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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를 점령한 ‘남탕 드라마’의 장점과 단점
기사입력 :[ 2014-06-03 12:57 ]


남탕 냄새 풀풀 풍기는 월화극의 매력과 한계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월화 지상파 드라마에서 이렇게 ‘남탕’ 냄새가 풀풀 풍기기는 참 오랜만이다. MBC의 <트라이앵글>, KBS2의 <빅맨>, SBS의 <닥터이방인> 모두 수염 까칠까칠한 남자 연출자와 작가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다.(물론 <닥터이방인>은 여성작가가 함께 참여하지만 이 작품의 서사는 여성취향보다 남성취향 쪽에 훨씬 가깝다)

그러다보니 재미있게도 작품성과는 별개로 드라마의 남자 등장인물들에서 세련된 맛은 없지만 벌거벗은 남자들의 날짜 모습들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그들은 여성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낭만적이지 않고, 엄마들이 보기엔 내 아들 망칠 놈이 틀림없다. 하지만 남성들의 입장에서는 살아가면서 한두 번은 술잔을 기울였을 법한, 그게 아니라면 즐겨보던 소년만화책에서 등장했을 법한 인물들을 만나는 반가움이 있다. 또한 장미꽃 한 송이보다 디스 한 갑 손에 쥐는 것이 어울리는 이 캐릭터들을 연기하는 주연급 남자배우들 역시 현재 최적의 합을 보여준다.

MBC <트라이앵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로는 조실부모한 장동철로 태어나 유년 시절 형과 동생까지 잃고 사북의 ‘개양아치’로 살아가는 허영달(김재중)이 있다. 허영달은 반반한 얼굴에, 눈에 힘 팍 준 표정, 거기에 허세만 가득 낀 이십대 초반의 뒷골목 남자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하지만 정작 이런 매력은 그의 외모나 분위기에 혹한 여성들이나 그의 뒤를 따라다니는 몇몇 똘마니들에게만 먹힐 뿐이다. 영달의 잔머리 IQ는 겨우 세 자리 숫자에 턱걸이하는 정도고, 그의 잘난 얼굴은 사북의 형님들의 주먹세례에 피멍이 들거나 퉁퉁 부어 있기 일쑤다.

결국 사북 바닥에서 영달이 가장 잘하는 일은 사고치고 똥강아지처럼 재빠르게 도망치는 일이 전부다. 아이돌 동방신기 출신의 김재중은 우리가 고교시절 숱하게 보아왔을 이 허세 낀 양아치 허영달을 너무나 능청스럽게 보여줘서 놀랄 정도다. 그는 친구들 앞에서는 센 척하고, 형님들 앞에서는 바짝 엎드리고,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괜히 머쓱해하는 모습이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없다.



한편 KBS <빅맨>은 김지혁(강지환)과 강동석(최다니엘)이란 인물을 통해 가진 것 없고 욱하는 성격이지만 사랑스러운 동네형과 엄친아에 야비하지만 내면은 어리광쟁이인 도련님의 성격을 꽤 그럴 듯하게 묘사한다. 고아로 태어난 지혁은 젖먹이 때부터 정에 굶주린 녀석이다. 그래서 주먹깨나 쓰는 그를 무장해제 시키는 건 주먹이 아니라 바로 타인의 따스한 정이다. 하지만 시장상인들의 따사로운 정 속에 시장골목의 떠돌이 개처럼 사랑받던 지혁은 하룻밤 사이에 재벌가 현성의 숨겨졌던 아들로 운명이 뒤바뀐다.

물론 지혁을 뇌사자로 만들어 그 심장을 교통사고로 중태에 빠진 동석에게 이식하려는 현성가의 음모가 이상하게 꼬이면서 벌어진 해프닝이다. 하지만 이 사건 덕에 재벌가의 아들이 된 지혁은 동석이 사장으로 있던 현성유통을 맡게 되고 의외의 순발력과 운의 힘으로 부도 직전의 기업을 제자리에 올려놓는다. 하지만 동석이 회복되면서부터 지혁은 현성의 비리를 덤터기쓰는 것도 모자라 사기죄라는 누명까지 덮어쓰고 결국 죽음 직전의 위기까지 내몰린다.



