥거리고 삐그덕 거릴지라도 그 시간을 흐르듯이 따라가야 해요. 실제로는 3~4초 순간일지 모르지만, 덜컥거리는 그 순간이 절대 고독의 시간이 되는거죠. 2인극도 3~4번 했는데, 이렇게 많은 대사가 있는 작품을 해 본 적이 없어요. 집에서 얼마나 연습을 했던지, 큰딸 작은딸이 다 외울 정도로 시간 날 때마다 외웠어요. 다 익었다 생각해도, 배우도 인간인데 한두 번은 삐걱거리게 되죠.”

-연극배우들이 그렇게 ‘절대 고독’의 순간을 느끼는 경우가 많나?
“이한위 형이 늘 하던 말이 생각나요. ‘철민아! 이 직업이 참 좋은데, 대사만 누가 외워주면 정말 최고의 직업인데 대사가 안 외워져.’ 역할로서 감정도 다 준비 됐는데, 나이 먹을수록 뇌 세포는 죽어가고 대사는 안 외워지니 힘들죠. 어떤 기라성 배우도 NG가 나면 한 번씩 멘탈붕괴에 빠지죠. 물론 대사를 잘 외우는 배우들이 있어요. 이병헌 송강호 그런 배우들이 부럽지. 머리 좋은 애들이 연기도 잘해요. 그런데 천재도 수재도 아닌 나 같은 놈이 어떻게 살아가냐? ‘땀’으로 살아가죠. 또 독특한 나만의 매력을 만들어내죠.”

-유명 영화배우나 드라마 배우도 연극이나 뮤지컬 무대에 서면, 악평을 받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들키니까요. 처음 연극 무대에 섰다면 자신의 손부터 자르고 싶을걸요. 영화나 TV 무대에서 빛났던 배우일지라도 모든 것이 다 노출 돼 있는 연극 무대에선 걸음걸이도 손동작도 다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무대 공부도 안 했던 이들이라면 굉장히 당황할 수 있어요. 그런데 기본적으로 잘하는 배우들은 빨리 적응을 해요. 여기서 기초를 다졌던 아이들은 연극의 매커니즘 때문에 바로 적응은 못해도 배우로서 길게 호흡을 가져갈 수 있게 돼 도움이 돼요. 그래서 연극이 기초 예술인거죠. 연극은 수천 가지 약속이 하나의 하모니로 만들어진다면, TV는 순발력이 있는 배우의 바스트의 표정만 가지고도 깊이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죠.”

-연극 무대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많은 배우들이 연극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내보이기도 한다.
“연극은 멈출 수 없는 하나의 완성품이죠. TV나 영화는 편집이 있고, 다른 게 들어갈 수 있지만, 연극은 이 자체로 완성품입니다. 그래서 무서우면서 매력이 있어요. 여전히 연극은 원시적인 장르죠. 하루 한번밖에 할 수 없고, 막이 오르면 중단 할 수 없어요. 홍보수단만 봐도 연극은 아직도 직접 포스터를 붙여요. 열악하기도 하지만 원시적 매력이 연극의 다른 점 아닐까요.”



■ “중견 배우 NO, 난 중간 배우”

-인터뷰 하기 전 만반의 준비를 해오는 배우들도 있던데, 그런 성향의 배우는 아닐 것 같다.
“반복되기도 하고 변하기도 하고 달라지는...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개똥철학을 이야기 하면 된다고 해서 크게 준비하진 않아요. 가끔은 기자들이 배고픈 연극배우들의 힘들었던 시절 이야기나, 성공담 등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그럴 땐 거기에 맞는 이야기들을 해요. 사실, 전 연극 하면서도 배고프지 않았어요. 배가 고프니 라면을 많이 먹었고, 그 라면도 정말 맛났거든요.”

-연극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경숙이 경숙아버지>,<늘근도둑 이야기><대한민국 김철식>,<품바>, 영화 <은밀한 유혹>,<해적>,<히어로>,<노브레싱>,<후궁:제왕의첩>,<시라노 연애조작단>,<화려한 휴가>,<광식이 동생 광태><번지점프를 하다>, 드라마 <감격시대>,<구암 허준>,<바보엄마>,<무사 백동수>,<베토벤 바이러스>,<불멸의 이순신> 등 여러 작품에 출연한 중견배우가 됐다.
“전 중견 배우가 아닌 중간배우라고 말 해줘요. 훨씬 깊은 연기를 하는 배우가 있어서 내 자리도 있죠. 대중들에게 이런 해학적이고, 능청도 부리고 넉살도 좋은 중간 배우도 몇 명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전 최고의 배우, 최하의 배우는 없다고 생각해요. 틀린 연기, 맞는 연기도 없지요. 보편적 연기 공부는 있어야 하겠지만,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한 20대 아이가 이순재 선생님 연기를 따라 갈 수 없어요. 반대로 이순재 선생님이 싱싱한 젊은이들의 연기를 따라갈 수 없어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연기를 보여주는 게 자신의 색깔을 만들어내는거겠죠.”

