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뮤지컬 <서편제> 배우 엠블랙 지오

[엔터미디어=공연전문기자 정다훈] 지난 3월 20일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서편제>는 동명의 소설 원작을 토대로 어린 '송화'와 '동호'가 어른이 되고 아버지 '유봉'과 갈등을 빚으며 이별과 만남을 겪는 과정을 뮤지컬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끊임없는 연습으로 단순히 반짝 이목을 집중시키는 아이돌 그룹 멤버란 꼬리표를 불식시키며 뮤지컬 배우로의 가능성을 입증한 엠블랙 멤버 지오를 만났다. 지오가 맡은 '동호'는 아버지 '유봉'의 소리에 반발해 자신만의 소리를 찾아 떠나지만 누이 '송화'를 향한 애틋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캐릭터다.

■ “락의 대부가 된 동호의 인생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

-<서편제> 공연이 중반 이후를 넘어갔다. 연습을 많이 했다고 들었는데, 좀 더 편해지고 있나?
“모든 일이 그러겠지만, 공연 역시 연습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서편제>에 대한 부담이나 불안감은 연습으로 떨쳐버릴 수 있었어요. 그래서 더 연습을 열심히 했던 점도 있어요. 저에게 주어진 총 17회 공연 중 10번을 했어요. 엠블랙 컴백 일정이 겹치면서 일주일 간격으로 무대에 오른 적도 있어요. 자주 해봐야 감각을 잃지 않고 쌓아갈 수 있다 생각하는데, 그룹 활동이 있어서 본의 아니게 무대에 서는 간격이 길어진 적도 있어요. 항상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어요.”

-최근 공연에서는 2막 후반에 있었던 '얼라이브'(Alive)가 1막 초반으로 옮겨졌다. 어떤 이유가 있는가?
“‘얼라이브’는 이번 시즌에 새롭게 추가 된 곡인데, 공연 초반엔 2막의 ‘심청가’ 앞에 배치를 했어요. 그런데 노래 자체가 락이라, 판소리 ‘심청가’로 바로 연결되는 게 흐름에 다소 영향을 미친다고 해서 앞으로 뺐어요. 동호가 송화를 찾으러 가기 전인 맨 처음 장면에 나오게 됐어요. 이야기 전개상으론 과거로 점핑하게 됐죠.”

-관객 반응을 수렴해서 그렇게 수정이 들어간 건가?
“연습할 때 저희도 걱정 했던 부분인데. 관객들 평가도 그렇게 나와 연출님이 수정을 하신 것 같아요. 사실 ‘얼라이브’가 ‘심청가’ 뒤에 배치 된 이유는 송화와는 다른 음악인생을 찾아 락의 대부가 된 동호의 인생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함이었는데, 음악만 놓고 보면 전개가 어색하다고 느낄 수 있는 감이 있나 봐요. 그 ‘얼라이브’ 넘버가, 동호가 스스로 자신의 소리를 찾았다 생각하고 이제 송화를 찾으러 가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걸로 볼 수 있어요. ‘난 내 소리를 찾았어. 넌 네 소리를 찾았니?’ 그런 의미요. 연출님도 ‘심청가’와 ‘얼라이브’의 대결 아닌 대결, 즉 서로의 소리에 대한 대결로 보여주고 싶어 하셨어요. 정말 각기 다르지만 어떤 장르에 있어서 거장이 된 두 사람이 만났을 때 시너지가 엄청나다는 거죠. 넘버의 순서가 바뀌긴 했지만, 그 넘버에 담긴 의미와 해석은 똑같습니다.“

-이전에는 주로 송화의 이야기로 비춰졌다면, 이번에는 동호의 넘버 '얼라이브(Alive)'와 '마이 라이프 이즈 곤(My life is gone)' 두 곡이 새롭게 추가되면서 동호의 이야기도 많이 드러나게 됐다. 이번 <서편제>는 송화와 동호의 비중이 같게 갔다는 말인가?
“동명의 영화를 보면, 주인공은 사실상 동호라는 말이 있어요. 동호로 인해 스토리가 전개되고 있거든요. 그런데 뮤지컬 <서편제>에선 동호 캐릭터가 애매모호했어요. 왜냐하면 동호는 자신의 소리를 찾아 떠났는데, 진짜 소리를 보여주지 못하고 송화를 만나는 걸로 그려졌었거든요. 동호 캐릭터가 어렵긴 하죠. 이번에 넘버가 추가되면서 동호 비중도 높아지고 캐릭터가 보다 구체적으로 그려졌어요. 걱정 했던 부분은 뮤지컬 <서편제>하면, 송화와 유봉 중심의 이야기를 사랑하시는 분이 많은데 그 분들이 수정된 이야기를 받아들이기 힘드시면 어떠나? 하는 점이요. 뮤지컬 <서편제>를 사랑하시는 분들은 송화에 대한 애정이 더 많이 있는 점도 그렇고요. 동호 역할을 맡은 배우로서, 설득력 있게 캐릭터에 힘을 실어주고 싶어요.”

