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정은지, 신구세대를 모두 끌어안으려면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KBS 월화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에 등장하는 ‘서바이벌 명곡’이란 프로그램은 KBS <불후의 명곡2>를 그대로 따왔다. 출연자들이 각각 1대1 대결하듯 노래를 하고 청중평가단이 평가를 한다. 불이 켜지고 꺼지는 것으로 승패를 가르는 방식도 <불후의 명곡2> 그대로다. 아마도 똑같은 스튜디오에서 촬영됐을 것이다.

<트로트의 연인>이 <불후의 명곡2>의 오디션을 그대로 가져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드라마가 관전 포인트로 내세우는 지점이 바로 <불후의 명곡2>와 거의 유사하기 때문이다. <불후의 명곡2>는 구세대의 명곡들을 신세대 가수들이 지금 트렌드에 맞게 편곡해 부르는 프로그램이다. 자연스럽게 신구 세대가 함께 볼 수 있는 포인트가 만들어진다. 노래를 통한 세대 통합적인 기획 포인트.

이것은 <트로트의 연인>이 가진 기획 포인트와 다르지 않다. ‘트로트’라는 구세대의 장르를 소재로 가져왔지만 그 안에는 지금 현재의 젊은 세대들이 겪는 성공과 좌절 그리고 사랑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서바이벌 명곡’ 무대에 선 춘희(정은지)가 부른 노래는 이은하의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이다. 중장년들에게 익숙한 노래를 새롭게 해석해 부르는 정은지는 젊은 세대들에게 익숙한 가수이자 연기자다.

<응답하라 1997>로 의외의 연기력을 보여준 에이핑크의 정은지는 그래서 <트로트의 연인>의 맞춤 연기자인 셈이다. 정은지는 이 드라마에서 실제로 노래를 하고 또 연기를 한다. 또한 에이핑크라는 걸 그룹과 <응답하라 1997>로 만들어진 젊은 세대들의 호응 역시 적지 않다. 아마도 이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연기자를 찾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정은지가 아니었다면.



아쉬운 점은 <트로트의 연인>이 좀 더 젊은 세대의 세련된 느낌을 만들어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트로트를 소재로 한다고 해서 이야기마저 옛 이야기 같은 느낌을 가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트로트의 연인>의 사랑 이야기는 조금은 구세대적이다. 한때 그래도 스타였던 장준현(지현우)이 춘희를 뒤에서 밀어주기 위해 자신은 망가지는 것을 서슴지 않는 모습은 과거에는 ‘순애보’ 같은 느낌을 줬을지 몰라도 지금 젊은 세대에게는 구식의 느낌을 준다.

<트로트의 연인>에서 지금 세대에 어울리는 사랑법은 그래서 오히려 조근우(신성록)에서 찾아지는 면이 있다. 그것은 아무래도 이 캐릭터가 갖는 현대판 왕자님 같은 여유로움(?)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때론 엉뚱하고 때론 쿨하게 느껴지는 모습이 지금 세대들이 빠져들 수 있는 여지를 만들기 때문이다.

지금 TV 본방 시청률이란 결국 중장년층 주 시청세대를 끌어안으면서 동시에 젊은 세대의 화제성을 가져가야 하는 환경에 처해 있다. <트로트의 연인>이 그래서 갖고 오는 기획의 주안점은 이 양 세대를 동시에 끌어안는 것이다. 그 중심에 정은지라는 인물이 서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신구 양 세대를 모두 타깃으로 삼으면서 중요한 것은 결국 이야기는 현재형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즉 트로트를 갖고 와도 젊은 느낌을 만들어내야 심지어 구세대들까지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것이다.

<트로트의 연인>은 그런 점에서 <불후의 명곡2>가 보여준 감성의 진면목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나이든 세대도 호응하는 지점은 결국 ‘청춘’에 대한 것이지 그 옛 세대에 대한 향수나 추억거리가 아니라는 것. <트로트의 연인>이 그리는 사랑과 성공에 대한 이야기는 그런 점에서 좀 더 현 세태에 맞게 세련되어질 필요가 있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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