-KBS 2TV ‘감격시대’에서 최일화 배우와 함께 출연 중이다.
"최일화 선배는 참 고마우신 분이고 보물 같은 분이시죠. 어렵게 번 돈으로 연극 하는 아이들을 잘 챙겨주고 끌어주시는 분이라 정말 좋아하는 형입니다. 저와 다른 느낌의 연기를 하시는 분이고, 대학로에 대한 사랑과 연극사랑은 제가 다가갈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곳에 계시죠. 일화 형이 그렇게 하는 걸 보며, 통속적인 저 같은 놈 시각에선 바보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신나하는 걸 보면 저 역시 뿌듯해져요. 선배로서 행동 하나 하나가 참 괜찮은 형이죠.”

-스스로를 통속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일상이 신파가 많고 통속적이죠. 전 ‘통속’이란 단어를 좋아해요. 그런 사고도 많이 하고 행동도 많이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연기가 천박스럽지 않아요. 어설프고 모자란 여백 사이에서 많은 이들이 저란 배우를 더 만만하게 느꼈음 해요. 전 연기를 전공하지도 않았고, 깊은 연기도 안 해요. 브레이트에 대한 공부도 안했어요. 엄청난 매력을 지닌 배우도 아니지만, 적어도 조금씩은 늘어가고 있다는 걸 느낄 때 행복해요.”

-애드리브의 달인, 화려한 입담이란 수식어로 박철민 배우를 기억하는 관객들이 많다. 본인은 어떤 배우라 말 할 수 있나?
“어떤 배우요? 꾸며서 이야기하면 전국 노래자랑 같은 배우요. 꾸며서란 말을 쓰긴 했지만 완전히 꾸민 건 아니죠. 다른 인터뷰에서도 말 한 적이 있어요. 전국 노래자랑을 보면, 최고의 테크닉 가수가 나오는 게 아니라 옆집 할아버지 아줌마가 나와서 노래를 해요. 개그맨보다 더 웃긴 가수가 나오면 울고, 가슴 아픈 사연이 있는 사람이 나오면 같이 울기도 하고 어깨가 들썩거리기하죠. 수준이 낮다고 볼 수도 있지만 천박스럽지 않아요. 전국노래자랑 을 보며 ‘저급하다’ 그렇게 말 한 사람은 없어요. 오버하고 엉뚱하게 우스꽝스런 기질을 발휘해요. 저의 기질과 닮은 부분이 있죠.”

박철민은 인터뷰를 마치며, “조금씩 늘고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 했다. (‘발전’이란 형식적인 단어보다는 ‘늘고 있는’이란 살아있는 단어에 집중했기 때문에 인터뷰이의 의도를 그대로 살렸다)“고교 시절 교회에서 <용감한 사형수>란 연극을 처음으로 연출하고 고등학교 연극제에 나갔어요. 그 다음엔 대학교 연극제, 마당극반, 노동연극, 대학로 연극 무대와 함께 해 왔어요. 가벼운 웃음을 주는 역에서 최근 진지한 역까지 계속 조금씩 늘고 있다는 걸 발견 할 때마다 감격해요. 저의 또 다른 꿈이라면, 사회인 야구장을 지어 정말 좋아하는 야구를 하고 싶을 때마다 하는 겁니다.

전 배우로서 커다란 꿈 보다는, 오늘 한 영화나 드라마 촬영이나 연극 공연이 내가 의도된 대로 너무 잘 끝나고 나서, 저녁에 내가 좋아하는 생맥주에 대구포 안주를 곁들여 먹고 잤는데, 편히 죽는 겁니다. 마지막까지 연기를 하며 인생을 정리하는거죠. 나이 80이 넘어 철없는 할아버지 역 특별출연 한 뒤 ‘오늘 괜찮았다’ 라고 말 하고 저 세상으로 간다면 가장 아름다운 마무리가 되겠죠. ‘세상에 제일 행복한 사람’ 그 제목 괜찮네요.”

공연전문 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허영옥, 수현재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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