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모순덩어리 삶, 깊은 공감 얻는 까닭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동물은 먹지 않지만 바다 고기는 좋아해요. 개는 사랑하지만 가죽 구두를 신죠. 우유는 마시지 않지만 아이스크림은 좋아해요. 반딧불이는 아름답지만 모기는 잡아 죽여요. 숲을 사랑하지만 집을 지어요. 돼지고기는 먹지 않지만 고사 때 돼지머리 앞에서는 절을 하죠. 유명하지만 조용히 살고, 조용히 살지만 잊혀지긴 싫죠. 소박하지만 부유하고 부유하지만 다를 것도 없네요. 모순덩어리 제 삶을 고백합니다.’

이효리가 블로그에 적은 이 짧은 글은 순식간에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공감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지만 ‘배부른 소리’라는 비공감의 목소리도 있다. 연예인의 삶이라는 것이 대중들에게 전하는 두 가지 양태가 바로 선망과 질시. 이효리의 드라마틱한 삶은 대중들에게 이 양가적 감정을 동시에 끌어올린다.

모순덩어리 삶에 대한 비공감의 목소리가 있지만 그대로 이효리가 대단하게 여겨지는 건 그 모순을 선선히 인정하고 있는 태도다. 자연 친화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과 그렇게 실제로 살아가는 건 다른 이야기다.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도인처럼 살아갈 수는 없다. 다만 그런 좋은 생각들을 경험하고 나누며 지향할 때 세상은 조금 좋아지는 것이 아닐까.

‘유명하지만 조용히 살고, 조용히 살지만 잊혀지긴 싫죠.’ 이 말은 아마도 유명해진 대부분의 연예인들의 솔직한 속내일 것이다. 많은 이들이 스타를 꿈꾸지만 스타가 되고나면 잃어버리는 것도 많다. 이를테면 마트에서 물건을 사거나 친구와 선술집에서 만나 술 한 잔 하는 것 같은 소소한 일상들은 쉽게 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직업을 살던 이들이 어느 날 카메라 바깥에 놓이게 되는 걸 적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화려한 삶과 조용한 삶 사이에 어떤 균형점을 만들어내기 위해 그녀는 ‘소박하지만 부유하고 부유하지만 다를 것도 없는’ 삶을 지향하는 지도 모르겠다. 가진 자들이 잃기 쉬운 소박한 행복까지를 놓치지 않는 그녀는 욕심쟁이다.



핑클의 요정에서 ‘10분이면 상대방을 유혹할 수 있다’는 도발적인 솔로 섹시 아이콘으로 변신해 또 <해피투게더>와 <패밀리가 떴다>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털털한 언니의 모습을 뽐내던 그녀는 이제 결혼 후 삶의 깊이를 알아가는 성숙된 자아로서 우리에게 다시 다가오고 있다.

세상에 생기는 문제들은 단지 가난하고 부자이고 유명하고 유명하지 않으며 또 어떤 취향과 자세를 삶에 견지하느냐는 그런 차이들 때문이 아니다. 문제는 서로가 스스로를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는 태도다. 부자인 자들이 가난한 척 소박한 척 가장하는 모습은 그 가진 자의 위치가 해야 할 책무들을 지워버린다. 중요한 건 인정하는 일이다. 거기서부터 무언가 시작될 수 있으니 말이다.

이효리의 모순덩어리가 공감되는 건 그것이 모든 사람들의 인지상정이기 때문일 게다. 무언가 뜻을 갖고 생활하겠다고 하지만 어디 뜻대로 몸과 마음이 움직이는 이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하지만 그 모순을 인정하는 태도는 자신과 세상 사이에 또 이상과 현실 사이에 어떤 소통의 물꼬를 놓지 않는 자세처럼 보인다. 지금 그 어떤 연예인들과도 다르게 살아가는 이효리의 삶은 그래서 그 모순조차도 긍정하게 만든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이효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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