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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이소라, 세월을 관통하는 독특한 감수성
기사입력 :[ 2014-04-03 13:00 ]


이선희·이소라가 여전히 통할 수밖에 없는 까닭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이선희와 이소라는 5월과 11월처럼 다르다. 그들의 목소리, 감수성, 가수로서의 태도까지 공통점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이선희의 목소리가 ‘쨍’ 울리다면 이소라의 목소리는 ‘후’ 가라앉는다. 이선희가 가끔 가수가 아니라 여선생님처럼 느껴진다면, 이소라는 가끔 가수가 아니라 골방폐인처럼 다가올 때가 있다. 두 사람이 대중들에게 널리 사랑 받았던 시기 또한 일치하지 않는다.

1984년 이선희는 <4막5장>이란 혼성팀으로 ‘J에게’를 불러 그해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J 난 너를 못 잊어/J 난 너를 사랑해”. 이소라는 1992년 영화 <그대 안의 블루>의 OST에서 영화와 동명의 타이틀곡을 김현철과 듀엣으로 부르면서 이름을 알렸다. “사랑은 아니지만 우리의 만남 어둠은 사라지네. 시간은 빛으로 물들어 또 다시 흐르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사랑에 대해 즐겨 노래하는 가수라는 점은 일치한다. 아니, 수많은 대중가요들이 사랑에 대해 노래를 하기는 한다. 대중가요란 대개 사랑의 기쁨과 슬픔에 대한 가사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하지만 이선희와 이소라는 사랑 노래에 있어 독특한 지점에 위치한다. 두 가수 모두 다른 이들이 사랑에 대해 발견하지 못했던 감수성을 잡아냈다. 그 점 때문에 두 여가수의 노래는 수많은 팬들, 특히 사랑에 대해 일반적으로 남성들보다 좀 더 섬세하고 복잡한 감수성을 지닌 여성들의 지지를 받았다.

1980년대 이선희가 많은 10대 소녀팬들의 사랑을 받은 까닭이 꼭 그녀의 보이시한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바지정장 차림에 짧은 머리 동그란 안경의 앳된 외모의 여가수가 기존에 없기는 했다. 하지만 소녀들이 이선희의 노래에 열광한 건 당시 그녀의 히트곡이 처음 사랑에 눈뜨는 소녀들의 감수성과 일치했기 때문이 아닐까? 순정만화로 사랑을 배우고 현실세계의 사랑으로 건너가는 소녀들의 설렘과 불안, 호기심과 아기자기함이 담긴 그런 감수성 말이다. 달 밝은 밤에 그대는 누구를 생각하는지 궁금해 하는 ‘알고 싶어요’에서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는 서글픈 마음뿐인 ‘소녀의 기도’와 지금 나의 곁에 있는 사람이 진정 날 사랑해 줄 사람인지 고민하는 ‘갈등’까지.

이런 이선희의 감수성은 그녀의 다소 날카로운 목소리에 섬세하고 풍성한 부드러움을 얹어주는 작곡가 송시현을 만나면서 ‘나 항상 그대를’, ‘사랑이 지는 이 자리’, ‘겨울애상’,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 같은 곡들로 한층 더 아름답게 꽃핀다. 지금은 그녀의 대표곡 ‘아름다운 강산’ 때문에 대형 여가수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당시의 그녀는 꼭 그렇지만은 않았던 거다.



한편 1990년대 초반 재즈보컬그룹 <낯선사람들>에서 활동했던 이소라는 95년 첫 솔로앨범을 발표한다. 이 앨범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곡은 김현철이 작사한 ‘난 행복해’와 이소라가 작사한 ‘처음 느낌 그대로’였다. 특히 ‘처음 느낌 그대로’는 이소라 특유의 감수성을 대중들에게 알린 첫 번째 히트곡이었다. “오늘 널 멀리하며 눈 돌리던 날 잊어줘/내가 사랑하면 사랑한단 말 대신 차갑게 대하는 걸 알잖아. 오늘 널 멀리하며 혼자 있는 날 믿어줘/내가 차마 내게 할 수 없는 말 그건/사랑해 처음 느낌 그대로.”

첫 앨범 이후 이소라는 자신의 감수성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감성적인 남성 작곡자들과 함께 앨범을 만들어나간다. “널 위해 준비한 오늘 이별이 힘들었단 걸 잊지 마/네 가슴에 기대어 자던 많은 날 안녕”이라고 속삭이는 ‘기억해 줘’와 “늘 참지 못하고 투정 부린 것 미안해/나만 원한다고 했잖아/ 그렇게 웃고 울었던 기억들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져 지워지는 게 난 싫어”라고 애원하는 ‘제발’, “더 외로워 너를 이렇게 안으면/ 너를 내 꿈에 안으면 깨워줘/ 이렇게 그리운걸 울고 싶은걸”이라고 편지를 쓰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까지.

이소라가 자신이 쓴 노랫말과 특유의 나직하고 감미로움에서 히스테릭을 넘나드는 목소리로 들려주는 노래들은 ‘행복한 사랑’에 대해 쉽게 말하지 않는다. 그녀의 노래를 듣노라면 사랑이란 고통스럽지만 행복한 것이라는 걸 아릿하게 깨닫는 순간이 밀려온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랑하는 연애에서 행복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만큼 편안하고 낭만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연애는 때론 나를 비참하게 하고, 우울하게 하며, 집착하게 만든다. 그 사이에 행복은 아주 잠깐 끼어든다. 연인은 그렇게 내 옆에 있는 사람, 나에게 아홉 번의 상처를 주지만 오직 한 번의 따뜻한 손길만으로도 나를 붙잡는 불가피한 인간이 된다.



2천년대 들어 두 여가수는 꾸준하게 하지만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그들의 세계를 보여준다. 90년대 중후반부터 자신의 노래를 직접 썼던 이선희는 2005년 자작곡 ‘인연’을 통해 많은 사랑을 받는다. 웅장하면서도 절절한 이 노래는 이선희가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커다란 그림이다. “인연이라고 하죠 거부할 수가 없죠/ 내 생애 이처럼 아름다운 날/또 다시 올 수 있을까요/고달픈 삶의 길에 당신은 선물인 걸.”

한편 2004년 <눈썹달> 앨범에서 이소라는 여전히 사랑을 노래하지만 그 사랑을 통해 ‘나’라는 존재를 투영해보는 시인에 한층 더 가까워진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내게는 소중했던 잠 못 이루던 날들이/너에겐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추억은 다르게 적힌다/나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러진다/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내게는 천금같았던 추억이 담겨져 있던/머리위로 바람이 분다”라고 속삭이고 토해내는 ‘바람이 분다’는 여전한 이소라, 하지만 한층 더 심오해진 이소라를 음미할 수 있는 대표적인 노래다.

2014년 봄 이선희와 이소라는 새 앨범과 함께 돌아왔다. 긴 세월이 흘렀지만 두 사람의 앨범이 여전히 기대되는 건 두 사람의 감수성은 달라도 두 사람의 감수성 모두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순간까지 사랑이 사람에게 언제나 유효한 감정이듯.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포츈엔터테인먼트, K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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