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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크로스’ 뉴스엔 안 나오는 권력층 손장난
기사입력 :[ 2014-05-07 15:27 ]


‘골든크로스’ 보도 불가한 세계를 보는 묘한 기분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KBS 수목드라마 <골든크로스>를 보고 있으면 뉴스에서 보도할 수 없는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기분이 묘하다. 상위0.001%의 정재계 비밀클럽 골든크로스의 음모에 의해 평범한 가정이 산산조각 난 후 주인공이 그들에게 복수한다는 이 설정이 이제는 그렇게 참신하진 않다. SBS <추적자>의 성공 이후 <골든크로스>처럼 이기적인 권력층을 악역으로 삼는 드라마가 적잖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극장에서도 몇 년 전부터 계속 비슷한 소재의 작품들이 개봉하고 있다.

다만 <골든크로스>는 기존의 비슷한 작품들이 재빠른 편집으로 이야기를 현란하게 풀어가는 것과 다른 방식을 택한다. 소재는 근자의 것이지만 이 드라마의 서술 방식은 정석적이고 정서적이다. 드라마는 차근차근 권력층의 손장난에 허물어져 가는 한 가정의 모습을 그려낸다.

특히 드라마 초반부에 <골든크로스>는 드라마의 주인공이자 검사 임용을 앞둔 강도윤(김강우)보다 그의 아버지인 한민은행 투자팀장 강주완(이대연)과 도윤의 여동생이자 거대한 음모에 의해 경제기획부 금융정책국장 서동하(정보석)와 스폰 관계를 맺게 되는 연예인 지망생 강하윤(서민지)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두 부녀는 모두 가족을 사랑하며 선한 마음을 지닌 인물이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오히려 이 둘에 비하면 주인공 도윤이나 도윤의 어머니인 오금실(정애리)은 악한 인물은 아니지만 현실적이고 억척스러운 면을 지니고 있다. 금실이 가게를 인수할 자금을 위해 은행에서 편법으로라도 돈을 좀 마련해 보라고 주완을 닦달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도윤 역시 어머니의 편에 서서 아버지의 우직한 삶이 가족들을 때론 힘들게 했다고 투덜거린다.

상고 출신의 우직한 가장 주완은 하지만 편법이란 말 자체를 혐오하는 인물이다. 그는 지극히 의로운 사내다. 드라마는 주완의 과거, IMF 이후 자신이 일하던 중소은행을 지키려다 결국 철창신세를 진 사건을 충실하게 묘사한다. 하지만 현재의 직장인 한민은행에서 그는 골든크로스와 연을 맺고 있는 행장(정원중)의 유혹을 떨쳐내지 못한다. 주완은 BIS 비율을 조작해 은행 매각 절차를 돕는 대신 행장에게 3억원의 돈을 받는다. 그 돈으로 아내는 가게를 인수할 수 있게 되고 가족들은 행복해한다.

하지만 여기서 주완의 의로움이 다시 그의 발목을 잡는다. 평범한 이들이라면 외면할 의로움 때문에 그는 3억을 다시 행장에게 돌려준다. 이 남자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한민은행을 매각하려는 음모가 담긴 서류를 들고 노조위원장을 찾아가고 인터넷언론의 한 기자에게 서류를 보낸다. 노조위원장은 주완을 배신하고 사측에 들러붙지만 주완이 뒤통수를 맞는 건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그의 딸 하윤 역시 아버지 못지않게 가족을 사랑하는 순진한 인물이다. 그녀는 억지로 금융정책국장과 스폰서관계를 맺은 후에도 그 관계를 계속 이어간다. 그건 연예인으로서의 성공 때문이 아니라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다. 기획사 대표로 위장한 골든크로스의 대표 홍사라(한은정)는 하윤이 스폰 관계를 거절할 시에 금융정책국장인 동하가 검사 임용을 앞둔 도윤의 앞길을 막을 수도 있다며 그녀를 협박한다. 이 협박에 하윤은 스폰 관계를 유지하고, 또한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주었다가 다시 가져간 돈 3억 대신 동하의 도움으로 어머니에게 가게를 인수할 돈을 마련해준다. 하지만 가족이 알지 못하는 하윤의 비극은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상상조차 하지 못한 끔찍한 방향으로 빠르게 달려간다.

그리고 결국 아버지의 비극과 딸의 비극이 한 지점에서 만나 이 가족을 붕괴시키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의 시작은 바로 인터넷언론의 기자다. 그는 우연히 하윤과 스폰 관계를 맺고 있는 동하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리고 하윤과 자신에게 한민은행 불법매각 서류를 보낸 주완이 부녀 관계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기자는 하윤을 찾아가 당신의 아버지가 의로운 일을 하다 직장을 잃은 상태며 그 음모의 중심에 동하가 있다고 알려준다. 서윤은 아버지의 복직을 위해 동하의 비리를 캐내겠다고 결심한다. 하지만 사건은 동하가 서윤이 아버지하고 통화하는 내용을 우연히 듣고, 그녀의 핸드폰에 저장된 아버지 주완의 얼굴을 발견하면서 급격하게 비극으로 치닫는다. 동하는 갑작스레 분노하며 골프채를 휘둘러 하윤을 살해한다.

