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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아이즈’ 손발 오그라들어도 빠져드는 까닭
기사입력 :[ 2014-05-18 08:01 ]


‘엔젤아이즈’의 배경음악이 주는 탁월한 효과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SBS 주말드라마 <엔젤아이즈>에 빠져드는 팔 할의 이유는 배경음악 때문이다. 물론 이 드라마의 다른 요소들이 다 그저 그렇다는 의미는 아니다. <엔젤아이즈>는 순정만화 같은 멜로드라마가 지닐 법한 모든 요소들을 적절하게 지니고 있다. 화면은 섬세하고 아름답게 조율되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딱히 긴박한 사건 진행이 없음에도 보는 즐거움을 준다. 서로 첫사랑이었던 눈 먼 소녀와 고등학생 소년이 몇 년 후 재회해 다시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순정만화 같지만 이 드라마에는 알맞은 플롯이다. 이런 타입의 드라마에서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인 연애나 치명적인 사랑이 아니라 선남선녀의 아름다운 사랑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엔젤아이즈>는 <가을동화>나 <겨울연가>처럼 마냥 예쁘기만 한 건 아니다. 어떤 장면이나 대사들은 보는 이들의 가슴에 아릿하게 스며들기도 한다. 그건 이 드라마가 단순히 팬시상품처럼 예쁜 사랑을 보여주는 일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사랑이란 감정이 주는 치유에 대해서도 종종 생각할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 윤수완(남지현)과 어린 박동주(강하늘)가 만나 서로를 알아가고, 운명적인 첫사랑에 빠지고, 이별의 순간을 맞이하는 1, 2회는 이 드라마의 백미였다. 터널 내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고 눈을 다친 수완은 어둠 속에서 외로이 살아간다. 그녀가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엄마가 있는 하늘나라 밤하늘의 별이 전부다. 눈은 보이지 않지만 마음으로 별을 볼 수 있는 수완은 어느 날 천문대에서 천문대를 견학 온 학생들에게 별자리를 설명하는 일을 맡는다. 그리고 천문대에서 별자리를 설명하다 실수해 당황하던 그녀의 귓가에 자신을 도와주는 한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고등학생 동주다.

한편 고등학생 동주는 새벽마다 엄마가 만든 죽을 배달하는 일을 한다. 동주는 그때 수완의 모습을 보고 호감을 가진다. 하지만 구급대원이었던 아버지가 수완의 어머니를 구하려다 터널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비극은 알지 못한다. 동주가 알지 못한 건 그것만이 아니다. 천문대에서 별자리를 설명하다 실수하는 수완 옆으로 몰래 다가가 도와주고도 그녀가 눈이 멀었다는 걸 알지 못한다. 어느 이른 새벽 트럭이 오는지도 모른 채 맥없이 걸어가는 수완을 구해주고 나서야 그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동주는 수완이 천문대에서 도와준 자신을 외면했던 것이 아니라 볼 수 없었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된다. 또한 수완이 볼 순 없어도 동주의 목소리는 그날 이후 계속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 역시. “넌 못생긴 목소리라서 기억 나.”



두 사람은 그렇게 연인이 되고 동주는 눈 먼 수완이 늘 바라왔던 것들을 이루도록 도와준다. 극장에서 영화 보기, 번지점프하기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동주는 자신의 어머니인 유정화(김여진)를 수완에게 소개시켜 주면서 따사로운 가족의 세계를 다시 찾게 해준다. 이 드라마에서 정화는 지혜로우면서도 활기찬 모성적인 여인으로 묘사된다. 그녀는 수완을 위해 본인의 요리레시피를 테이프에 녹음해 선물해 준다. 수완이 각막 기증자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전화를 받고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갈팡질팡할 때는 엄마의 목소리로 속삭인다. “수완아, 네가 설령 못 보게 되더라도 네가 예쁜 아이라는 건 변함이 없어.”

동주와 정화의 이런 사랑은 외골수고 어딘지 퉁명스러웠던 수완을 점점 따뜻한 마음과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사람으로 되돌려놓는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이야기들 위로 눈물방울처럼 적절하게 톡톡 내려오는 음악들은 <엔젤아이즈>를 더욱 빛내준다. 우리 귀에 익숙한 팝송들은 물론이고 드라마의 테마음악인 스웨덴 뮤지션 라세 린드의 ‘Run to you’, 드라마를 위해 만들어진 딕펑스의 보컬 김태현의 ‘눈물이 펑펑’이나 윤건의 ‘그리워도 너무나’, 백아연의 ‘내가 아는 세 가지’같은 노래들까지. 이만큼 음악과 이야기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작품은 거의 없지 않았나 싶다.



재미있게도 <엔젤아이즈>는 방영 전에는 대부분의 이들이 가자미눈을 뜨고 지켜보던 드라마였다. 작가의 전작이었던 <꽃보다 남자>는 히트작이었지만 유치한 대사의 남발이 유독 심했던 작품이었다. 같은 작품에서 금잔디로 출연해 특유의 과장된 연기를 보여준 구혜선은 이후 최근 작품인 <부탁해요, 캡틴>에서도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진 못했다. 한편 남자주인공 동주를 맡은 이상윤 역시 멜로물의 주인공보다 엄마의 든든한 아들 같은 분위기가 더 강한 배우였다.

하지만 막상 이 두 배우가 전면에 나선 뒤에도 드라마는 여전히 흥미롭다. 스토리의 진행은 역시 멜로물의 전형을 따르지만 두 사람이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들이 가끔 손발이 오그라들 것처럼 달콤해도 그 달콤함에 눈살이 찌푸려지진 않는다. 이상윤이 연기하는 현재의 동주 역시 과거의 동주와는 분위기가 다르지만 오히려 순정만화 같은 이 드라마에서 텁텁하고 현실적어서 귀여운 남자주인공 같은 색다른 맛이 있다. 여주인공 구혜선 역시 짧은 머리에 괜히 다부진 척하던 <부탁해요, 캡틴> 시절에 비하면 이 드라마에서 훨씬 빛나 보인다. 그녀의 움직임이나 표정 감정은 여전히 어딘가 뻣뻣하지만 원래 순정만화 여주인공이 살아 있는 인간만큼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니기란 불가능한 법이니까. 무엇보다 여전히 아름다운 음악 때문에 <엔젤아이즈>는 가자미눈으로 지켜보다가도 어느새 천사의 눈으로 화면을 응시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서 동주와 수완의 사랑을 다시 응원하게 되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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