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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선물’ 어설픈 스토리를 위해 희생된 이보영
기사입력 :[ 2014-04-21 13:00 ]


‘신의 선물’, 무모해도 정이 가는 한국형 스릴러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3월부터 시작된 SBS의 ‘스릴러 주간’이 끝나간다. 미세먼지와 함께 찾아온 이 매캐한 드라마들은 SBS 특유의 말랑말랑하고 발랄한 주간극과는 달라도 참 많이 달랐지만, 기존의 달달한 로맨틱 드라마들과 차별화된 매력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꽤나 재미있는 주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더구나 같은 스릴러 계열이라도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14일>과 수목드라마 <쓰리 데이즈>는 성격 또한 달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이를 잃은 엄마가 다시 14일의 유예기간을 얻어 아이의 죽음을 막는다는 판타지설정의 <신의 선물>은 의외로 인간의 미묘한 심리를 현실적으로 건드리는 부분이 있다. 한편 <쓰리 데이즈>는 대통령 이동휘(손현주)와 미국의 군수업체 팔콘, 그 팔콘과 커넥션 관계인 기업의 대표 김도진(최원영)이 얽히면서 좀 더 선이 굵은 이야기를 지향한다.

두 드라마가 흘러가는 방식 또한 달랐다. <쓰리 데이즈>의 경우는 팔콘과 대통령 사이에 복잡하게 얽힌 거대한 줄기의 사건들을 시청자들이 이해하지 못할까봐 차근차근 설명했다. 사실 계속해서 긴장과 이완이 반복되면서 보는 이를 죄어오는 것이 스릴러의 묘미다. 하지만 친절한 <쓰리 데이즈>는 초반부에 이 드라마의 설계도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해주느라 많은 이완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 디테일이 쌓여가는 과정을 이완이 아니라 퍼즐을 맞춰가는 섬세한 과정으로 받아들인 이들에게는 드라마의 후반부가 대한민국의 현실적인 문제들과 맞물리면서 훨씬 더 짜릿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신의 선물>은 <쓰리 데이즈>에 비하면 단점이 많은 드라마다. <신의 선물>은 큰 틀의 반전이나 줄거리는 단단하게 짜놓고서 과감하게 아니 무모할 정도로 디테일을 포기했다. 그런 까닭에 <신의 선물>은 매회 설득력 없이 이야기들이 진행되는 일이 잦았다. 우연의 반복은 기본이고 억지로 사건을 쥐어짜는 인상이 들 때도 여러 번이었다. 그런 까닭에 <신의 선물>의 시청자는 머리와 마음이 따로 노는 현상을 겪게 된다. 긴박한 사건 속에 드라마를 보는 마음은 긴장되나 머리로는 이건 좀 억지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어김없이 드라마가 끝나갈 무렵이면 긴장 넘치는 장면에서 예고 없이 툭 끊어버리는 바람에 오싹해져 그 의심 따위 까맣게 잊게 되지만 말이다.



설득력 없는 진행을 보완하려 <신의 선물>은 스릴러 영화의 익숙한 패턴들을 이용한다. 드라마 진행상으로는 너무 허술하게 여겨지는 연결은 익숙하지만 긴장감 넘치는 설정들에 종종 가려졌다. 하지만 샛별이와 샛별이의 외할머니가 냉동차에 갇혀 위기에 처하는 장면은 무리수가 아니었나 싶다. 반면 용의자였던 문방구 주인(오태경)의 오싹한 분위기와 그 실체가 드러나는 장면은 익숙하지만 소름끼쳤던 이 드라마의 백미였다.

