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그룹 현실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처절해졌을까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잘 한다 그래 놓고 지치면 뭐해/ 우리 둘에겐 더 조금씩 필요해/ 너와 나 둘에 한 명만 초대해줘 우리의 방 안에/ 우리보다 이거 많이 해본 애 지금이 딱 인데 하나 둘 셋.’ 직접적인 성적 표현은 하고 있지 않지만 뉘앙스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세 명이 성행위를 하는 쓰리섬을 연상시킨다. 피에스타라는 걸 그룹이 내놓은 ‘하나 더’라는 노래의 가사다.

뮤직비디오 역시 남자 둘이 침실에 누워 있는 장면이 들어가 있어 더더욱 쓰리섬의 분위기를 연상케 만든다. MBC <쇼! 음악중심>측은 방송출연 불가방침을 통보했다. 소속사인 콜라보따리측은 이것이 쓰리섬이 아니라 “게임을 즐기다 지루할 때, 게임이 진행되는 방안에 다른 유저가 들어오면 재미있을 것이란 내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건 거의 자의적인 해석에 해명일 뿐이다.

결국 소속사는 부랴부랴 가사 전면 수정에 나섰다. 일단 시선을 끌기 위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셉트를 내세웠지만 방송출연 불가는 그런 시선 끌기 자체가 차단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런 심지어 쓰리섬을 연상시키는 선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 걸 그룹이 방송에도 나오지 못하게 되면 삼류 이미지로 굳어질 위험성이 있다. 소속사의 과도함이 만들어낸 끔찍한 결과다.

가사 전면 수정으로 피에스타라는 걸 그룹의 방송출연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논란으로 인해 피에스타라는 걸 그룹이 존재한다는 것을 대중들은 분명 인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쓰리섬이라는 극단적인 이미지까지 논란으로 갖게 된 채 활동을 한다는 것이 걸 그룹으로서는 그 자체로 커다란 족쇄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번 쓰리섬 논란은 현재의 걸 그룹들이 얼마나 경쟁적으로 자신들을 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가 하는 걸 보여준다. 그저 의상 노출의 수위 정도에 머물던 선정성이 뮤직비디오 등을 통한 점점 성적인 동작으로 이어지더니 이제는 노골적인 콘셉트와 뉘앙스를 풍기는 가사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일단 이런 선정성이 시선을 끄는 데는 분명 효과적이라는 것이 이번 쓰리섬 논란에서도 드러났다. 하지만 이 과도한 선정성은 ‘섹시함’의 긍정적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에서 여성성의 건강함을 전면에 내세우는 걸 그룹에게는 치명적이다. 이제 대중들은 피에스타를 떠올릴 때마다 쓰리섬이라는 이미지를 연상하게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쓰리섬 이미지로 주목받게 된 걸 그룹이기 때문이다.

최근 경쟁이 과도해지면서 논란이 일어나더라도(어쩌면 논란을 만들기 위해) 일단 띄워놓고 보자는 식의 마케팅은 어쩌면 해당 걸 그룹에게는 지울 수 없는 이미지의 족쇄가 되기도 한다. 피에스타는 결국 이번 논란으로 세간에 화제가 되기는 했지만 ‘쓰리섬 걸 그룹’이라는 이미지의 굴레를 갖게 됐다. 걸 그룹의 현실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처절해졌을까.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콜라보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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