동하는 주완을 알고 있었다. IMF 시절 자신이 일하던 중소은행을 지키려고 애쓰던 은행원 주완을 눈앞에서 짓밟은 사람이 동하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눈앞의 사람을 죽일 만큼 분노할 수가 있을까?



드라마는 그 상황의 갑작스런 폭발을 이해시키려 살인사건이 벌어지기 전 상위0.001% 골든크로스 멤버인 정재계 비밀클럽 동하의 일상 역시 하윤 가족의 일상과 비슷한 비중으로 차근차근 묘사한다. 동하는 상위0.001%였지만 그의 처갓집은 상위 0.0001%의 명문가였다. 동하의 장인은 법률사무소 신명의 고문으로 국무총리, 대법관, 여당총재를 배출한 어마어마한 집안의 인물이다. 그의 아내 역시 언제나 동하를 무시하기 일쑤다. 이 집안에서 그는 남자가 아닌 딸랑거리는 데릴사위의 삶을 살아간다.

기존의 다른 악역들과 달리 동하는 언제나 예의바르고 부드러운 남자의 미소를 짓고 산다. 하지만 그의 내면에는 언제나 아버지-딸로 이어진 자신이 깰 수 없는 권력에 대한 분노와 콤플렉스가 자리하고 있다. 그의 부드러운 미소는 부드러움 속에 실은 조커의 미소처럼 비틀린 분노를 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분노는 언제나 자신보다 강한 자가 아닌 약한 자를 향해 폭발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그가 골프채로 서윤을 후려치는 순간, 그의 머릿속에서 장인어른과 아내의 모습이 어른거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리고 순간의 충동으로 살인자가 된 동하는 정신을 차리자 자신이 저지른 일에 당황한다. 그는 겁먹은 어린아이처럼 눈앞의 사건에 아연실색한다. 명령으로 사람들을 움직여 수많은 이들을 사지에 몰아넣은 동하였지만 자신의 손에 직접 피를 묻혀 누군가를 죽이기는 처음이었을 테니 말이다. 그 상황에서 동하는 자신보다 좀 더 냉철한 인물에게 다급히 연락을 취한다.

바로 신명의 파트너 변호사이자 동하의 오랜 친구인 박희서(김규철)다. 공안검사 출신인 박희서는 이 드라마에서 피도 눈물도 없을뿐더러 그걸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그는 냉정하게 사건을 분석하고, 이 사건을 딸이 스폰서 관계를 맺은 걸 보고 분노한 아버지의 살인극으로 꾸며나간다. 그리고 서윤으로 위장해 보낸 문자메시지를 받고 달려온 주완은 딸의 죽음 앞에서 아연실색하다 갑작스레 들이닥친 경찰에게 붙잡혀 끌려간다. 살인자라는 누명을 쓴 채.



그리고 취조실의 어두운 불빛 아래에서 주완은 희서와 처음 만난다. 희서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쿨하게 말한다.

“특혜를 거부하셨으면 이 정도 각오는 하셨어야지.”

희서는 이어 자신의 노트북으로 동영상을 보여준다. 주완 아내의 가게에 설치된 폭탄의 모습과, 그 순간 아들의 검찰 임용을 기뻐하며 가게에서 동네주민들과 한바탕 잔치를 벌이고 있는 모습을 동시에 말이다.

“이게 터지면 단순 폭발사고로 처리될 거예요.”

희서는 그러면서 딸을 죽였다고 자백하라고 느릿느릿 주완을 협박한다. 주완은 폭발을 향해 달려가는 폭탄의 초침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결국 폭탄은 멈추고, 딸의 스폰서였던 남자의 돈으로 얻은 가게는 살아남는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의로운 가장이 아닌 딸을 살해한 가장의 가정으로 낙인찍힌 도윤의 가정은 풍비박산난다. 아이러니하게도 주완을 협박하던 희서의 노트북에는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다.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

그리고 후에 희서는 자신이 속한 법무법인 신명은 영원한 갑이고, 갑은 늘 정의며,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여기서 드라마와 뉴스는 또 갈라진다. 뉴스는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라고 보도할 수는 있지만 그 정의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정의인지는 보도하지 않는다. 뉴스는 객관적 사실만을 공정하게 보도해야 하는 것이 원칙일 테니까. 하지만 그 공정함이 고작해야 우리 눈에 안대를 둘러주는 것이 전부일 때, 뉴스는 지극히 진부해진다.

그런 면에서 희서가 동하에게 하는 <골든크로스>의 대사는 인상적이다.

“서국장, 진실은 팩트가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거 그게 진실인 거야.”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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