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의 쾌도난마]“송강호에게 출신대학을 묻지 않는다. 또한 사람들이 송강호가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지 모른다. 연기를 너무 잘하기 때문이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학력은 배우생활과 전혀 상관없는 거다. 대학 졸업한 지 20년이 지났는데도 사람들이 아직도 나를 서울대 출신 배우로 생각하면 내가 연기를 못하고 있는 거다.” 영화‘평양성’의 주연 정진영이 자신이 서울대 출신 배우로 기억되는 것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답한 입장이다.

“서울대학교 출신 배우가 하나있죠. 김태희. 김태희는 초기에 학교 덕을 좀 봤죠. 그 또래 중에서 서울대학교 나온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김태희, 이쁜데 서울대학! 이게 쫙 올라 간 거죠. 내가 초창기에 처음 데리고 연기해봤는데, 그냥 그렇더라구요…”서울대에서 강연한 내용을 서울대출판문화원이 책으로 최근 출간한 ‘나는 왜 아직도 연기하는가’의 이순재가 서울대 후배 연기자 김태희에 대해 한 말이다.

‘서울대 공화국’‘고소영 내각’은 우리사회에 깊게 뿌리박혀 버린 학벌사회, 학벌지상주의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이자 표현이다. 정계, 관계, 재계, 사법계, 언론계에서 학벌 소위 명문대라는 학력은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우리사회에서 SKY(서울대 고대 연대)로 대변되는 명문대 위주 학벌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견고하다. 이 때문에 대학 진학에 수많은 사람들이 목을 메고 그리고 끊임없이 편입, 대학원진학 등을 통한 학력 세탁이 왕성하게 진행되고 있다.

남들보다 많은 노력을 해 명문대에 진학한 것은 칭찬받을만한 일이다. 그리고 명문대를 나와 진출한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으로 능력을 발휘한다면 그 학벌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제 어느 대학을 나왔냐는 간판이 실력과 업무능력, 인성을 압도해 많은 문제를 야기 시킨다. 실력 없지만 명문대를 나왔다는 허울 좋은 간판 하나로 비명문대 출신의 실력 있는 사람을 앞서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정계에서부터 언론계에 이르기까지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학벌이 힘을 쓰지 못하고 오롯이 대중의 사랑과 실력으로 평가받는 곳이 있다. 바로 연예계다. 물론 이순재의 지적처럼 김태희의 이미지와 마케팅에 서울대 출신이라는 것이 프리미엄으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부족한 연기력으로 인한 대중의 비판은 서울대 간판도 막지 못한 것처럼 연예계에선 서울대로 대변되는 명문대의 위력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 곳이다.

‘서울대 출신 서경석’‘서울대 출신 불륜 전문배우’‘서울대 출신 스타 김태희’‘서울대 얼짱출신 광고모델’ 등 서울대 출신의 연예인을 언급할 때 방송 등 대중매체가 곧 잘 ‘서울대’를 언급한다. 분명 서울대 출신의 강조는 연예인의 이미지나 상품성 제고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만 연예계의 본질적인 활동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서울대로 통칭되는 명문대 간판을 활용한 이미지 상승과 상품성 증대의 홍보․ 마케팅전략은 신인 연예인들의 경우 인지도 상승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만 오히려 연예인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의 심화로 연결된다. 즉 일부 기획사와 대중매체의 연예인의 명문대 마케팅은 역설적으로 연예인은 명문대를 가지 못하고 명문대에 진학할 실력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결과를 낳게 되고 연예인은 무식하고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편견과 부정적인 인식을 확대재생산하는 폐해를 낳고 있는 것이다.

일부 연예인 기획사와 대중매체가 연예인의 명문대 출신 강조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연예계는 다른 분야에서의 상상초월 위력을 떨치고 있는 학벌은 거의 힘을 쓰지 못한다. 학벌보다는 연예계에서 성공하고 인정받기위해서는 연기력과 가창력, 그리고 대중이 선호하는 이미지 창출력 등 실력이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대학 간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연기자는 연기력, 가수는 가창력을 우선시한다. 아무리 좋은 대학을 나왔어도 연기력과 가창력을 갖추지 못하면 쉽게 도태된다. 대중은 연예인의 학력을 보고 연예인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력과 가창력, 대중이 선호하는 이미지 창출여부를 보고 소비하기 때문이다. 서울대 출신 연기자 이순재가 연기자로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것은 서울대 출신이어서가 아니라 연기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이었다.

대중매체나 연예기획사가 일부 연예인에 대해 ‘서울대 출신’이라는 사실을 눈길끌기용으로 강조하거나 활용하지만 정말 서울대 약발(?)이 먹히지 않는 곳이 연예계인 것이다. 정치, 사회,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서울대 출신들이 지배한다고 해서 대한민국은 ‘서울대 공화국’이라는 말이 흔하게 쓰이고 있다. 하지만 연예계는 서울대 공화국의 위력은 전혀 없다.


칼럼니스트 배국남

[사진 = MBC, 평양성포스터]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