-남매의 정보다는 사랑이 더 강조됐다.
“이전 <서편제>가 남매의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엔 사랑의 의미가 강해졌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해가 어려운 점도 있어요. 사전 정보 없이 온 분들이 동호와 송화가 이복 남매라는 점을 첫 공연부터 알기 어렵지 않을까. 중간중간 사랑의 느낌으로 표현해야 하는데 어려워요. 그런 해석의 자유가 서편제가 가진 매력이라고 생각하지만요.”

-이전 시즌 뮤지컬 <서편제>는 보지 못하고 작품을 하게 된 건가?
“지난 시즌 공연들은 영상으로 봤어요. 송화(차지연 이자람), 유봉(서범석)은 초연부터 함께 한 배우들이 있는데, 초연 동호는 이번에 함께 하지 않고 있거든요. 그래서 연습할 때, 마이클리, 송용진 선배와 저 이렇게 세 명의 동호가 서로 의지하면서 했어요. 저는 대 선배들과 하는 거라 의지도 되고, 배우는 게 많아요. 북 치는 건 처음이라 선의의 경쟁처럼 장단도 맞춰보고 그랬어요.”

-지오 배우는 북치는 장면에서 상당히 열중한다. 특히 ‘심청가’ 장면이 그러하던데, 북을 치면서 연기의 흐름도 같이 끌고 가는 게 어려운 점이 있나?
“집중하는 걸로 보였다면 제가 잘 못한 것도 있다고 봐요. 공연 텀이 있던 점도 있고, 송화 역 배우들과 다 다른 호흡을 주고 받다 보니 긴장되는 점도 있어요. 그런데 ‘심청가’ 장면은 유독 북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요. 전 그 장면에서 고수 역할을 해야 하는데, 고수는 상대의 소리를 주의 깊게 들으면서, 주고받고 하는 기싸움 같은 게 있거든요. 북 선생님에게도 그렇게 배웠고요. 오랜 시간 북을 쳐 왔던 사람이 아니라 미숙한 부분이 있겠지만, 소리하는 사람에 맞게, 북 소리도 작아질 땐 작아지고, 커질 땐 커지는 호흡을 제대로 주고 받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보인다면, 제가 좀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죠.”

-객석의 중간 정도에 앉는 관객들에겐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은데, 맨 앞자리 관객에겐 보이나 보다.
“연출 선생님이 송화 누나들에게 했던 말들 중에 ‘동호들이 북을 어려워했다’는 말이 있어요. 정말 북을 제대로 치기 힘들거든요. ‘심청가’는 노래 자체가 깊이가 있다보니 더 어려워요. 저한테는 정말 어렵죠. 그 북을 칠 때 저도 모르게 빠져들 때 가 있어요. 너무 몰입이 될 때도 그렇고, 북의 위치를 잘못 놔 북이 흔들렸을 때 긴장되는 고충도 있어요. 회차를 거듭하고 있으니 점점 보완해 가겠습니다.”



■ “힘든 현실 속에도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동호와 닮아 있다”

-송화에겐 한이 사무친다면, 동호는 한보다는 증오심이 더 크다. 어떻게 보면 그 증오심이 동호의 소리를 찾게 하는 매개체가 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동호의 증오심이란 게 한을 요구하는 아버지, 소리를 요구하는 아버지가 싫었기 때문에 생긴거겠죠. 또 아버지의 소리를 들으면 어머니가 생각나 집을 나와요. 부양가 장면에서 ‘어머니가 자신이 죽으면 하루 종일 소리를 해달라’고 했는데, 그 이유를 몰랐던 동호는 아버지를 싫어하게 되잖아요. 그 것 때문에 소리에 대한 경멸감도 커지구요. 아버지만 봐도 어머니가 생각 나 다른 소리를 찾게 된 거죠. 그게 서편제에서 말하는 양키 음악인데, 동호는 미군 부대 앞에서 새로운 자신 만의 음악을 하게 돼요. 증오심을 키워서 소리를 찾았다기 보단, 또 굳이 어떤 것을 가지고 자신의 소리를 찾는다기 보다는 환경에 맞게 찾아 간 것 아닐까요. 동호의 마음 속엔, 시대가 변하는 것에 맞춰 사람들이 원하는 음악을 하면서 송화를 편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커요. 서브 텍스트엔 ‘유랑하면서 소리하는 건 힘들어. 돈 많이 벌어 금방 돌아올게. 금방 돌아올게’ 란 의미가 담겨 있어요. 가족들에게 돌아왔을 때 가족을 그 중에서도 송화를, 좀 더 편하게 살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큰 거죠.”