<신의 선물>이 단점을 극복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속도였다. 그래서 여주인공 김수현(이보영)부터 수현의 딸 샛별이(김유빈)까지 이 드라마는 유독 많은 인물이 도망치고, 달려들고, 소리 지른다. 샛별이를 유괴한 용의자들 또한 매회 바뀌면서 드라마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그 때문에 피해를 많이 본 캐릭터는 여주인공 김수현이다. 극 초반, 딸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14일의 유예기간을 얻은 김수현은 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여주인공으로 여겨졌다. 영화 <양들의 침묵>의 조디 포스터처럼 이성적이고 깊이 있게 문제를 파고드는 그런 여주인공 말이다. 그녀의 직업이 <그것이 알고 싶다>가 떠오르는 시사프로 작가라는 설정 역시 이런 여주인공의 성격을 만들어준 밑밥이 아닐까 짐작했다.

하지만 정작 <신의 선물>의 사건 진행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면서 김수현은 이 드라마의 스토리를 위해 희생당했다. 드라마의 설정 상 계속 용의자가 바뀌고 사건들은 터져야 하는데 이 모든 도화선이 바로 이보영이 연기한 김수현이었다. 그 때문에 김수현은 늘 헛다리를 짚고, 안하무인으로 돌격하며, 모든 이들에게 소리부터 지르고 본다. 스릴러적 설정이 들어간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훌륭한 감정연기를 보여주었던 배우 이보영이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기도 어려울 만큼 김수현의 캐릭터는 너무 극에서 극으로 빨리 치달았다.



반대로 <신의 선물>에서 기동찬(조승우)의 캐릭터는 형 기동호의 사건이 샛별이 유괴 사건과 더불어 드라마의 큰 축을 이루면서 꽤 밀도 있게 그려진 편이다. 더불어 전직 형사이자 흥신소를 운영하고 김수현과 14일의 유예기간을 얻은 기동찬은 이 드라마의 거친 호흡을 고르는 역할도 한다. 대부분의 긴박하고 어수선한 사건은 기동찬을 통해 해결된다.

또한 기동찬과 흥신소 직원들의 코믹한 모습은 드라마의 무거운 분위기를 쉬어가는 페이지처럼 한번쯤 가볍게 띄워준다. 물론 기동찬이 살아난 건 너무 뻔한 해결사로 비춰질 수 있는 기동찬이란 인물의 호흡을 적절히 밀고 당기며 조절해나간 조승우의 연기 덕을 본 것도 크다. 아마 조승우가 아닌 다른 배우의 기동찬이었다면 <신의 선물>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훨씬 더 식상한 드라마로 남지 않았을까?

이런저런 단점들이 많지만 그래도 <신의 선물>은 보는 이의 마음을 잡아끄는 드라마인 건 분명하다. 그것이 뭔가 어설퍼 보이는 부분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샛별이를 유괴했던 기동찬의 어머니 이순녀(정혜선)를 찾아간 김수현이 뜬금없이 연탄집게로 협박하는 장면이 그렇다. 혹은 견과류 알러지 때문에 고통 받는 샛별이를 두고 이순녀와 김수현의 남편 한지훈이 나누는 대사도 그렇다. “(느긋느긋)묵이 어째서 견과류래요?” “(흥분해서 쇳소리로)도토리묵이라면서요!” 대사는 맥락에 맞지만 분위기는 의도치 않게 코믹해진다. 이런 순간 <신의 선물>은 어설프지만 귀여워서 쓰다듬어주고 싶은 스릴러로 갑작스레 변한다.

더구나 때로는 너무 냉정할 만큼 잔혹해서 인간에 대한 믿음까지 얼어붙는 스릴러 명작들과 달리 <신의 선물>은 기본적으로 기동찬과 기영규(바로) 같은 주변인물들이 보여주는 따뜻하고 선한 세계관이 포함되어 있다. 여주인공 김수현 또한 겉보기엔 예민하고 냉정하나 시간이 흐를수록 인간미 있는 본래 모습이 드러난다. 그렇기에 드라마가 막바지에 가까워질수록 어느새 딸을 다시 잃을지도 모르는 김수현에게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게 되고 형을 살인자로 오해하고 살아온 기동찬을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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