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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좋은’, ‘왕가네’ 반토막 시청률에도 빛나는 건
기사입력 :[ 2014-06-02 10:11 ]


‘참 좋은 시절’, 평가절하가 아쉬운 막장과의 대결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KBS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은 20%에서 30% 사이를 오간다. 이전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이 5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물론 낮은 수치다. 하지만 이 단순한 시청률 수치의 비교만으로 <참 좋은 시절>이라는 드라마의 도전을 평가절하 하긴 어렵다. 이 드라마는 지금껏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어온 막장의 코드들과 일대 전쟁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출생의 비밀. 불륜. 이런 막장에서 흔히 보던 소재들은 그 소재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이미 그리스 비극에서부터 지금까지 고전적인 드라마들 속에서 이 소재들은 끊임없이 사용되어 왔으니까. 하지만 중요한 건 이 소재들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의 문제다. 막장이 이들 소재를 쓰는 방식은 자극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전형화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출생의 비밀 코드는 복수극 설정으로 사용되거나, 인물의 인생역전 스토리로 반복 사용되는 식이다.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대목에는 여지없이 코드화된 영상 연출이 들어간다. 긴박하고 자극적인 배경음악이 깔리면서 인물들의 경악하는 표정이 클로즈업 되는 식이다. 불륜도 마찬가지다. 발각된 불륜은 파탄난 가족의 모습을 극화하기 마련인데 주인공이 집기를 부수거나 집어던지는 장면은 대표적인 클리쉐로 사용되곤 한다.

그렇다면 <참좋은 시절>은 어떨까. 이 드라마에는 유독 많은 출생의 비밀이 들어가 있다. 먼저 장소심(윤여정)과 함께 사는 세컨드 하영춘(최화정)에 얽힌 출생의 비밀이다. 그녀는 사실 강동희(택연)의 친모로 그를 장소심의 집에 맡기고 떠났던 인물이다. 강동희 또한 출생의 비밀을 숨기고 있었다. 그의 동생으로 길러진 강동주(홍화리)와 강동원(최권수)은 사실 그의 자식들이다.

중요한 건 이 출생의 비밀이 풀어지는 과정이다. 강동주와 강동원에게 자신이 진짜 아빠임을 말하는 강동희의 이야기는 자극적이기보다는 따뜻한 부성애를 드러낸다. 물론 이 가난한 아빠가 아이들의 인생역전을 시켜줄 리 없다. 이것은 하영춘이 강동희의 친 엄마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참좋은 시절>이 말하는 ‘출생의 비밀’은 자극이 아니라 가족애다. 잘못이 있어도 가족이라는 테두리로 서로를 껴안는 이야기.



태섭(김영철)을 남편으로 둔 하영춘과 첩 장소심의 사이를 보면 이 드라마에서 바라보는 남다른 불륜의 코드를 읽을 수 있다. 보통의 막장드라마에서 이런 설정은 본처가 첩을 핍박하거나, 거꾸로 첩이 안하무인격으로 본처를 핍박함으로써 극성을 올리는 장치로 사용되곤 한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장소심을 존경하고 무조건 따르는 하영춘과, 그런 하영춘을 보듬고 챙기는 장소심의 돈독한 관계를 보여준다. 본처와 첩이라는 관계를 넘어 인간애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불륜 코드를 뒤집는 것이다.

그렇다면 막장드라마에서 그토록 흔하디흔한 복수극 설정은 어떻게 활용될까. 검사로 금의환향한 강동석(이서진)은 차해원(김희선)과 과거 어른들의 복잡한 관계로 뒤얽혀 있지만 두 사람은 그 상황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마음을 접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현재의 사랑은 과거의 대립과 반목을 뛰어넘는다.

혹자는 20%대 언저리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참 좋은 시절>을 그 시청률로만 평가하려 한다. 또 이 드라마가 그저 너무 착하기만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선함을 전면에 내세워 이 드라마가 막장 드라마들이 그토록 해왔던 자극적인 클리쉐들과 결코 쉽지 않은 대결을 벌이고 있다는 것은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자극으로 가득 채워 40%, 50%를 내는 막장드라마들보다 인간의 선한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면서 20%를 내는 <참 좋은 시절>이 훨씬 가치 있지 않을까. 사람의 삶이란 출생의 비밀이든 불륜이든 복수든 무수한 질곡과 대립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 대립을 자극으로 뽑아내기 보다는 ‘참 좋은 시절’로 바라보는 이 드라마의 따뜻한 시선이 좋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약해빠진 것이 아니라 그 어느 것보다 강한 비판의식이 내재되어 있는 시선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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