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중’의 음악 중심 선언 그 당연함과 부족함 사이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MBC <쇼 음악중심>이 100% 립싱크를 하는 가수들의 퇴출을 선언했다. 이 말은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의 립싱크는 인정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무대에 나와 입만 뻥긋 대다 들어가는 건 시청자들에 대한 ‘엄연한 반칙’으로 이런 가수들은 출연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이미 90년대에 터져 나왔던 립싱크 논란은 그다지 새로운 일도 아니다. 한때는 립싱크 금지 법안까지도 나왔지만 실제로는 유야무야됐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최근에는 퍼포먼스형 아이돌 그룹들 중 아예 립싱크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들까지 나오고 있는 게 현 상황이다.

<쇼 음악중심>의 박현석 CP가 현실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댄스 아이돌 가수들의 경우 현실적으로 화려한 퍼포먼스를 소화해내면서 노래를 병행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컬 녹음이 섞인 MR을 갖고 와 무대에서 가수가 덧입히는 건 괜찮다고 했고, 과도한 퍼포먼스 때문에 노래가 힘들다면 리허설 때 사전 녹음을 하는 방식으로 실제 무대에서의 립싱크는 허용한다고 했다. 하지만 MR만 들고 와 100% 노래를 안 하는 건 ‘비양심적’이라는 것이다.

<쇼 음악중심>의 박현석 CP가 이처럼 100% 립싱크의 퇴출을 선언한 이유로 “K팝이 이제는 내실을 기할 때”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간 가수들이 노래보다는 춤과 외모로만 치장되는 것이 결국은 K팝의 질적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거라는 점이다. 지당한 얘기다. 이미 대중들은 음악의 개성은 사라지고 비슷비슷한 퍼포먼스가 난무하는 아이돌들에 대한 식상함을 토로하는 중이다.

하지만 이 선언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는 이들도 있다. 슈퍼주니어의 려욱은 지난 1일 자신의 트위터에 립싱크 퇴출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올렸다. ‘화려한 무대연출, 조명 못지않게 음향 시스템도 가수들에게 중요한 부분인데.. 퍼포먼스 중심의 아이돌 가수가 입만 뻥긋하는 것도 문제지만 개선의 여지없이 라이브만 강조하는 건 정말 횡포인 듯..’ 립싱크 문제도 문제지만 라이브의 음향 시스템 문제가 선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립싱크를 허용하는 분위기가 라이브 무대의 음향 시스템 같은 부분에 대한 개선의 의지조차 갖지 않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립싱크가 아닌 라이브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프로그램의 성격상 점차적으로 보완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음악이 주는 감흥을 제대로 전달하고자 하는 건 가수들이나 프로그램 제작진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쇼 음악중심>의 립싱크 퇴출 선언은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제목에 걸맞게 음악 중심으로 돌아오기 위한 첫 걸음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국내 음악 프로그램이 가진 많은 한계점들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음악의 다양성이다. 지금처럼 기획사가 만들어낸 퍼포먼스형 아이돌 가수들이 장악하는 분위기라면 그것이 립싱크든 아니든 전체 우리네 가요계의 성장에는 한계를 지울 수밖에 없다.

100% 립싱크 가수의 퇴출은 가수의 본분이 노래하는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진짜 노래 잘 하고 좋은 음악을 만드는 가수들이 더 다양하게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일은 음악 프로그램이 가진 남은 과제가 될 것이다. 사실 이런 실력 있는 가수들이 무대에 오르게 된다면 립싱크 문제 같은 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일이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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