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생연분’, 한국 서정 오페라 부파의 한 유형을 제시

[엔터미디어=공연전문기자 정다훈] 오는 31일부터 6월 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되는 <천생연분>은 2006년 3월 <결혼 Der Hochzeitstag>이라는 제목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 오페라극장에 초청되어 초연되었다. 2007년 일본 도쿄, 2008년 중국 베이징에서 공연되며, 당시 현지 언론으로부터 “푸치니를 뛰어넘는 작품”, “풍부한 한국의 문화와 유럽적인 요소의 이상적인 결합”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원작 오영진의 <맹진사댁 경사>는 한국 전통 혼례에 초점을 맞추어 권선징악적 주제를 다룬다면, 대본 이상우, 명콤비 연출가 서재형과 작가 한아름(개작 및 가사)이 크리에이티브로 참여하는 오페라 <천생연분>은 관습적인 결혼 제도의 모순에 맞선 인간 본연의 자유 의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결혼이라는 것이 하늘이 정한 짝을 찾는 ‘소중한 하늘의 선물’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올해로 5회를 맞은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마지막 참가작, 국립오페라단의 <천생연분> 기자간담회에서 작곡가 임준희는 “창작 오페라에 대한 선입견 없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은 다섯 편. 한국오페라단의 '살로메', 호남오페라단이 선보이는 지성호의 '루갈다', 글로리아오페라단의 푸치니의 '나비부인', 베세토오페라단의 생상스의 '삼손과 데릴라', 국립오페라단이 선보이는 임준희의 '천생연분'이 순차적으로 공연된다.

양정웅 연출에 이어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게 된 서재형 연출은, "삶의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는 오페라이다. 아름다운 청춘들의 <천생연분>을 보며 누구나 다시금 사랑의 희망을 갖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오페라에 대한 탁월한 연주와 해석을 보여주는 김덕기 지휘자(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국내외 오페라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한국인 성악가들이 참여한다. 소프라노 서활란(서향), 테너 이승묵(몽완), 소프라노 이현(이쁜이), 바리톤 강주원(서동), 베이스 함석헌(맹진사), 메조소프라노 최혜영(맹부인), 테너 송원석(이방), 바리톤 제상철(김판서)이 함께한다.



■ "한국의 미학과 문화가 듬뿍 담겨있는 '살아있는' 오페라"

재공연 되면서 내용적으로 크게 달라지는 점이라면, 사랑의 도피가 아닌 극적인 새로운 결말을 이끌어 낸 것. 임준희 작곡가는“(2006년 초연 때)과연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주인공 서향이 종인 서동과 사랑의 도피를 하는 것이 하늘이 만들어준 인연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계속 됐다. 이번에 한아름 작가와의 협업으로 "'천생연분'이라는 타이틀에 초점을 맞춰 극적 진행과 결말을 다듬었다"고 설명했다.

2014년 공연에선 서향과 서동이 아닌, 서향과 몽완의 사랑이 결실을 맺게 된다. 그 결과 성악가들의 음역대도 변화가 생겼다. 이전 공연에선 레제로 테너가 몽완 역을 맡았다면 이번엔 리릭 테너 이승묵이 캐스팅 됐다. 이에 대해 이승묵은 “지난 공연엔 ‘서동’이 주인공이었다면 이번엔 ‘몽완’이 주인공이다. 그에 따라 바리톤이 맡는 ‘서동’ 역 음역대도 달라졌다. 이전 서동이 음색이 리릭 했다면, 이번 서동은 레제로에 가까워 ‘몽완’이란 인물에 힘이 실리게 된다”고 전했다.

여러 차례의 창작 오페라 작업을 해 온 이승묵은 “창작오페라가 계속적으로 공연 될 수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며 ‘천생연분’의 음악이 가수가 액팅하기에 좋은 음악이라 더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푸치니 음악을 연상시키듯 각 장면에 맞는 선율이 흘러나온다. 노래하면서 자연스런 연기까지 할 수 있는 음악이 곳곳에 배치됐다. 마치 작곡가가 연출의 시각까지 미리 생각하고 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에 대해 임준희 작곡가는 “특별히 연출을 생각하고 작곡을 하진 않았다. 다만 상상을 하면서, ‘이 장면에선 이 정도의 액팅 시간이 걸리겠지’를 고려해서 작곡을 한 건 있다”고 답했다.

임 작곡가는 추가적으로 “대본에 나타나는 언어의 여러 가지 미묘한 뉘앙스를 표현하기 위해 아리아, 레시타티브는 물론 아리오소, 말과 노래의 중간 단계, 대사 등 다양한 표현 방법을 사용했다.

극의 상황이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운명의 모티브, 혼례의 모티브, 수수께끼 모티브, 짝이 뒤바뀌는 모티브, 맹진사의 모티브, 서향의 모티브 등 다양한 라이트모티브(Leitmotiv)의 사용으로 마치 음악과 인물의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듯한 즐거움을 준다“고 음악적 특징을 전했다.

2막 오페라에서 3막 오페라로 다시 태어났다. "2014 <천생연분>은 서곡, 프롤로그, 에필로그를 포함한 3막 80장 40곡(2006년 공연은 2막 8장 22곡)으로 확대되었고, 서정과 해학, 재미를 축으로 하여 한국 서정 오페라 부파의 한 유형을 제시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천생연분>은 "한국의 미학과 문화가 듬뿍 담겨있는 '살아있는' 오페라"이다. 임준희 작곡가는 “사람이 가진 중에 가장 큰 것은 사랑”이나 “당신과 나는 우리 세상의 처음입니다”란 이상우 대본의 가사는 아직도 이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주요 메시지를 내포한다. 주요 골격을 이루는 결혼의 의미와 철학, 서정성은 그대로 살리고 2014년 청중을 위한 극적 재미와 긴장감을 강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국립오페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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