-‘철없는 혈기’ 넘버에서, 유봉(양준모 서범석)은 '갈길을 몰라 손쉬운 박수에 중독된다'고 말한다. 동호는 서양 음악하면서 스타를 꿈꾸기도 하는데 이 장면에선 어떤 생각이 드나?
“‘철없는 혈기’ 그 노랫말 대사를 보면서 많이 느끼는 게 있어요. 엠블랙 활동을 하면서 되새김 할 수 있는 좋은 말들이죠. 먼저 앞을 내다 본 어른들이 해줄 수 있는 말이니까요. 극 안에서 이야기 하자면, 동호는 17세 18세로 나이가 어리니까. 그런 어린 마음에 당장 집을 나가고 싶고 뜯어말린 아버지가 미워요. 저 역시 창원에서 서울까지 가수를 하겠다고 올라 온 건데, 부모님이 뜯어 말리진 않았지만 걱정이 많으셨어요. 아무 연줄도 없는데 할 수 있겠나? 란 걱정도 하셨는데, 여러 가요제에 나가면서 상을 타면서 네가 실력도 인정 받고, 잘 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알겠으니 밀어주겠다고 하셨어요. 서울로 상경 하고 가수로 서기까지 그 과정에서 힘든 점도 많았어요. 집을 구하다가 사기를 당한 적도 있고 엠블랙 멤버로 활동하기 전에 타이키즈로 활동하기도 했는데, 그 땐 회사가 도산 하면서 소송하는 과정도 겪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할 수 있었던 건 가족을 생각하면서 했던 마음이 커요. 저를 지지 해 주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힘든 현실을 외면하고 포기할 순 없었어요. 동호도 그런 마음이 커요. 그런 점에선 닮아있죠.”

-극중 동호는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 같은 게 있다. 트라우마 까진 아니겠지만, 실제 지오 배우의 아버지를 떠올릴 때면 어떤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나?
“어머니나 아버지에 대해 딱히 그런 건 없어요. 계속 기억에 남아있을 만한 건 없는데, 아버지가 제가 어렸을 때 사업을 하셨는데, 그 과정에서 실패를 거듭하며 집이 힘들어진 적이 있어요. 아버지 모습을 보며 저 역시 돈을 많이 벌어 가족들을 행복하게 해줘야지 그런 비슷한 마음을 가졌던 것 같아요. 아버지나 어머니에 대한 트라우마는 없어요.”



■ “‘심청가’ 장면은 송화에게 동호가 찾아와서 눈을 뜬다는 상징적인 의미”

-조명적으로도 그렇고, 작품 안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인 ‘햇덩이’가 상징 하는 바에 대해 이야기 해달라.
“어렸을 때 엄마가 밭을 매고 있으면, 어린 동호가 도망 못 가게 발이 묶여 있었어요. 그 때 유봉이 나타나 엄마랑 유봉이 사랑하게 돼요. 그 과정이 자기는 묶여 있어서 아무 것도 못할 때, 엄마가 유봉에게 마음을 주고 유봉의 사람이 되는 걸 지켜봐야 했어요. 그래서 뙤약볕이 내리쬐는 날 기억과 유봉이 함께 떠오르는 거죠. 상징적인 비유이긴 한데, ‘소리’ 하면 그런 것들에 대한 상처가 떠오르는 거죠. 동호에겐 그게 트라우마로 남아있어요. 그래서 무대에서 유봉이 등장하고 동호가 넘버를 부를 땐, 다 빨간색 조명으로 햇덩이를 표현하고 있어요. 아빠가 엄마를 집어 삼켰다는 표현이 있는데, 그건 어렸을 때 기억과 떠오르는 주위 모습 때문에 그렇지 않았을까요.”

