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규에 이어 박진영, 설마 충격 상쇄용인가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지난 28일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은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 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로 인해 접속자가 폭주하면서 한때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다. 그 글은 이번 세월호 참사로 인해 드러난 대통령 리더십의 부재에 대한 강력한 비판 내용이 조목조목 담겨 있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하루 만에 무려 52만 명이 읽었고 공감한다는 댓글들이 줄줄이 달라붙었다.

하지만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 정모씨가 “글 삭제를 원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삭제하자 갑자기 외압설이 나돌았다. 하지만 이 글의 원작자는 정모씨가 아니라 <희망버스> 애니메이션 감독인 박성미씨인 걸로 밝혀졌다. 자신이 원작자가 아닌 글이 일파만파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자 정모씨가 부담을 느꼈던 것. 현재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삭제된 이 글을 박성미씨는 자신의 이름으로 재차 올렸다. 이 일은 지금 현재 세월호 참사로 인해 이반되고 있는 대중정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와중에 지난 26일에는 YTN뉴스에서 때 아닌 ‘이경규 골프 회동’을 논란거리 뉴스로 내보냈다. 세월호 참사로 모두가 애도 분위기인데 이경규씨가 골프를 친 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것이다. YTN뉴스는 이것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까지 내놨다. 이 뉴스는 세계일보를 통해서도 기사화됐고 예상대로 일파만파 논란을 가져왔다.

하지만 논란은 이경규씨에 대한 질타가 아니라 이걸 굳이 보도한 매체들에 대한 질타로 이어졌다. 이경규씨가 잘한 건 없지만 공인 잣대를 내세워 애도를 강요하는 분위기는 잘못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세월호 참사로 지탄받아 마땅한 이들로부터 본질을 흐리는 이런 뉴스거리가 ‘의도적인 이슈 만들기’의 일환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지난 25일 JTBC <뉴스9>에서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지난 해 해양수산부가 만든 ‘해양사고 위기관리실무 매뉴얼’에는 언론담당자가 할 일로 이른바 ‘충격 상쇄용 기사 아이템 발굴’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해수부측에서는 엉뚱한 보도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충격 상쇄용’이라는 표현은 그 자체로 충격적이다.

이경규씨에 대한 논란이 역풍을 맞자 또다시 떠오른 것이 박진영 관련 이슈였다. 지난 28일 증권가에 올라온 루머에 따르면 ‘박진영과 지난해 10월에 재혼한 부인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동생의 딸이며, 구원파 신도들의 자금 중 약 5억 원이 JYP엔터테인먼트에 유입됐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박진영씨는 먼저 자신의 아내가 유병언 회장의 조카인 것은 맞지만 ‘불법 자금 유입설’은 아니라며 이러한 근거 없는 루머에 대해 강력 대응할 것임을 밝혔다.

이러한 루머에 대해 대중들은 ‘자금 유입’은 없었다고 해도 박진영씨의 부인이 유병언 회장의 조카라는 사실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구설과 논란 역시 세월호 참사의 문제를 엉뚱하게 연예인 이슈로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네티즌들 중에는 이경규에 이은 박진영의 논란이 그래서 “충격 상쇄용”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흥미로운 건 이러한 이슈들이 본질을 덮기 보다는 오히려 본질의 문제를 점점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덮으려는 행태는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국민들을 여러 차례 실망시킨 근본적인 원인이다. 갑작스레 튀어나오는 일련의 연예인 이슈들에 대한 반응은 그래서 언론에 대한 대중들의 의구심과 실망감만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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