엄친아 동석이 날건달 지환을 그렇게까지 내모는 이유는 무엇일까? 표면상으로 동석은 지혁을 하찮은 쓰레기로 무시한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길거리의 날건달 같은 지혁에 대한 질투심이 자리잡고 있다. 모든 것을 소유한 재벌가의 후계자 동석은 약한 심장 때문에 완벽하고 강한 남자다움을 가지지 못했다는 콤플렉스에 시달린다. 더구나 성인이 된 그를 언제나 연약한 어린아이처럼 대하는 부모의 사랑 역시 그에게는 수치스러울 따름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의 눈앞에 나타난 아무것도 없는 쓰레기 같은 지혁은 늘 여유가 넘치고 남자답고 당당하다. 더구나 자신의 연인인 소미라(이다희)는 물론이고 현성의 직원들까지 그 날건달 같은 녀석에게 빠져든다. 동석은 그것을 참을 수 없는 것이다.

SBS <돈의 화신>을 통해 이런 종류의 유들유들한 ‘쌈마이’ 정서의 남자를 보여주는 데 선수가 된 강지환은 <빅맨>에서도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선보인다. 그의 연기 때문에 종종 동화처럼 나이브하게 이야기가 흘러가 김이 빠지는 <빅맨>이 흥미롭게 되살아날 정도다. 한편 최다니엘 역시 평소에 보여준 훈남이나 시크한 남자가 아닌 엄친아지만 야비한 인물을 잘 그려내는 바람에 이제는 그가 안경테를 만지는 동작 하나하나까지 짜증날 정도다.



한편 SBS <닥터이방인>의 천재적인 탈북 외과의 박훈(이종석)은 현실적인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까닭은 박훈 자체가 소년만화에 흔히 등장하는 괴짜에 다소 ‘오덕오덕’한 성격이지만 얼굴은 미남이고 천재적인 능력을 지닌 캐릭터와 닮았기 때문이다. 이 만화에서나 익숙할 법한 인물을 현실세계 드라마로 옮겼을 때 이종석만큼 괜찮은 캐스팅은 없는 듯하다. 소년만화 같은 얼굴에 순정만화 주인공의 기럭지를 소유한 그는 이 드라마에서 박훈을 비현실적이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로 만들어놓는다. 더구나 징징거림과 진지함의 미묘한 경계에 서 있는 젊은 남자애 특유의 분위기를 그려내는 데 이종석은 의외로 독보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이 ‘남탕’ 드라마의 남자들이 생생하다고 드라마까지 전부 찰떡같은 건 아니다. <트라이앵글>은 작가의 수많은 전작들이 오버랩되며 다소 진부하게 다가온다. <빅맨>은 흥미롭지만 가끔은 동화처럼 ‘착한’ 설정과 직진으로만 흘러가는 빤한 전개에 실소가 나올 때가 있다. 배우 강지환이 비슷한 성격의 유들유들하고 ‘날티’나는 인물 이차돈으로 등장했던 <돈의 화신>의 탄력 있는 비꼬기와 흥미로운 변주가 자꾸 떠오르는 건 그런 아쉬움 때문일 거다. <닥터 이방인>은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수많은 장르적 요소들이 조화 없이 뒤섞여 ‘오타쿠’ 청년의 너저분한 방처럼 답답해 보일 때가 있다. 이종석이 초능력을 지닌 청년 박수하로 출연했던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보여준 다양한 장르를 자연스럽게 섞는 빼어난 구성미를 <닥터 이방인>은 좀 배워둬야 할 필요가 있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MBC, KBS,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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