-송화와 동호가 결국 재회했을 때 그들이 부르는 것은 ‘심청가’다. 특히 마지막은 심청가 속 심청과 장님이 된 현재의 송화와 오버랩 되는 장면들이 많다. 송화는 아버지 때문에 눈이 멀게 되는데, 동호는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마음도 있는 건가?
“그 장면에 대해선 전 좀 다르게 생각해요. 동호는 지난 어머니나 아버지 생각보다 송화에 대한 생각으로 찾아와요. 그런 감정인 거죠. ‘심청가’ 장면을 통해 송화가 자신의 소리를 찾은 모습을 보여주고, 동호 입장에서도 ‘송화가 그토록 원하던 소리를 찾았구나’ 란 생각을 하게 만들죠.”

-‘심청가’ 장면이 끝나며, 극장 전체를 비추는 환한 조명의 숨은 의도는 뭔가? 객석이 함께 여러 가지 의미로 눈을 뜨자는 의미인가?
“사실 조명적인 부분은 세세하게 ‘그건 그런 느낌이야’라고 말씀 해주지 않았어요. 그 때의 동호의 감정은 ‘네가 그렇게 찾고자 했던 네 소리를 찾았구나. 누나지만 참 대단하다. 장하다’ 그런 감정입니다. 동호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내가 그렇게 뜯어말려도 이렇게 자기 소리를 찾게 될 누나였구나’ 등 복합적인 여러 가지 마음이 들어요. 매 공연마다 송화 누나가 달라 계속 마음이 변화는 것도 있어요. 송화 누나들의 감정도 다른 것 같아요. 같이 눈 뜨자는 의미로 다가왔다면 그것도 틀린 의미는 아닌 것 같아요. 관객 분들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그리고 저희 작품이 단순히 ‘심청가’ 판소리를 들려주자는 의미 보단 ‘심청가’의 노랫말과 송화의 입장과 닮은 점이 많아요. ‘심청가’에선 아버지가 눈을 뜬다는 가사 말이 나오지만, 송화에겐 동호가 찾아와서 눈을 뜬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어요. 동호가 찾아와 송화 소리의 눈을 뜨고, 그 소리를 들려줄 수 있게 되죠. 그런데 해석은 되게 자유로울 수 있는 것 같아요.”

-작품에 몰입 중인데, 객석으로 조명이 확 들어와서 집중이 깨진다는 평도 있던데
“객석이 확 밝아지는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조명을 다시 무대로 쏘면서 다시 무대에 집중되는 느낌을 줘요. 물론 무대 위에 있는 사람으로선 객석 조명이 눈으로 확 들어오진 않아요. 관객들은 다이렉트로 조명이 들어올 수 있어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송화와 동호 둘의 만남을 해피엔딩으로 보여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 있다고 해석했어요.”



■ “금방 사라질 거품이 아닌 진짜 실력을 보여주고 싶다”

-이지나 연출가에게 "네 피에는 멜로가 없다"는 지적과 함께, '너에게는 뮤지컬 배우의 피가 있다'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 도대체 지오 배우에겐 어떤 피가 흐르고 있나?
“‘멜로의 피가 없다’는 말은 <서편제> 연습을 하면서 연기적인 부분이 부족하다는 의미이고, ‘뮤지컬 배우의 피가 흐른다’는 말은 예전에 <광화문 연가> 했을 때 하신 말씀이 최근 인터뷰에 실렸어요”

-뮤지컬 배우의 피라는 게 뭔가?
“저는 모르죠. 연출님의 그 말도 인정하고 싶진 않았어요. 뭔가를 잘 해 내고 싶은 열정은 있었지만, 이래서 이렇고 저래서 저렇고는 모르겠어요. 그렇게 겁 없이 뛰어들었던 첫 작품에서 어떤 걸 본 건지는 연출님만이 알고 있는 거라 생각해요. 연출님이 항상 칭찬보다는 꾸지람을 많이 하세요. 선생님이 데리고 온 배우, 작품에 투입이 된 배우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창피 당하기 전에 자신한테 욕을 많이 먹어 발전하라는 마음이신 것 같아요. 오히려 그런 점이 감사하고, 잘 받아들이고 있어요. 선생님이 워낙에 솔직하시고, 좋은 건 좋다고 말씀하세요. 꾸밈이 없으니 좋아요.”

