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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선물’, 신을 가장한 작가의 안타까운 무리수
기사입력 :[ 2014-04-23 09:57 ]


‘신의 선물’, 비록 용두사미로 끝나게 됐지만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SBS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 14일>이 종영했다. 하지만 결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허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동찬(조승우)이 자신의 어머니가 샛별이(김유빈)를 죽인 줄 알고 자신이 뒤집어쓰기 위해 샛별이를 안고 강물로 들어가는 장면이 그렇고, 그 모든 것을 이명한(주진모)이 계획했다는 것도 납득하기가 어렵다.

샛별이를 찾고 싶으면 이태원 클럽으로 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클럽을 찾은 기동찬이 고농축 알코올이 든 물을 마시고 인사불성이 된 상태에서 그의 어머니의 목소리를 닮은 사람이 전화를 해 자신이 샛별이를 죽였다고 얘기하고, 또 무진저수지까지 기동찬이 찾아가는 이 일련의 행동과정들은 너무 즉흥적이라 개연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

다만 작가가 이야기 전개를 위해 의도한 대로 무리하게 인물을 움직였다는 심증이 짙다. 그 많은 선택의 과정들이 이명한의 계획 아래 척척 움직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그 계획은 사실 작가의 계획이 되는 셈이다.

그렇게 결말에 이르러 ‘둘 중 한 사람이 죽어야 끝나는 게임’이라는 신탁에 맞춰 기동찬이 샛별이를 살리고 죽는 설정도 납득하기 어렵다. 그것은 기동찬의 내적 동기에 의해 이뤄진 행동이라기보다는 마치 이야기의 전제처럼 되어 있는 ‘둘 중 하나는 죽는다’는 얘기에 맞춰진 행동처럼 보인다. 바다로 가야할 드라마는 어느새 산에 도달하고 말았다.

사실 이러한 디테일 부족과 개연성 부족을 빼고 보면 <신의 선물 14일>은 그 시도만으로도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한 작품이다. 멜로 없이 온전히 스릴러 장르만으로 쉴 새 없이 달려가는 드라마를 우리네 환경에서 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 말이다. 엄청난 속도감과 사건 전개, 그리고 반전에 반전은 만일 좀 더 촘촘한 개연성을 바탕으로 했다면 이 작품을 명작의 반열에 올릴 수도 있을 요소들이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드라마는 속도를 이겨내지 못했다. 빠르게 흘러가는 사건 전개에서 인물들이 왜 그렇게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그 심리적 동기가 사라져버렸다. 이렇게 되자 인물들은 우왕좌왕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떤 행동이 말과 함께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속도감을 줄 수는 있을지 몰라도, 인물의 심리적 긴장감을 주기는 어렵다. 인물의 내적 갈등이 쌓여진 연후에 움직이는 속도감이야 말로 시청자들이 몰입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아쉬움들에도 불구하고 <신의 선물 14일>은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스릴러 장르 드라마는 안 된다는 공식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그 복잡한 구성 속에서도 8%의 시청률을 냈다. 또 시청률과 달리 콘텐츠 파워지수에서는 늘 상위에 랭크될 정도로 젊은이들의 화제가 되곤 했다. 조금만 속도조절을 하고 완성도를 높인다면 우리네 장르물들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걸 보여준 작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스템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렇게 많은 인물들과 사건들, 그리고 복잡한 이야기 전개를 해나가야 하는 장르물은 작가 한 명이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다. 좀 더 작가진을 구성해 역할 분담을 했다면 훨씬 더 밀도 있는 작품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쪽 대본의 영향이겠지만 연출에 있어서도 좀 더 전체 이야기의 흐름을 염두에 둔 디테일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조승우나 이보영의 연기는 두말 할 나위 없이 괜찮은 몰입감을 만들어냈다. 이보영은 엄마 역할과 액션 스릴러 장르라는 새로운 연기 영역을 확보했고, 무엇보다 조승우의 몸을 아끼지 않는 혼신의 연기는 특유의 느물느물한 캐릭터 해석과 맞물려 기동찬이란 캐릭터를 드라마의 중심으로 세워놓았다. 다만 아쉬운 건 이 연기를 받쳐줄 만큼 대본의 개연성이 촘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도대체 누가 범인인가를 놓고 무수한 화제를 낳았던 <신의 선물 14일>은 그렇게 끝났다. 하지만 한국형 장르물들은 이제 겨우 기지개를 켜고 있다. 첫 술에 어찌 배부르겠냐마는 <신의 선물 14일>은 그 공복감을 없애주기에는 충분한 작품이었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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