-<서편제> 후반을 달리고 있고, <바람의 나라> 연습도 들어갔는데, 이지나 연출이 이번엔 어떤 피가 흐른다고 말해줬나?
“저는 계속 방어적인 점도 있어요. <바람의 나라> 캐스팅 섭외 들어왔을 때, 아무리 분량적으로 <서편제>의 동호에 비해 많이 없다 해도, 워낙 마니아들이 많고 대단하신 선배들이 많은데 할 수 있나? 게다가 5년만의 재공연에서 원 캐스팅으로 한다는 데 부담이 생겨 계속 확답을 미룬 채 고민하겠다는 답변을 드렸어요. 그랬더니 연출님이 ”네가 이 작품 저 작품 해 봐야 뮤지컬에 녹아들 수 있어. 그래야 관객들에게 널 인식을 시킬 수 있다.“ 면서 계속 저에게 도전 의식을 심어주셨어요.”

-이지나 연출과 작업하게 된 서울예술단의 <바람의 나라>에선 호동 역할을 맡았다. <서편제>의 ‘동호’ 이름을 뒤집으면 ‘호동’이다. 그것 뿐 만이 아니라 일찍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대립하는 점 역시 닮아있다.
“선생님 작품은 타임슬립 아닌 타임슬립이 많아요. 나이대가 많아졌다 줄었다도 해야 하고,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야 해요. 호동이 엄마를 일찍 떠나 보내는 점, 아버지와의 대립 부분은 <서편제>의 동호와 닮은 점이 있어요. 게다가 작품 자체가 어려워요. 연습 초반에 영상을 보고, 대본 분석을 하는데 한자도 많아 쉽지 않았어요. 대사에도 상징적인 의미 , 추상적인 의미가 많아 계속 물음표를 안고 다녔죠. 김진 작가의 원작 만화책도 어려워요. 보통 만화책 처럼 빨리 빨리 넘어가지 않거든요. 앞장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아요. 서울예술단 배우들에게 여쭤보면, 그분들도 어렵다면서 추상적인 의미가 많이 담겨져 있어서 그렇다고 말씀 해주셨어요. 2006년부터 해 온 분들이고 저에겐 모두가 선생님들이라 배울 점이 많아 좋아요. 고영빈 형도 다시 만나 좋고요. 혼자서 해석하는 거 너무 어려웠는데, 같이 토론하고 스터디 클럽처럼 테이블 앞에서 캐릭터 분석, 작품 분석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좋아요.”

-뮤지컬 무대에서 만나 본 엠블랙 멤버들의 열정이 대단해 인터뷰로 만나고 싶었다. 뮤지컬 <문나이트>의 천둥과 승호는 인터뷰 일정이 막판에 아쉽게 어긋났던 에피소드가 있다. 마지막으로 지오 배우는 왜 뮤지컬 무대에 도전했나? 아이돌 가수들이 흔히 말하는 천편일률적인 답변 말고 진심을 말해주면 더 좋겠다.
“아이돌 가수가 뮤지컬에 도전하는 걸 보고, 단발성으로 한다고 보는 시각도 분명 있다고 봐요. 저만의 각오는 잘 하는 것 뿐이고 계속해서 뮤지컬 배우로서 성장하는 거죠. 그런데 이런 각오를 말 하는 것 보다는 무대에서 잘하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진짜 잘하면 (뮤지컬을) 한 번 하든 100번 하든 눈엣가시가 되는 경우는 생기지 않겠죠. 그렇기 때문에 실력적으로 실망 드리지 싶지 않은 게 저의 진심입니다.”

-혹시 JYJ 김준수의 뮤지컬 공연을 본 적이 있나? 왜 그가 뮤지컬에 출연하면 다른 아이돌과는 다른 의미로 이슈가 된다고 생각하나?
“김준수씨의 티켓파워는 두 번째이고 정말 잘 하시기 때문 아닐까요. 연예인들의 티켓파워라는 것도 실력적으로 인정이 안 되면 금방 사라질 거품이다고 생각해요. 준수씨는 뮤지컬 배우 상도 타셨다고 알고 있는데, 실력이 기반 되지 않으면 이뤄질 수 없는 거죠. 배우로서 수천 명의 객석을 사로잡는 아우라 혹은 에너지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점 역시 높게 평가하고 있어요. 가수로서 카메라 앵글 안에서 연기하는 걸 배웠는데, 무대 연기인 뮤지컬을 하면서 제 모든 걸 다 쓸 수 있게 된 점이 좋아요. 노래와 연기를 다 보여줄 수 있는 연기 중에 최상인 뮤지컬 작업을 할 수 있게 돼서 감사해요. 제 인생에 있어서 뮤지컬에 도전 한 건, 절대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아요. 저에게 실망을 하는 분도 있겠지만, 빨리 빨리 고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 모든 게 저에겐 정말 소중한 시간으로 기억 될 것 같아요.”

공연전문 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오넬컴퍼니, 프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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